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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공모전 참가]히어로즈 레퀴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TYE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0.06.16 14:32
최근연재일 :
2020.08.24 01:13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3,042
추천수 :
18
글자수 :
403,680

작성
20.08.12 16:47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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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권 (7)

DUMMY

7월 5일


일몰이 진행중일 때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레네가 있었다. 캔버스도 없는 것이 오로지 볼 일은 나에게 있었다는 증거였다.

위화감이 들어도 전혀 나에게는 위협이 될 게 있다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레네한테는 고해성사를 한 바가 있으며 어떤 이야기를 들었어도 내가 말한 이야기의 이상은 아닐 거라 굳건히 믿고 있었다.

그랬는데도 왔다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지만, 그다지 각오도 안 한 채로 듣기 시작했다.


"수배당하고 있는 거 아시나요."


알고 있다고 그대로 전했다.


"전에 들었으니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 맥락에서 뭔가 더 있다는 게 분명헀다. 단도직입적인 대답을 촉구했다.


"그런데, 위험한 병기라는 게 뭔가요?"


병기라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해봤자 살인 용의자로서 흉기나 무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건만 병기는 군에서 쓰는 특수한 살상 기구를 뜻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나와는 별개였을 듯했다.

그러나 블루드를 의식하자면 그것도 아니었다. 과연 고대에 쓰였을 법한 이 마법이 어디서 다시 부활했는지 떠오르자면 확실히 군이 제일 유력했다. 다재다능하기에 굳이 살인 무기로서만 기능하는 게 아니고 일상도 가능하다는 건 어지간해서 배워놓는다면 군이 잘 써먹을 법했다.

머스킷도 없는 시대니까. 원거리라고는 숙련도가 중요한 활이나 대포가 유이할 텐데 블루드는 명중률과 자원소모를 보좌해주는 병기로서 쓸모있긴 하다.

그런 것이기에 더욱 알려주기 힘든 내용이다. 애들한테서 배운 것은 행운이었고, 애초에 그 애들의 양날의 검인 순진함에 내가 배울 수 있었던 거지 여타 다른 청년이었으면 나처럼 비밀로 헀을 터였다.

위험한 병기라는 대목에 바로 날 신고부터 했을 수도 있었겠다. 레네가 날 찾아온 것은 그래도 내가 그닥 위험하다는 인상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렇다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위험한 병기라는 것이 블루드라는 것을 아직 모르더라도 그게 블루드라는 걸 말하지 않는 건 내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 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렴 블루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줘도 위험하다는 건 여전할 거라 여겼다. 결국 내가 그걸 쓸 수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었으니 어떤 반응이 나와도 체념하려고 했었다.

블루드를 배우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다 설명했다. 내가 아직 숙련자가 아니라서 어떤 한계가 있는지는 모르는 터라 간단히 할 수 있는 기능만을 설명했다.

이건 마치 마케팅이었다. 제대로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꼬드기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블루드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있어서 그렇다. 누가 들어도 가지고 싶어할 듯한 내용으로 잘 전달했다.

심지어 레네 앞에서 방출까지 해보았다. 중간까지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보고 나서는 금방 수긍해주었다.


"그래서 위험한 병기라는 건가요. 그리고 실제로는 그걸 쓸 줄 아는 애들이 자진해서 수금자를 죽인 거고요?"


몹시 침착하고 나지막하게 뒤에 결론을 말해주었다.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거잖아요? 만약 당신을 찾는다면 숙청하겠죠."


물질적인 무기가 아니므로 간단한 방법은 나를 죽이는 거밖에 없겠다. 하기야 죽이는 게 그들에게는 손해만 있는 건 아니겠다. 아직도 식인 행위가 아른거리기에 잡힌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이 사실에 관해서는 아무한테도 말한 적이 없어서 레네에게도 안 했다.

하지만, 이것도 내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블루드에 대해서 낱낱이 밝혔음에도 레네는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 누구든 블루드를 갖고 싶어한다는 걸 일반화한 내 잘못도 있긴 하다.


