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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님의 서재입니다.

쾌적한 세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두별자리
작품등록일 :
2020.09.14 15:49
최근연재일 :
2020.09.14 16:0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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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493

작성
20.09.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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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세계

DUMMY

과학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했다. 드론으로 택배를 나르고, 자동주행으로 음주운전이 사라진 자동차는 태양열과 전기로 충전이 가능해 환경 오염마저 비약적으로 줄였다.


거기다 핸드폰 어플만 깔아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더 이상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됐다. 그 외에도 과학은 인간의 생활 전반 곳곳을 보다 편리하고, 편안하게 바꿨다.


물론 빛이 밝은 것처럼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 상대적으로 과학과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후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으며, 선진국 역시 노동력 의존도가 떨어져 필요 없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럼에도 세계의 인구는 늘어만 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명과 복지가 좋은 선진국에서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선진국은 과학자와 기술자 정도를 제외하면 인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었다.


"에휴... 역시 결혼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아야겠네."


tv를 돌리다 저명한 과학자의 강연을 우연히 보게 된 메이슨 킴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메이슨은 한국계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평범한 동양인의 외모와 체형을 지니고 있었고, 세간의 편견과 달리 공부머리도 나쁜 편이었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도시 외곽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세탁소를 돕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도 취업에 실패해 밥만 축내는 꼴을 보다 못한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거였다. 세탁소 일을 하는데 필요했던 건 아닌 것이다.


"후우...."


메이슨은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에선 어디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삶에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곤 부모님의 세탁소를 무사히 이어받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안드로이드 가정부 로봇이나, 세탁기의 최첨단화로 인해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부모님의 세탁소가 지금까지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는 것도 도시 외곽에 위치한데다 최신 세탁기를 살만큼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거니까. 하지만 메이슨은 비관할지언정 죽고 싶단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이슨, 교대 시간이야."

"네!"


빠르게 아버지에게 인수인계를 마친 뒤 메이슨은 급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급히 컴퓨터를 켰다.


과학의 발전은 게임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vr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들이 나날이 성장했고, 업무나 수업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받는 걸 넘어 결국에는 현실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 게임까지 나왔던 것이다.


당연히 인기 있는 게임들은 대회나 리그가 열렸고, 프로 선수들은 많은 돈을 벌었으며 인터넷 방송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과거의 얘기일 뿐이다.


Edit Dream


통칭 ed는 잠을 자는 동안 원하는 꿈을 생생하게 꿀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전용 헤드셋을 사고, 달마다 조금의 돈을 내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얼마든지 꿀 수 있는 것이다! 메이슨이 자신의 삶을 비관하면서도 나름 열심히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부모님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재미있는 꿈을 경험하고 나면 가끔 현실과의 격차에 삶이 무기력해지는 일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바로 극복할 만큼 ed의 중독성과 재미는 엄청났다.


때문에 메이슨은 부모님에게도 권유했지만, 부모님은 계속했다간 현실의 삶이 망가질 것 같다며 왓플릭스에서 나오는 드라마 정도만 보셨다. 메이슨은 두 분이 안타까웠지만 더 이상 권유하지는 않았다.


ed의 등장 이후 게임 업계는 가파르게 사멸했다. 그 외에도 스포츠, 영화, 드라마 등 수많은 볼거리들이 타격을 받았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메이슨은 ed가 현재를 넘어 미래에 더 큰 가치가 있을 거라고 봤다.


"제발.. 조금이라도 팔렸길."


ed로 인해 상상력이 곧바로 돈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좋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걸 사이트에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단숨에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옛날처럼 글이나 그림, 영화로 옮기지 않고 단순히 설정한 뒤 꿈만 꾸면 될 정도로 간단했다.


물론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인간은 수면 중 4분의 1 정도만 꿈을 꾸는데 사용된다. 거기다 꿈을 생생하게 꾸는 건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았다. 때문에 ed 역시 인간이 꿈을 꾸는 시간 중 일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ed에 중독돼 잠만 자다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노동력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단체로 자살하는 걸 둘 수도 없어 결국 ed는 법으로 하루에 한 번 제한 시간이 정해졌다.


