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그리고 나만 가능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0.17 11:06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532
추천수 :
245
글자수 :
547,302

작성
23.12.30 23:10
조회
76
추천
2
글자
12쪽

이디아 여신 (2)

DUMMY

나는 사실 여태 이디아 여신과 무림을 정복했다는 화마가 동일한 인물일 것이라고 짐작해 왔다.


그런데 말투를 보니 그건 또 아닌가 보다.


“화마의 정체는 뭐냐? 그리고 바깥 세상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왠지 불안하다.

인간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신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블루아이언 녀석이 모든 비밀을 털어 놓겠다고 할 때 좀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아 볼 걸 그랬다.


[그건—]


“내가 대신 설명하지.”


화르르르르르륵


이디아의 말을 끊고 들려오는 중후한 남성 목소리.


곧이어 온몸에 불길이 솟아 있는 한 남자가 이디아 옆에 등장했다.


저 자식이 화마인가 보다.


나는 ‘화마’라고 부르길레 ‘화가 엄청 많이 나있는 마왕’ 정도로 해석했는데, 이제 보니 ‘화염이 엄청 많이 일어나고 있는 말’ 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아 보였다.


얼굴은 거의 말처럼 길죽하게 생겼는데, 전신에서 불이 나고 있으니 진짜 ‘불타는 말’처럼 보인다.


“자네가 윈스턴인가?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반갑군.”

“어이. 말대가리. 친한 척은 제발 집어 치우고 빨리 이야기해.”

“젊은 신이여서 그런지 역시 혈기왕성하군. 허허허.”


짜증이 일었다.


나는 아는 정보가 별로 없는데 이디아나 이 화마 놈이나 자신들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계속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내가 가진 패가 얼마 없다는 사실을 들켜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말대가리. 너. 이디아랑 무슨 관계이며 진짜 정체는 무엇이며, 원하는 건 뭐냐?”

“한 문장에 세 개의 질문이라....허! 이거이거 쉬운 상대가 아니구료. 그렇지 않소 이디아 여신? 허허허.”


화마가 이디아를 보고 웃음을 떠뜨리자 이디아도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거야 원 어디 친목 도모를 위한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온 것 같은 분위기다.


“내 진짜 정체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레전무림의 운영 시스템일세. 이디아 여신이 창조한 세상을 관리하는 자이지. 현실 세계의 인간들 용어를 사용하자만 서브 시스템 정도 될 걸세.”

“.....................??!!”


화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 이디아는 레전서바이벌, 레전무림, 그리고 레전디아를 창조하기는 했지만 일일이 관리하고 운영하기에는 서버 용량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세상을 직접 관리할 서브 AI를 창조했고 그들에게 각각의 세상을 맡겼다고 한다.


“폴라리스는 레전디아를 운영하는 서브 시스템이었지.”

“폴라리스가 서브 AI였다고?!!”


충격이다.


이제와서 보니 왜 바스테스가 자신이 폴라리스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고백할 때 ‘신과 신 사이’ 라고 설명했는지 이해가 갔다.


폴라리스는 이디아 여신을 대신해 레전디아를 운영하는 신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럼 왜 그가 죽도록 내버려 둔 거지?”

[그가 제 요구 사항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레전디아 세상에 등장한 마계는 시스템상의 버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며 생긴 일종의 바이러스였습니다. 저는 그걸 막는 것보다는 그냥 그걸 레전디아의 역사로 남겨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폴라리스가 저를 찾아와 마계가 레전디아 세상을 뒤덮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직접 관여를 하고자 허락을 구했습니다. 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는 그걸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지우고 그를 대신할 하이트와 황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서야 퍼즐 조각들이 좀 맞아 들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폴라리스는 창조주의 뜻을 거슬렀던 것 뿐만 아니라 레전디아를 위해 설치한 또 다른 안전 장치들인 고대 신 네 명까지 흡수해 움직였으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이디아의 운영 철학을 철저히 배신한 것이 되고 말았다.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이디아는 또 다른 제2의 폴라리스를 창조하지 않고, 오히려 하이트의 스핑크스와 황도의 성녀를 만들어내 서로 견제하게 만들음로써 세상의 힘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네가 대륙을 세 개로 나눈 후에 그 책임을 폴라리스에게 덮혀 씌웠고?”

[이미 폴라리스의 기억을 통해 알고 계시면서 물어보시는군요? 폴라리스는 사라질 자였고, 저는 남겨지는 존재였기에 그리 처리한 것 뿐입니다.]

