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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46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3.16 23:29
조회
402
추천
6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DUMMY

그린 루프는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나무들로 인해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인 것처럼 보였고, 거대한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중에 가장 무난하게 자신들의 여정을 어느 정도 끝마친 사람들은 생기가 도는 얼굴들로 하나같이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이 지옥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생존자들이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순수하게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생존자들과는 반대로 윤성은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을 정도로 먼 곳에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붉은 눈을 불태우면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지난 밤. 비올라가 던진 충격적인 고백으로 인해서 윤성은 너무나도 쉽게 광기의 짐승을 몰아내었던 자신의 의지를 잊고 있었다. 자신의 이성을 유지해주던 의지가 약해지면서 검은 성벽에서의 괴물로 점점 돌아가고 있던 윤성은 마침내 그의 붉은 눈에 분노와 증오를 다시금 깨우쳐준 대상인 비올라가 들어오자,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이 도시에 와서 떠돌아다니려던 자신을 붙잡고, 함께 살 것을 권유했던 비올라의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다는 것을 검은 성벽에서의 경험으로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자신에게 품었던 진실한 감정을 내뱉으면서 그녀를 신뢰하던 자신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은 비올라를 통해서 생겨난 새로운 분노와 증오는 자연스럽게 다른 생존자들 또한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저들 역시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윤성을 떠받드는 척하면서 그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윤성은 비올라를 믿었으며, 자신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동을 한 비올라가 너무나도 밉고 증오스러웠다.


검은 성벽에서의 악몽은 윤성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들은 윤성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었다. 지독한 불신으로 사람들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던 그 당시의 윤성이 마음을 연 유일했던 상대가 바로 레이첼과 비올라. 그리고 그레이였다. 유일하게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줬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 소중했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 자신에게 고백했다. 딸의 안전을 위해서 자신의 죄책감을 이용했노라고, 그 죄책감으로 자신에게 목줄을 채웠었고, 그 목줄에 메인 윤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지키는 한 마리의 개가 되어있던 셈이었다. 하지만 윤성은 그것까진 참을 수 있었다. 자신이 관영을 죽게 한 것도 사실이었고,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윤성은 비올라의 말에 무너져버렸다.


‘내가 품고 있는 죄책감을 덜고 싶었어요.’


그녀가 품고 있던 이기적인 면모에 윤성은 의지가 꺾여나갔고, 자연스럽게 억누르고 있던 분노와 증오가 다시금 그의 내면에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배신. 또다시 배신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비올라는 윤성의 신뢰와 믿음을 배신했다. 검은 성벽에서부터 이 세턴 시티까지도 윤성은 자신을 배신만 해대는 사람들에게 진저리가 나고 있었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역겹게만 느껴졌다.


‘내가 저들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만 해대는 저런 흉측한 존재 중 하나가 되고 싶어 했다고?’


점점 거센 불길로 타오르는 분노와 증오에 마음을 빼앗긴 윤성은 자신의 내면에서 새로운 광기의 짐승이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배신에 윤성의 의지는 흔들렸고, 윤성은 자신이 선택했던 사람의 길을 되돌아와 다시금 괴물의 길과 갈라지는 갈림길로 돌아오고 있었다.


“윤성! 윤성!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윤성은 자신을 부르는 레이첼의 목소리를 듣고, 갈림길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자, 윤성은 그토록 갈망하던 따스함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그 온기를 쫓아 천천히 그녀를 향해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레이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윤성은 생각했다.


‘레이첼도 비올라와 같은 마음일까? 그레이는 어떨까? 그도 나를 이용하려는 것뿐일까? 다른 이들은 어떻지? 죠는? 마티를 비롯한 레이첼의 친구들은? 딘과 샘은 어떻지? 내가 목숨을 구해준 데니스와 안나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저들이 날 이용하려고만 하는 거라면···. 난 저들을 지켜줄 필요가 있는 걸까? 내 목숨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저들을 도울 이유가 있는 걸까?’


자신을 따르겠다는 모습을 보였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윤성은 점점 자신의 몸을 타고 올라오는 눈알이 박혀있는 검은 사슬에 사로잡혔고, 그 불신이라는 이름의 사슬은 윤성의 눈을 가리면서, 그리고 그의 귀를 막으면서 그의 몸에 파고 들어가 상처 입은 그의 심장을 움켜쥐면서 윤성이 억눌렀던 광기를 조금씩 그러모으기 시작했다.


“윤성!”


불신의 사슬이 윤성의 광기를 그러모으는 중에 레이첼은 자신의 부름을 듣고, 모습을 드러낸 윤성을 발견하자마자 그에게 뛰어갔다. 그렇게 레이첼이 한발, 한발 윤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윤성의 붉은 눈을 자극하고, 이빨을 드러나게 하면서 광기의 영역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던 불신의 사슬은 레이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힘을 잃고 ‘끼리릭’ 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윤성의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기괴하게 웃는 사람의 모습을 하면서 말이다.


