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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공모전 참가]히어로즈 레퀴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TYE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0.06.16 14:32
최근연재일 :
2020.08.24 01:13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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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8
추천수 :
18
글자수 :
403,680

작성
20.07.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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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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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권 (50)

DUMMY

"언제부터 아신 건가요?"

"반년 전?"

"거의 감시당한 거나 다름 없네요."

"맞아. 한참 전부터 감시하고 있었어."


이렇게 된 이상 망설일 게 없었다.


"저를 소환한 게 사리나 님인가요?"

"그래. 나름대로 쫓고 있었구나."

"그거야-"


여기서 고백을 해봤자 영양가 없을 거라, 말하기 직전에 정정했다.


"-보답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블루드를 가르쳐줘서?"

"네."

"내가 해야 할 말이 많겠네."


하나 더 욕심을 부려서 질문을 했다.


"연무제 초대장도 사리나 님이 계획했나요?"

"응. 어떻게든 남는 표를 구해서 너에게 가도록 했지."

"사리나 님은, 도대체 뭐죠?"

"제일로 궁금한 게 그것부터야?"

"이것부터라도 말씀해 주세요."

"보는 눈이나 듣는 귀는 없겠지?"

"아시잖아요."

"그래도 조용히 얘기하자."


그래서 저절로 나와 사리나 님은 고개를 숙여 작은 소리로도 잘 들리게 하였다. 무도회에 울리는 연주 소리를 멈추게 할 수 있었으면 그랬다.


"내 직책을 말하자면 소환 총괄자지. 내가 붙인 거야. 공식적인 직책은 따로 없어. 엄연히 어둠의 조직 이전에 어디에서도 하사한 적이 없는 직책이거든."

"하사한 적이 없는 직책이 군에도 접근할 수 있는 건가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이 국기가 나에게 내린 것은 아니지만, 고귀한 직책만으로도 국가 조직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까? 하지만, 다르게 보면 난 배신자와도 같아서 옹호적인 사람은 적을 거야."

"제가 해석한 바로는, 국가 자체에 존속된 기관이 아니고 국가를 떠나서 독립적으로 있는 조직이란 말이죠?"

"와, 그렇게 말하면 되겠구나."


왠지 중립국이란 단어가 뇌리에 스쳐지나가서 이런 정리가 가능했다.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블루드와 똑같이, 소환술도 결국에는 금술에 가까워. 다만,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술법이 아니라서 평생 잊힐 수 있을 거라 여겼었는데 말이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몰라도 이제는 적국인 쪽이 먼저 쳐들어온 거였지."

"협박에 어쩔 수 없었던 거죠."

"결과는 그래. 여러모로 파벌도 나눠졌었지만 결과는 그랬지. 나도 구차하게 살려고, 그 때부터 배신이 싹 트였던 것 같아. 몇 명이나 소환했는지 모르겠어. 나만 소환하는 게 아니고 의식 자체가 체력 소모가 심해서 교대하면서 소환하거든. 소재만 들어온다면 노동 착취당하는 기분이라 비겁하게 산 게 후회됐기도 했어."


유난히 상담하는 느낌이 물씬 났다. 그리고, 유난히 상담에서 항상 나는 들어주는 쪽이었다. 한이라는 게 나를 싫어하는 건지 주변인들한테만 몰려있어 감정 노동도 착취당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소환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었나요."

"그건 아니야. 소환이라는 게 몇 시간을 공들여서 1명만 소환하는 게 아니거든. 무자비하게 불특정 다수를 소환하는 형식이라 일일이 쫓아다녔다면 내 몸이 한둘이 아닌 거야."

"제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살수가 되기 전에 대군을 쓸어버렸다, 는 정보를 들었지만 그것도 결과론적이잖아?"

"잠재력은 보이지 않죠."

"나는 힘겨운 적국의 지시에 지쳐서 독자적으로 정보를 흘렸어. 예상대로 갖가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우리를 탈환했지. 그러고서는 잠시 동안 소환술은 금지 되고 적의 인적 보급을 차단한 것으로 끝냈을 거라고 안일하게 있었지."

"잠시 동안···."

"테즈, 너는 지내면서 이상한 현상을 보지 못했었니?"


현상이란 말에 대놓고 진실 게임을 시전하는 의도로 보았다. 사리나 님이 말하는 이상한 현상이라고 함은 감이 안 잡힐 수가 없었다. 수기에도 강조된 표현으로 적혀져 있는 현상이다.


"제 몸이 블루드로 불타는 현상을 말하는 거죠?"

"내가 너를 부르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야. 일반적이라고는 한 믿고 있었지?"

"사리나 님이 제 몸에 뭔가를 한 건가요."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사리나 님은 더욱 작은 소심하게 말하였다.


"···화는 안 내?"

"들어보고요."

"잠시 동안만 중단했었어, 소환을. 그런데, 이후로 더 어처구니 없는 걸 요구당했어. 블루드 병기를 만드라는 지시였지."


