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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님의 서재입니다.

쾌적한 세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두별자리
작품등록일 :
2020.09.14 15:49
최근연재일 :
2020.09.14 16: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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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76,493

작성
20.09.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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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에고이스트

DUMMY

부부가 된 우리는 곧바로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때마침 글도 다 썼고, 공익 근무도 끝난 데다 스포츠토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기도 지난 상태였기에 거리낄게 하나 없었다.


'지금까지 번 돈도 많고, 아직 코인까진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좀 많이 써도 괜찮겠지.'


나와 아내는 함께 여권을 만들고 해외여행 일정을 짜면서 틈이 날 때마다 데이트를 했다. 웨딩홀에서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내가 미래의 기억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 뒤부터 부모님 집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거기다 번호를 바꿔 일찌감치 연락도 끊었다. 아내의 집안도 복잡했기에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일정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쉬고, 다시 해외로 가는 걸 반복하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를 알뜰살뜰 챙기며 자유를 만끽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





난 시기를 잘 맞춰 한국에 머물며 코인에 손을 댔고, 단숨에 한국에서도 부자라 불릴 정도의 재산을 얻었다. 우리 부부의 씀씀이로는 평생을 써도 남을 만큼 벌은 터라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내가 그 사실을 말하자 아내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다. 우린 서울을 벗어나 한적하고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지상 3층, 지하 1층 짜리 단독 주택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신혼 살림을 차렸다.


물론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업자를 불러 인테리어를 고르고 리폼을 맡겼다. 따라서 우리 부부가 한 일이라곤 시공이 끝난 뒤에 집 안을 둘러보는게 다였다.


침실, 주방, 거실을 보고 난 뒤에는 게임, 영화, 헬스 용도로 꾸며진 방을 차례대로 둘러봤다. 아내는 마음에 쏙 드는지 구경하는 내내 해맑게 웃었다. 마지막 남은 지하실로 향하던 중 아내가 질문했다.


"근데 오빠, 지하실은 왜 필요한 거에요?"

"창고로 쓸 공간도 있어야지."


지하실이 있는 집을 고른건 순전히 내 고집 때문이었다. 거기에 환기와 누수를 위해 거의 리모델링을 하다 시피 공사를 했고, 화장실을 설치한 것도 모자라 비상발전기까지 갖다 놓는 등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철제 문까지 달아놔 비상시에는 벙커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아내는 단순히 창고로 쓴다는 지하실에 그렇게까지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빈 방도 많은데.."

"나중에 애들 생기면 방 하나씩은 해줘야 하잖아. 그럼 모자라지 않을까?"

"그, 그렇게 많이는 못 낳아요!"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으로 얼버무렸지만 사실 아내의 말이 맞았다. 내가 지하실을 그렇게 꾸민 건 미래에 닥칠 전염병 대비를 위해서였으니까.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금과 달러로 바꿔 지하실 금고에 넣을 생각이었다.


'지금부터 미리 대비하는 게 좋겠지.'


한국의 상황이 막장으로 흘러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민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전염병에는 국경이 없었고, 어느 나라든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돈이 있으면 한국만큼 좋은 나라도 몇 없었다.


'식량이나 방호 물품 같은 건 앞으로 천천히 채우자.'


아내와 함께 넓직한 지하실을 둘러보며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마무리했다.




***




이사를 끝마친 뒤 새집에서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 지속됐다. 함께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운동도 하고, 차를 타고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던 중 아내는 요리에 꽂혔는지,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며 요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나는 다시 글에 생각이 미쳤다.


'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소설을 완결낸 뒤 무료로 그냥 둔 덕분인지 내 글은 몇 년이 지난 뒤였는데도 무료 부분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게다가 완결 편에는 돌아오길 바란다며 엄청난 수의 댓글들이 달린 상태였다.


'엄청 미안하네.'


큰 감동 뒤에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래서인지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무작정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글을 쓰거나 읽으며 예전만 못한 글을 쓰면 왕창 욕만 먹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까...'


하지만 완결을 낸 뒤로 지금까지 소설에서 아예 눈을 떼고 살았던 터라 소재는 물론 장르나 주제조차 정해진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진지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재밌다고 느꼈던 걸 중심 소재로 삼자.'