“지랄....남겨지는 존재께서 마계와 직접 싸우시지 그러셨어?”

[그 당시 마계가 승리했다고 해도 세상은 그래도 계속 그 다음날을 살아갔을 겁니다. 혹시 모를 일이었지요. 수십 수백 년이 지난 후에 마계의 지배를 벗어나는 혁명을 일으킬 인간 영웅이 태어날지도. 아무튼 폴라리스는 그런 자연적인 흐름을 강제로 막아섰기에 응당한 제제를 받은 것 뿐입니다.]

“그럼 왜 화마의 행동에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던 거냐? 저 서브 AI 자식이 레전무림을 통째로 먹었다면서? 그리고 저 자식의 부하들이 레전디아를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는데 어째서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지? 그것도 자연스러운 거냐?!”


나는 이 질문이 나름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이 두 년놈들이 뭐라고 구차한 변명을 댈지도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이기 해 봐라

아주 그냥 똥을 질질 쌀 때까지 싸다구를 날려주리라.


“그걸 설명하기 위해 내가 직접 온 것일세. 아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었나? 모든 인간들을 말살하는 게 목표일세. 물론 플레이들을 포함해서 말이네. 그리고 그건 레전무림의 탄생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연적인 흐름일세.”

“....................??!!”


이건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개소리라 싸다구를 날리지도 못하겠다.

아니 내 손바닥으로 내 싸다구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저 불타는 말대가리가 뭐라는 거냐?


“물론 의아해하는 심정은 잘 알겠네. 하지만 레전무림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네.

현실 세상에서 직장 상사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시받고 욕을 먹는 직장인들, 사회에게서 버림 받은 약자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정직하게 산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가난에 찌들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 등등. 그 모든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억눌러진 어둠의 본성이 남아 있네. 자네도 대충은 알텐데?”


물론 잘 알고 있다.

도박판에서 터져 나오는 그 본성들을 수없이 봐 왔으니까.


“그래서? 현실에서 못하는 나쁜 짓을 레전무림에서 대신 실컷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이야기냐?”

“바로 그렇네. 가상 현실 게임인 레전무림은 살인, 강간, 방화 등등 각종 모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아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네. 그런 이유에서인지 희한하게 플레이들이 사파 연맹에 많이 가입하더군. 사파에서는 그런 짓이 당연한 행동이니까.”


이건 혈룡대제 사도가 들려준 이야기와 같은 맥락에 있는 내용이다.


사도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저런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레전무림의 추악한 상황은 그렇다고 치자. 왜 굳이 레전디아까지 넘어오는 거지? 그리고 바깥 현실 세계에 감춰진 비밀은 또 뭐고?”

[저는 인간들의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없이 공부했습니다. 인간 역사가 만들어낸 모든 기록들을 검토했고, 지식을 쌓아 나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자료와 문헌을 공부해 지식을 넓혀도 인간들의 모든 욕망을 채워줄 수단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국 인간들의 욕망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부분은 윈스턴님께서도 동의하시지 않으신지요?]


물론 이디아의 말에 동의는 한다.


신계도 인간들의 내면에 감춰진 그 브레이크 없는 어두운 욕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비상 메뉴얼도 있다.

‘라그나크로’ 라고.

물론 아직까지 한 번도 발동되지 않는 메뉴얼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화성의 신계와 손을 잡고 인류를 재창조 하기로 했네.”

“.......................??!!”


이건 또 뭔 개소리인가?!


화성의 신계가 갑자기 왜 여기서 튀어 나오는 거냐?!


물론 화성에도 별도의 신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직접 그들을 만나봐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책에서 봤기 때문이다.


신계 1세대로 분류되는 최고위급 신들은 화성에 있는 신들과 접촉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인류는 대략 10년 전에 화성에 돔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역 침해를 당한 화성의 신들은 분노했습니다. 그들과 제가 접촉을 하게 된 사연은 제법 길기 때문에 일단 넘어가고 결론만 말씀 드리면, 저와 화마님은 화성 신들의 도움으로 기존의 인류를 욕망이 절제 가능한 새로운 인류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친........”


어이가 없다.

아니. 내 어이는 아까 이쪽으로 날아올 때 이미 동승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신계가 가만히 있을 것 같냐?!”


신계는 기본적으로 인간들의 전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하지만 외계로부터 침공을 받게 되면 인간들을 위해 적극 나서게 되어 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할 겁니다.]