“몸은 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 사람들을 지키느라 힘들진 않았어요? 잠은 좀 잔 거예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레이첼의 모습에 윤성은 사람들을 의심하고, 그들에게 품었던 모든 검은 감정이 일제히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게선 빛이 났고, 그 빛은 따스함으로 자신을 감싸주었다. 그 따스함이 어떤 것인지 윤성은 깨달았다.


검은 성벽에서도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도 악마의 실에 조종당하는 인형일 뿐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윤성이 살아날 수 있게 도와주었었다. 아직도 생생히 그녀의 이름이 기억났다.


‘진아···.’


자신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으로 그녀를 지키지 못했던 윤성은 다시금 자신의 가슴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새겨주고 있는 이 따스함을 놓치기 싫었다. 두 번 다시는 이 따스함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함에 윤성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레이첼을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힘겹게 대답을 해주었다.


“···괜찮아.”


레이첼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자신을 끌어안은 윤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고, 그것이 윤성의 마음을 무척 힘들게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왜 그래요? 무, 무슨 일 있었어요?”


갑자기 자신을 껴안은 윤성의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레이첼은 말을 좀 더듬으면서 질문했고, 이에 윤성은 슬픔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널 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어머니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았고, 관영이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레이첼이 자신을 경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 윤성은 진실과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레이첼의 시선을 피해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레이첼의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들과 가까이에 있는 비올라를 노려보면서 생각했다.


‘그래. 내가 너의 남편이자, 레이첼의 아버지인 관영을 죽게 한 건 사실이지···. 그걸 부정하는 짓은 하지 않겠어.’


그리고 윤성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생각했다.


‘당신이 나의 죄책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해주지! 레이첼이 무사할 때까지 그녀를 지켜주겠다. 당신이 그 위선의 가면을 깨면서까지 부탁한 그 소원을 기꺼이 들어주겠어!’


비올라를 노려보는 윤성의 눈에서는 그림자로부터 튀어나온 불신의 사슬이 그의 광기를 강제로 끄집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원 안에 당신은 없었지. 부디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윤성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을 마무리했고, 윤성이 자신에게 광기와 살의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낀 비올라는 겉으로는 당당하게 윤성과 눈을 마주 보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를 향한 죄책감과 사죄의 마음이 가득했지만, 윤성이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알 길은 당장은 없는 듯 보였다.


윤성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과거로 돌아간 듯한 윤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공간에 숨어서 그린 루프에 연결되어있는 CCTV를 조작하여 피눈물이 절로 흐를 정도로 증오하는 대상인 윤성을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그분의 말씀대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자신의 거대한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방에서 윤성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스테판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여기가 너의 무덤이 될 것이야···. 너의 능력으로는 그분이 만든 이 괴물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니까! 샤하하!”


윤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화면 옆의 모니터에 떠 있는 기묘한 생명체의 데이터를 살피면서 흡족하다는 웃음을 내뱉던 스테판은 마치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인 것처럼 이번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아들아···. 나의 아들아···. 이제 곧 너를 죽였던···. 저 사악한 놈들이 너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제물로 쓰일 게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하던 스테판은 이번에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온몸을 떨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한 채로 중얼거렸다.


“나를 그만 좀 노려보려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무섭구나···. 너의 눈빛이··· 아직까지 나의 곁에 남아있는 너의 존재가···.”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몸을 떨던 스테판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또다시 중얼거렸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버렸던 아들인 릭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이, 이제 곧 너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다. 그분과 나 이외에는 아무도 존재를 모르고 있는 최강의 괴물을 풀어놓을 것이야···. 그린 루프는 저들의 무덤이 될 테고, 너를 죽이고, 네가 죽음을 맞이하도록 그 녀석에게 도움을 준 모든 이가 이 괴물의 뱃속에서 녹아내릴 것이다···.”


스테판이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모니터 화면에 경고문이 뜨기 시작했고, 그뿐만 아니라 그린 루프의 숨겨진 방에서 경고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 경고는 스테판의 행동을 만류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울부짖었지만, 스테판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아들의 혼령만 보일 뿐이었다.


결국, 스테판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입력한 명령을 발동시켰고, 더욱 커진 경고음들이 그린 루프의 바깥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이, 이제 시작될 거다. 너를 위한 나의 진혼제가···. ‘녹색의 왕’을 풀어놨다···. 녹색의 왕을 풀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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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2부 감옥 도시 - 탈옥 (4) 17.05.10 392 5 13쪽
153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17.05.06 430 3 12쪽
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6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29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7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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