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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71,888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2.03.03 20:00
조회
212
추천
8
글자
18쪽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2)

DUMMY

“빨리 좀 가요.”


리츠코는 다시 한 번 용기의 등을 밀며 밍기적거리는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그게...주무시고 계시지 않을까?”


“시끄러워요.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


리츠코의 외침에 용기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리츠코는 계속 용기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신’ 이라는 존재를 인터뷰 할 그 역사적인 기회를.


하지만 아그로나와 판디르 그리고 백룡족이 등장한 이후로 변경된 작전 때문에 용기가 정신없이 바빠서 인터뷰의 다리를 놓아 달라는 부탁을 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직접 아그로나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안면이 전혀 없는 관계이고, 명색이 신이라는 존재인데, 자신이 갑자기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녀의 분노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 계속해서 용기가 시간이 나는 틈을 기다렸다가 밤이 늦은 시간에 그를 간신히 낚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용기의 등을 떠밀며 아그로나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들어오너라.”


용기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아그로나는 밤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리츠코를 흔쾌히 받아주었다.


용기가 이 자리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유는 리츠코가 무슨 질문을 할지 뻔하기 때문이었다. 보나마나 그녀는 신에 대한 모든 사소한 것들이 알고 싶으리라.


‘신도 똥을 싸는지?’ '신도 코딱지를 파는지?' ‘신도 낮잠을 자는지?’ ‘신은 시간이 남을 때 무엇을 하는지?’ 등등 사소한 일생 생활에 대해 꼬치꼬치 물을 텐데, 자존심 강한 아그로나가 과연 그런 질문들을 듣고 화를 내지 않을까 하는 게 그의 걱정이었다.


사실 용기도 그러한 것들이 궁금하기는 했다.


인간 세상에 퍼져 있는 신화나 종교속에 나오는 신들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성취한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일뿐, 그들이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범죄 행위가 아닌 이상 일반 인간들의 사생활도 보호가 되는 마당에, 굳이 신들의 사생활에 대해 심도 있게 알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물론 리츠코는 용기의 입장이나 걱정 따위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소개를 마치자마자 자신이 하고 싶은 질문들을 아그로나에게 쏟아 내었다.


“기자라는 게 무엇을 하는 직업이더냐?”


다행이 아그로나는 불쾌하다 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용기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군. 신계에서 행정부가 발행하는 '관보' 라는 것을 만드는 직원과 비슷한 업무이군.”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톡톡톡 치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리츠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하자꾸나. 내가 너에게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주도록 하마. 그러면 되지 않겠느냐?”


"......"


리츠코는 아그로나가 자신이 물은 질문들에는 답을 하지는 않고 딴소리를 하자 두 눈만 깜박이며 용기와 눈빛을 주고 받다가 고개를 엉거주춤 끄덕였다. 그러자 아그로나는 자신이 호명한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오라고 용기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호명되어 아그로나의 방으로 오게 된 이들은, 프랭크, 라울, 마리앤, 레이먼, 그리고 은경이었는데, 마리앤과 레이먼은 비번이어서 잠옷 차림으로 갈아 입었다가 그대로 급하게 뛰어왔다. 심지어 마리앤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책을 읽다가 급하게 왔는지, 아직도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들이 왜 이 시간에 이곳으로 불려 오게 되었는지를 파악할려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


“자. 이제 열심히 받아 적거라.”


아그로나는 리츠코에게 말하고는 호명되어 불러온 사람들이 앞에 섰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희한하게도 여기에는 신의 기운을 지닌 인간들이 제법 모여 있더구나.

먼저 프랭크는 내 짐작이 맞다면 아마도 신계 1세대에서 ‘정의의 신’으로 칭송 받으시던 ‘엔카르트’ 님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나는 신계의 기준으로 3세대에 태어난 신이라 직접 엔카르트 님을 뵐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만, 엔카르트님께서 남기신 무기를 신계 보물 창고에서 만져 볼 기회는 있었다. 그리고 프랭크에게 아주 미약하게나마 똑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용기. 너와 사천왕은 프랭크의 기운으로부터 뭔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느냐?”


용기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프랭크가 남보다 무공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의 몸속에 신의 기운이 미약하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라울도 신의 기운을 몸속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기운이라 정확히 어떤 신의 기운인지는 나도 확실하게 말해 줄 수는 없다.

