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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그리고 나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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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0.17 11:06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533
추천수 :
245
글자수 :
547,302

작성
23.12.25 16:10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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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모래 지느러미

DUMMY

그 다음날 화요일.


아침 일찍 누군가가 내방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 보니 메자이들 중의 하나인 케마다.


“너무 일찍 찾아와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아...음...”


솔직히 나는 아직도 케마가 나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게 익숙치가 않다.


마탑에서 적으로 만난지가 아직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가?


아무튼 이 녀석은 폴라리스의 대한 존경심이 남다른지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다른 성좌들보다 훨씬 더 깍듯하게 나를 대한다.


뭐. 내가 빨리 익숙해지면 다 해결되는 일이긴 하다.


“부탁하신 것을 찾은 것 같기에 기쁜 마음에 서둘러 왔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가자.”


나는 일단 게놈부터 깨웠다.


후타딘은 언제 일어났는지 식당에서 빵을 가져와 자기 방에서 먹고 있었다.


문제는 미사고였다.


이 녀석은 너무 일찍 일어나면 피부에 좋지 않다고 이불을 도로 뒤집어 쓰며 저항을 하더니 결국 침대에서 끌려나와 한다는 말이 아침에는 과일로 식사를 해야 피부 미용에 좋다는 헛소리를 해댔다.


미치겠다.


자신의 진짜 신체도 아닌 게임 캐릭터 피부 미용에 저런 애정을 보이다니.

게임 중독 현상이 심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이 레전디아 게임 세상에 있는 신체를 소중히 여기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아주 비슷하게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실제 내 것은 아닌 이 신체.


그걸 살려보겠다고 그동안 얼마나 아득바득 버텨 왔던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후타딘이 갑자기 뭔가를 불쑥 미사고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라도 먹으시오.”


그건 딸기잼이었다.


“....이...멍충앗! 그게 과일이냐?! 눈깔이 삐었냐?!”

“내 눈깔은 멀쩡하오. 과일로 만든 거니 똑같은 거 아니오? 뭐하면 얼굴에 처바르던가. 피부가 아주 매끈하니 달달해질 것이오.”

“닥쳐!”

“훌터!”

“시끄러! 게놈. 이 멍청한 놈아!”

“하......”


세 살 먹은 꼬마 녀석들을 데리고 외출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엄마가 느끼는 기분이 이런 걸까?



***



케멧 대륙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무즈라 마을.


케멧 대륙은 기본적으로 사막 설정이지만 그렇게만 만들어 놓으면 플레이어들이 게임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었는지, 세 개의 큰 강이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서는 숲도 있고 그쪽 주변으로 대부분의 도시들과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였다.


‘무즈라’ 라고 하는 마을은 그 세 개의 강들 중의 하나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했는데, 그렇기에 드넓은 북쪽 사막으로 나가기 위해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물자를 보충하는 장소로 알려진 곳이었다.


우리는 케마를 따라서 그곳으로 갔다.


“뭐야? 여기 완전 쫄닥 망했네?”


미사고의 말처럼 무즈라 마을을 완전 페허가 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집들과 건물들은 거의 모두가 파괴되어 있었다.


“이쪽입니다.”


케마를 따라가 보니 바닥에 정체 모를 커다란 발자국이 움푹 파여 새겨져 있었다.


“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내가 찾고 있던 존재의 흔적이.


“이...거...렙터들 발자국의 졸라 큰 버전 아냐?”

“맞다. 미사고.”


나는 메자이들 중 두 명에게 최근 몇 년 이내에 케멧 대륙에 새로 생겨난 몬스터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전서바이벌’ 이라는 게임 세상에서 건너온 존재들을 찾아서 그들에게 나를 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레전무림에서도 의도적으로 차원문을 열고 이쪽 레전디아로 건너오는 판국인데, 레전 서바이벌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해 본 것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건 밀실에서 렙터들을 만나고, 미사고에게서 레전서바이벌이라는 공룡 세계 게임에 대해 듣고난 후에 떠올린 생각이다.


그렇기에 렙터들 말고도 다른 공룡들이 이 레전디아 세상에 와 있는지를 알기 위해 그동안 꽤나 애써왔다.


하지만 주 활동 무대인 서대륙에는 전혀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고, 케멧 대륙은 워낙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언젠가 후타딘에게도 슬쩍 물어 본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정치 공작과 관련된 첩보 작전에만 근무해 와서 그런지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이 발자국을 남긴 놈의 서식지는?”