꽤 차분하게 임한다고 자각했지만 살짝 빠득거리는 이빨에 완벽한 냉정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하라고 나에게 꾸준히 지시했다.


"다시 소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할게. 소환술의 진행방식은 다수를 소환하고 원활한 이송을 위해서 즉시 마취를 시켜버리거든. 그게 블루드 병기 개발에 있어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거야. 자칭 현명한 연구자들이라고 하는 미치광이들이 와서는 합작을 진행했지."

"부작용이 그 현상입니까."

"아마 그럴 거야."

"아마, 라니요?"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가 테즈 밖에 없어서 그래."

"최초의 블루드 병기, 인 거죠?"

"이런 걸로 최초인 게 싫겠지."


조금 다급해진 심정으로 질문했다.


"이외의 부작용은 밝혀진 게 없나요?"

"하나 빼곤 역시 없어. 최초니까 내가 너를 감시하는 것뿐이야. 아는 정보 말고 다른 특이점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보려는 국가의 눈이지."


거슬리는 문두에 의심을 하였다.


"하나, 있나요?"

"보고 싶어?"

"여기서 볼 수 있나요?"

"이전에 남사르로 갔잖아."


임무를 행한 후에는 그 지명은 사리나 님의 고향이런 것보다 살수사냥꾼과 조우한 사건을 떠올리는 키워드가 되어있었다. 듣기만 해도 찝찝한 단어라 표정을 찡그렸다.


"가면 알 수 있어."

"듣기만 하면 안 되나요."

"듣기만 해서는 설명이 안 돼. 가야만 해."

"같이 가줄 수 있나요?"

"응?"


나도 뭔소리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사리나 님처럼 말하고도 내 말에 의문을 갖는 이중인격자가 된 것 마냥 화제를 서둘러 돌렸다.


"그런데, 감시자란 사실을 드러내도 사리나 님은 무사한가요?"

"몰래하는 거야."

"안 되는군요."

"그래서 듣는 귀만 조심해 하면 돼."

"같이 가는 건 안 되겠네요."


얼른 헛튼 소리를 주워 담으려고 했다. 설마 이런 걸로 데이트 신청이라도 했던 건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반은 정답이라고 했다. 내 몸을 병기로 만들어버린 장본인한테 반했다는 사실은 잔존해서 그 장본인도 당황시킬 만큼 파괴력을 지닌 망언을 했던 것이다.


"가줄게."

"···왜죠?"

"보여주는 것 자체가 혼자 있게 하기에는 괴로울까봐."


여러모로 의아해 하면서 궁극적인 뜻에 대해 밝혀내려 하지 않았다. 앞서 듣기만 해서 안 된다는 말도 있고, 더군다나 이는 곧 데이트 신청이 성사된 거라 반론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나중에 말할까?"

"같이 가주시는 거죠?"

"꼭 숨어서 감시해야 하나. 이제 와서 책임 운운하는 건 그래도, 미안해서."


저질러 놓은 짓의 경중에 비해서 미안함의 표시가 적은 것은 맞다. 그렇다고 내가 과정에 얾매이진 않아 지금까지의 종합적인 결론으로는 사리나 님은 잘한 게 맞았다.

실험에 실패했다면, 이 문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나는 성공당한 실험체이며 부작용이라 할지라도 남이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상관없는 부작용이니까 말이다.

해는 없을지언정 익은 있었다. 이 지경까지 와서 살수사냥꾼을 만나게 되었다고 보는 게 아닌, 어차피 만날 상대였다면 성공한 실험체로 살아남는 편이 좋은 게 맞는 거였다.


"약속이죠?"

"약속할게."

"말은 타실 줄 아시나요."

"음, 아니?"

"제가 태워드릴게요."

"신세만 지게 되네."


그야말로 완벽한 에스코트 구도가 완성되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상만으로도 쿵쾅쿵쾅 심장이 뛰게 되어 저절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땀을 흘렸다. 난방을 넘어선 기적의 고열로 곤란해졌다.


"교관 님이다."


마침 적당히 라데르가 우리를 발견하고 오고 있었다. 후회할 것 없이 모든 거사를 다 치르렀기에 기가 막혔다. 혹시 몰래 보고 있었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왜 이런 데 있냐."

"밑에 있어도 똑같을 거잖아요?"

"춤 추는 게 거슬리긴 하겠지."

"그쵸?"

"라데르는 안 피곤해요?"

"잠이 안 온다."

"피곤해지려고 온 거네요."

"너도냐."

"네."


방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은 모조리 입을 꾹 닫아 비밀로 했다. 살수, 소환, 블루드 병기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통용될 수 없는 화제투성이라 간 졸이며 대화에 응했다.


"너는 몇 살이냐?"

"저요?"


