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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님의 서재입니다.

쾌적한 세계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두별자리
작품등록일 :
2020.09.14 15:49
최근연재일 :
2020.09.14 16:0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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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추천수 :
20
글자수 :
76,493

작성
20.09.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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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에고이스트

DUMMY

질문- 뉴비 도움 좀!


지금 스토리 5막 3장에서 막혔는데 어떻게 해야 깰 수 있음? 계정 스샷 첨부함


ㄴ 보니까 프렌 딜러로 편하게 폭딜하면서 올라오다 탱커가 필요한 구간에서 막힌거네

ㄴㄴ 헉 어찌암?

ㄴㄴ 어떻게 알긴 너 같은 애가 한 둘이 아니니까 알지 주인공 직업이랑 장비, 레벨좀 자세히 보여줘봐 댓글에 스샷 올릴 수 있으니까 새 글 쓰지 말고

ㄴㄴ ㅇㅋ 바로 찍었음 여기

ㄴㄴ 너 최근 공략 안 봤구나? 주인공은 탱커나 서폿 상위 직업 지휘관이 가장 효율 좋은데 딜러로 키웠네 그것도 엉망진창으로ㅋ

ㄴㄴ 헐? 어떤 사람이 이 게임은 하고 싶은대로 키워도 된다 그랬는데?

ㄴㄴ 그거 한 6개월전 얘긴데 어디서 뭘 본거야? 스토리 뒤로 갈수록 난이도 빡세져서 이젠 처음부터 각잡고 키워야 해 그러니 거기서 전멸하지

ㄴㄴ 헐.. 그럼 방법 아예 없음? 애정 많이 들었는데ㅠ

ㄴㄴ 이제와서 탱커로 키우는 건 늦었고, 보니까 현질 꾸준히 한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공략보고 지휘관 쪽으로 가 그리고 막힌 부분은 제이슨이란 애가 있거든? 그놈 탱커로 만렙까지 키운 프렌 찾으면 시간 좀 많이 걸리겠지만 깰 수 있을거임

ㄴㄴ 그놈 효율 좋게 제대로 다 키우면 액티브로 무적, 타겟집중에 패시브로 부활 1회랑 물리 타격 내성 갖고 있고 필살기로 반격기까지 있어서 혼자 남아도 그 보스는 이겨 직접 보면 놀랄 걸ㅋㅋ

ㄴㄴ 와 개사기네ㄷㄷ 그렇게 할 게 ㄳㄳ


'뭐,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닌지만.'


자세한 조언으로 도움을 요청한 유저에게 감사를 받으며 이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정작 자기 자신도 최근 공략대로는 키우지 못했던 탓이다.


'로오스는 다 좋은데 선택을 되돌릴 수 없는 게 문제라니까.'


로드 오브 스토리(Lord of Story)


줄여서 로오스는 천만 원을 써도 무과금(돈을 아예 쓰지 않는 행위)과 같은, 강원랜드의 탈을 쓴 게임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큰 인기를 얻은 모바일 게임이었다.


사실 로오스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수많은 독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웹툰들의 캐릭터가 게임으로 나오는데다 현질을 전혀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다는 걸 광고에 내세우며 여러 이벤트까지 펼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적으로도 좋았다. 원작자가 직접 참여해 캐릭터의 디자인도 깔끔했고, 스토리와 전투가 밸런스 있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유저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은 물론 같은 캐릭이라도 완전 다르게 키울 수가 있어 육성과 차별화의 재미까지 선사했다.


거기다 출석 외에는 숙제라 불리는 시간 한정 퀘스트 같은게 일체 없었고, 길드나 pvp 대신 서포터라는 협력의 개념만 있으며 직업, 장비, 스킨, 아이템 4가지로 나뉜 뽑기에 천장 시스템까지 여타 게임보다 훨씬 낮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오스는 바로 갓겜 반열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수현 역시 입소문과 좋아하는 웹툰 때문에 오픈부터 로오스를 시작했고, 곧바로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략이란 게 아예 없었던 상황이었다.


수현은 그런 와중에도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인공과 캐릭터를 최대한 효율 좋게 육성시켰으나, 키우면 키울수록 선택지가 많아지는 방식이다 보니 결국 최근 공략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때문에 수현도 많은 유저들이 바라는 것처럼 육성을 초기화 시키고, 투자했던 재화를 모두 돌려주는 아이템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어떻게 된 회사가 유저들이 돈을 제발 가져가라고 사정을 해도 가져가질 않지?'


로오스가 갓겜 취급받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과금 정책이 국내 시장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월정액, 스킨 확정 패키지 말고는 현질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심지어 모든 걸 사도 달에 10만 원이 채 넘지 않았다.


게다가 무료로 뿌리는 재화의 양도 상당하다 보니 무과금으로 게임을 하다 미안한 마음에 현질을 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나중 가서는 아예 유저들은 다양한 캐시 상품을 내달라는 목소리를 낼 정도였다.


