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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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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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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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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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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
12쪽

28. 이상 기류 (3)

DUMMY

“전술과 분석만으로 모든 게 통제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감독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힘든 일이지. 선수들은 감정 없이 움직이는 장기 말이 아니니까. 다양한 인격이 모여 있는 선수들을 다루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누구에게는 강경하게 나가야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또 어떤 누구는 부드럽게 대해줄수록 자신감이 붙지. 만일 모두를 동등한 방식으로 대한다면 그 팀은 결코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네.”


서론도 없이 대뜸 화제를 꺼내 드는 건 델 레오네란 남자의 흔한 버릇 중 하나다. 처음 겪는 이는 어쩔 줄 모르겠지만, 스튜어트는 제법 이 흐름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여러 요인과 변수를 대비할 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눈도 필요해. 그 과정에서 닥쳐오는 상황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배짱도 갖추고 있어야 하지. 변화의 흐름 또한 마찬가지, 따라가지 못하면 곧장 도태되어 버리고 말 거야.”


익숙해져 간다는 말은 일단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감독이라는 건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세밀함이 요구되는 직책이네. 완벽함까지 겸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죄송합니다만,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그저 훈련 스케줄을 보고 하러 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로 흘러간 걸까? 스튜어트로서는 영문을 모를 일이다.


감독은 짧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화제는 적응할 틈도 없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자네도 내가 경솔했다고 생각하나?”


이건 그 날 기자회견에 대한 얘기일 것이다. 스튜어트는 그 사건 이후, 감독에게 먼저 얘기를 꺼내든 적이 없었다.


“처음엔 좀 놀랐습니다만, 저야 감독님의 뜻을 따를 생각입니다. 단지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집중을 받고 있어 부담감에 짓눌리는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만······감독님의 발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녀석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요.”


델 레오네는 그 말에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 부분은 염두에 둘 것도 없네. 이 팀에 남은 대다수는 이미 내 생각에 찬동한 사람들이니까. 게다가 그중에는 내게 어떻게든 충실할, 믿음직스러운 친구들도 있지.”


프리시즌 이후 내쳐진 일곱 명, 주전 자리를 빼앗긴 몇몇 기존 멤버들, 그리고 알렉산더 캐리까지. 확실히 지금 감독에 반하는 세력은 거의 멸해진 상태다.


그리고 라커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브리튼을 필두로 하여 중용되고 있는 주전 선수들은 그를 신뢰하고 있다. 특히 후보군에서 올라온 여섯 명은 끝까지 감독을 따를 것이다.


“뭐, 물론 몇몇은 나에게 못마땅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할 테니 지금 당장 신경 쓸 정도는 아닌 것 같군.”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책상에 팔을 올리고 양 손가락을 가지런히 맞대었다.


“부담감이 문제라고 한다면 일리가 있네만······그것 역시 거쳐야 할 과정이야.”


그가 말했다.


“우리가 유럽대항전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차피 한번쯤은 겪어야 할 문제라고 봐야지. 그때 가서 압박감에 시달리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거야. 지금부터 그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이 대화 속에서 ‘유럽대항전’은 기정사실화되어있다.


벌써부터 팀이 유럽 리그 티켓을 끊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생각하고 어디까지 계획 중인 걸까? 확신은 있는 걸까?


저 이탈리안 머릿속이 정확히 어떻게 되어있는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생각을 몇 번 공유하려 시도해봤으나 표면적인 부분만 엿볼 수 있었을 뿐, 번번이 실패만 겪어왔다.


‘그냥 다른 차원 속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굳이 난해한 암호를 힘겹게 해독하면서까지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그저 옆에서 보좌만 해줘도 충분한데 말이다.


스튜어트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물론 이대로 순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유로파 리그(Europa League) 출전권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지켜낼 수 있느냐.


로스 카운티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던디 유나이티드와의 일전이 곧 다가올 것이고,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의 팀들과 전부 한차례는 더 맞붙어야 한다.


특히 셀틱 같은 팀은 남은 경기에서 잔뜩 벼르고 있을 텐데 과연 로스 카운티가 다시 잡아낼 수 있을까? 그러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조사를 들어가야······


“······.”


놀라운 건 수석코치인 본인도 어느새 이런 것들을 당연시하게 여기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몇 달 전만 해도 강등권에서 어떻게 잘 벗어날 수 있을까만을 궁리했던 것 같은데.’


