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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63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4.27 23:50
조회
395
추천
6
글자
11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DUMMY

서로의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피지 못하는 꽃인 것처럼 두 괴물의 얼굴에선 곧바로 미소가 사라졌고, 미소로 인해 올라간 입꼬리가 완전히 가라앉을 무렵에 두 괴물은 다시금 격돌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녹색의 왕의 맹공을 윤성이 회피하는 것에만 그쳤다면 그들의 4라운드는 이제까지 싸움 중에 가장 격렬하게 부딪혀대고 있었다.


윤성은 그토록 찾아내려 애쓰던 녹색의 왕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녹색의 왕이 물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윤성은 녹색의 왕의 몸을 덮고 있는 점액이 조금씩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점액은 완벽에 가까운 갑옷의 위용을 뽐내던 것과는 다르게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터져나가면서 그냥 단순한 끈적한 액체로 변모해있었다.


녹색의 왕이 입고 있는 완벽에 가까운 갑옷의 유일한 약점이 물이었던 것일까? 그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윤성은 알고 있었다. 윤성이 녹색의 왕과의 첫 대면을 끝마치고 난 후에 칼에 남아있던 녹색의 왕의 점액을 가지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약점을 찾으려 애썼었다.


수많은 생존자가 각자의 생각을 내놓았고, 그 중에선 물로 씻겨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점액은 오히려 그 물을 흡수하면서 점점 더 크기가 커져 나갔었다. 물이 점액의 약점이라고 보기엔 그 이후에도 점액의 성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지하도의 물은 달랐다. 악취가 진동하는 이 썩은 물은 녹색의 왕을 씻기는 것처럼 점액을 조금씩 몸에서 떨어뜨렸고, 바닥에 떨어진 점액들은 끈적한 액체가 되어 썩은 물에 휘말려 정처 없는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악취가 나는 썩은 물에 녹아있는 어떤 성분이 녹색의 왕의 갑옷을 부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또다시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윤성에게 찾아왔고, 윤성은 그 행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양손에 든 칼로 녹색의 왕의 갑옷이 부서진 부분을 노리며 공격에 들어갔다.


녹색의 왕은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는 윤성을 노려보면서 그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제까지 윤성의 공격이 자신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악취가 나는 썩은 물줄기를 맞으면서 떠오른 깨달음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녹색의 왕은 윤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윤성을 관찰하는 것처럼 하나뿐인 붉은 눈을 뒤룩거리며 그의 움직임만을 쫓았다. 윤성은 녹색의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여 녹색의 왕의 다리에 생긴 점액의 갑옷에 생긴 균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녹색의 왕은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윤성의 공격을 손쉽게 회피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윤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거대하고 흉측한 주먹이 굉음을 내면서 윤성을 향해 다가오자 윤성은 뒤쪽을 향해서 몸을 뛰면서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녹색의 왕은 그 공격을 윤성이 피할 것을 예상했다는 것처럼 윤성을 향해 주먹을 여러 번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녹색의 왕의 공격을 손쉽게 피하면서 윤성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공격해 오는 녹색의 왕의 주먹이 이전과 비교하자면 매우 느리게 느껴졌다. 마치 일부러 자신의 공격을 피하게끔 만드는 것 같은 속도에 윤성은 녹색의 왕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돌파구가 생긴 윤성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그냥 녹색의 왕의 공격을 피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때마침 느려진 주먹을 주시하면서 그 주먹을 끈적하게 덮고 있는 점액의 갑옷에 생긴 균열들의 위치를 파악했고, 그 균열들을 칼로 그어대며 반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녹색의 왕에게 또다시 고통을 안겨줄 정도로 그 공격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아직 점액의 갑옷에 생긴 균열은 피가 흐를 정도의 상처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크지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윤성이 휘두르는 칼이 주변에 남아있는 점액의 영향을 받아서 더 깊게 파고 들어가지 못했고, 현재 윤성의 공격이 주는 데미지는 저 거대한 괴물의 몸체를 이쑤시개로 찌르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윤성의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기에 윤성은 녹색의 왕의 점액을 광범위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부호호호호호.”


이제는 녹색의 왕이 내뱉는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녹색의 왕은 웃고 있었고, 현재 상황에 만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이유 모를 불안감에 윤성이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갑자기 녹색의 왕은 윤성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대기 시작하면서 그 흐름에 따라 거대한 몸을 뒤뚱거리며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녹색의 왕의 의도를 더욱더 이해할 수 없던 윤성은 이 기회에 녹색의 왕이 두르고 있는 점액의 갑옷에 더 거대한 균열을 일으킬 방법을 물색하려 했지만, 그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경악했다.


녹색의 왕이 지금 허공에 대고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윤성의 동작과 많이 닮아있었다. 전체적인 몸의 움직임과 주먹의 궤도. 그리고 동작들이 이어지는 그 흐름은 윤성이 지니고 있는 기술을 거울처럼 묘사해대고 있는 것이었다.


“저 녀석이···.”


윤성은 말끝을 흐리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성이라곤 없어 보이는 저 흉측하고 거대한 괴물이 자신의 움직임을 흉내 내고 있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참으로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재주를 가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윤성은 녹색의 왕의 의도를 파악했고,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저 녀석의 노림수였단 말인가···.”