평범한 화제인데 은근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사리나 님의 심화 정보에 대해서는 캐물었지만 저런 인신에 관한 것은 몰랐다. 라데르가 그걸 확인시켜주려 하니 데이트 신청만큼이나 설렜다.


"18살일 걸요?"


내가 15살에 이 세계에 와서 1년이 지나 16살이 되었다. 물론 만으로 따진다면 14살이다.


"만으로요?"

"만으로는 17살."


거의 2살 차이나는 누나였다. 누나인 것은 알았다마는, 내가 특이한 거지 군 간부가 되려면 20대 중반은 먹고 들어가야하는데, 고작 18살이라면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소환술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고 총괄을 하고 있다면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 몹쓸 짓이었다.


"끼리끼리 모인 건가."


라데르는 나와 같은 케이스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쯤되면 들키지 않는 것은 좋다만 라데르가 생각 이상으로 순수한 게 거슬렸다. 별 의심이 없는 듯했다. 이대로 직책을 물었다면 나는 주장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위기라 하던 모든 화제는 라데르가 알아서 의심을 접어주었다. 긴장을 한 게 잘못이었다. 편하게 즐겼으면 라데르와 한없이 대화를 나눴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거 하나만은 최고의 성과라고 볼 수 있었다. 라데르가 나보고 자랐다고 이야기한 거, 신장 얘기였다. 사리나 님도 인정하였다. 마침 좋은 지표가 사리나 님이라 등을 맞대고 비교해 보니 사리나 님을 추월한 상태였다. 155cm에서 시작하여 아마 163cm였을 거라고 조심스레 기록한다.

그나저나 등을 맞대기라도 했는데 부자연스러운 두건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사리나 님도 라데르도 아닌 하연만이 신경 써준 불편한 결말이었다.




미프로트를 떠나는 길은 홀로여도 동행자가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자세로 있든 심심하지가 않았다. 잠도 오지 않고 마겐노하까지 마차에서 시간이 빨리가기를 바랬다.

사리나 님과의 약속을 확실히 했다. 내가 다음 임무를 받았을 때 일단 남사르로 가보자고 했다. 그러자 마겐노하에서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나와 같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하필 자가용을 놓고 왔기에 타고 가자는 말도 못했다.

돌아오자마자 정장은 빨래감으로 들어갔지만 이제 손에 잡히는 거의 없었다. 일회용으로 쓰다 버려진 정장이 되었다.

그보다 평상복으로 외형이 뛰어난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이것이 사리나 님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차이였다. 저축된 돈이 너무 남아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만 뭐가 효율적인지 몰랐다.

가끔 거리에 나가 미용에 좋다는 홍보에 유혹되기도 했다. 보면서 이건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 산 상품도 있긴 헀다. 열정적으로 그걸 다 쓸 때까지 매일 거울을 보면서 차이점을 확인했다. 전부 허풍이었다.

제일 효율적인 것은 옷이었다. 1시간씩 투자해서 마겐노하의 웬만한 의장점은 다 둘러보았다. 탈의실은 없어 거울과 부위를 매치해서 눈으로만 판별하고 입는 건 산 후였다.

그리고 그걸 심사하는 것은 로브 밖에 없었다.


"괜찮네."

"빈말 아니지?"

"괜찮아."

"아닌가 보네."

"괜찮다니까."


로브는 하찮게 보고 있었다. 보고 있었던 것을 꿋꿋하게 밀어붙이며 대답을 얻으려고 했던 난 미쳤던 게 틀림없었다. 상사병 말기 환자의 진심 어린 치장이었으니 백 번 양보해서 봐줄 수는 있을 것이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로브가 임무를 건네주러 온 것이었다. 별 말 없이 떠난 로브는 제쳐 두고 채비를 당일 바로 마쳐버렸다.

사리나 님은 알아차리고 온다고 했지만, 과연 어떻게 올지 감이 안 잡혔었다. 늘 하던대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맡겨놓았던 말을 되찾으러 갔었다.


"왔니?"


마구간에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말을 태워준다는 것으로 유추했던 건가, 아니면 감시 기록으로 내 루틴을 읽은 건가, 그걸 먼저 물으려고 했었다.

옆에 있는 동행자를 보고서 당장 그 질문을 집어넣었다.


"저기, 저기 사리나 님? 하연 누나는, 왜··· 같이 있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는데."


추적자와 피추적자가 같이 있다는 그림이 어떤 조합도 이 불화를 이겨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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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권 (56) 20.07.28 68 0 14쪽
55 1권 (55) 20.07.26 61 0 12쪽
54 1권 (54) 20.07.25 44 0 14쪽
53 1권 (53) 20.07.23 39 0 13쪽
52 1권 (52) 20.07.21 30 0 14쪽
51 1권 (51) 20.07.20 46 0 13쪽
» 1권 (50) 20.07.18 50 0 13쪽
49 1권 (49) 20.07.16 61 0 14쪽
48 1권 (48) 20.07.15 6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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