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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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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32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3.14 23:27
조회
336
추천
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DUMMY

한 줌의 빛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세턴 시티의 밤은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 냄새가 난무하는 이 도시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한 스컬지에 감염된 괴물들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피에 대한 갈증과 살육을 하고픈 욕정으로 인해서 잠이 들지 못하면서 신선한 살과 피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에도 괴물들은 생존자들이 숨어있는 마트의 주변을 서성이기만 할 뿐. 그 안으로 감히 진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마트에 다가가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침입한 괴물들의 목숨을 거두어가는 사신이 두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그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에 마트에서 풍겨오는 자신들의 살의를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에도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뭔가 이상한데···.’


그리고 괴물들이 자신을 노려보면서도 일정 구역 안으로는 전혀 괴물들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바라보면서 윤성은 이상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스테판이 무슨 계략이라도 꾸미고 있는 건가? 감염체들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런 곳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건···. 저 녀석들의 머릿속에 있는 스컬지로 누군가 명령을 내리기 때문일 텐데···.’


윤성은 괴물들과 대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이 찝찝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는 괴물들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스완과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답답하고 찝찝한 마음에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서 중얼거렸지만, 그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스완과 상의를 하는 것이 나쁜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지키고 있는 구역을 벗어나야만 하는 일이 생길 것이었고, 저 괴물들이 자신을 두려워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지키고 있는 구역을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스완씨를 불러드릴까요?”


그리고 윤성은 자신에게 질문을 해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초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윤성은 자신에게 질문한 비올라를 향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머? 많이 놀라셨나 보네요?”


윤성이 자신의 질문에 놀랐다는 사실을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비올라는 자신 때문에 놀란 윤성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생각을 좀 깊게 하다 보니···. 오시는 걸 인지하지 못했었네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셨는데요? 혹시 스완씨를 생각하신 건가요?”

“예? 아, 아닙니다! 제가 왜 그 여자를···.”

“어머···. 아닌가요? 아까 스완씨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길래···.”


윤성은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실토하라고 압박해오는 비올라의 기운에 자연스럽게 눌려버렸고, 자신이 여자들에게 너무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올라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하던 것을 털어놓았다.


“저쪽을 보시면 괴물들이 보이실 겁니다. 저 녀석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당장 이 마트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발톱과 이빨로 죽이고 싶다는 욕구로 불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저 녀석들은 저 경계선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윤성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제가 녀석들을 발견하고, 몇 놈을 해치웠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저 경계선을 넘어가면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해오는데. 이렇게 경계선 바깥으로 나와 있으면 전혀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죠···.”


잠시 뜸을 들이면서 윤성은 비올라의 눈치를 살핀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비올라가 있는 데도. 저 녀석들은 공격해오지 않아요. 비올라가 제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건 솔직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래요? 아버지한테 여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괜히 부탁했나?”

“아···.”


순간적으로 그레이의 존재를 잊었던 윤성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면서 얼빠진 소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그레이가 있으면 비올라가 저런 괴물들에게 목숨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었다.


“제가 미처 영감님을 생각하지 못했네요···.”

“너무 잊어먹지는 말아요. 우리 아버지 보기보다 속이 되게 좁아요. 호호호.”


윤성은 비올라의 농담이 나오자마자 저 멀리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근처에 그레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에 괜스레 민망해진 윤성은 비올라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위험한 곳까지 나오신 겁니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아! 이걸 주려고 왔어요. 혼자서 힘드실 것 같아서···.”


비올라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윤성에게 마트에 흔하게 있는 노란 바구니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비올라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음식들이 있었고, 윤성은 자신의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에 흔쾌히 비올라가 내미는 바구니를 받으면서 말했다.


“이야.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참인데···.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요. 특별히 맛있게 만들었으니까. 남기지 말고 먹어요. 후훗.”


어머니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비올라는 윤성이 허겁지겁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먹는 것을 바라보았고, 윤성이 그 음식을 거의 비울 때 즈음에 갑작스럽게 윤성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내 딸을 지켜줄 수 있죠?”

“네? 켁켁켁!”


