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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님의 서재입니다.

쾌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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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별자리
작품등록일 :
2020.09.14 15:49
최근연재일 :
2020.09.14 16:0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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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추천수 :
20
글자수 :
76,493

작성
20.09.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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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에고이스트

DUMMY

'처음엔 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는 분명히 텐트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학 시절 기숙사였다. 끔찍했던 경험을 겪고 가장 행복했던 20살 시절에 깨어난 것이다. 큰 괴리감과 믿기 힘든 기억으로 인해 난 모든 게 단순한 악몽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이젠 확실히 알았어, 난 과거로 돌아온 거야!'


하지만 게임 리그나 축구 경기가 알고 있던 결과대로 나오면서 난 내가 겪은 일이 진짜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는 동시에 나는 엄청난 행운을 거머쥐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오빠? 왜 전화했어요?"


과거로 돌아와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여자친구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사귄 지 얼마 안 된 시기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큰 안도와 행복을 느꼈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진짜예요? 우와! 나도 방금 그랬는데! 히히, 우리 정말 잘 통하나 봐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대답하자 밝은 목소리와 함께 기쁨의 감정이 건너왔다. 난 여자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사랑해."

"윽? 갑자기? ....나도요. 으,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아하하, 곧 익숙해질 거야."

"..오빠 꼭 바람둥이 같아! 나랑 사귀는 게 처음인 거 맞아요?"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너무나도 보고 싶어졌다. 계속 그리워했던 얼굴과 모습 그대로인지 보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 주말이라 만나자는 말을 하기에도 딱 좋았다.


"지금 만날 수 있을까?"

"네? 있다 저녁에 보자면서요?"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안 돼?"

"준비해야 해서 시간 좀 걸리는데.."

"괜찮아. 나도 이제 일어나서 씻어야 돼. 천천히 준비하고 끝나면 연락 줘."

"알았어요, 그럼..."


점심 무렵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은 뒤, 전화를 끊고 나서 난 곧장 공용 샤워실로 가 씻기 시작했다. 그러는 한편 동시에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일단 알바는 절대로 하지 못하게 해야 해.'


가장 급선무는 여자친구의 죽음을 막는 것이었다. 물론 사고는 정신 나간 음주 운전자의 짓이었지만, 밤늦게 신호를 보고 횡단 보도를 건너도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 터라 그날만 피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럼 돈이 필요한데..'


최선의 방법은 알바를 안해도 되도록 상황을 만드는 거였다. 여자친구가 알바를 시작한 것도 다 돈이 필요해서였으니, 그 부분만 충족시키면 될 일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충분히 가능했다.


'방법이야 많지만.. 역시 쉽고 빠른게 제일이지.'


결과를 알고 있다면 도박만큼 돈을 쓸어 담기 쉬운 게 없었다. 염전만큼 짠 배당, 당첨금이 올라갈수록 같이 증가하는 세금, 독과점으로 인해 엉망인 서비스 등 단점투성이였지만 합법 하나로 이를 모두 무시하는 스포츠토토가 지금 상황에선 제일 좋아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로또도 하나씩은 살걸.'


스포츠토토의 단점은 가진 돈이 적거나 그날 있는 모든 경기 결과를 알지 못하면 복권처럼 한 방에 큰돈은 벌기 어렵다는 데에 있었다. 게다가 만약 경기 결과를 착각하면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으니 확실한 기억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즉, 지금 상태에서 부자라고 느낄 만큼 돈을 벌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한방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로또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개미처럼 일해야 하는 거에 비하면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이지. 거기다 어느정도 목돈만 마련하면 몇 년 뒤에 크게 불릴 수 있으니까..'


로또와 주식을 몰라도 앞으로 몇 년 뒤에 코인 열풍이 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준비만 제대로 해둔다면 평생 일을 안 해도 될 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회귀와 코인은 한때 국내 웹 소설계에서 거의 정석처럼 쓰이던 소재였던 터라 잊어먹기도 어려웠다.


'이번에야말로 행복하게 살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샤워를 끝냈고, 바로 방으로 돌아가 알고 있는 경기 결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다행히 내 기억력은 쓸만했고, 직접 본 경기들은 결과를 모두 잊지 않고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나는 대학 1학년 내내 스포츠토토로 돈을 불렸다. 수중에 돈이 많아지니 확실히 삶이 여유로워졌다.


나에게 잘 대해줬던 기숙사 멤버들에게 치킨이나 피자를 자주 사면서 감사를 받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도 더 좋은 곳에 데려갈 수 있었다. 모두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렇게 대학 1학년을 보낸 뒤 난 다시 자퇴를 했고, 여자친구가 전문대에 진학하는 시기에 맞춰 서울로 올라가 대학 근처에 넓은 전셋집을 구했다. 계획했던 대로 여자친구는 나와 동거하듯 살게 됐다. 그녀의 가족 관계도 많이 복잡했기에 생각보다 수월했다.


같이 살게 된 후로 나는 잃어버렸던 반쪽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고 일어나는 순간까지 함께하면서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인지 여자친구가 대학을 가면 홀로 남겨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감정이 싫어 난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수영과 헬스를 시작했다. 거기다 운전면허 학원까지 다녔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을 때가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완성했던 글을 다시 썼다.


'그냥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지.'


기억을 지닌 채 과거로 돌아온 건 분명 엄청난 축복이었지만, 결국 내가 인생을 바쳐 썼던 글은 사라진 상태였다. 긴 시간동안 글을 쓰고 거기에 수십, 수백 번을 고쳐 쓴 터라 내용은 모두 머릿속에 있었다.


