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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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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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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58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3.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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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DUMMY

세턴 시티 역의 광장에는 그린 루프로 향하기 위한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들을 노리고 스컬지에 감염된 괴물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지만, 로그와 윤성. 그리고 스완에 의해서 대부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린 루프로 가는 길이 위험할 것으로 판단한 윤성은 로그, 스완과 함께 생존자들과 거리를 두고 이동하기로 했다. 세 명 이서 생존자들을 감싸는 형태로 거대한 삼각진형을 이루었고, 생존자들에게 향하는 괴물들을 재빨리 처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는 스완이 낸 아이디어로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스테판이 노릴 것이 분명한 세 명을 이탈시켜 생존자들에게 향하는 공격을 회피시키는 것과 일반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세 명을 통해서 생존자들로 향하는 괴물들을 외부에서부터 막아내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들이 바깥을 지키고 있더라도 막아내지 못하는 괴물들이 존재할 것이니까. 되도록 생존자들은 한데 뭉쳐 다니면서 스스로 괴물들을 막아내기로 했다. 그리고 괴물들을 죽일 무기들을 들고 있는 것은 교관들과 훈련생들뿐만 아니라 레이첼에게 동조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소중한 가족이나 사람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갖추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의지는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으로 보였다.


이 여정을 이끄는 리더는 브랜드가 맡기로 했다. 레이첼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브랜드가 리더가 되는 것을 반대하면서 자신들을 절망의 괴물로부터 구해준 윤성이 리더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윤성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윤성이 이 여정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을 포기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아직 자신을 괴물로 여기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윤성은 그들을 공포로써 제압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두려워하는 자들 중에는 압도적으로 교관들과 훈련생들이 많았다. 이 여정에서 생존자들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을 이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에게 반감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둘째는 이런 상태에서 자신이 리더를 맡게 되면 생존자들은 두 무리로 갈라지게 가능성이 컸다. 현재 생존자들은 윤성을 받아들이고, 그를 지지하는 그룹과 윤성을 두려워하여 브랜드의 선동에 넘어간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이들을 이끌겠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이 여정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든 이 여정에 참여한 생존자들끼리 분열되는 사태는 막아야만 했다.


셋째는 자신이 레이첼을 비롯한 소중한 이들과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여정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윤성으로 인한 위협은 아직도 존재했다. 그것은 아들을 버리고 도망친 스테판이 될 수도 있었고,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 사태를 일으킨 원흉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윤성은 스완의 의견대로 생존자들과 거리를 두고 이동해야만 했고, 생존자들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자가 리더가 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윤성은 미덥지도 못하고,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브랜드에게 리더의 자리를 넘겼다. 생각 같아서는 스완이나 그레이. 또는 죠가 이들을 이끌어주길 바랐지만, 스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위험요소가 다분했고, 그레이는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만 지키겠다는 기질이 윤성보다 심한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죠는 처음부터 합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린 루프로 향할 것을 가장 먼저 제의한 자가 브랜드였기에 윤성은 그가 리더를 맡도록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물론 자신을 따르는 레이첼을 비롯한 그녀의 친구들과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교관의 신분인 딘과 샘에게 브랜드를 예의 주시하고, 그가 폭주하지 않도록 잘 막아달라는 부탁을 해놓았다.


그린 루프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그린 루프로 향하는 루트나 그곳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기 위한 진형. 그리고 무기들을 비롯한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에 대한 정비가 어느 정도 완료가 되자, 윤성은 전철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구해낸 데니스와 안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레이와 그를 보조해준 비올라의 치료 덕분에 데니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까지 그를 지탱해 주었던 양다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데니스의 처참한 모습은 윤성에게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데니스의 양다리는 스테판의 녹색 액체 때문에 녹아내리고 있었고, 데니스를 살리기 위해선 그것을 잘라낼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데니스와 안나에게 죄책감이 들어서 차마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윤성이 데니스의 상태를 보면서 느낀 죄책감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자. 계속 데니스의 손을 잡고 있던 안나가 몸을 일으켜 윤성에게 다가와 그를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고만 싶었다.


“괜찮아요. 데니스가 저렇게 된 건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해하지도 마시고요.”