"숙청 당하는 거면 함부로 안 가지려 들지 않을까요?"


절박함의 차이였다. 나야 블루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고, 레네는 없어도 그만인 환경에 놓여있으니 그럴 법했다.

절박함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남는 게 없는 사람이라도 생존을 위해서 쿠데타를 일으키기보다 훨씬 조용히 있고 싶어할 테니 블루드는 꺼려할 수도 있다. 단지 이건 내 특이성의 문제였다.

다행히 블루드가 내 쪽에서 블루드가 전파되는 일은 아직 없었다. 배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나서 대화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였다. 물어보고 싶은 게 그게 다인지 물어보았다.

그다지 종지부를 찍는 대사도 아니었다. 물을 게 더 있다면 더 이어나가는 것이라 그냥 내가 강제로라도 끝냈어야 헀다. 레네의 다음 답변이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


"당신도 블루드로 암살을 저지를 수 있는 거죠?"


못할 건 없어도 가능하다고 말하진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단지 그럴 수 업게 각자 절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 불가능하다고 똑똑히 말했다.

무서운 발언을 해놓고선느 유유히 레네는 떠났다. 암살이라는 키워드는 인상깊었다. 블루드를 위험한 병기라 칭하는 것도 그렇고, 레네 또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살인이라는 행위에 그리 집착해야 하는가. 이로울 수도 있는 것을 일일이 살인과 결합하면 모든 과학의 산물도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니 안전불감증은 그만두면 좋겠다.




7월 9일


다시 한 번 레네는 찾아왔다. 이번에도 캔버스는 들고 있지 않았다. 4일 전과 똑같은 전개에 거침없이 내가 다가갔다. 그동안 무탈한 걸 보면 누명에 관한 이야기는 사전에 종식된 거였기에 내가 모르는 볼 일이라고 추측 중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듣게 되었다.


"현재 이 영지에는 주인이 없죠."


주인이 없다는 말로 전조를 띄우더니 심오한 주제를 던져줘서 난 당황했다. 막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져 제대로 내 사고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영주가 없다는 말은 현재 마을은 누구의 휘하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말에는 자유라는 게 섞여있긴 하다만, 반대로 말하면 무법지대이기도 하다. 내 소견에서는 그다지 무법지대라는 인상이 깊지 않았다.

레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본 것들이 환상이거나 저 말이 상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증거를 직접 본다면 상황은 달랐다.

옛 친구가 없어진 후, 1달도 되지 않은 날에 자택에 불법침입자가 등장했다고 한다. 인지한 순간은 눈이 마주칠 때였고 달아나지 못하고 붙잡혔었다.

요컨대 성범죄였다. 그대로 적을 수 없는 표현력인 게 나를 분노케 하는 건 물론이고 적나라하고 폭력적이라 참 가만히 듣는 게 용했다. 벌떡 일어서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참았다.

그리고 성범죄에서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저항을 해서 도망치려하다가 배가 날카로운 흉기에 그을려진 것이었다. 직후에 이웃의 도움으로 침입자를 저지할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증거란 그 흉터다. 배 바로 밑에 일자로 된 연한 갈색의 얼룩은 충분히 치사상이었다. 이걸 저 흉터를 보기 전에 흔한 상상이라고 치부했다면 괜히 미안해졌을 일이었다.

하지만, 용케도 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아직 마을에 남아있다고 한다. 가끔씩 얼굴을 비추기도 해서 확실하다고 한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심판을 내릴 수가 없으니까 떳떳히 살아가는 것이겠다.


"죄송해요.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이상한데요, 할 수 있다면 죽여주시면 안 되겠나요?"


소위 살인청부였다. 동정을 사게 해서 살해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전형적인 공식이었다. 무법지대이니 살해를 하는 것도 정당방위가 된다면 무법지대이므로 죄는 없는 게 맞긴 하다. 하기가 어려울 뿐, 난 망나니가 아니라 바로 승낙하는 건 껄끄러웠다.

