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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71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5.06 23:50
조회
430
추천
3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DUMMY

윤성이 숙면이라는 이름의 휴식을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윤성이 눈을 떴을 때는 아직 로그와 레이첼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었다.


“모···목이.”


눈을 뜬 윤성은 깊은 갈증을 느꼈다. 녹색의 왕과 벌였던 사투에서 한없이 들이켰던 썩은 물들이 몸에서 빠져나간 것 때문인지 윤성의 몸은 수분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다행히 윤성의 근처에는 그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처럼 생수병이 몇 개 나뒹굴고 있었고, 윤성은 다급하게 그 생수병을 집어서 연거푸 몸 안으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물을 마실 때마다 몸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썩은 물이 망가트리고 오염시킨 몸이 맑은 물들로 인해 치유되고, 씻겨지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생수 10병을 비워낸 윤성은 그제야 갈증이 풀렸다는 듯이 다시 몸을 뉘었다.


“하아···. 하아···.”


숨도 쉬지 않으면서 생수를 10병을 비워낸 영향인지 윤성은 다급하게 숨을 내쉬면서 산소를 탐했고, 그렇게 빨아들인 산소가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면서 윤성은 몸을 움직일 힘을 얻었다. 갈증을 해결한 윤성은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녹색의 왕과 싸우면서 상처를 입었던 몸은 썩은 물의 영향인지 회복이 더뎌지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부위는 오른쪽 다리였다. 아직 윤성의 오른쪽 다리는 뼈가 부러진 채였다.


누가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성의 부러진 오른쪽 다리에는 부목이 대어져 있었다. 윤성의 힘을 고려한 것인지 부서지지 않게 쇠파이프로 부목을 만들어놓았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쇠파이프도 윤성의 힘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구부러져 있었다.


오히려 이런 뒤틀린 부목을 대고 있다간 다리가 이상하게 회복되겠다고 여긴 윤성은 부목을 이루고 있는 천을 풀어제꼈다. 그리고 그 천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통해 누가 이 부목을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은은하면서도 매혹적인 냄새. 이 냄새의 주인공은 레이첼이 분명했다. 레이첼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몸에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좋은 냄새가 나는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브랜드가 레이첼에게 빠진 것도 그녀에게서 나는 이 냄새의 영향이 컸었다. 물론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하하하···. 하여간 손재주 없기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진 부목을 낑낑대면서 풀어대던 윤성은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는 레이첼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신체 능력이 높고, 운동 신경이 남다른 그녀였지만, 어머니의 영향을 받지 못한 것인지 손재주는 정말 형편없었다. 그녀의 손을 거친 음식들이 맛있다고 느껴진 적도 없었고, 그녀가 직접 만든 옷이며, 장식품들은 모두 어딘가 문제가 하나씩 있곤 했었다.


하지만 서투른 솜씨로 만들어 낸 부목을 풀어대면서 윤성은 레이첼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서툰 손재주로 만든 부목이었지만, 윤성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윤성은 불만을 토해낼 수 없었다. 게다가 이런 서툰 솜씨로 만든 물건이기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던 자신이 이렇게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고맙다···.”


윤성이 자고 있는 레이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린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부목을 만들어 준 것은 제외하더라도 자신이 고독의 지옥이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윤성이 녹색의 왕 같은 식인괴물이 되지 않도록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윤성에게 누군갈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윤성은 자신이 녹색의 왕을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레이첼을 통해서 얻은 감정들도 한몫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맙고 고마운 존재. 괴물이라는 운명을 타고난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과도 같은 존재. 자신이 광기에 빠지지 않게 자신을 지탱해주는 존재였고, 자신에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랑이었다. 레이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레이첼을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윤성은 평온함이 자신의 온몸을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평온함 속에서 윤성은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그녀를 채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잃지 않을 거야···.”


레이첼의 얼굴에 난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면서 윤성은 중얼거렸다.


“절대로···. 절대로 잃지 않아.”


윤성은 레이첼을 보면서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되새겼다. 세턴 시티가 지옥으로 변한 후부터 지겹도록 되새겼던 그 맹세는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윤성이 레이첼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 여정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커졌었고, 윤성은 레이첼에게 소유욕을 느끼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그녀를 넘겨주기 싫었고, 그 누구에게도 그녀를 잃지 않겠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레이첼에게 소유욕을 느끼면서 욕정 또한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윤성은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치면서 그 욕망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한번 윤성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라 뿌리를 내린 소유욕이라는 이름의 욕망은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바람을··· 바람을 좀 쐐야겠어.”


