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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50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4.11 23:00
조회
329
추천
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DUMMY

마치 열대우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엄청난 힘으로 찢겨나간 천장을 통해서 나온 전선들은 나무들에 매달려 있는 넝쿨을 연상케 했고, 터져버린 수도관을 통해서 흐르고 있는 물은 쉴 새 없이 쏟아붓는 소나기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금속으로 이루어진 이 장소가 자연이 만들어 낸 정글 같은 모습을 띠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공간에 여섯 명의 그림자가 모습을 나타내면서 발을 내디뎠다.


“우와···. 너무 처참한데···.”


이 여섯 명의 사람 중에 누군가가 중얼거린 대로 이 금속의 정글은 성한 곳이 한 곳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처참한 풍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눈에 봐도 거대한 존재가 있었던 장소라는 걸 알려주는 것처럼 이 실험실의 현장은 모든 것이 짓눌려있거나 터져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 거대한 몸뚱어리로 모든 걸 파괴하면서 지나온 덕분에 이곳으로 오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여섯 명 중에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던 윤성이 손에 들고 있는 손전등으로 처참한 풍경의 실험실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안다는 듯이 일행의 가장 뒤쪽에서 핸드북을 만져대고 있던 마티가 질문을 꺼냈다.


“···이런 폐허 속에서 과연 우리가 찾는 정보가 남아 있을까요?”


마티 역시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멀쩡해 보이는 컴퓨터가 없다는 사실에 탄식을 내뱉었다.


“멀쩡한 컴퓨터가 없는 것 같은데···.”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던 리나가 마티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 이래서는 완전히 헛걸음한 것 아니야?”

“하아···. 멀쩡한 컴퓨터가 하나라도 있다면 좋겠는데···. 그래야 정보를 얻든지 말든지 하지.”


좌절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마티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마이크가 말했다.


“처음부터 좌절하지 마. 우린 이제 막 이 실험실에 들어온 것뿐이잖아?”

“그래. 그 자료라는 것이 반드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을 거란 보장은 없어. 문서로 남겨져 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좌절하기엔 아직 일러. 힘을 내자고.”


친구들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손전등을 비추며 주변을 살피는 레이첼이 하는 말에 마티를 비롯한 그녀의 친구들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의욕을 불태웠다.


“의욕이 높은 것도 좋지만···. 일단 조심들 해.”


마이크와 레이첼의 말에 힘을 얻은 마티와 리나를 보면서 윤성은 잠시 한숨을 쉰 후에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녹색의 왕이 스테판을 잡아먹는 순간을 노려 무사히 지하도로 대피한 생존자들을 죠와 그레이에게 맡기고 윤성은 스완과 함께 스테판이 얘기했던 녹색의 왕이 있었던 실험실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윤성은 직감적으로 녹색의 왕이 자신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고, 그때도 이번 같은 행운이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분명히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거에요. 그때를 대비해서 녀석에 대한 모든 걸 파악해 놓는 게 좋을 겁니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말하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자신을 따라나서려고 하지 않게 하려고 윤성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건넸고, 스완과 함께 둘이서 스테판이 말한 실험실을 찾으러 갈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윤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지원자들 때문에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반대는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이 단호하게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건네는 레이첼의 모습에 윤성은 그레이에게 그녀를 말려달라는 신호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레이는 윤성의 기대를 저버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레이첼은 자신의 어머니를 집어삼킨 녹색의 왕에 대한 증오가 넘쳐나는 상태였고, 그것은 딸을 잃은 그레이 역시 같았다. 다만, 그레이는 윤성과 스완 대신에 생존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올라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나서지 않은 것뿐이었다.


윤성은 그레이의 태도와 레이첼의 눈빛을 통해서 그들이 녹색의 왕에게 복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 검은 성벽에서 소중한 존재들을 잃었던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눈에서 타오르는 증오의 불길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거에 자신도 경험해본 일이었기 때문에 윤성은 자신의 의견이 이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윤성의 판단과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한 그레이가 꾹 다문 입에서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참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겠지?”


레이첼의 눈을 마주 보면서 윤성이 질문했고, 레이첼은 이를 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은 자신의 보잘것없는 힘으로는 비올라의 복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는 윤성의 능력도 통하지 않는 가공할 괴물이었으니까. 하지만 레이첼은 이대로 가만있을 수 없었다. 비올라의 죽음에 짓눌리지 않도록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했고, 녹색의 왕의 약점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그 흉측하고 추악한 괴물에게 조금이나마 복수를 행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복수에 목말라했고, 녹색의 왕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갈망하고 있었다.


결국, 윤성은 레이첼이 합류하는 것을 승낙했다. 한순간에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그녀가 걱정돼서였고,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기댈 수 있는 기둥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레이첼이 합류하는 것을 허락하자마자 이번에는 마이크와 리나. 그리고 마티가 앞다투어 윤성에게 다가왔다.


“저희도 함께 가게 해주세요!”