“여기서 한 시간 가량 사막으로 나가야 합니다. 따라오십시오.”


우리는 케마를 따라 사막 위의 뜨거운 모래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1시간이라고 해서 그냥 달렸지, 몇 시간 걸린다 그랬으면 낙타를 준비해서 나섰을 정도로 모래 사막은 뜨거웠다.


그런데 케마는 우리와 달리 그 뜨거운 열기에 별로 지친 기색이 없었고, 우리보다 훨씬 모래 위를 잘 달렸다.


아무래도 원래 사막 출신인가 보다.


아무튼 그녀는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잠깐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들려주었다.


몇 개월 전.


무즈라 마을을 통해 사막으로 나섰던 무역 상인들이 커다란 몬스터를 만나 몰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똑같은 사건들이 발생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덩치의 괴물이 모래 아래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쳐 와서 사람들을 잡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몬스터에게 붙여진 명칭은 ‘모래 지느러미.’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모래 지느러미의 개체수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리를 지은 녀석들은 사막을 지나가는 사람들만 가지고는 배를 채우기가 힘들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마을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래 지느러미? 미사고. 너 그런 공룡 아냐?”

“내가 알겠냐?! 내 동생이면 몰라도.”


케마가 나에게 불경스런 말투로 지껄이는 미사고를 매섭게 흘겨봤지만, 미사고는 그냥 무시해 버렸다.


하기사 그 정도 눈빛 공격으로는 저 녀석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눈에서 진짜 레이저 빔을 쏘면 모를까.


“아무튼 그 공룡 녀석들을 찾아서 어쩌자는 거야? 말도 안 통할 텐데. 그런 좁쌀 두뇌를 가진 녀석들이 차원문을 혼자 열 수 있을 턱도 없겠지만.”

“그러니까 그놈들을 조종하는 플레이어를 찾아야지.”


레전서바이벌은 플레이어들이 공룡들을 테이밍해서 세력을 갖추고 다른 세력들과 전쟁을 하는 게임이다.


그러니 공룡들을 조종해 이곳 레전디아로 넘어오게 만든 녀석이 있을 법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달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기에 – !!”


케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래들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츠르르르르르르.


“저기 보십시오!”


후타딘의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에 거대한 등지느러미가 모래를 가르며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 세 개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접근 중이다.


“제 뒤로 물러나십시오!”


케마가 양쪽 허리에 달린 모래 주머니에서 모래를 한움큼 잡아 공중에 뿌렸다.


그러자 거대한 모래 거미 두 마리가 나타나 섬뜩한 소리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


지느러미를 등에 달고 있는 공룡들도 마침내 모래를 뚫고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


엄청난 크기.


거의 베헤모스와 맞먹는다.


아니 그보다는 살짝 작을까?

그러니까 대략 15미터 정도?

하지만 모래를 가르고 온 속도를 보면 베헤모스보다는 훨씬 빠르다.

즉, 그만큼 더 위협적이라는 뜻이다.


나도 쌍창에 마나를 잔뜩 불어 넣으며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등장할 때부터 태산을 무너뜨릴 기세의 포효를 질러대던 녀석들의 소리가 어느 순간 돼지 멱따는 소리가 되더니, 지금은 어느새 똥마려운 강아지 소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저것들...단체로 급똥이 마려운 건가?”


케마가 만들어낸 모래 거미들이 제법 무섭게 생기기는 했지만 고작 2미터 크기다.


등장한 공룡들의 덩치를 생각하면 거의 새끼 고양이가 이빨을 들어내는 수준일 텐데...설마 그걸 보고 겁을 먹은 것은 아니지 싶다.


“내가 너무 예뻐서 잡아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아닐까?”


미사고가 너무 진지하게 말을 하는 통에 내 턱이 얼어 붙은 것 같다.

엄청난 위력이다.

이 뜨거운 모래 사막에서 턱이 얼어 붙을 정도라니...


“좀 닥치시오!”

“부정타!”

“시끄러! 이 멍청한 말미잘 같은 놈들아!”


아무튼 우리는 케마가 가르키는 지느러미 공룡들의 서식처로 향했다.