녹색의 왕이 묘사하는 자신의 기술들을 바라보면서 윤성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혔다. 검은 성벽에서 빈센트에 의해 웬디고라는 괴물로 각성하고 난 후에 생추어리의 부대원들을 손쉽게 학살하던 자신이 관영에게 가로막혔었고, 윤성은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관영의 기술을 눈으로 보고 훔쳤었다. 그의 움직임. 그의 다채로운 기술과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 심지어 기술을 구사하는 순간에 내뱉는 호흡법까지 모두 훔치는 데 성공했던 윤성은 결국 관영을 쓰러뜨렸었다.


과거에 윤성이 했던 작전을 이 감옥 도시에서 만난 괴물이 그대로 따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윤성은 그런 녹색의 왕을 공격하는 것을 잊을 정도로 경악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어떤 생각에 다다르자 자동으로 속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애써 참아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혐오스러운 그 사실. 녹색의 왕과 자신이 같은 시리즈로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사실이었다.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래서 저 녀석이 내 기술을 저렇게 쉽게 모방할 수 있었다는 건가?!’


그 생각에 이르자 대기 중에 뼛가루가 날릴 정도로 윤성은 이를 갈기 시작했다. 웬디고라는 이름의 괴물인 자신의 원형이고, 자신을 비롯한 오거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니 윤성에겐 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존재였다.


“웃기는군!”


윤성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자신의 뇌를 탓하면서 머리를 주먹으로 여러 번 쳐댔다. 결코, 인정하기 싫은 진실이었기에 윤성은 그것을 철저히 외면하고만 싶었다. 저 괴물과 자신이 같은 존재라는 그 진실을.


“아니야! 저 녀석과 나는 달라!”


진실을 부정하며 윤성이 머리를 흔들어대면서 자기 생각과 감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을 무렵. 윤성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한 녹색의 왕이 갑자기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녹색의 왕을 향한 혐오감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있는 윤성은 이를 갈면서 그 공격을 피해냈지만, 윤성의 기술을 훔쳐서인지 이전까지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녹색의 왕의 공격은 변화가 있었고, 공격을 해오는 궤도가 매서워졌다.


“이 녀석이 감히!”


관영과 그레이를 통해서 기술을 익혔던 윤성은 허락도 없이 자신의 기술을 훔쳐 쓰는 녹색의 왕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이 기술은 관영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이었고, 윤성에게 있어서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보물이었다. 유일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관영이 목숨까지 버리면서 알려준 이 기술을 저런 추하고 흉측한 괴물이 흉내를 내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었고,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윤성의 분노와는 반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 윤성의 기술을 일부 습득한 녹색의 왕은 그것을 토대로 윤성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었고, 그가 다음에 어디로 이동을 하려는 지 눈치챌 수 있었다. 과거 윤성이 관영을 상대로 이겼던 그 패턴대로 싸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도 버거울 만큼 녹색의 왕의 공격이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었다. 녹색의 왕이 내지르는 주먹이 윤성의 옷과 살갗. 그리고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즈음에 지하도의 벽을 울리는 윤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결국, 녹색의 왕의 주먹에 윤성이 맞아버렸고, 저 멀리 어두운 통로를 향해 날아가 버렸다. 윤성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날아간 후에 거대한 철판에 몸을 부딪쳤고, 철판은 윤성의 몸을 받아내면서 생긴 충격에 몸통이 일그러져 버렸다.


철판에 부딪히면서 뇌를 흔드는 것 같은 거대한 굉음이 윤성을 강타해왔다. 다행히 정통으로 맞은 것이 아닌 최대한 빗겨서 맞은 것이기에 윤성은 이전과는 다르게 그나마 몸의 뒤틀림이 덜했고, 한번 당했던 공격이기 때문인지 가까스로 정신을 온전히 다잡을 수 있었다.


“크억···. 쿨룩! 쿨룩!”


양동이로 받아야 할 정도의 피를 입에서 쏟아내면서 윤성은 다행히 온전한 한쪽 눈으로 승리감에 취해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녹색의 왕을 노려보았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군.”


자신의 몸이 박혀있는 철판을 손으로 퉁퉁 치면서 윤성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곳까지 날려줬네. 덕분에 시간을 벌었군. 고맙다.”


회복되는 몸을 억지로 잡아끌면서 윤성은 철판 앞에 우뚝 섰다. 윤성이 날아가서 박혔던 철판은 바로 썩은 물을 가두고 있는 지하도의 수문이었다. 윤성을 받아내느라 우그러진 수문은 그 거대한 몸통을 받치고 있는 연결부위들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는데. 그 틈을 통해서 이제까지 중에 가장 악취가 심한 썩은 물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좋아. 내 기술을 습득했단 말이지? 그럼 계속해 보자고.”


윤성이 칼들을 돌려대면서 녹색의 왕을 자극하자 녹색의 왕은 윤성에게 자신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긍정과 희열을 담은 거대한 포효를.


“부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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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2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7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30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4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8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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