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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57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4.15 23:50
조회
326
추천
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DUMMY

윤성은 입술을 질끈 씹으면서 파르르 떨릴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 행동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억누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윤성은 자신에게 깊은 혐오감이 들고 있었다. 이런 추악하고 흉측한 괴물이 자신의 원형이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 괴물처럼 자신도 식인이라는 행위를 할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혐오감과 불쾌감. 그리고 역겨움이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괴물을 기반으로 자신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리고, 쓰디쓴 위액이 그의 식도를 자극해왔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고 그 맛에 황홀해 하던 괴물이 자신의 원형이라는 사실에 윤성은 비록 짧게 살아온 인생이었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중에 스스로에 대한 가장 강한 혐오감이 들고 있었다.


‘내가···. 내가 이런 식인 괴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피할 수 없는 진실에 윤성은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괴물의 길과 사람의 길로 통하는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자신은 아직도 괴물의 길에 서 있는 자였고, 아직 그 갈림길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너무나도 인정하기 싫었지만, 윤성은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은 괴물이다. 사람이 되고자 갈망하는 괴물일 뿐이었다. 태생부터 사람을 잡아먹게끔 설계된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괴물일 뿐이었다. 이런 괴물인 자신이 사람이 될 방법은 오직 하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이라는 방법 뿐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윤성이 녹색의 왕에게서 떠오르는 문구인 ‘오거 시리즈의 프로토타입’이라는 글자에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스완을 제외한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평상시의 스완이라면 윤성을 걱정하고, 그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한 말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완은 마치 윤성의 냉기에 공격당한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녹색의 왕이 가르쳐주는 진실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윤성 못지않게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무너지려는 마음과 정신을 다잡느라 다른 사람을 신경을 써 줄 여유가 그녀에겐 없었다.


“뭐야. 이 모델링을 클릭하면 정보가 나오는 거였네. 시시한데.”


윤성과 스완이 현재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마티는 자신보다 먼저 녹색의 왕의 자료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마이크를 향해 입을 삐쭉 내밀면서 툴툴거렸다. 하지만 마이크는 자신도 한 몫 거들었다는 생각에 의기양양해 하면서 마티에게 말했다.


“그러게. 해킹 도사도 발견하지 못한 걸 내가 발견하다니. 내가 좀 잘나긴 했지. 하하!”


아직도 레이첼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리나는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마이크와 마티의 머리를 주먹으로 번갈아 친 후에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 눌린 두 사람은 헛기침하면서 다시 진지하게 모니터에 비치는 녹색의 왕에 대해 집중했다.


“하여간 진지하지들 못해요···.”


마이크와 마티를 노려보던 리나는 한심하다는 투로 중얼거렸고, 레이첼은 녹색의 왕에 대한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말했다.


“오거 시리즈가 대체 뭘까? 프로토타입이라면 이 녀석 말고도 다른 녀석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레이첼의 의견을 요구하는 질문에 윤성은 구역질을 일으키는 위액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윤성의 상태를 모르는 마이크와 마티는 레이첼의 질문에 자신들의 생각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게···. 10년 전에 만들어진 거면 엄청 많을 수도 있겠는데?”

“아니야. 그런 괴물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냈다면 세턴 시티에 진작 풀어놨겠지. 하지만 이제까지 녹색 뚱뚱이 같은 괴물을 본 적은 없었잖아?”


이미 그들에게 녹색의 왕은 녹색 뚱뚱이라는 호칭으로 굳어져 있는 듯 보였다.


“개량했을 수도 있잖아? 훈련소에서 윤성이 쓰러뜨린 공룡을 닮은 녀석들이 녹색 뚱뚱이와 같은 개체인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윤성이 가진 능력도 먹히지 않는 점액을 두른 녀석을 양산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능력을 지닌 녀석들이 떼로 몰려든다면 어떤 군대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네 사람의 토론이 끝을 보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윤성은 솟구쳐 오르는 위액을 참아내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자신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녹색의 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오거 시리즈들은 빈센트의 주도하에 계속해서 실험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윤성이 바로 그 실험체의 세 번째였다. 자신의 앞의 실험체들은 만나보지 못했었지만,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에 윤성은 오거 시리즈라는 생체 병기들이 최근까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윤성은 어떻게 생각해요? 이 오거 시리즈라는 녀석들이 더 있을까요?”


검은 성벽에서 윤성이 겪었던 일을 대충 알고 있던 레이첼은 그의 의견을 요구하는 질문을 내던졌다. 그리고 윤성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을 것 같다는 말이에요? 왜요?”


바로 이어지는 리나의 질문에 윤성은 입을 열면 위액이 솟구쳐 나올 것만 같았지만, 가까스로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가득한 액체를 억누르면서 대답했다. 잔뜩 찡그린 얼굴에 한 손으로 입으로 가리고 있는 그 모습은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기에 네 사람은 윤성의 상태와 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실패작.”


마침내 윤성은 가까스로 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그래. 이 괴물을 제작한 사람은 결코 실패작들을 개량하지 않아. 그냥 거기서 끝내버리지.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이 오거 시리즈라는 것의 프로토타입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우린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어서 약점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하지 않겠어?”


