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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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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27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3.24 00:00
조회
439
추천
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DUMMY

자신을 향해 내뿜어지는 윤성의 외침을 통해서 극심하고 격렬한 분노와 증오를 느낀 녹색의 왕은 살짝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이 무력한 존재들 속에서 자신을 향한 적의를 내뿜는 존재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백히 자신을 노리고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접하게 된 녹색의 왕은 거대한 덩치가 아까울 정도로 움츠러들면서 겁을 먹었다.


녹색의 왕이 윤성의 살기에 겁을 먹게 된 것은 윤성에게 있어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었다. 아직 눈을 뜬지 얼마 되지 않았던 녹색의 왕은 처음 겪어보는 이 모든 일에 대한 정보량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고, 전투라는 행위에 익숙지 않은 것도 컸다. 자신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분노와 증오 때문에 광기에 사로잡힌 채 괴물의 영역에 한 발을 내디딘 윤성은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가느다란 이성의 가닥을 통해서 결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윤성은 자신에게 겁을 먹고 있는 녹색의 왕의 다리를 노리고 공격에 들어갔다. 좀 더 정확하게 윤성이 노리는 곳을 말하자면 발목 근처에 있는 아킬레스건 이 윤성의 타깃이었다. 녹색의 왕이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추악한 외형을 토대로 짐작을 해보자면 녹색의 왕은 사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괴물일 것이라고 윤성은 추측했다.


저 괴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더욱 예리해진 자신의 감을 토대로 윤성은 녹색의 왕을 만든 이가 바로 빈센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녹색의 왕이 자신과 같은 컨셉으로 만들어진 생체 병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 악마가 남긴 피조물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고, 소중한 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에 윤성의 분노와 증오는 더욱더 커져 나갔고, 반드시 저 추악한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타올랐다.


일단 그러자면 먼저 저 거대한 덩치를 무너뜨려야만 했기에 윤성은 자신이 내뿜는 살기에 녹색의 왕이 겁을 먹고 있는 이 타이밍을 노려 그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명이 자신의 편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윤성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지 않은 채로 수월하게 녹색의 왕의 다리에 도착했고, 이제 양손에 쥐고 있는 실버리움 칼들을 휘둘러서 점액으로 가득한 녹색의 왕의 다리를 잘라버리기만 하면 됐다.


공간마저 갈라버릴 듯이 칼들로 예리한 궤도를 그리며 녹색의 왕의 다리를 노리고 파고 들어가는 순간에 윤성은 자신이 이렇게 겁이 많은 괴물에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겁을 먹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졌었다.


자신의 손을 통해서 칼들이 녹색의 왕의 피부에 닿았다는 것을 느낀 윤성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겼다. 아킬레스건을 끊긴 녹색의 왕은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이고, 자신은 녹색의 왕이 상처를 회복시키기 전에 그의 숨통을 끊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아직 이성의 가닥이 남아있을 때 이 싸움을 끝낼 수 있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윤성은 생각했다. 자신이 완전히 광기의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윤성의 착각이었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윤성도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윤성에게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양손에서 느껴지는 뭔가 이질적인 감촉이었다. 양손에 들고 있는 실버리움 칼들로 수많은 괴물과 싸우고, 그들을 도륙했던 윤성은 그들을 베면서 느낀 손의 감촉과 녹색의 왕을 베면서 느낀 손의 감촉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이질적인 감촉은 윤성이 휘두른 실버리움 칼들이 녹색의 왕의 피부를 베지 못했다는 결과를 윤성에게 전해주었다.


“크응?”


광기에 휩싸인 괴물이 된 윤성은 아직 가느다란 이성의 가닥을 움켜쥐고는 있었지만, 입으로 사람의 언어를 뱉어내지 못할 만큼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있는 듯 보였고, 짧게 으르렁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인지 윤성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만히 있는 것이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윤성은 재빨리 몸을 움직이면서 녹색의 왕이 반격해오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윤성의 생각과는 다르게 녹색의 왕은 윤성을 공격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윤성의 살기에 겁을 집어먹었던 때와는 다르게 윤성이 자신을 공격한 것이 아무런 고통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운명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고 여긴 윤성은 재빨리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조금 전의 공격이 실패한 것은 너무 쉽게 벌어진 상황에 자신이 온 힘을 다하지 않은 탓이라고 여긴 윤성은 양손의 핏줄이 터질 듯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온 힘을 양손에 집중시켰고, 그 터질듯한 힘으로 다시금 녹색의 왕의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칼들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윤성의 공격은 녹색의 왕에게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갑옷으로 보호되고 있는 것처럼 윤성이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칼들은 녹색의 왕의 피부를 그저 누르고만 있을 뿐. 조그마한 상처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갑옷? 아니야···. 이 감각은··· 뭔가 달라.’


