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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이 님의 서재입니다.

총열개조 원딜 독립투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규동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3
최근연재일 :
2023.06.12 18:4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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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20
추천수 :
777
글자수 :
182,787

작성
23.05.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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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2화 최초의 대한제국 총포기술자 - 3 M1913 브라우닝

DUMMY

"또 지긋지긋한 아버지가 보낸 사람인가 보네요. 아버지와 무슨 계약이라도 하셨나봐요?"


여자는 자주 있는 일인 듯 까칠하게 반응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할 줄 알았더니만.


난 일단 발끈했던 일을 수습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거 초면에 실례했습니다. 저는 병오 리 라고 합니다."


나는 손을 슥 내밀었다.

하지만 여자는 내 손을 툭 치며 악수를 거절했다. 갈 길을 잃은 손이 참 무안하다.


"전 에밀리 브라우닝이라고 해요. 아버지와 무슨 얘기가 오갔든 간에, 다 소용없는 짓이란 것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네요."


"잘 알아들었습니다. 저도 존 브라우닝씨와 일하고 싶어서 부탁을 받긴 했다마는. 괜히 남 가정사에 끼어들고 싶진 않습니다."


"그럼 일 보세요. 저도 바빠서 이만."


"잠시만요!"


나는 자리를 피하려는 에밀리를 붙잡았다.


"아 왜 새끼야."


'어?'


점잖은 대화가 이어질 줄 알았더니만, 에밀리는 버럭 성을 냈다. 존 브라우닝 영감의 부탁. 생각보다 난이도가 말이 안되는데?


"잡았으면 말을 하세요. 무슨 남자가 이렇게 맥아리가 없어."


"아... 그것이 음... 어..."


말을 더듬는 병신같은 모습을 본 촉새는 배꼽을 잡는다.

나는 고개를 한 번 저어 정신을 차리고는 말을 이었다.


"대충 옆에 있는 친구에게 들어보니 멕시코 무기밀매관련해서 고민 중이시라구요? 제가 시원하게 해결해드릴테니, 해결되면 차라도 한 잔 합시다."


에밀리는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좀 입질이 오려나.


"흐음... 당신이 무슨 수로?"


나는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는 멕시코 신문을 슥 내밀었다.


"보시다시피 옆에 있는 녀석과 같이 멕시코에 다녀왔던 사람입니다. 한 번 믿어보시죠?"


"그래서 이 일이 해결되면 아버지 앞에 끌고 가시려구요?"


"굳이 숨길필요없이 그럴 생각이었는데, 다 큰 처자를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얘기나 한 번 해보잔 겁니다. 그거면 되요."


"좋아요, 내가 손해볼 것도 없고. 차는 그 쪽이 사시는 거겠죠?"


겨우 차 한잔 값까지 수지타산을 따지는 것 보니, 잘못 걸린게 맞긴 했다.


"아 물론이죠, 문제가 뭡니까?"


"멕시코 쪽에서 무기밀매 하는 와중에 조금씩 물건 빼돌리다가 일이 엎어져서요. 새 유통로를 찾긴했는데, 말이 안통하니 원. 혁명군인지 카르텔인지, 새로 다른 조직과 거래를 트겠다고 난리에요. 몽크는 다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긴 한데."


"아이고. 듣기만해도 제가 딱 적임자 같습니다? 갱단 두목 몽킨지 몽큰지랑도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아는 사이니까요. 내일 저녁이면 볼 시간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하세요. 저야 뭐, 일 어그러지면 입 싹 닦으면 그만이니."


이 여자. 완전 양아치다.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밀리가 감당이 될련지 걱정이 앞섰다. 이거 구두로만 하면 안될 듯 싶다.


"야 촉새야, 종이랑 펜 하나만 주라."


촉새는 귀찮은 듯 했지만 금새 종이와 펜을 가져다 줬다.

나는 종이에 오늘 대화안에 거래사항을 슥 적어 내 밀었다.


"혹시 모르니까, 사인 좀 해주시죠?"


"의심도 많으시네."


에밀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사인을 했다.


"됐죠?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네, 좀 읽어나 보시지는."


에밀리는 금새 멀어졌다. 이내 촉새도 그 뒤를 따른다.