생각지도 못한 비올라의 질문에 윤성은 목이 메었는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급하게 물을 들이켰고, 비올라는 윤성이 당황해하는 건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이어나갔다.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난 내 딸을 지키기 위해서 윤성씨를 우리 집에 받아들였고, 지금까지도 그 결심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다시 갑작스럽게 윤성에게 가지고 있던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과 마음을 털어놓은 비올라가 윤성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평소의 인자한 어머니처럼 느껴졌던 비올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의 눈에는 욕망이 보였고, 그녀의 얼굴은 이기심으로 가득하였다. 평소와는 다른 악마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윤성은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들었고, 이유 모를 공포가 느껴지기 까지 했다.


“난 알고 있어요. 윤성씨가 내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내 사랑을 당신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난 그런 당신을 용서했어요···. 그 사람이 왜 당신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고, 그가 당신을 우리에게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도 잘 알기 때문이었죠.”


비올라가 광기에 휩싸이면서 내놓는 말에 윤성은 충격을 받았다. 비록 자신이 직접 관영의 목숨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에 내내 이 모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비올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진실을 족쇄로 삼아 윤성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걸 윤성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알고···.”

“그래요.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어떤 존재인 것도 알고 있었고, 당신이 그를 죽인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점점 거대해져 가는 비올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윤성은 저절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당신이기에 내 딸을 그 어떤 존재들로부터 지킬 수 있는 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죠. 당신은 내 딸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니까. 그것의 원인이 사랑이든, 죄책감이든 난 상관없어요. 내 딸을 지켜주기만 하면 되니까.”


윤성은 떨리는 입을 가까스로 열어서 비올라에게 말했다.


“어, 어떻게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었다고만 말해주죠.”


윤성은 아직 가시지 않은 자신의 의문을 풀고자 목에 잔뜩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식을 위해서 내비치는 이기적인 감정이 주는 공포를 이겨내려 노력하면서.


“그··· 그런데 왜 인제 와서 그 사실을 저에게 말씀하시는 거죠? 영원히 비밀로 유지하셨어도 전 당신들을 지켰을 겁니다···. 그걸 왜 지금···.”


비올라는 숨 쉴 틈 없이 내뿜던 광기를 다스리면서, 한참이 흐른 뒤에야 윤성에게 의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내가 품고 있는 죄책감을 덜고 싶었어요.”


냉정하고, 잔혹하게 들려오는 비올라의 말에 윤성은 가슴이 무너지고,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받았다. 절로 온몸이 떨려오고,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윤성을 무너트린 비올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윤성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내 딸을 지켜주길 바라요. ···이기적이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게 부모라는 자들이 가진 마음이라고 생각해줘요.”


이 말을 끝으로 비올라는 윤성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마음이 갈가리 찢기고,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린 윤성은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맛있게만 느껴졌던 비올라가 만든 음식을 되씹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맛은 놀라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쓰린 맛만 나고, 토할 것 같은 역함이 입안에 가득 찼다.


결국, 윤성은 입안에 있던 비올라가 만든 음식을 뱉어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지키고 말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고, 다시금 분노와 증오가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비올라를 향하고 있었다.


자신이 윤성의 새로운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올라는 도도한 발걸음으로 윤성의 감각이 닿지 않을 만한 곳까지 걸어간 후에 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이제 됐죠?.”


그리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어둠 속에 완벽하게 융화된 자는 비올라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이 어느샌가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흑흑흑.”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어둠 속의 남자가 사라지자 비올라는 무너지듯이 쓰러지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울어댔다. 깊던 밤이 햇빛의 침공으로 후퇴하기까지 말이다.


햇빛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지난 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존자들은 다시금 삶에 대한 희망을 찾는 여정을 서둘렀다. 윤성과 로그는 처음처럼 자신의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은 채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윤성의 상태가 어떤지 알지를 못했고, 그에게 무슨 일이 있냐는 쉬운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윤성은 다시금 검은 성벽에서의 괴물로 돌아가고 있었다. 먼 거리에서 생존자들을 살피는 붉은 눈에 점점 살의와 광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윤성이 완전히 괴물로 돌아가기 직전에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희망이라고 여기는 그린 루프에 도달했다. 지렁이처럼 거대한 돔의 형태를 한 그린 루프는 그 이름에 걸맞게 돔 바깥까지 뻗어 나와 있는 나무들로 치장이 되어 있었고, 자신에게 도달한 생존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듯이 바람에 이끌려 그들을 향해 잎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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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17.05.06 430 3 12쪽
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6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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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2 6 12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7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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