함께 지내오면서 스튜어트 또한 점점 감독에게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


< Scottish Premiership 16 Round >

로스 카운티 : 마더웰

2013년 12월 14일 (토) 15:00

빅토리아 파크 (관중 수 : 4,649명)



감독은 마더웰을 홈으로 맞아 4-4-2의 공격적인 수를 꺼내 들었다.


브리튼의 파트너로 케틀웰이나 클락 대신 퀸이 낙점된다는 의미는 보통 그러했다.


퀸은 팀 내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빈 공간을 잘 찾아 들어가며, 노마크로 비워두면 골치 아플 정도의 적절한 슈팅 능력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전반까지는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로스 카운티는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마더웰의 진영을 흔들었으며, 여덟 번의 슈팅과 다섯 번의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전반 막바지에는 블랜차드의 크로스가 아르킨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면서 점수를 리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후반까지 계속 유지되지는 못했다.


“수비! 어딜 보는 거야!”


후반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벌어진 상황에 스튜어트가 다급하게 외쳤다.


좌측면에서 단숨에 우측면으로 전환된 볼이 로스 카운티 수비 진영 사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날아갔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낸 공격수가 패스를 잡아낸 뒤 나아가고 있었다.


이어 그물을 세차게 흔들며 들어간 골은 순식간에 빅토리아 파크의 열기를 식혀버리고 말았다.



=============================

< 로스 카운티 1 : 1 마더웰 >

요앙 아르킨(38')

+++++++++++++++++++++++++++++

제임스 키팅스(54')


=============================



‘너무 아쉬운 결과인데.’


스튜어트는 동점의 스코어를 보며 미련이 남았다.


로스 카운티는 몇 번의 역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르킨은 슈팅까지 연결시켜주는 키 패스를 세 번이나 기록했지만 전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곧잘 득점을 넣어주던 블랜차드도 어시스트 이외엔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잭 마틴의 투입도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고 말았으니 이번엔 운이라는 요소가 어느 정도 결과에 개입되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마 오늘의 시합을 두고 언론에서는 내 발언을 연결 지어서 패인을 만들어내려 할 거야. 과연 얼마나 재밌는 소설을 썼을지 궁금하군.”


브리튼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 10월에 치렀던 애버딘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 말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언론은 정말 그의 말대로 다음 날 ‘이탈리안 감독의 무모함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선수들’ 따위의 문구를 내세우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


< Scottish Premiership 17 Round >

던디 Utd : 로스 카운티

2013년 12월 21일 (토) 15:00

태너다이스 파크 (관중 수 : 8,115명)



“귓구멍 파고 잘 들어라.”


잭 맥퍼슨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난 1차전에서 멍청하게 두 골을 내주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던 그 경기를 기억하겠지? 내가 너희들에게 잊지 말라고 당부했었던 그 경기 말이야. 그리고 오늘이야. 오늘 바로! 되갚아줄 기회가 온 거야.”


로스 카운티에게 패배했던 이후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다리가 부서질 정도로 뛰어라. 패배는 용서 못 한다. 로스 카운티 같은 촌놈들에게 던디 유나이티드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면 너희들은 이 유니폼을 입고 뛸 자격도 없어!”


맥퍼슨은 전술 보드로 걸어가 선수들을 주목시켰다.


“저쪽의 공략 점은 왼쪽이다. 블랜차드란 놈을 집중적으로 아작내라. 우측의 톰슨인지 뭐시긴지 그 녀석까지 집중할 필요는 없어. 그 꼬맹이는 한 명이 맨마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는 평소 같으면 시청할 가치도 없을 로스 카운티의 경기를 자신의 황금 같은 시간까지 소비하면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공격을 들어가는 곳도 마찬가지로 왼쪽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오른쪽이지. 바실라스, 그놈은 자기 등 뒤로 빠지는 공격수를 자주 놓칠 정도로 수비가 형편없어. 마더웰도 그 풀백 쪽 공간을 파고들어서 점수를 먹었다. 하위권 팀의 공격수도 해내는데 너희들이 못한다고 하진 않겠지?”


오로지 건방진 촌구석 팀과 재수 없는 이탈리안을 꺾고자 하는 일념에서였다.


마땅히 2위 자리에 있어야 하는 던디 유나이티드가 아직도 저 근본도 없는 구단 때문에 아래로 밀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흥, 내가 분석만 제대로 하면 저놈들은 아무것도 못하지.’


맥퍼슨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흘렸다.


*******


철썩 -


“······.”