"일 처리야 하겠지만, 계약서는 항상 확인을 잘하셔야지..."


나도 내일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 * *


다음 날, 출근을 하자마자 다니엘이 머리를 휘날리며 나에게 뛰어왔다.


"아니 병오씨! 존 브라우닝씨가 M1893 개량에 함께 해준다고 지금 회사에 와 계십니다. 어떻게 하신거에요!"


다니엘의 목소리는 한껏 고양되 있었다.


"아니 웬지 좋은 꿈을 꾸더니만. 병오씨 당신은 곧 미국인이 될겁니다. 내가 명예를 걸고 보증하죠, 그리고 이거 병오씨에게 편지가 하나 왔어요."


"브라우닝씨와 얘기를 하다보니, 뜻이 좀 맞아서요."


다니엘은 편지를 하나 나에게 내주고는 금새 사라졌다. 저 양반, 은근 팔불출이라니까.


"나한테 편지를 할 사람이 있었나? 내가 이 회사로 취직할거란 걸 알만한 사람이..."


편지를 보낸 이에 필립제이스라고 쓰여있다. 내가 그에게 남겨놓고 왔던 편지를 읽고 보낸 듯 하다.


"반가운 이름이네. 집에가서 천천히 읽어봐야지."


나는 편지를 잘 챙겨놓고 소총개량 연구에 몰두했다. 이내 공장으로 찾아온 존 브라우닝에게 가스압 기관제어 원리를 정리한 서면을 내주었다.


그는 가만히 떠들어보더니 감탄했다.


"아니 이건! 조금 두루뭉술한 부분도 있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가 있지? 자네가 내게 했던 말이 다 거짓이 아니었구먼!"


"저는 헛소리는 안합니다. 다른 일도 잘 처리할테니, 믿어주십쇼."


존 브라우닝이 개량연구에 참여하자, 일의 진척도가 확연하게 빨라졌다. 이론을 그대로 구현하는 능력은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대로라면, 32연발 괴물 소총의 탄생은 초읽기겠지 싶다.


저녁이 찾아오고 이스트맨 갱단과 접선할 시간이 다와갔다. 서둘러 그들의 아지트를 향했다.


이스트맨 갱단의 아지트에 들어서자, 몽크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봤다.


"이봐, 분명히 내가 약속 어기는 놈 싫어한다고 말했을텐데."


"사정이 있었으니까, 좀 참작이란걸 해줘봐라. 결국 거래조건은 다 맞췄잖아."


"네 놈 편할대로 할거면 거래가 아니지. 전해들었겠지? 이자를 좀 쳐줘야겠어."


"덩치에 않 맞게 쪼잔하기는. 이자란게 뭔데?"


"뭐겠어? 무기를 더 뱉어내던가. 돈을 뱉어내던가. 우리 갱단세력이 커질만한 뭔가를 가져와."


나는 놈의 얘기에 알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어, 너희 갱단에서 무기밀매관련해서 멕시코쪽이랑 얘기가 잘 안되는 것 같은데 그거 해결해주면 좀 이자가 되지 않겠어?"


"그건 또 어디서 주어들었어? 그래, 그 정도면 이자감면은 해줄 수 있겠는데."


"그럼 자세히 좀 얘기해봐."


"중간에 무기 뿐 아니라 어린 여자까지 대주면서 거래를 트려는 동양인 원숭이들이 끼어들어서 말이야. 네 놈이 처리해준다면야."


나는 몽크의 얘기가 의아했다. 동양인 이라니.


"동양인? 코쟁이말고?"


"그래, 일본이란 나라에서 건너 온 놈들이라는데. 어디서 그렇게 어린여자들을 구해오는지 구질구질한 새끼들.너도 일본 사람이냐?"


"무슨 좆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난 대한제국 사람이다. 잘 됏네. 놈들 전부 머리통을 으깨줄테니 일주일 정도만 시간 줘. 너희 갱단임을 증명하는 증표라도 하나 줘. 네 놈을 화나게하면 어떻게되는건지 확실하게 남겨놓고 올테니."


"크흐흐. 대한제국? 처음들어보는데. 아무튼 맘에 드는 소리를 하는구만. 좋아, 놈들이 운영하는 술집의 위치. 그리고 우리 갱단을 상징하는 브로치를 하나 주지."