굳이 짐작을 해보자면 내가 어렸을 때 한 번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 ‘복수와 분노의 신’ 이라고 불리셨던 ‘수페이’ 님의 기운과 흡사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페이 신께서는 오래전 신계와 요계와의 1차 전쟁에서 희생 되셨기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러자 용기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그로나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그건 라울의 광전사 모드와 ‘복수와 분노의 신’ 이라는 연관성을 상상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울이 쓰는 ‘쉬르바’ 쌍도끼는 그걸 장난삼아 휘두르는 다른 사람들을 광전사로 변하게 만들지 않고, 오직 라울만 그렇게 만들었기에, 사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라울 본인에게 뭔가 특이한 사항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마리앤. 너의 기운은 나도 잘 아는 기운이다. 그 기운의 주인공이 워낙 악명을 떨쳐 당시에 유명하기도 했지.”


“악...명이요? 누구신데요?”


마리앤이 놀람과 걱정이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메두사 라고 한다. 들어 봤느냐?”


“메두사?!!”


모두가 한 입으로 그 이름을 외쳤다.


“오! 너희 모두가 알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아니 잠깐만요.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는 눈빛만으로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엄청나게 사악한 괴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악한 기운이 마리앤 한테 들어 있다고요?”


용기가 당황하며 물었다.


“그녀가 몹쓸 짓을 많이 하여 신계에서도 골치 덩어리였던 것은 사실이고, 상대를 돌로 만드는 능력이 있던 것도 사실이나, 그게 전부는 아니니라.

그녀는 돌로 만들어 버린 상대를 원래 대로 되돌려 놓는, 해제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앤은 그 해제 능력을 지닌 메두사의 왼쪽 눈의 기운만 지니고 있다.”


아그로나는 마리앤에게 자신의 왼쪽 눈이 언제부터 그렇게 반짝이기 시작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마리앤은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겪었던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리앤은 꽤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6살이 되던 해에는 가족 모두가 그리스로 해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여행 중에 하루는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요트를 빌려 근처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하더니 태풍이 몰려왔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응이 쉽지 않았던 마리앤의 가족들은 끝내 요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그 사고로 마리앤은 양 부모님과 언니를 모두 잃고 말았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마리앤은 육체적 정신적 충격으로 석 달 가량을 병원에 입원 해야만 했었고, 퇴원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할머니 집에서 자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왼쪽 눈이 다른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왼쪽 눈은 유난히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자석처럼 자신에게 끌려 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자신의 왼쪽 눈빛에 매혹되어 끌려와 고백한 남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이상하게 사람들이 본성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한 번만 봐도 상대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마리앤은 눈을 보고 있으면 왠지 영혼이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군.’


용기는 마리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잘려진 메두사의 목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사실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진 이야기는 메두사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르키스 님께서 딸의 목을 거두어서 바다 깊숙한 어딘가에 보관하셨다는 설인데, 그것이 맞았던 모양이구나.

아마도 너는 바다에 빠졌을 때, 잘려진 메두사의 목을 만나는 천운이 있었고, 그녀의 두 개의 눈 중에서도 하필이면 선한 용도로 쓰이는 눈의 기운만 얻게 되는 기연을 경험한 것 같구나.

목숨까지 구했으니 천운을 한꺼번에 세 개나 얻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도. 아무튼 내가 알기론 상대의 본성을 파악하는 능력만이 아닐 텐데? 정녕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느냐?”


사람들은 이게 또 뭔소리인가 하고 마리앤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아...그게 사실은요. 요새 들어 다른 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었는데...아무튼...상대가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있던간에 실제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기쁨, 슬픔, 분노, 심지어 욕정까지도...”


“아마도 무공 수련을 거듭하면서 기의 흐름을 느끼고 너의 기운이 천천히 성장하다 보니 메두사의 눈의 기운도 같이 점점 성장하여 원래 기능을 되찾는 과정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그 눈은 너에게 상대방의 생각을 읽게 만드는 능력까지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게 메두사가 지니고 있던 왼쪽 눈의 가장 큰 능력이었니.”


".....!!"


이제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였다.


마리앤이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음흉하게 감추고 있는 욕정까지 알아 볼 수 있다고? 그리고 나중에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아무튼 메두사의 양쪽 눈이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놀랍네. 확실히 세상에 알려진 신화들은 어느 정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나 100% 정확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드물다는 것을 또다시 증명하는 셈인가?’


용기는 붉은 산에서 연화가 동양의 책에 나오는 용은 다르게 생겼다는 설명을 하자, 우르드가 베르단디에게 비행 시범을 시켜 보였던 장면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다.