그리고 데니스 역시 땀을 뻘뻘 흘리고, 핏기라곤 없어 보이는 얼굴로 윤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감사의 마음도 함께 담은 채로.


“제 양다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분명 슬프고, 힘들지만···. 당신이 나타나 준 덕분에 저희는 그 괴물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가 있었어요. 우리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너무나도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데니스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윤성은 착잡한 심정을 풀지 못한 채로 그레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저는 스테판 때문에라도 이들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해요. 그러니까 영감님이 이들을 지켜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알았네. 걱정하지 말게.”


담담한 목소리로 그레이가 대답했지만, 윤성은 그의 대답 덕분에 조금이나 착잡한 마음이 풀어졌고, 그레이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그레이의 성격상 자신과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순순히 받아 들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그레이는 잠시 뜸을 들이긴 했지만, 순순히 윤성의 부탁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레이의 대답 덕분에 윤성은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 수 있었고, 그레이가 윤성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은 바로 윤성이 가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에 그런 것임을 윤성도 알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났는지, 사람들을 재촉하는 브랜드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자자! 꾸물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 같으니 이제 출발합시다!”


자신이 생존자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는 사실에 오만한 미소를 거두지를 못한 채로 브랜드는 사람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부상자나 여자와 아이들 같은 상대적인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브랜드의 행동에 레이첼을 비롯한 윤성을 지지하는 자들을 브랜드를 노려보았지만, 윤성이 분열을 일으키지 말자는 당부를 해놓은 상태이기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브랜드는 윤성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곤 짐작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쉽게 리더의 지위를 얻은 현재 상황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얼굴에서 떠오르는 미소를 주체할 수 없었고, 신이 나는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이 들었다. 게다가 눈엣가시 같은 윤성과 로그도 멀리 떨어져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떻게든 레이첼이 자신에게 마음이 끌리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브랜드는 자신을 지원해달라는 명목으로 레이첼의 위치를 자신의 바로 옆으로 지정했다. 당사자인 레이첼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레이첼은 이 결정에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브랜드의 성격상 자신이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윤성과 로그를 배척할 것이 분명했기에 레이첼은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면서 브랜드의 곁에 섰다. 하나의 조건을 붙인 채로.


그 조건은 바로 그레이와 비올라가 자신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데니스와 안나도 그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었다. 브랜드는 철저하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진형을 짰고, 그린 루프로 향하는 이들 행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브랜드가 있는 곳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가장 안전한 위치에 배정을 받은 데니스와 안나는 레이첼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녀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해요!”


그녀가 데니스와 안나에게 베푼 호의는 윤성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레이첼은 죽음으로 향하는 문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두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길 진심으로 바랐다. 서로를 아껴주고, 생각해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고, 자신과 윤성의 관계가 이들처럼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기도 했다.


부푼 희망을 품은 전철을 타고 세턴 시티 역을 떠났던 생존자들은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세턴 시티 역에서 벗어났다. 절망의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던 자들은 빛이 꺼져버린 죽은 눈을 지니게 되었고, 그저 브랜드나 다른 사람들의 지시를 따르기만 했다.


반대로 절망의 괴물들에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싸우겠다는 다짐을 한 사람들의 눈에서는 빛이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빛이 강렬해져만 갔다. 그들은 반드시 이 여정의 끝에 도달하여 살아남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그런 그들의 의지를 꺾는 것은 쉬운 일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새로운 절망의 화신이 올지라도. 그들의 굳건한 의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가 저물어버린 지옥을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었다. 윤성을 비롯한 가장 전투 능력이 뛰어난 세 명이 바깥에서부터 이들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저녁에 이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브랜드는 근처에 보이는 마트를 지목하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은 저 마트에서 자도록 하지요. 불침번은 저 괴물들에게 맡기면 되겠죠.”


노골적으로 기분 나쁘다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브랜드는 대충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성의 없고, 매정한 브랜드의 지시에도 윤성과 로그는 군말 없이 따랐다. 둘 다 처음과는 다르게 소중한 이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켜내고 싶었다. 그들이 죽음의 영역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삶을 만끽하게 해주고만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그들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스완은 브랜드의 지시에 불복하면서 가장 먼저 잠을 청하러 가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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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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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7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30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8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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