난 몽크가 넘겨준걸 받아들고, 그대로 놈들의 아지트를 나왔다.


그리고는 왜놈들의 만행에 대해서 복기하기 시작했다.


1911년도부터 1927년까지 일본인의 조선 이민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했고, 걔중에는 질 나쁜 일본인들이 대다수 였다.

관리를 떠나서 야쿠자, 범죄자들까지.


왜놈들은 정부인사 뿐 아니라 이런 범죄자들까지 식민지 건설에 앞장 섰다.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절도, 사기, 약탈, 횡령, 강도, 살인, 방화, 상해치사, 통화위조, 인신매매 등등. 나열된 순으로 아무렇지않게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다.


"남의 땅에서 다양하게도 지랄병인 새끼들."


그 중 동작구 근처에서 처녀들을 상대로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명목하에 처녀들을 납치했다.

순진한 조국의 여자들을 유혹한 여비 또한 30엔정도.


적은 돈은 아니었지마는, 따져보면 양복한 벌 값도 안되는 돈이다. 이런 돈으로 대한제국의 여자들을 여기저기 팔아 넘긴 것이다.


"후우."


나는 필립 제이스의 편지를 읽는 것도 잊은 채 분노로 치를 떨었다.


"차라리 잘됐어."


* * *


그렇게 일주일 뒤.

나는 출근전 달러를 좀 챙겼다. 그리고 리볼버를 챙겨 회사를 향했다.


콜트사 공장 문을 여는 건 항상 나였으나, 브라우닝이 개량연구에 참여한 이후로는 콜트사의 문을 열 필요가 없어졌다.


이 양반은 집에 갈 생각이 없다.

내가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브라우닝이 소리쳤다.


"이거야! 이거라고!"


나는 브라우닝에게 곧장 달려갔다. 그는 내가 뛰어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브라우닝은 몬드라곤 소총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난 브라우닝의 등을 톡톡 건드렸다.


"분위기 깨서 죄송하지마는, 완성시키신 겁니까?"


"아잇! 말을 말게나. 내가 누구야!"


존 브라우닝은 제 새끼를 다루듯 아주 조심스럽게 나에게 소총을 넘겼다.


"M1893 몬드라곤 소총의 개량형, 이름하야 M1913 브라우닝. 특허고 뭐고 내새끼 일세! M1903같은 녀석이랑은 격이 다른 괴물이지."

 

"그래도... 임자 있는 놈이니..."


"크흠흠. 한 번 시험해보시게나. 멕시코 놈들 아주 껌뻑 죽을걸세. 자네도 빨리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네."


"걱정 마십쇼. 제가 좀 시험운용 좀 해볼테니, 비밀로 좀 붙혀주십쇼. 그리고 이 리볼버를 잠깐 보관 좀 해주시겠습니까?"


브라우닝은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다니엘이 출근하기전에 M1913 브라우닝과 32연발 드럼탄창을 챙겼다. 이 총의 첫 시험운용은 사격장의 표적이 아닐 것이다.


난 퇴근길에 서둘러, 일본 야쿠자들이 있을 술집을 향했다.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 외진 곳에 떡하니 자리잡은 술집. 뭐하면서 노는 곳인지 광고를 해대는 꼴이었다.


"이랏샤이마세!"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


몸매가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어설프게 구두를 또각거리는 소녀들이 말없이 나를 맞았다. 어림잡아 보아도 17살이나 될까 싶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듯 고개만 연신 꾸벅거린다.


나는 조용히 입을 떼었다.


"난 대한제국 사람이니,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네?"


소녀는 몹시 당황스러워 했다.


"여기 지금 당신같은 대한제국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


소녀는 말이 없다. 좀 더 조심스럽게 말을 했어야하나, 마음이 앞서서 말이 튀어나왔다.


"구해줄테니, 날 믿으시고 말씀해주세요. 지금 이 가게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 같이 끌려왔던 친구들 중 대부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이 가게에 7명 정도 남아있습니다."


"7명. 알겠습니다. 장단만 좀 맞춰주세요."


"... 저희는 사람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놀다가 가세요."