모래 능선 하나를 넘어가니 그곳에는 분화구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동굴 입구로 보이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그 동굴을 따라 제법 걸었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인 걸 보니 지하로 향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보나마나 또 지하 공동이겠지?”


미사고의 말에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짐작도 바로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 동굴의 터널 끝에는 정말 거대한 지하 공동이 있었고, 그곳에는 6마리의 모래 지느러미 공룡들이 모여 있었다.


“저기!”


미사고가 가르키는 곳에는 여러 개의 거대한 알들이 보였다.


“이것들은 여기에 아예 새 살림을 차렸네.”


나는 주위를 대충 훑어보며 이 공룡들을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있는지 탐색했다.


하지만 그런 낌새는 없어 보였다.


아무튼 좀 더 조사가 필요했다.


그런데 케마가 계속해서 뭉쳐 다니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왜?”

“저놈들이 우리 전체를 꺼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중의 누구 한 명을 꺼려 하는 것인지는 현재로써는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우리 전체가 아닌 딱 한 명만 꺼려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흩어졌을 때 다른 일행들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바짝 뭉쳐 다니며 그곳을 샅샅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별 어려움은 없었다.


공룡 녀석들은 계속해서 작게 으르렁거리기는 했어도 우리가 움직이는 반대편으로 계속 뒷걸음질 쳤으니까.


게다가 그곳은 지하여서 그런지 온도가 지상보다 낮았는데, 참고 견딜만한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한참을 둘러봐도 뭔가 눈에 띄는 건 없었다.


벽을 샅샅이 훑어 봤지만 차원문의 흔적 따위는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미세한 마나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놈들을 조종하는 플레이어의 흔적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뭐지? 이놈들 혹시 다른 장소를 통해서 레전디아로 건너 온 다음에 여기로 이동해서 살림을 차린 걸까?”


미사고가 합리적인 의심을 말했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서 그걸 파악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린 그냥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시 무라즈 마을로 돌아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후.......”


나는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식히자는 생각에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이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케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안절부절한 모습이 보였다.


내 한숨을 아무런 소득 없이 뜨거운 사막을 오고가며 땀을 뺀 것에 짜증이 나서 한 행동이라고 해석한 걸까?


나는 갑자기 두운엽이 한 말이 떠올랐다.


- 힘의 격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오.


케마가 따르는 것은 내가 지닌 폴라리스의 힘.

그 힘에 따라오는 격.

그리고 그 격에 맞는 책임.


왠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어슴푸레 알 것 같기도 하다.


“케마.”

“네! 윈스터님. 죄송합니다! 제가 모래 지느러미들이 어떤 장소를 거쳤는지 반드시—”

“됐고. 앉아라.”

“네?!”

“뙤약볕에 서있지 말고 여기 그늘로 와서 앉아서 쉬라고.”

“아! 전. 괜찮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옥신각신 하는 것이 이상했는지, 게놈이 갑자기 일어나 다가오더니 ‘성! 게!’ 라고 외치며 케마의 손목을 끌고가 그늘에 앉혀 버렸다.


그리고 땀을 식히며 게놈이 꼼쳐온 간식을 나눠 먹고 있는데,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등장했다.


메자이들 중의 하나인 헤제트였다.


“여기 있었군.”

“응. 잘도 찾아왔네?”

“귀찮긴 했지만. 그럭저럭.”

“부탁한 건 찾았냐?”

“그렇다.”


이 자식은 말이 무척 짧다.


하지만 날도 더운데 빨리 소통이 되서 편한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 가자고.”


우리는 헤제트를 따라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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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판도어 성 방어전 (1) 23.12.26 80 2 12쪽
85 고대 신 세베크 (2) 23.12.26 72 2 13쪽
84 고대 신 세베크 (1) 23.12.25 82 2 12쪽
» 모래 지느러미 23.12.25 81 2 13쪽
82 흑사교 대장과의 만남 (2) 23.12.24 76 2 14쪽
81 흑사교 대장과의 만남 (1) 23.12.23 78 2 13쪽
80 이온드라 (2) 23.12.22 71 2 12쪽
79 이온드라 (1) 23.12.21 79 2 12쪽
78 프라리아 왕궁 (3) 23.12.21 81 2 12쪽
77 프라리아 왕궁 (2) 23.12.20 79 2 12쪽
76 프라리아 왕궁 (1) 23.12.20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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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마주친 진실 (2) 23.12.18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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