난 남는 시간을 모조리 글을 쓰는데 투자했다. 다행히 머리가 맛이 가기 전이라 그런지 경험과 달리 쭉쭉 쓸 수 있었다. 하루에 두 편씩 올리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전부 무료로 풀어서 그런지 내 글은 금방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 와중에 받은 신체검사는 또다시 4급을 받았다. 이전과 달리 급할 게 하나도 없는 터라 나는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근무지를 신청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었다.


"오빠, 저 아르바이트해도 돼요?"


마치 데자뷔처럼 같은 표정, 같은 말투로 묻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난 올 것이 왔음을 느꼈다. 혹여나 떨리는 마음을 들킬까 싶어 나는 최대한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음, 그럼 내가 고용할 게. 일은 계속 곁에 같이 있어주기."

"이잉~ 장난하지 말고요."

"장난 아닌데? 학교 다니면서 알바까지 하면 우리 데이트할 시간이 줄어들잖아. 이번에 면허 나오면 바로 차 뽑을 건데 드라이브 하면서, 좀 멀리 가보고 싶은데 넌 안 그래?"

"그, 그야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요..."


뜻대로 되지 않자 여자친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살짝 아팠지만 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그녀가 내게 깜짝 선물을 주려 한다는 건 이미 한 번 겪어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걸 받고 남겨진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예나 지금이나 그녀는 알지 못할 터였다.


이미 사는 곳부터 많은 게 달라져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란 보장은 없었지만 절대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한구석에 둔 채 나는 여자친구를 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혹시 무슨 일 있는 거야? 이젠 알잖아 나 돈 많은 거. 그냥 내가 달마다 용돈 줄 게, 알바 같은 거 하지 말고 곁에 있어 줘. 응?"

"으음.. 알았어요."


결국 여자친구는 뜻을 꺾고 내 말을 들어줬다.


그녀는 받기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말을 놓으라고 했는데도 계속 존댓말을 하는 것도 반말을 하면 너무 예의 없게 굴 거 같단 이유에서였다.


그런 사람이라 그런지 같이 있으면 날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만나면 만날수록 더 빠져 들었고, 의지하게 되었으며 사랑도 깊어졌다.


불행한 가정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동반자가 이런 사람이라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같이 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때문에 가끔은 다 털어놓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난 미래의 경험을 갖고 있고, 그걸로 돈을 벌고 있으며 넌 21살의 꽃다운 나이에 끔찍한 사고로 죽었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해봤자 혼란만 줄 게 뻔했으니까.


'그냥 우리 둘이 행복하게 되는 것만 생각하자. 이기적이라 해도 상관없어. 아니, 세상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해.'


간신히 붙잡은 행복을 추호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




행복에 겨워서 그런지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동안 나는 공익요원으로 근무했고, 여자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과와 관련된 곳에 취직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 받은 첫 월급으로 내게 선물을 사줬다.


선물을 받고 엄청나게 기뻐하는 내 모습에 그녀는 알바를 못했던 서운함을 모두 훌훌 털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전보다 심적으로 가까워졌고, 진짜 하나가 된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렇게 행복하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깊은 한숨을 쉬었다.


"휴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 물음에 그녀는 속에 쌓아둔 게 많았는지 거침없이 대답했다.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보람도 없고, 적성도 안 맞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너무 힘들게 해요. 자기들이 잘못한 걸 떠넘기면서 그 따위로 할 거면 관두라 그러고.."

"그럼 진짜 관두고 우리 같이 여행이나 다닐까? 나 돈 많은 거 알잖아. 우리 유럽부터 하와이, 발리, 일본.. 아니 그냥 세계에서 이름난 곳은 다 가보자."

"그치만, 그럼 제가 너무 민폐 같은데.."


나는 여자친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는 일을 그만두라고 해도 웃음이나 애교로 얼버무리고는 꿋꿋하게 다녔던 터라 이 기회를 붙잡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옆에만 있어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은 다음, 등을 어루만지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같이 산지 꽤 됐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나 곧 공익 끝나니까 신혼여행 겸 해서 같이 해외여행이나 다니자."

"오빠 그런데요. 우리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왜 신혼여행이라 그래요?"

"아, 그게 말이지... 잠깐만 있어 볼래?"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자친구를 잠시 둔 채, 나는 안방에 들어가 미리 준비해뒀던 선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손에 든 물건을 들어올렸다.


"나와 평생을 함께 해줘."


선물의 정체는 고급스런 작은 상자 안에 담긴 다이아 반지였다. 여자친구는 평소 비싼 명품 선물 같은 걸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다이아 반지도 단순히 비싼 것보단 열심히 발품을 팔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예쁜 걸로 골랐다.


하지만 반지를 보고 기뻐할 거란 예상과 달리 여자친구는 시간이 흘러도 반응이 없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변명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사실 이번 주말에 프로포즈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 어라, 왜 울어? 혹시 싫었던 거야?"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 기뻐서.."


여자친구의 큰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나는 얼른 일어나 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내 가슴은 흠뻑 젖고 말았다.


"...정말 저로 괜찮아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여자친구의 입이 열렸다.


"응, 니가 아니면 안 돼."


조심스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여자친구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줬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한참이나 바라볼 뿐이었다.


나와 여자친구는 다음날 인근 구청에 가서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고, 진짜로 가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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