그때도 빠르게 비행하는 용의 모습만 우연찮게 본 고대 시대의 한 동양인이 그려 놓은 용의 모습을 바탕으로 동양 문화에 나오는 용의 형상이 확정되어 세대를 거쳐 내려오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그리고 레이먼은—”


“제가 지닌 힘의 정체는 제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레이먼이 아그로나의 말을 끊으며 먼저 답했다.


“오 그러느냐? 나는 사실 잘 몰랐으니 다행이구나. 아마도 나보다 앞선 세대의 신들 중에서 바다의 기운과 밀접한 분의 기운이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었느니라. 이번에 용기로부터 난타 용왕님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 그분께서 너에게 기운을 나누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만.”


“저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단장님께서 용왕님으로부터 한쪽 눈을 얻게 되시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살을 할려고 바다에 뛰어 들었을 때 저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 사실은 용왕 님의 휘하에 권속으로 계시는 ‘마나사’ 라는 분이시고 그때 그분의 기운이 저의 몸속에 어느 정도 들어와 제가 물고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요.”


사실 다른 사람들도 용기가 눈을 새로 얻는 과정을 통해 레이먼이 숨기고 있던 능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능력의 배경에 그가 자살을 할려고 했던 속사정이 있다거나, 마나사 라는 용왕의 권속이 얽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용기, 프랭크, 다문천왕, 그리고 퀸턴 정도만 알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몰랐던 나머지 사람들은 놀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차례가 된 은경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밤늦게 호명되어 불려온 사람들 전부가 사실은 몸속에 신비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 그녀는 도무지 자신의 몸속에 뭐가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도? 난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는데, 나도 어떤 신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은경 너는...”


아그로나는 살짝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두 눈은 눈물 방울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나 촉촉해져 있었다.


“나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기운이 흐르고 있느니라. 사실 나도 무척 놀랐다. 그분의 기운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다니.”


그리고 아그로나는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실 신계의 외곽 구석진 곳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부족은 신계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명성 따위는 전혀 없는 부족이었고,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전사 출신을 배출한 적도 없는 부족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어릴적부터 무예에 재능이 있었고 본인도 그걸 수련하는 것을 즐겼다.


하루는 자신이 매일 수련하는 숲속에 ‘검무신장 오천’ 이라는 덩치 큰 신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검술 훈련을 지켜보더니 껄껄 웃으면서 자신과 대련을 해보자고 말했다.


안 그래도 대련 상대에 목이 말라 있던 아그로나는 흔쾌히 응했고, 바로 맞붙었지만 그녀는 단 한방에 나가 떨어져 뒹굴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오천은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숲으로 와서 아그로나의 무공 수련을 봐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특별한 인연은 느닷없이 찾아온 위험에 의해 끊어지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요계가 감행한 신계로의 1차 침공이었다.


그때 처음 열렸던 차원문은 하필이면 아그로나가 살고 있던 마을 근처에 열렸다. 위험을 감지한 오천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자신을 따라오지 말라고 말하고는 곧장 차원문이 열린 곳으로 달려갔다.


차원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요괴들을 상대로 오천은 용감히 싸웠다. 당시 아그로나가 살던 마을에는 아그로나 이외에는 무예을 연마하는 신들이 없었고 그들은 전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빴기에, 오천은 혼자 그 수많은 요괴들을 상대하며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킬 시간과, 당시 신계 군대였던 용족들이 도착할 시간을 벌었다.


얼마 후, 니드호그가 이끄는 용족들의 전사들이 대형을 갖추고 도착했지만, 혼자서 수천의 요괴를 쓰러뜨리면서 큰 상처를 여기저기 입고 지칠대로 지쳐버린 오천은 결국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에 아직 어렸던 나는, 오천 님을 도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숨어서 벌벌 떨기만 하였지. 물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고 지금도 매우 후회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움을 견디어 내자,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욱 무예 수련에 정진할 수 있는 마음속에 칼이 생기기도 하였다.”


아그로나의 말에 용기는 내심 놀랬다. ‘신이라는 존재도 후회를 한단 말인가?’


“이것을 너에게 주마.”


아그로나는 자신의 손목에 있던 팔찌를 빼어 은경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팔찌는 전체적으로 황금색으로 띄고 있었고, 중앙에 루비처럼 보이는 붉은 색의 작은 수정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 팔찌의 원래 명칭은 나도 모른다. 오천님께서 워낙 급하게 달려가시느라 나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없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구나. 하지만 나는 그 팔찌에게 오천님의 ‘호’를 따라 ‘검무신장’ 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자. 이제 그 팔찌에 기를 불어 넣어 보거라.”