소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기사, 뜬금없이 구해준다는 놈의 말을 어떻게 믿을까.

난 그대로 소녀를 앞에 앉혀놓고 술병을 집어 던졌다.


"아이 씨, 서비스 개판이네. 사장 나와!"


내가 소리치자, 벌건 얼굴을 한 일본원숭이들이 기어나왔다.


"이봐, 조용히 즐기다가 가.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뒈져."


뒈지긴. 씨발새끼가.

나는 조용히 15달러를 놈의 주머니에 꽂았다.


"나 오늘 제대로 미칠꺼니까. 있는대로 다불러와봐."


"네, 선생님."


놈은 엣된 소녀들을 내 앞으로 주르륵 세웠다.


"하핫, 골라서 놀아보시지요 선생님. 이거 몰라뵜습니다."


"아 새끼 이거 사람 알아보는 센스봐라."


나는 20달러를 또 꽂아줬다.


"야, 전부 데리고 놀꺼니까 달아놔. 그리고 좋은 술로 하나 가져와봐."


놈은 쪼르르 달려가더니 웬 작은 술 병을 하나 내줬다.


"이게 저희 일본에서 1910년에 나온 일본술입니다. 한 번 드셔보세요. 대일본제국이 철도시대를 맞아 '조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술이니 목넘김도 아주 부드럽습니다."


"그래? 한 서너병 줘봐. 야 얘들 심부름 시켜도 되지? 펜 좀 줘봐."


"아 당연합죠. 오늘은 선생님의 여자이자, 시종입니다요."


"그래."


이후 내 옆으로 쭉 앉아있는 소녀들을 쳐다봤다.

70달러 정도를 꺼냈다.


"야 너흰 시가 좀 사오고, 너흰 가서 내 취향에 맞게 옷 좀 사와. 오늘 제대로 놀아보게."


한 소녀를 제외하고는, 정말 잘못걸렸구나 싶은 표정이었다. 난 지폐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난 대한제국사람 이 병오 라고 합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돈을 들고 어디로든 가도 됩니다. 다만, 믿어보시겠다면 적혀있는 장소에서 기다리시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소녀들은 70달러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난 살살거리는 야쿠자를 불러냈다.


"야 원숭아. 일로와봐."


"빠가야로... 네, 무슨 일이십니까?"


다 알아먹는다. 새끼야.


"조화와 혁신은 개뿔. 맛이 영 좆같네."


-퍼억.


"엑."


난 그대로 술병으로 놈의 골통을 내리쳤다. 놈은 그대로 술집 바닥에 처박힌다.

가게 안에서 와장창 소란이 일자, 안에 있던 덩어리들이 웃통을 까고 기어나왔다. 대량 20명 남짓은 되보인다.


내 특임대 전투원칙. '숫적열세 일 때엔 무조건 자리를 피해라.' 이 말을 항상 지켜왔지만, 오늘은 예외다.


"취했으면 곱게 잠이나 자러 갈 것이지. 어디서 행패야? 얘들아, 술 좀 깨워드려라."


"병신 새끼들... 미국땅까지와서 한다는 짓이."

 

나는 잘 싸놨던 M1913 브라우닝을 꺼내들었다.

길게 뻗은 총신을 따라 총구는 그대로 놈들을 향했다.


-드르륵 철컥.


그대로 순식간에 탄알집 결합. 조정간을 연사로.


놈들은 총을 보더니 흠칫했으나 이내 비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몇 명인데 한 발 한 발 쏴서 어느세월에 잡으려고? 어이가 없네."


난 뭐라고 떠들어대든, 그대로 완벽하게 개머리판을 견착시켰다.


놈들이 달려들 틈도 없이 장전 손잡이를 내 몸 쪽으로 끌어 당긴다.


-철컥.


그대로 약실까지 탄환을 밀어올린다.


"... 꼭 지옥에나 떨어져라."


짐승새끼들이 남길말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방아쇠를 그대로 쭈욱 당겼다.


-투다다다다다다.


소총이 불을 뿜는다. 내가 반동을 잡을 틈도 없이 회전노리쇠가 계속해서 탄알을 밀어올린다.


-와장창.

-쿠다다다탕.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가게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탁자를 엎어 엄폐를 한들, 소총이 뿜어내는 화력 앞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덜컥덜컥.