하지만 회사는 현질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방침이자 슬로건이라며 공식적으로 답했고, 결국 유저들도 이를 받아들여 최근에는 아쉬움을 투덜거리는 정도로 그쳤다.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하는 건 미친짓이니..'


로오스는 육성이 다양한 만큼 굉장히 오래 걸렸다. 캐릭터, 장비, 직업 각각 레벨을 올려야 하며 스킬과 필살기의 강화까지 따로 챙겨야 했다. 그렇기에 캐릭터 하나를 완벽하게 키우려면 못해도 3~4개월의 시간이 요구될 정도였다.


물론 파견이라 불리는, 설정만 해놓으면 최대 24시간 동안 방치해도 이미 클리어한 지역에서 자동으로 아이템을 모으는 기능이 있어 게임의 피로도 자체는 낮았다. 하지만 오픈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처음부터 다시 키우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최고 효율보다는 얼마나 많은 캐릭을 육성했느냐가 더 중요해.'


로오스는 힘, 민첩, 지력처럼 캐릭터마다 특출난 스탯에 따라 속성을 부여받는다. 속성에는 가위 바위 보처럼 상성관계가 있어 전투시 데미지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검사, 랜서, 워리어, 암살자, 방패병 등등의 전위와 궁사, 법사, 서포터, 힐러, 거너 등등의 후위 직업, 거기다 고유 특성까지 물고 물리는 상성이 존재해 하나에 올인하는 것보단 골고루 육성해야만 했다.


현재 탱커 중에 최강이라 불리는 제이슨 역시 마법 방어 스탯이 절망적으로 낮아 마법을 쓰는 보스를 만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제이슨에 매료됐던 많은 유저들이 육성 과정에서 이 부분을 보완하려 했지만 타고난 스탯도 낮고 성장폭도 적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 놈도 종막까지 가면 알게 되겠지.'


조언대로 질문했던 뉴비는 열심히 탱커 제이슨을 키운 고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 글을 뒤로한 채 수현은 평소대로 새로운 정보가 있나 찾아본 다음 핸드폰을 끄고 잠을 청했다.





*******





"X발! X바아아아아아알!!!!!!"


수현은 쓰레기장에서 악을 쓰듯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가슴에 있는 화는 전혀 가라 앉지 않았다.


서비스직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본인이 웃으려 노력해도 진상 하나의 등장으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만다. 수현은 단지 자신이 일하는 코너로 가다 매장 안에서 계산도 안하고 상품을 애한테 까먹이는 맘충이 보여 저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맘충이 자신을 만졌다며 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남편놈을 소환하고, 그 남편놈까지 나서서 버럭버럭 대는 통에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수현은 사과를 해야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맘충에게 싸대기까지 맞았다.


끔찍하게 억울했다. CCTV만 확인해도 바로 알 일을 얼른 정리하라며 닦달한 상사도, 구경만 할 뿐 나서지 않는 사람들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은 직장 동료들도, 이 사태의 원인인 맘충과 그 남편놈까지 해서 모두가 혐오스러웠다.


'빌어먹을 직장 때려 치던가 해야지!'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마트였지만 대규모에 외국계 기업이라 한 번 정규직이 되면 공무원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자리가 보장되는 곳이었다. 연봉도 다른 곳보다 훨씬 좋아 정규직이 되었을 땐 그야말로 날아갈 듯이 기뻤다.


수현은 천직이라 생각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갈수록 에너지는 바닥났다. 일은 힘겨웠고, 사람 상대는 여전히 어려웠다. 다들 비슷한지 상사부터 동료들까지 항상 날이 서있었다. 그런데도 직장은 매출과 웃음만 강요했다.


'젊었을 때 전문대라도 갈 걸, 아니면 기술 쪽 일자리를 알아 보던가.'


그만두고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별다른 학력이나 기술없이 성실함만 갖고 있는 인간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첨단이라며 무인 시스템까지 등장해 비슷한 직종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였다.


수현은 일을 하는 동안 다른 길도 알아봤어야 했다며 후회했지만, 말 그대로 뒤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비참한 꼴을 당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훨씬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젠장.. 젠장!'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그나마 부양할 가족 없이 혼자 산다는 게 삶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퇴직할 때까지만 버틴 다음, 시골로 내려가 좋아하는 게임만 하면서 살고 싶었다. 목표를 떠올리며 수현은 이를 악물었지만 타는듯한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




나는 1편에 이어 2편을 나란히 올렸다. 2편은 퇴근한 뒤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에 위안을 받고, 그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며 잠든 수현이 정말 로오스의 주인공이 되면서 1막의 캐릭터들을 만나는 내용이었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건 욕심이야, 일단 내가 흥미있고 재밌어야 읽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겠지.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자.'


정말 오랜만에 신작으로 돌아오고, 처음에 썼던 소설과는 소재가 판이하게 달라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돈을 벌기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이라 나는 마음을 편히 가졌다.


그러자 곧 신규 독자가 유입되면서 순탄하게 잘 풀리기 시작했다. 날마다 아내가 학원에서 배워온 요리를 먹으며 나는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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