윤성은 마티가 왜 합류하고 싶어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훈련생들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악착같이 익힌 자신의 해킹 기술로 생존자들을 몇 번이나 구해내다 보니 흘러넘칠 듯한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고, 그가 스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티의 합류는 윤성이 바라는 바였다. 비록 그가 자신감 과잉상태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의 해킹능력은 녹색의 왕의 약점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윤성의 입장에선 마티가 합류하려는 것이 감사할 일이었지만, 마이크와 리나가 지원한 것은 의외였다.


“왜지?”


윤성은 마이크와 리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면서 이 여정에 동참하려는 이유를 물었다. 다소 위압감이 느껴지는 윤성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 마이크와 리나는 긴장됐는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에 자신들이 합류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밝혔다.


“친구를 돕고 싶으니까요.”


윤성은 처음에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말하는 친구라는 사람은 레이첼과 마티인 것이 분명한데. 왜 그들이 사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이 여정에 동참하려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윤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마이크와 리나의 눈에서 레이첼보다는 아니지만 이제 막 불씨를 피우려고 하는 증오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올라는 저희에게도 소중한 분이셨어요. 그런 분을 잡아먹은 저 녹색 뚱뚱이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분의 복수를 하는데 저희도 최소한의 힘을 보태고 싶어요.”


녹색의 왕을 녹색 뚱뚱이라고 표현한 리나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올법했지만, 윤성은 그들이 진지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윤성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들이 합류하는 것을 허락했다. 왜냐하면, 자신 역시 비올라의 원수를 갚고 싶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녹색의 왕이 잠들어있던 실험실로 향했다. 로그는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남았고, 윤성의 지시로 그레이의 말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맹세를 한 상태였다. 로그와 그레이가 있다면 지하도를 통하는 길에 큰 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윤성은 생각했다. 녹색의 왕이 일어서기도 버거워 보이는 좁은 지하도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녀석이 우릴 다시금 습격해온다면···. 녀석이 움직이기 쉬운 공간에 우리가 발을 들일 때겠지.’


윤성은 그 순간이 항구로 향하기 위해 생존자들이 지하도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때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때 녹색의 왕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기 위해서 이 실험실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녹색의 왕이 잠들어있던 실험실은 너무나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을 써둔 것처럼.


“이곳인 것 같은데?”


생각에 잠겨있는 윤성을 깨우려는 듯이 스완이 손전등으로 실험실의 한 장소를 가리켰다. 스완의 손전등을 통해서 얼핏 보이는 곳은 처참하게 파괴된 실험실에서 가장 깨끗한 장소였고, 여러 개의 모니터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니터들은 실험실의 파괴된 장비와는 대조적으로 흠집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진실을 통해서 윤성은 저곳이 스테판이 말한 녹색의 왕의 자료가 있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방 안에서 진동하는 스테판의 악취 때문이었다.


“그렇군···. 익숙한 냄새가 진동해.”

“마티. 어서 접속을 해봐. 그리고 빼낼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빼내 줘. 이 그린 루프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스완은 그 방으로 들어가 꺼져버린 컴퓨터를 작동시키면서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었는지가 궁금해.”

“아, 알겠어요.”


스완의 명령에 마티는 허겁지겁 컴퓨터에 다가가 자신의 핸드북을 연결했다. 아주 잠시 폐허가 된 실험실에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마티가 움직이고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고, 마티는 손쉽게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모두 자신의 핸드북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끝났어요.”


고요함을 깨고 마티가 모든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스완은 마티의 핸드북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바로 윤성에게 저지당했다.


“기다려. 이런 상황에서도 네가 임무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난 일단 녹색 뚱뚱이에 대한 자료를 먼저 봐야겠어. 그게 이곳으로 온 목적이었으니까.”


리나가 표현했던 녹색 뚱뚱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윤성은 아직 이름을 파악하지 못한 녹색의 왕을 녹색 뚱뚱이라고 칭하면서 마티에게 그 자료를 먼저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스완은 자기 일이 먼저라는 듯이 윤성을 노려보았고, 윤성도 스완의 시선을 받으면서 천천히 살기를 뿜어댔다. 그러자 마티는 기 싸움을 하는 두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에···. 굳이 제 핸드북을 통해서 보지 않아도 돼요. 이 컴퓨터에 있는 자료는 다 다운 받아놨으니까. 스완이 제 핸드북을 받아서 자료를 옮기시면 되고, 윤성은 제가 이 컴퓨터로 자료를 보여드리면 돼요. ···서로 싸우실 필요는 없어요.”


마티의 의견에 윤성과 스완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윤성의 경우에는 녹색의 왕에 대한 집착이 그리고 스완의 경우에는 빈센트의 추종자들이 세운 계획에 대한 집착이 그들의 마음을 급하게 하고, 생각을 무디게 만든 듯했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윤성은 마티에게 손을 내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보여주길 청했고, 마티는 기꺼이 윤성을 위해 녹색의 왕에 대한 자료를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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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6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29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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