순식간에 3탄창을 비워냈다.

술집은 피바다가 되었다. 나는 피칠갑을 한 채로 멍하니 섰다.


이내 술병을 맞고 엎어져 있던 놈을 깨웠다.


"야. 너 깨어있었던거 아니까 눈 떠. 벌집되기 싫으면."


"... 사... 사살려 주십쇼."


"차, 어이가 없네. 야, 난 이스트맨 갱단에서 나온 사람인데. 너희가 우리 장사 방해하는게 꼴 가짢아서 두목이 청소 좀 하라더군."


"같은 동양인인데, 한 번만 용서를. 무기거래건도 우리가 양보할테니."


놈은 같은 동양인이라는 동질감에 호소했다.


"같은 동양인? 너희가 팔아 치우는 여자들은 그럼. 백인 흑인이냐?"


"... 그 년들은 그냥."


난 놈의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헛소리는 각설하고, 잘 기억해둬. 신고를 하던 말던 네 놈이 알아서 하고. 이스트맨 갱단 심기를 또 건드리면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우린 멕시코랑 꼭 거래를 터야되니까."


난 다시 소총을 싸매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럼 간다."


-탕.

-털썩.


멕시코발 7mm마우저탄피가 술집 온 사방에 나뒹굴었다.

난 이스트맨 갱단의 브로치를 가게에 무심하게 툭 던졌다.


총의 반동을 잡느라 무리한 탓일까? 아니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라지만 대량 학살을 한 탓일까. 손이 덜덜 떨렸다.


"후. 아직도 물러터졌어."


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 일을 시발점으로 이스트맨 갱단은 내 손바닥안에서 놀아날 것이다. 내 용병단의 탄생을 위해서.


"이거면, 이거면 된거다.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서."


나는 내 허름한 창고로 발길을 돌렸다.


"쉬고싶다."


창고에 당도하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


문을 열자,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알게 되었다.

내가 내보냈던 소녀들이 날 믿어준 것. 의지할 곳도 없었을테니까.


"반갑습니다. 다시 한 번 소개드리지만 전 이 병오라고 합니다."


다들 대답은 없었지마는, 이걸로 되었다. 처음으로 대한제국에 도움이 된 기분이다.

이후 나는 필립제이스의 편지를 열어보았다.


-병오야. 네가 무슨 뜻으로 집을 나섰는지 이미 알고 있었단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려무나. 여기 주소를 남긴다. 그리고 만약 네 뜻이 변하지 않았다면, 헤이스팅스 소년병 학교에서 있을 항일집회에 초대장도 같이 동봉해 보낸다 날짜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나, 드디어 나도 영웅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집회엔 분명히 대한제국의 기업인 중 거의 유일하게 '위인'이라 칭할 수 있는 그 분을 직접 뵐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벅찬 숨을 내쉬었다.

이 전율이 온 몸을 울컥대게 만든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소녀들을 향해 얘기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대한제국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모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테니 며칠만 참으십쇼."


한껏 무게를 잡고 M1913 브라우닝의 병기컨디션을 확인했다.

총열이 휘었다. 브라우닝이 제 새끼 다루듯 한 총이 제 명줄을 놓은 듯 하다.


'엿 됐 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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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선택의기로, 암시장개척 23.06.10 31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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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HALO - 1 화포재벌 +4 23.05.28 941 23 12쪽
17 17화 비밀결사 - 결(結) +2 23.05.28 912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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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최초의 대한제국 총포기술자 - 2 개량 M1893 소총 +4 23.05.21 1,084 27 13쪽
10 10화 최초의 대한제국 총포기술자 - 1 개량 M1893 소총 +2 23.05.19 1,152 29 13쪽
9 9화 콜트(COLT)사 - 7 간이저격총 (수정) +4 23.05.17 1,140 33 12쪽
8 8화 콜트(COLT)사 - 6 멕시코 혁명 +1 23.05.16 1,142 27 12쪽
7 7화 콜트(COLT)사 - 5 멕시코 혁명 +1 23.05.15 1,226 31 12쪽
6 6화 콜트(COLT)사 - 4 역사왜곡 +5 23.05.14 1,292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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