모든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게임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모바일 게임을 했을 때였다. 접근성도 낮은 데다 랜덤 뽑기와 스토리가 적절히 섞여 쉽게, 그리고 깊게 빠졌었다.


'그런 부분에서 국산 모바일 게임은 참 별로였지.'


한국의 모바일 게임은 게임의 탈을 쓴 로또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그런류의 게임이 너무 인기가 좋아 거기서 벗어나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게임의 다양성이 무척 떨어졌다.


물론 외국산 게임도 그런 부분이 있는 건 마찬가지 였지만 유독 한국의 게임이 정도가 더 심했다. 국내 한정 수익으로만 세계 매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항상 그 부분이 참 아쉬웠는데.. 가만, 아쉬운 걸 소설로 풀면 되잖아?'


순간 머리에서 스파크가 튄 것 같았다.


'그래! 가상의 국산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거야! 척준경이나 주몽, 이순신처럼 영웅들이 나오고, 그래서 나중에 세계의 영웅들을 아우르는.. 아냐, 너무 진부해.'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순식간에 폐기됐지만 머리는 계속 팽팽하게 돌아갔다.


'모바일 게임을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한국의 문화와 연결하면 어떨까?'


키보드를 치는 손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일단 지금까지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을 모두 설정에 담자.'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웹툰과 웹소설의 캐릭터가 참전하고, 아쉬웠던 에피소드를 아예 새로운 엔딩으로 바꾸거나 외전 및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게임.


5성이나 별 같은 등급이 아예 없고, 모든 캐릭터를 무료로 얻을 수 있으며 pvp(유저끼리의 경쟁)와 길드 또한 없다. 오로지 친구라는 유저간 협력의 개념만 존재.


캐릭터성을 살린 액티브와 패시브, 각각 2개의 스킬과 게이지를 모아 발동할 수 있는 필살기, 캐릭터마다 다른 고유의 특성과 장비, 직업으로 인해 육성 방향에 따라 전략과 전술이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다.


주인공 또한 육성할 수 있고, 스킬과 특성뿐만 아니라 성별, 외모까지 고를 수 있음. 하지만 레벨에 따른 제한도 있는 데다 강제로 전투에 출전해야 하며 전투 중 먼저 쓰러질 경우 동료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져 아무것도 못하게 되므로 굉장히 중요하다.


만화와 소설의 만남으로 인해 일러의 퀄리티가 매우 좋고 에피소드의 내용이 탄탄한 데다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와 전투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보스의 전투력과 엔딩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쉽게 몰입이 가능함.


무엇보다 처음부터 무한으로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리세마라(원하는 캐릭터나 장비가 뜰 때까지 뽑기를 돌리는 행위)를 할 수 있어 처음부터 원 없이 뽑기를 즐길 수 있음.


월정액과 스킨 확정 패키지 말고는 과금 요소가 일체 없음. 물론 스킨도 게임내 재화로 뽑기 가능, 하지만 직업과 장비 뽑기만으로도 벅차 스킨까지 돌리려면 재화를 알뜰 살뜰 모와야 한다.


모든 뽑기에는 천장이 있지만, 현질로 재화를 살 수 있는 건 월정액 뿐이라 단숨에 모든 걸 뽑을 수 없음. 거기다 캐릭, 직업, 장비까지 키워야 해서 육성은 굉장히 하드한 편.


하지만 12시간 동안 파견이라는 이름의 방치형 아이템 수급 기능과 이미 깬 보스전 자동 사냥기능까지 있어 게임의 피로도 자체는 크지 않다. 메인 스토리의 각장마다 나오는 보스전을 클리어하는게 주 컨텐츠고, 즐길거리와 이벤트도 풍부.


주인공은 게임에 푹 빠졌다는 걸 제외하면 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평범한 사람.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게임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된 상태.


'끙, 이 부분에서 좀 걸리네.'


현대인이 자신이 하는 게임 속에 빙의하는 건 흔한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게임 내 스토리와 캐릭터를 묘사하기 어려워 결국 어쩔 수 없이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큰 설정은 대충 다 짰고, 이제 스토리랑 자잘한 부분을 채우면 되겠다.'


오랜만에 글을 썼기 때문일까? 아이디어가 끝도 없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해서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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