두 번에 걸친 공격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당황한 윤성의 분노와 증오가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했고, 그의 광기와 살기도 점차 옅어지기 시작하면서 윤성은 공격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녹색의 왕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두 번째 공격마저 윤성이 실패하자 녹색의 왕도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됐다는 듯이 윤성을 짓눌리게 할 정도의 강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콰직!”


윤성의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면서 허공으로 흩어졌다. 윤성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녹색의 왕은 자신이 겁을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준 맛좋은 존재를 잡아채기 위해서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덩치에 비해서 굉장히 재빠르군···.’


자신을 노리고 뻗어오는 녹색의 왕의 손길은 이제까지 윤성이 겪었던 그 어떤 괴물들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윤성이 스컬지로 인해 능력을 각성시키고, 진화시킨 이후로 이렇게 이를 악물면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윤성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일단은 피하는 것에만 집중해야겠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뻗어오는 녹색의 왕의 손을 바라보면서 윤성은 더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온 신경을 녹색의 왕에게 집중시켰다. 자신의 공격이 녹색의 왕에게 조그마한 상처도 입히지 못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녹색의 왕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생존자들이 그린 루프로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윤성의 의도대로 생존자들은 그린 루프의 문이 열리는 시간까지 안전하게 있을 수 있었지만, 윤성의 공격이 녹색의 왕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생존자들이 마티를 닦달하기 시작했고, 그중에서 브랜드가 가장 심하게 마티를 압박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문을 열라고!”

“기, 기다려봐. 여기 시스템은 뚫기가 힘들다고···.”

“시끄러워! 변명하지 마!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일뿐이잖아?! 훈련소에서 훈련도 제대로 안 받고 땡땡이만 쳐대던 놈이! 싸움도 무서워서 도망만 쳐 다녔으면 이런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야?!”

“나, 나도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닥쳐! 어서 이 문을 열지 않으면 너도 이 그룹에서 추방··· 억!”


마티를 향해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고 폭언을 내뱉던 브랜드는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온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브랜드를 쓰러뜨린 주먹의 주인인 스완은 마티를 닦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조용히 해질 정도의 강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시끄럽게 꽥꽥대지 마. 이런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한 거야. 그렇게 저 괴물이 무섭고, 도망치고 싶으면 다른 데로 떠나. 아무도 널 잡지 않을 테니까.”

“뭐, 뭐야? 이 여자가 감히 누구한테! 크억!”


스완의 살기에 몸이 움츠러들었으면서도 이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가 오기를 내게 만들었는지 브랜드는 스완에게 대들다가 또다시 그녀의 주먹에 맞아 다시금 바닥과 키스를 했다.


“조용히 있으라고 말했을 텐데? 아까처럼 너 먼저 살겠다고 다시 꽥꽥댈 셈이라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겠어. 죽고 싶지 않으면 그 냄새 나는 입 좀 다물어.”


더욱 강해진 스완의 살기에 결국 브랜드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로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자신이 리더라는 사실에 집착하는 브랜드가 스완에게 재차 대들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느껴져서인 것만은 아니었다. 스완은 브랜드가 다시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말을 꺼냈었다. 녹색의 왕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를 제일 먼저 자극한 사람이 바로 브랜드였고, 스완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브랜드가 했던 행동을 생존자들에게 되새겨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스완의 말 때문에 생존자들의 원망이 브랜드에게 쏠리기 시작했고, 그런 생존자들의 눈빛을 눈치챈 브랜드는 알아서 자신의 의지를 꺾은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오만과 오기를 부려봤자 적만 더 늘어날 것이었고, 그러다간 이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브랜드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었다.


“돼, 됐다!”


일방적인 싸움을 하는 윤성과 녹색의 왕을 제외한 채로 침묵만이 맴돌던 생존자들이 일제히 화색을 띨 소식이 드디어 마티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마티는 쉴 새 없이 움직인 손가락이 마비될 것 같았고, 폭포처럼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이 아파져 올 지경이었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에 얼굴에 만족감이 가득한 미소를 드러내면서, 성취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생존자들에게 외쳤다.


“문이 열렸어요! 어서 대피하세요!”


마티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생존자들은 앞다투어 그린 루프 안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린 루프에 도달하기 전까지 와는 다르게 공포에 쫓겨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는 생존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사람들의 맨 앞에는 마치 그들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 브랜드가 있었다.


하지만 윤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무질서한 그들을 제지하고, 좀 더 수월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들의 눈에 깃든 의지는 꺾이지 않았었고, 그들은 모두 윤성이 자신들과 대피하기 전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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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2부 감옥 도시 - 탈옥 (4) 17.05.10 392 5 13쪽
153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17.05.06 430 3 12쪽
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6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29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2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6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7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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