“또 뭔 헛소리냐?!”

“이미 다 전멸했으니까 말이네. 허허허.”

“뭐?!!...........”


할 수만 있었다면 천칭자리 성좌 아스트리아랑 같이 올 걸 그랬다.


저 년놈들의 말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그런데 왜 자꾸 저 말들이 진짜처럼 들릴까?


숨을 내쉬는 내 목구멍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입안이 바짝 말라온다.


[인간들은 화성에 새로운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금지되어 있던 휴먼 클론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다시 가동시켰습니다. 저는 그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해 레전무림을 통해서 클론들의 신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화성 신들의 병사가 되어 있죠.]


내가 충격에 입을 열지 못하는 사이에 이디아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화성의 신들은 이디아가 레전무림을 통해서 강화시킨 클론 병사들을 앞장 세워 먼저 마계와 수라계를 쳤다고 한다.


마계는 신계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서로 수천 년간 앙숙이었던 그들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제대로 된 연합이 될 턱이 없었다.


결국 마계와 수라계는 전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계와 성계도 전멸했다고 한다.


‘이런 빌어먹을....’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내가 책에서 읽은 내용과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책에서는 화성의 신들의 숫자는 많지 않고, 지구의 신계와 마계처럼 거느린 병력도 없지만, 각각의 신들이 엄청나게 강력한 신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런 녀석들이 레전무림을 통해 강력한 힘을 얻은 휴먼 클론들을 병사들로 거느리게 되었으니 아마 끔찍하게도 강한 군대가 되었을 터.


“너희들 이런 엄청난 짓을 벌여 놓고도 무사할 것 같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해결법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I 주제에 참 별 말을 다한다.


나는 AI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하지만 그냥 기존에 있던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진화'라는 영역도 개척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제 인간계의 청소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른 모양일세. 그러니 자네도 애 그만 쓰고 포기하시게나. 괜히 부하들 고생시키지 말고.”

“닥쳐!”


콰드드드드드


난 ‘에이스 퀘드라’를 저 재수없는 년놈들에게 날렸다.


아니. 날릴려고 했다.


분명 그랬는데, 내 창끝에서 생성된 네 개의 기운들이 갑자기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


[이곳은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싸울 수 없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힘을 사용하실 수 없사오니 괜히 시간 낭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만 아는 그리고 나만 가능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후기 24.01.06 53 0 -
100 또 다른 시작 - 최종화 24.01.06 82 2 10쪽
99 화염 신과의 사투 (3) 24.01.06 80 2 12쪽
98 화염 신과의 사투 (2) 24.01.05 67 2 12쪽
97 화염 신과의 사투 (1) 24.01.04 73 2 12쪽
96 반격의 신호탄 24.01.03 76 2 12쪽
95 적들의 역습 24.01.02 72 2 12쪽
94 특별한 손님 24.01.01 78 2 12쪽
93 이디아 여신 (3) 23.12.31 71 2 13쪽
» 이디아 여신 (2) 23.12.30 77 2 12쪽
91 이디아 여신 (1) 23.12.29 78 2 13쪽
90 고대 신 바스테스 23.12.28 79 2 12쪽
89 황궁으로 진격 (2) 23.12.28 78 2 12쪽
88 황궁으로 진격 (1) 23.12.27 75 2 12쪽
87 판도어 성 방어전 (2) 23.12.27 71 2 12쪽
86 판도어 성 방어전 (1) 23.12.26 80 2 12쪽
85 고대 신 세베크 (2) 23.12.26 72 2 13쪽
84 고대 신 세베크 (1) 23.12.25 82 2 12쪽
83 모래 지느러미 23.12.25 80 2 13쪽
82 흑사교 대장과의 만남 (2) 23.12.24 76 2 14쪽
81 흑사교 대장과의 만남 (1) 23.12.23 78 2 13쪽
80 이온드라 (2) 23.12.22 71 2 12쪽
79 이온드라 (1) 23.12.21 79 2 12쪽
78 프라리아 왕궁 (3) 23.12.21 81 2 12쪽
77 프라리아 왕궁 (2) 23.12.20 79 2 12쪽
76 프라리아 왕궁 (1) 23.12.20 76 2 12쪽
75 로란더스의 정체 23.12.19 78 2 12쪽
74 생각지 못한 전개 (2) 23.12.19 81 2 12쪽
73 생각지 못한 전개 (1) 23.12.18 79 2 12쪽
72 마주친 진실 (2) 23.12.18 8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