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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그리고 나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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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0.17 11:06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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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1
추천수 :
245
글자수 :
547,302

작성
23.12.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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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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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마주친 진실 (2)

DUMMY

“윈스턴. 내가 그때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다시는 우리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몇 개의 퍼즐 조각들이 뭉쳐지며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케멧 대륙 영사관 근처에서 당할 때 녀석이 분명 그렇게 말했다.


- 네놈이 플레이어는 아니기에 이번 한 번은 살려주마.


그리고 녀석에게 당한 후, 강해지기 위해 마나 연공을 하던 나에게 로란더스는 내 몸속에 자신의 마나를 투입해 도움을 주었다.


로란더스가 하도 힘없는 영감 연기를 잘해서 그런가,


나는 사실 그때 그가 나에게 해준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내가 그동안 왜 너를 도와주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냐?

“대충 짐작은 가지만, 영감탱이. 네 입으로 직접 들어보지.”

“너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을 싫어했지. 그렇기에 우리 흑사교가 뜻을 펼치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도 분명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아직도 그 소리군. 클클.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실제로 네가 그런 존재라고 할지언정 네놈이 플레이어들이 살고 있는 인간계라는 곳에서 오지도 않았고, 무림이라는 곳에서 오지도 않았다면 된 거다.

우리 레전디아 세상의 정복을 노리는 존재들은 바로 그 두 곳에서 몰려오는 존재들이니까. 말해 봐라. 윈스턴. 너는 이 레전디아 세상을 정복하는 게 목적인가? 내가 알기론 너는 그딴 거에 관심이 전혀 없는 놈이다. 그렇기에 너는 우리 흑사교의 적이 아닌 것이고.”

“내 목적은 물론 이 거지 같은 세상을 벗어나 내가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다. 하지만 말야...지금부터 흑사교의 크나큰 걸림돌이 되는 꼬장을 한 번 부려 볼까 하는데. 어때? 괜찮겠어?”

“그러느냐? 후후후. 그럼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자꾸나.”


구우우웅!


로란더스의 검에 다시 파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일렁이며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음껏 즐기도록.”


나도 더블 에이스 쌍창에 오러를 크게 일으키며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우리 둘은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우리 둘이 일대 일 대결을 시작하자 흑사교의 부하들이 우리 주위에 크게 원을 그리며 벽을 만들었다.


나의 뒤를 지키고 있던 게놈과 후타딘도 얼떨결에 그 벽 안에 갇히게 되었지만, 의외로 흑사교 놈들이 이쪽으로 오려는 플레이어 놈들을 대신 상대해 주자 특별히 할 일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들은 무기를 살짝 내리고는 나와 로란더스의 대결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이건.....’


로란더스의 검술이 눈에 띄였다.


내 창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지 않고 흘려내는 수법.

검로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세련된 기술.

검을 휘두르는 상체만 사용하지 않고 하체와 허리를 충분히 이용하는 중심 이동 방식.


무림에서 온 이들이 사용하는 검술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럼 이 영감탱이 몸속에도 무림에서 온 존재가 빙의되어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무척이나 낮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로란더스의 검술은 무림의 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기는 하지만, 왠지 그 깊이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보였다.


즉, 형을 배워 흉내는 내고 있지만, 거기에 담긴 깊은 오의를 전부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마치 검을 들었을 때의 내가 혈룡단의 검술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예전에 여신의 양피지를 얻은 후, 로란더스를 스캔해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고작 레벨 80이었던 그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스탯 수치, 스킬, 공격력, 방어력 등등.


그때는 로란더스가 강자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림에서 온 이들은 뭔가 항상 다르다는 점을 이내 떠올렸다.


그들은 여신의 양피지로 스캔을 해도 고작 이름과 레벨 밖에 볼 수 없다.


이건 내가 혈룡단의 부하들을 밀실에서 꺼내면서 확인한 결과다.

렙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자신의 레벨을 감추거나 속이는 방식을 여태 여러 번 봐오기는 했지만 그럴 경우, 아예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경우였지, 이름과 레벨만 보여주고 다른 수치들을 감추는 방식은 본 적이 없다.


‘그럼....무림에서 온 이에게 무공을 배웠다?’


이게 나의 생각이 도착한 지점에서 만들어진 결론이었다.


카가가가각!

퍼어엉!


“큭!........”


로란더스는 내 창에 깃든 힘을 흘린다고 최대한 흘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나며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후....후.....”


거친 호흡을 빠르게 가다듬는 로란더스.


그의 이마에 잔뜩 새겨진 땀방울들이 그가 꽤나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왜? 생각만큼 잘 안되나?”

“네가 내 생각 이외로 강하다는 것은 인정해야겠구나. 윈스턴. 이렇게 되면 내가 너의 마나 연공을 도와준 것을 후회해야 하는 판이 되버렸구나. 클클클.”


나는 잠시 말없이 로란더스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원래는 죽이려고 했다.


죄없는 마을 주민들을 학살해 게놈과 후타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죄.

나를 농락한 죄.

그리고 나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죄.


더욱이 검은 가면을 쓴 녀석이나 가면을 벗은 로란더스 영감이나 둘 다 아직도 내 살생부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에게 도움 받은 것도 많았다.


“자. 이제 마지막 한 수로 결판을 지어보자꾸나.”


로란더스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빛이 되어 쏘아져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앙!


뿌연 흙먼지가 펄펄 날리는 와중에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것은 로란더스였다.


그의 배에는 내가 몸을 비틀면서 날린 ‘스타 아웃버스트’에 의해 커다란 구멍이 생겨 있었다.


척!


나의 창끝이 로란더스의 목에 가 닿았다.


“죽여라. 윈스턴...내 잘못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의 책임은...내가 져야겠지.”