감정만으로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었다. 레네의 소망은 거절했다. 조금의 유예를 두었다. 적어도 내가 보고 결정하겠다고 권고했다. 사실 변명이기도 했다. 아예 딱 잘라서 나는 사람을 죽이기 싫다는 걸 그대로 표출하기에는 레네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뉘앙스였다.

완벽한 중립을 위해서 힘 쓰고 싶다. 그게 내 최선이다.




7월 10일


그 소문의 성범죄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그런 전례를 가지고 있다면 꽐라가 되기 일쑤였다. 주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범죄를 일으킨 인상 그대로 험악하긴 했다. 어떤 친화력으로든 버텨낼 수 없는 분위기에 휘말리고 멀쩡히 나갈 수 있어보이지 않았다. 지켜보고 지켜보기만 했다. 미심쩍다는 자각을 안 해서 계속 그랬다.

그 꼴에 지인은 있는지 한 명이 찾아와서 대화를 걸었다. 인성은 보통 대화에서 잘 드러나므로 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신의 과거사들을 토로했다. 아내의 바람을 눈에는 눈으로 바람으로 대처한 것에 대한 푸념과 끝까지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는 인생 실패자라는 자가낙인 등의 주사 등이 대다수였다. 하도 많이 들었는지 지인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게 대꾸하고 있었다.

정작 수많은 과거사를 발설하면서도 레네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어떤 것보다 가장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그다지 자신의 과거사 중에서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라는 건가. 푸념이라는 게 사상 최대의 업적을 빼놓고 있었다.

그래봤자 개인적인 해석이라서 장본인이 떠나고 나니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는 게 상책인 듯했다.




7월 11일


평소에는 백수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놈이었다. 정확히 무슨 일은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몇 년 간 살아있었으니 직업이 없는 건 아닐 터다.

그래도 보이는 대로면 그냥 백수였다. 술이 아니면 거리의 나무 밑둥에 앉아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한다.

따로 지인을 부른 것도 아니라서 주사 상태도 아닌지라 말이 통할 거라 믿고 일단 한 번 접근해 보았다.

간단히 현재의 이름을 불면서 친화력을 내세웠다. 그 쪽도 이름을 불고 친해지려는 의사가 있었다. 은근히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정이 간 건 아니었다. 중립은 동정도 허용 못했다.

이리저리 잡담한 말을 늘어놓았지만 실속이란 없었다. 친화력을 위한 공작일 뿐 본론은 교묘하게 중간에 섞어놓았다. 있지도 않은 내 범죄 내역을 지어내어 공개하면서 스스로 고백하기를 빌었다. 타이밍도 적절히 불륜 이야기 이후라 그가 내세울 건 레네에게 한 짓이었다.

내가 들었던 진술 그대로를 똑같이 해주었다. 이로써 허풍이 아니란 것이 증명되었고 이 장본인이 까먹은 건 아니었다. 까먹었다고 내가 특수상태를 부여해줄 만큼 착하진 않아서 오히려 죄를 가중시킬 심산이었는데 좀 아쉬웠다.

참회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있어 보이긴 했다. 그러면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었다.

한 번 그 피해자를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질문했다. 참회하겠다면 마냥 목소리만 높여서 참회하는 건 허울만이다. 그러니까 내가 중재자가 되어서 상황을 종결시키고 싶었다. 솔직히 어떤 벌을 줄지도 무섭긴 하다만, 죽이는 것 외에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을지 레네에게 맡겨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내 생각이 조금 물렁했다. 참회하겠다는 말에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레네를 아는 눈치를 보이니까 태세를 변환했다. 조금 전만 해도 헐렁하게 푸념만 하던 작자가 경계를 취하더니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거기에 과감히 한 번만 대면하는 것조차 못하겠냐는 내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이미 모든 걸 바쳐서 참회하고 있다고! 만날까보냐!"


어디에 바쳤다는 건지 말하지도 않고 가버렸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이건 내 실수였다.

나는 조금 더 이해관계를 잘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재자를 자처하게 된 이상 책임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 상황이다. 과연 어디에 바쳤다는 건지부터 알야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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