그리고 그는 오른쪽 볼을 손으로 행주 문지르듯 비비며 무안함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여야 했다.


전혀 집중적으로 견제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쪽에서 실점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득점을 터뜨린 앤드류 톰슨은 셀틱전 때와 달리 필드를 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맥퍼슨은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애꿎은 수비진에게 고함을 질렀다.


“어이! 저쪽 오른쪽 날개 마크 확실히 해!”



경기는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후반 47분에 던디 쪽에서 동점 골을 터뜨렸고,


후반 59분에는 아르킨의 헤딩골로 로스 카운티가 다시 앞서나갔다.


점수가 뒤처진 던디 측에서 만회를 하기 위해 거세게 공격을 나오기 시작했고, 경기는 자연스레 난타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삐익 -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주심이 휘슬을 불며 던디 선수에게 태클을 잘못하여 파울을 범한 바실라스에게로 달려갔다.


“잠깐, 저 녀석 지금 경고 누적인데?”


스튜어트가 머리를 감싸 쥐며 외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와아아아아 -


던디 쪽 서포터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옐로카드에 이은 레드카드.


퇴장이었다.



바실라스의 자리는 백업 풀백인 고든 스미스가 로버트 퀸하고 교체되며 메워졌으나 퇴장으로 인해 숫자가 불리해진 로스 카운티는 심하게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철썩 -


그리고 결국 퇴장당한 지 2분 만에 다시 한번 던디의 동점 골이 터져 나왔다.



“으음······.”


감독은 깊은 신음을 뱉더니 벤치 쪽을 한번 살펴보고는 다시 필드로 고개를 돌렸다.


새로운 교체카드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스튜어트는 감독이 내릴 다음 지시가 곧 떨어질 거라 생각하며 대답할 준비를 마쳤다.


“닐.”


“예.”


“알렉스를 준비시켜주게.”


“예, 알겠습······예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스튜어트는 자신이 순간 잘못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를 보며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잘못 들은 거 아니네. 알렉산더 캐리, 그 녀석을 불러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많은 게 부족한 글쓴이에게 보내주시는 따스한 댓글들에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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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로스 카운티의 문제점 +23 18.01.15 9,369 265 13쪽
30 30. 이상 기류 (5) +24 18.01.12 9,385 293 13쪽
29 29. 이상 기류 (4) +16 18.01.11 9,371 260 13쪽
» 28. 이상 기류 (3) +16 18.01.10 9,595 262 12쪽
27 27. 이상 기류 (2) +26 18.01.09 9,609 293 12쪽
26 26. 이상 기류 +25 18.01.08 9,742 306 12쪽
25 25. 뜻밖의 선언 +28 18.01.05 10,106 295 13쪽
24 24. 신뢰하다 (2) +14 18.01.04 9,867 263 13쪽
23 23. 신뢰하다 +16 18.01.03 9,891 277 13쪽
22 22. 발화점 (2) +20 18.01.02 9,985 270 15쪽
21 21. 발화점 +6 18.01.01 10,263 264 14쪽
20 20. 징조 +6 17.12.29 10,357 300 16쪽
19 19. 의지를 시험하다 (2) +4 17.12.28 10,429 277 14쪽
18 18. 의지를 시험하다 +9 17.12.27 10,422 300 16쪽
17 17. 그의 움직임을 봤지? +8 17.12.26 10,845 310 13쪽
16 16. 알렉산더 캐리 +9 17.12.25 11,151 305 16쪽
15 15.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5) +4 17.12.22 11,113 279 13쪽
14 14.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4) +10 17.12.21 11,768 305 14쪽
13 13.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3) +4 17.12.20 11,590 300 13쪽
12 12.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2) +5 17.12.19 11,791 330 13쪽
11 11.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8 17.12.18 11,799 339 12쪽
10 10. 개막전 +10 17.12.15 11,899 315 12쪽
9 9. 아서라는 이름의 청년 +9 17.12.14 11,848 319 14쪽
8 8. 프리시즌 (3) +10 17.12.13 11,929 289 13쪽
7 7. 프리시즌 (2) +14 17.12.12 11,844 302 11쪽
6 6. 프리시즌 +10 17.12.11 12,884 275 15쪽
5 5. 첫 기자회견 +6 17.12.08 13,171 312 12쪽
4 4. 연습 시합 (2) +8 17.12.07 13,736 315 16쪽
3 3. 연습 시합 +19 17.12.06 16,307 30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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