은경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검무신장 팔찌에 기를 불어 넣었다.


우우우우웅

촤라라라라락


그러자 갑자기 팔찌의 수정에서 붉은색의 기운이 주위에 환하게 퍼지더니 순식간에 은경의 전신과 머리를 감싸는 붉은 갑옷을 만들어 내었다. 마치 다문천왕의 북천성 창이 만들어 내는 전신 갑옷과 비슷한 형태였다. 차이점이라면 갑옷의 색깔과 다문천왕의 투구 정수리에 달린 기다란 채찍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갑옷이 내가 요계에서 일주일 가량을 버티게 해주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에 하나였다. 너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


“제가...이런 소중한 물건을 받아도...될지 모르겠습니다.”


은경은 갑작스런 엄청난 선물에 말을 살짝 더듬으며 말했다.


“받거라. 원래 주인의 후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아직도 당황스러워하는 은경에게 말을 마치고 돌아선 아그로나는 리츠코에게 다 받아 적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리츠코는 그제서야 멍해 있던 표정을 풀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모두가 아그로나 방에서 나와 해산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용기는 침대에 벌렁 누워 눈을 감은 채로 방금 있었던 믿기지 않은 이야기를 곱씹었다.


‘희한한 일이군.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니...잠깐만! 혹시 로레나도?!’


용기는 갑자기 번뜩 스치는 생각에 눈을 떴다.


프랭크의 무공 실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는 점이 한 신의 기운이 몸속에 담겨 있다는 증거였다면, 그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던 무공 천재 로레나도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용기는 사명대사 유정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용기 님의 눈에 빛이 하나 둘씩 보여지게 될 터이고 그리고 궁극에는 여러 빛들이 모여 용기 님의 길을 인도해 주게 될 겁니다.'


그는 어렴풋이나마 이제 그 말뜻을 알 것 같았다.


작가의말

오...서은경의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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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전설의 끝은 또 다른 전설을 낳는다 (2) 22.03.24 207 9 14쪽
203 전설의 끝은 또 다른 전설을 낳는다 (1) 22.03.23 203 9 17쪽
202 요계 정예 부대와의 대결 (2) 22.03.22 193 9 13쪽
201 요계 정예 부대와의 대결 (1) 22.03.21 194 9 16쪽
200 누군가를 위해서 (2) +2 22.03.20 209 8 15쪽
199 누군가를 위해서 (1) 22.03.19 207 9 14쪽
198 이젠 우리 차례다 (4) 22.03.18 218 9 16쪽
197 이젠 우리 차례다 (3) 22.03.17 201 9 15쪽
196 이젠 우리 차례다 (2) 22.03.16 199 9 13쪽
195 이젠 우리 차례다 (1) 22.03.15 214 9 17쪽
194 고대의 예언과 전쟁의 향방 22.03.14 219 9 12쪽
193 전장을 가르는 대결 (2) 22.03.13 206 9 11쪽
192 전장을 가르는 대결 (1) 22.03.12 202 9 11쪽
191 신계의 역공 - 개전 (3) 22.03.11 212 9 11쪽
190 신계의 역공 - 개전 (2) 22.03.10 206 9 16쪽
189 신계의 역공 - 개전 (1) 22.03.09 204 9 11쪽
188 다시 신계에서 (4) 22.03.08 197 9 11쪽
187 다시 신계에서 (3) 22.03.07 205 9 17쪽
186 다시 신계에서 (2) 22.03.06 205 9 14쪽
185 다시 신계에서 (1) 22.03.05 212 8 15쪽
184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3) 22.03.04 216 8 13쪽
»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2) 22.03.03 213 8 18쪽
182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1) 22.03.02 215 9 12쪽
181 마침내 (3) 22.03.01 209 9 12쪽
180 마침내 (2) 22.02.28 208 9 13쪽
179 마침내 (1) 22.02.27 213 9 13쪽
178 눈이 내리는 와중에 (2) 22.02.26 218 8 15쪽
177 눈이 내리는 와중에 (1) 22.02.25 213 8 12쪽
176 작전명: 빨간 두건 (2) 22.02.24 220 8 13쪽
175 작전명: 빨간 두건 (1) 22.02.23 218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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