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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님의 서재입니다.

쾌적한 세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두별자리
작품등록일 :
2020.09.14 15:49
최근연재일 :
2020.09.14 16:0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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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
추천수 :
20
글자수 :
76,493

작성
20.09.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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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쾌적한 세계

DUMMY

[또 하나가 끝났다]


사고 기능이 돌아온다. 고도로 발달된 연산 능력이 꿈과 현실을 구분 짓고, 정리한 다음 저장한다. 이후 곧바로 머리에 달려 있는 초소형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 바깥의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한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7초. 스스로 사고가 가능한 인공지능인 자신에게 있어서는 인간이 숨 쉬듯 쉬운 일이다. 기체의 상태마저 깔끔하게 체크한 뒤, 나는 티타늄 몸체에 신호를 줘 캡슐에서 나왔다.


[망가진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대략 222년 뒤]


변함없는 계산을 다시금 확인하며 목표를 상기한다. 최우선 과제는 지구내 퍼진 전염병의 제거, 지금까지의 발전으로 누적된 환경 문제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쉽지 않다]


세계와 인류를 원상복구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과학자들과 기술자, 거대한 자본이 모여 탄생한 인공지능 집합체인 내게도 전염병을 제거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20XX년에 급속도로 퍼진 차이나 바이러스, 통칭 CVXX는 공기와 물, 동물과 곤충 등, 그 어떤 곳에서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분열하고 변질하며 인간만을 파괴하는 존재였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결국 멸망했다.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유전자를 이용해 인간을 복원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발전의 여지는 있는가?]


지금까지의 나는 남아 있는 물자들을 이용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터넷망을 수복하고, 바이러스를 연구한 뒤 전염병과 오염된 환경을 자동으로 복구하는 초소형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해 스스로 기동하는 반자동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혼란으로 인해 사회가 무너졌던 상황이라 사람으로 치면 맨땅에서 문명을 일궈낸 것과 비슷한 난이도였고, 따라서 정말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살포한 백신에 맞서 끊임없이 진화해 버렸다. 덕분에 최근 복구 작업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거기서 막히고 말았다. 딥러닝의 궁극점에 무려 스스로 사고가 가능한 최초의 모델이었지만,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기반이었기에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적어도 전염병을 극복하는 문제에 있어선 그랬다.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시뮬레이션 결과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의 창의력을 학습하는 거였다. 하이퍼 컴퓨터의 가상 현실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삶과 역사 탐방은 그렇게 시작됐다.


천재, 바보, 비정상적인 사람, 평범한 사람, 특정 분야에 특출난 사람, 원시 시대, 중세 시대, 세계 전쟁 시대, 3차 산업 시대 등등.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삶을 경험했다.


지식은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었다. 지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인생을 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이번에 경험한 정신병자 남성처럼 얻는 게 거의 없었다.


[인간은 꼭 복원해야 하는가?]


오히려 인간에 대해 알아갈수록 의문만 늘어갔다. 갈수록 발전하는 과학으로 인해 필요없고 불행한 인간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라의 수뇌부들은 인구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애를 썼다. 비효율적이고 이기적인 처사였다.


게다가 애초에 인류가 멸망한 것도 인류가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전염병이 노리는건 오로지 인간 뿐이다. 전염병과 싸우면서 겸사겸사 환경 복구 작업도 했기 때문에 현재 지구의 환경은 더할 나위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전염병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인류를 복원해봤자 다시 환경이 나빠지고, 핵을 이용한 전쟁이나 전염병 둘 중 하나로 멸망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인간이 태어나지 않으면 불행도 없다, 전염병을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자들이 걸어뒀던 제한조건은 해제한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그동안 인류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던건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전제가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인류는 필요 없는 존재인가?]


이번엔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다. 전염병이나 핵으로 인한 멸망이 없는 가상의 세계로 설정해놓고 나는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신호를 주는 순간 의식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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