타오르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자 윤성은 일단 이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오른발을 질질 끌면서 레이첼에게서 멀어졌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다. 손을 대면 부서질 것만 같은 저 가냘픈 존재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자신에게 따스한 빛을 주는 존재를 괴물인 자신의 손으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윤성은 그렇게 자신의 욕망이 더 만개하려 하는 자리를 피했고, 그런 윤성의 모습을 자는 척하던 스완이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이었다. 생존자들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에서 모두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린 루프에 도착하고 녹색의 왕을 만나 지하도로 도망치고, 그 지하도를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여정을 하는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서 인지 사람들은 누가 낚아채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마치 모두 죽음을 맞이한 상황인 것만 같아서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욕망을 가라앉히려 바깥으로 나가려 했던 윤성이었지만, 바닥에서 자는 사람들이 워낙 촘촘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생존자들이 있는 건물은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었는데도 그들은 불편해 보일 정도로 서로 모여있었다. 괴물들이 습격해올지도 모르니 생존 본능에 따라 저렇게 자는 것이겠지만, 그 모습들이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던 윤성의 눈에 그린 루프가 들어왔다. 예상은 했지만, 아직 생존자들이 그린 루프의 주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 윤성은 현재 몸 상태에서 최대한 낼 수 있는 감각으로 탐지를 시작했다. 제자리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붉은 눈을 크게 뜨고 바깥을 살폈다. 그리고 코는 사람들과 다른 냄새를 쫓았고, 피부는 생존자들에게 향하는 살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윤성은 그린 루프의 경계선을 넘지 못하고 침만 삼키고 있는 괴물들의 무리를 발견했다. 살육의 감각과 피의 맛에 굶주린 괴물들은 으르렁거리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는데 호기롭게 경계선을 넘으려고 하다가 곧바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경계선 바깥으로 도망치는 짓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행이군. 아직 그린 루프의 영역에 저놈들이 침범하지 못하다니.’


윤성은 빠짐없이 잠의 세계로 여행을 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숙면을 할 수 있는 거로군. 누구의 생각일까? 스완? 죠? 그레이가 그랬을 리는 없을 것 같고···.’


그리고 윤성은 다시 그린 루프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일까? 왜 그린 루프의 주변에는 괴물들이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녹색의 왕은 이곳에서 마구 날뛰었는데 말이야. 나나 로그도 딱히 뭔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고···.’


윤성은 경계선 너머에 있는 괴물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짐승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녀석들만 느끼는 뭔가가 있는 건가? 아니면···.’


윤성은 그린 루프를 훑어보면서 뭔가를 찾는 것처럼 온 신경을 집중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새로운 의문에 대한 섬뜩한 답이 떠올랐다.


‘아직도 뭔가가 이곳에 존재한다든가···.’


이런 생각이 들자 윤성은 다시 그린 루프로 돌아가 수색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샘솟았다. 그린 루프에 대한 비밀을 풀고 싶었고, 대체 그린 루프에 무슨 기능이 있기에 괴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세턴 시티는 대륙에서 벗어나 섬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전에 자신들은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이 거대한 감옥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이제 일어난 건가?”


그린 루프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윤성은 놀라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죠였다. 죠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술병을 앞에 두고 사람들에게서 거리를 둔 채로 고독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윤성은 아무리 괴물들이나 그린 루프에 집중하고 있었다지만, 자신의 감각에 죠가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몸은 좀 어때? 이젠 좀 괜찮나?”


윤성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쁜 것인지 죠는 미소를 지었고, 뒤이어 자신이 마시던 술을 윤성을 향해 내밀었다. 하지만 윤성은 손을 들어 죠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술이라는 액체와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죠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하긴. 자네는 다친 몸이지? 그 몸으로 술을 마시면 상처가 잘 낫지도 않을지도 몰라. 헤헤헤.”


이미 거하게 술을 마셨는지 죠는 평소와는 다르게 실실 웃어대면서 말하고 있었고, 윤성은 그런 죠에게 물었다.


“왜 주무시지 않고···. 지금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날일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잠이 오지 않는데 어쩌겠나? 불안하고, 불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데 어쩌겠냐고.”

“불안하다고요?”

“그래. 불안해···. 너무 불안해서···. 심장이 뛰어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다니까? 헤헤헤.”


불안하다는 죠의 말에 윤성은 감각에 걸리지 않았던 죠에 대한 경계심을 거두고 그에게 다가갔다. 옆집에 살 때부터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준 사람이기에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죠가 이 세턴 시티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있었기에 현재 이 여정에 뭔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였다.


“어떤 점이 불안하시다는 겁니까?”


술 냄새를 물씬 풍기는 죠의 곁에 다가온 윤성은 긴장된 얼굴로 죠에게 질문을 던졌고, 이에 죠는 초점이 흐려진 눈과 흔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면서 윤성의 질문에 대답했다.


“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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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2부 감옥 도시 - 탈옥 (5) 17.05.12 376 5 13쪽
154 2부 감옥 도시 - 탈옥 (4) 17.05.10 392 5 13쪽
»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17.05.06 431 3 12쪽
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6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2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7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30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10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4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8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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