즉, ed에 시나리오를 올린다는 건 그 하루를 자신의 꿈을 기록하는데 쓴다는 소리였다.


이번에 메이슨이 올린 시나리오는 동양계 미국인 투수가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과 수 싸움으로 메이저 리그를 정복한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수많은 미녀들과의 뜨거운 밤은 덤으로 넣었다.


"...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메이슨의 시나리오는 고작 15명만 선택했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순식간에 묻혀 사라진 상태였다.


선택한 사람이 적더라도 정말 좋은 평점을 받으면 금방 재발굴되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평점 또한 낮았다. 당연히 구독한 사람 또한 하나 없었다.


시나리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소 백 명의 구독자가 있거나 만 명의 선택을 받아 자격을 얻어야만 했다. 택도 없는 결과에 메이슨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역시 나는 안 되는 걸까?'


언젠가 현대 사회의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선 피지컬, 지능, 창의력. 셋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봤었다.


메이슨은 그 말이 맞다고 여겼다. 인기가 예전만 못하긴 해도 피지컬이 뛰어나면 프로 운동 선수가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헬스 업계에서 돈을 벌 수 있었다.


지능은 사회에 가장 필요한 과학자와 기술자에게 필요한 요소였고, 창의력은 ed 등장 이후 부자가 될 수 있는 조건 중 최고로 각광받는 중이었다. 달리 말하면 셋 다 없을 경우 삶이 고달프다는 소리였다.


고달픈 삶이라는 생각에 메이슨은 낙담했다. 최근 즐기고 있는 인기 드리머(dreamer)의 구독자 수와 시나리오의 선택 수를 보자 안 그래도 안 좋은 기분이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내 주제에 성공은 무슨. 에드나 하자."


꿀꿀한 기분을 애써 떨쳐 버린 뒤, 메이슨은 시나리오를 고르기 시작했다.


ed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물론 1000년처럼 어마어마한 세월을 전부 살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하루만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다 살 수 있을 만큼 월등히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게다가 마음에 든 시나리오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시기, 다른 등장인물을 골라 즐기는 게 가능했다. 예전 메이슨의 경우 중국의 역사 소설인 삼국지에 빠져 여러 인물로 반 년 가까이 보냈고, 이후엔 다양한 모드와 초한지까지 섭렵했었다.


'얼마 전에 했던 세계의 탑도 정말 재밌었지. 어떻게 그렇게 방대한 세계관을 짠 걸까? 그 정도면 확실히 돈을 많이 벌만한 거 같아. 다시 할 만한 요소가 많이 없어 아쉬울 정도였으니..'


ed 유저들은 흔히 주인공만 고르는 꿈을 1인칭, 주인공 외에 다양한 인물로도 즐길 수 있는 꿈을 3인칭 시나리오라고 구분지어 부르곤 했다.


얼핏 보면 3인칭 시나리오가 훨씬 많은 선택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다양한 모드의 존재로 인해 재밌는 꿈은 주인공 하나만 고를 수 있어도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뭐야? 업데이트가 됐네? 막혔던 3장을 푸는 건가?'


게다가 시나리오의 주인이 업데이트를 하는 경우도 1인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즐겼던 세계의 탑은 엄청난 자유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세계관을 다 담을 수 없어 1장, 2장으로 나뉘었고 이번에 3장까지 나왔다. 대충 본 유저들의 평도 대단히 좋았다.


'이 정도면 그냥 시리즈물이라고 봐도 되겠는데.'


상념을 뒤로 한 채 메이슨은 부지런히 움직여 시나리오를 선택한 뒤 헤드셋을 끼고 침대에 누웠다. 메이슨이 헤드셋에서 나오는 뇌파 신호에 따라 몸이 편안해진다고 느꼈을 때 수마가 몰려왔다.


작가의말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 생각들을 정리한, 제 세계관 소설입니다. 아주 가끔씩 썼던 거라 오랜 시간 썼는데도 얼마 안 되네요. 예전에 썼던 축구 소설을 완결 내는게 먼저라 더 이상 쓰진 않겠지만 이후에도 글을 쓸 수 있다면 간간이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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