그 말을 끝으로 로란더스는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며 양손을 편안하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허나 이내 창을 거둬들이고는 마법 주머니에서 남아 있는 슬립 포션을 전부 꺼내 로란더스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전부 쏟아부었다.


그리고 후타딘에게 로란더스를 업게 하고 포위망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쩔 셈인가?”


검은 가면 뒤에서 들려오는 낭랑하면서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목소리.


역시나 여신의 양피지에 보여지는 레벨이나 이름은 없다.


“.............?!”


하지만 나는 그의 검에 펼쳐진 오러 블레이드를 보고 제법 놀랬다.


거의 3미터 가까이나 되는 크기.


그리고 마치 레이저로 만들어 놓은 듯한 반듯한 형상.


저렇게 확연한 형상을 보이는 오러 블레이드를 쓰는 이를 본 적이 있던가?


그래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네가 바로 흑사교의 대장이군.”

“그렇네. 로란더스를 곱게 내려 놓으면, 자네들은 무사히 살아서 빠져 나갈 수 있네. 내 장담하지.”

“뭐냐? 지금 협박한 거냐? 아니면 걱정해 주는 거냐? 아무튼 네놈 말 듣지 않고도 우린 잘만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꺼져라.”

“주위를 다시 한 번 잘 둘러보고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네만.”


나도 안다.


주변에는 어느새 전부 검정색 옷을 입은 흑사교 놈들 뿐이었다.


처음에 플레이어들은 기습을 받았음에도 불고하고 대체적으로 잘 버텼다.


하지만 몇 개의 길드가 뭉쳐 있는 상태에서 흑사교의 현란한 기마 전술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져 갔다.


그때 최대 길드 마스터였던 다크팬더나, 또는 두번째로 많은 숫자를 데리고 왔던 블루아이언이 나서서 재빠르게 수습을 나섰더라면 계속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그들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러자 어느 순간 플레이어들도 눈치를 챘다.

상황은 점점 더 암울해져 가는데 자신들의 마스터가 자리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끝까지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등을 돌려 빠르게 전장을 빠져 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도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걸 믿었기에 플레이어들과 흑사교의 싸움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믿음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어둠을 찢으며 울려 퍼지는 포효 소리.


바로 렙터들의 대장 블루의 목소리였다.


“혈룡단은 단주님을 구하라!”


- 명!

- 가자아아아!

- 단주님을 위하여!

- 목숨으로 단주님을 지켜라!


삼백의 렙터들에 올라탄 삼백의 혈룡단이 전장에 등장했다.


그리고 선두에서 블루를 타고 달리는 혈룡대제 사도의 등 뒤에는 클라크가 같이 올라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와!’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등 뒤 쪽에서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하얀색 물결이 몰려오고 있었다.


흑사교가 등장하자 특수국의 제타팀의 아카시아와, 에타팀의 쿤이 비상 연락을 날렸고, 델타팀의 얀그리드가 센트랄레 평대원들 200명을 빠르게 소집해서 데리고 왔다.


흑사교 녀석들은 평균적으로 플레이어들보다는 강했지만 센트랄레 보다는 약했다.


게다가 렙터에 올라탄 혈룡단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용감하게 자리를 지키며 혈룡단의 돌진을 막아 볼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단주님 괜찮으십니까? 이제부터 이 사도와 혈룡단이 맡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도가 붉은색 로브를 펄럭이며 가장 먼저 내 옆으로 날아왔다.


“괜찮아. 시간 맞춰 잘왔네?”

“저 녀석이 큰일 났다고 하도 난리를 쳐서 빠르게 준비해서 왔습니다.”


사도의 손가락은 마침 포위망을 헤집고 들어온 블루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클라크가 있었다.


“미사고씨! 미사고씨!”


썩을 놈.


동료인 나의 안부는 묻지도 않고 바로 미사고만 찾다니.


전우애보다 사랑이 먼저다 이거지?


“훗!”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


그런데 저 흑사교 대장 놈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


아까 그 선명했던 오러 블레이드는 온데간데없이 전부 다 사라져 있었고, 검은 아예 아래로 축 쳐져 있었다.


아까는 그리 자신감 있어 보이더니 혈룡단과 센트랄레의 합공에 금새 겁을 먹은 건가?


“이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사도가 피빛 가득한 검강을 일으키며 앞으로 달려갔다.


흑사교의 부하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검을 내리고 있는 자신들의 대장을 보호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사도의 무공 수위가 워낙 높았기에 순식간에 열댓 명이 쓰러졌지만 녀석들은 오히려 죽을 각오로 자신들의 몸을 던지며 어떻게든 자신들의 대장을 끌고 도망쳤다.


‘음.....’


나는 부하들에게 옷자락을 잡혀 끌려가다시피 전장을 빠져나가는 흑사교의 대장이 사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지켜 보았다.


뭘까?

왜 저러는 걸까?

혹시....아는 사이인가?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은 채로 후타딘의 등에 업혀 있는 로란더스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저 영감탱이에게 물어 볼 질문들이 산더미다.


물론 일단 몇 대 쥐어박고 시작하자.


그게 또 우리 세계의 정석이지 않겠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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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이온드라 (1) 23.12.21 88 2 12쪽
78 프라리아 왕궁 (3) 23.12.21 90 2 12쪽
77 프라리아 왕궁 (2) 23.12.20 86 2 12쪽
76 프라리아 왕궁 (1) 23.12.20 87 2 12쪽
75 로란더스의 정체 23.12.19 86 2 12쪽
74 생각지 못한 전개 (2) 23.12.19 91 2 12쪽
73 생각지 못한 전개 (1) 23.12.18 88 2 12쪽
» 마주친 진실 (2) 23.12.18 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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