윤성의 상태를 눈치챈 스완이 윤성이 가까스로 완성해 낸 단어를 지원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네 사람의 관심사를 녹색의 왕의 약점을 찾는 것으로 돌려놓았다. 이에 윤성은 스완에게 눈빛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자신에게 거둬지는 시선에 윤성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자신이 이런 식인 괴물과 동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레이첼이 알게 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싶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잡아먹은 괴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 밝혀지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온기가 떠나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안도감이 든 윤성은 네 사람이 주고받은 의견을 곱씹으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분명 그 악마는 실패작을 계속해서 실험할 녀석이 아니야. 그런데 왜. 오거 시리즈에는 이토록 집착을 보이는 거지? 자기 아들의 DNA로 만든 실험체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데···. 왜일까?’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의문에 윤성은 답을 찾고 싶었지만, 그 답을 알려줄 존재는 이 세상에 없기에 이 의문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로 남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소망했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자는 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을 테니까.


“아! 여기 녀석의 능력에 대한 설명이 나오네요!”


또다시 녹색의 왕의 자료에서 숨겨진 파일을 발견한 마이크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에 리나와 마티는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뭐야. 이 녀석 오늘 왜 이래? 뭘 이렇게 잘 찾아?”

“우리 자기 오늘 뭘 해도 되는 날인 것 같은데? 하하하!”


마티는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더 뛰어난 자신보다 마이크가 연이어서 성과를 내자 살짝 질투가 나고 있었고, 리나는 여전히 레이첼의 손을 잡은 채로 마이크의 등을 두들기면서 활발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마이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진심이 담기지 않은 분위기에 휩쓸린 미소였지만, 비올라의 죽음 이후로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고마워.’


리나의 손을 꼭 잡으면서 레이첼은 자신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게. 내가 오늘은 되는 날인가 봐. 어디 그럼. 되는 날인 사나이가 한번 자료를 읽어보실까. 불만들은 없지?”


노골적으로 마티를 바라보면서 마이크가 질문하자 마티는 손을 흔들면서 마음대로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마티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마이크는 헛기침한 후에 녹색의 왕이 가진 능력에 대한 설명을 읽어내려갔다.


“녹색 뚱뚱이가 가진 능력은···. 슬라임이라고 쓰여 있네. 녹색 뚱뚱이의 핵심 능력으로 모공을 통해서 끊임없이 피부에서 솟아나는 물질이다. 모든 물리적 공격을 튕겨내고, 대부분의 충격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냉기와 열기 같은 온도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방패라고 부를 수 있는 물질이다.”


컴퓨터로 입력된 것이 아닌 녹색의 왕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휘갈겨 쓴 손글씨라서 마이크는 자료를 읽어내려가는 데 어려움을 표했다. 워낙에 악필이기도 했지만,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뭐 이렇게 읽기가 힘드냐···. 글씨 한 번 더럽게 못쓰네.”

“잠깐 비켜봐.”


악필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에 마이크가 어려움을 토로하자, 가만히 있던 스완이 마이크를 제치고 모니터를 노려보면서 자료에 담긴 내용을 일행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윤성의 예상이 맞네. 녹색 뚱뚱이를 만든 자도 어떻게 이런 물질을 만들어 내는지 알아내지 못했어. 한 마디로 녹색 뚱뚱이가 저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얘기야.”

“다른 녀석들에겐 슬라임이라는 능력을 집어넣지 못했다는 이야기네요?”


스완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듣고 있던 레이첼이 스완에게 질문했고, 스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래. 제작자도 윤성과 내가 예상했던 그자가 맞아.”


윤성은 이를 갈았다.


“···빈센트.”

“그래. 바로 그자야.”


자신과 운명처럼 엮어있는 듯한 이름을 내뱉은 윤성은 다른 의미의 역겨움에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 그 악마가 우연히 만들어진 능력을 활용할 리가 없겠지···. 스스로를 신이라고 여기는 놈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그 능력의 약점은 뭐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다급해져 간 레이첼은 자료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스완을 재촉했다.


“조금만 기다려봐···. 이제 곧···.”


어떻게든 녹색의 왕이 가진 약점을 찾아내려 애쓰던 스완은 한순간에 얼굴이 밝아지면서 모니터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쳤다.


“여기! 이걸 말하는 것 같은···.”


하지만 스완의 환희에 찬 외침은 갑작스럽게 꺼져나간 모니터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자료가 검은색 화면에 먹혀들어갔고, 꺼져버린 모니터 속에서 얼굴이 창백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정체 모를 그 인물은 자신을 바라보는 윤성 일행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은 후에 모니터 안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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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2부 감옥 도시 - 탈옥 (4) 17.05.10 392 5 13쪽
153 2부 감옥 도시 - 탈옥 (3) 17.05.06 430 3 12쪽
152 2부 감옥 도시 - 탈옥 (2) 17.05.05 363 5 13쪽
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5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1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7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30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13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09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3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7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12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1) 17.03.07 331 5 12쪽
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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