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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64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3.25 20:03
조회
309
추천
4
글자
11쪽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DUMMY

“안돼! 안돼! 안돼!”


자신의 손으로 풀어준 녹색의 왕이 살육하는 현장을 생중계로 보기 위해서 CCTV를 조작하고 있던 스테판은 생존자들이 그린 루프로 들어오는 모습이 비치자마자 모니터를 붙잡고 절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윤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녹색의 왕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해야 하는 흐름이었는데. 자신이 세운 계획과는 반대로 생존자들은 윤성이 녹색의 왕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그린 루프로 대피하는 것에 성공해버린 것이었다.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안 돼! 네놈들은 거기서 제물이 되어야만 해!”


설마하니 그린 루프의 시스템에 침투하여 굳게 닫혀있는 문을 열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해커가 저들 사이에 있을 줄은 스테판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생체 공학 쪽으로는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던 스테판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세세한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었기 때문에 생추어리에서 만든 그린 루프의 보안 시스템을 철저하게 믿고만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스테판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초래한 것이 스스로가 가진 오만이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턴 시티의 보호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중에도 생존자들이 전철을 이용하여 도주하려 했었던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실력 있는 해커인 마티의 존재를 스테판이 놓쳤을 리가 없을 터였다. 결국,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은 스테판의 부주의가 낳은 결과인 것이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얼굴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막이 찢기기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자신의 많은 손으로 얼굴을 긁어대고 있던 스테판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천천히 자신의 곁에 있는 릭의 유령을 바라보았다. 오로지 그의 눈에만 보이는 릭은 불타는 눈으로 스테판을 노려보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스테판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소스라치게 놀란 스테판은 거대한 몸을 뒤뚱거리면서 릭에게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거···걱정하지 마라. 내, 내가 직접 나서서 저들을 죽이면 되지 않겠니? 그··· 그러니 그 눈 좀! 그 눈 좀 저리 치워다오!”


스테판의 절규에 가까운 애원에도 지옥 불로 불타고 있는 릭의 눈은 오로지 그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마치 스테판이 행동에 나서도록 재촉하는 것처럼 릭의 눈에서 타오르는 지옥 불은 점점 더 거대하게 타오르면서 마치 손을 뻗는 것처럼 스테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 지금 당장! 지금 당장 내가 손을 쓰도록 하마! 그러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다오! 너, 넌 착한 아이잖니? ···이제까지 내 말을 거스른 적이 없었잖아?”


스테판은 필사적으로 릭에게 애원을 하면서도 다시금 그들의 관계에 주도권을 자신이 움켜쥐기 위해서 넌지시 죽기 전의 릭이 자신의 아래였다는 사실을 조그맣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스테판의 실수였다.


스테판의 말에 분노한 것인지 릭은 얼굴이 통째로 뒤덮일 정도로 입을 거대하게 벌리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포효를 내뱉었다. 직접 적으로 귀를 강타해오는 소리의 공격은 없었지만, 그 행위 자체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낀 스테판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움츠리면서 외쳤다.


“그, 그만! 아, 알았다! 알았어! 내가, 내가 잘못했다!”


진심을 담은 스테판의 사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릭은 포효하던 것을 멈추었고, 천천히 손을 들어서 모니터에 비친 생존자들. 그리고 녹색의 왕과 싸우고 있는 윤성을 가리키면서 조용히 스테판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스테판은 그 행동에 담긴 릭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그래. 그래! 내가 나서서 저것들을 너에게 보내주마! 배고픈 너의 영혼을 내가 달래주마! 너의 아버지인 내가 말이다!”


생전에 릭이 자신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단어를 너무나도 손쉽게 내뱉으면서 스테판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허겁지겁 움직이고 있는 이 공포에 질린 괴물은 유령이 되어버린 아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긴 했지만, 그 행동을 부추긴 스테판의 의지는 오로지 아들의 유령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이기적인 소망 때문이었다.


스테판이 도망치듯이 벗어난 방 안에는 아직도 릭의 유령이 서성거리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스테판의 생각과는 다르게 릭의 유령은 하나둘씩 불이 꺼져가는 방 안의 모니터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꺼진 모니터에 비친 녹색의 왕의 모습을 흡족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파가 튀는 것 같은 스파크를 발산하면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존재인 것처럼.


한편, 그린 루프의 바깥에서는 녹색의 왕과 윤성이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윤성은 반격다운 반격은 하지도 못한 채로 녹색의 왕이 휘두르는 손들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했었고, 윤성을 괴물로 돌아가게 할 정도로 격렬하게 타오르던 분노와 증오는 가는 연기 가닥만을 남긴 채로 모두 사그라들어 버린 지 오래였다.


“하아··· 하아··· 하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윤성은 폐와 심장이 당장에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과 비 오듯이 흘러내리는 땀으로 체력이 빠져나가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의 왕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의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한순간의 실수나 방심이 그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었기에 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었고, 그만큼 긴장이 된 상태여서 체력 소모가 크긴 했지만, 반대로 그런 상황이기에 이를 악물면서 가까스로 버텨낼 수가 있었다.


그나마 윤성에게 다행인 상황이 하나 더 있었다. 녹색의 왕은 손쉽게 뭉개버렸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윤성이 자신이 내지르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대고 있자, 점점 짜증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공격을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인 양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녹색의 왕의 움직임이 단조로워지고 있었고, 맨 처음 같은 빠른 속도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먹느냐 먹히느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서로가 가진 입장은 종이 한 장 정도 되는 차이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면서 이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게 하고 있었다.


“윤성! 어서 와요! 사람들은 모두 그린 루프로 대피했어요!”


드디어. 마침내 이 지루하고 힘든 싸움의 끝이 보이는 듯하자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거대한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자신들의 뒤를 쫓아 그린 루프로 들어오는 것은 무리일 것이 분명했다. 비록 의도하진 않은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린 루프로 대피하는 데에 성공했으니 자신이 계속해서 녹색의 왕의 시선을 끌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하아···. 하아···. 그럼 난 이만 간다···. 하아···. 이 빌어먹을 녀석아···.”


녹색의 왕을 향해서 중지를 들어 올리며 욕을 함과 동시에 윤성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지 못하면서도 녹색의 왕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생각에 그를 도발하면서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다시금 윤성의 안에 잔불로 남아있던 분노와 증오가 타오르기 시작했고, 윤성의 지친 몸에 연료를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성은 그 힘을 바탕으로 레이첼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린 루프의 입구로 재빨리 도망칠 수 있었다.


“부오오오오오!”


그리고 윤성이 자신에게 말과 행동을 사용하여 욕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윤성의 행동에 화가 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녹색의 왕이 내뱉는 뱃고동 소리 같은 포효에는 이제까지 중에 가장 거대하게 느껴지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녹색의 왕이 분노하든지 말든지 윤성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생존자들을, 정확하게는 레이첼을 보호하기 위해서 녹색의 왕과 싸우고 있던 것이었고, 비록 자신의 공격이 녹색의 왕에겐 통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고자 했던 자신의 작전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다른 괴물들처럼 녹색의 왕의 목숨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면야 더 좋았겠지만, 그것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녹색의 왕이 가진 능력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찾아야만 저 거대한 괴물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에··· 다음에 만나면 이렇게 곱게 물러나진 않을 거다!’


녹색의 왕에게 자신이 시종일관 밀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윤성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녹색의 왕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빈센트와 관련된 모든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던 윤성은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녹색의 왕과 만나게 된 것은 윤성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더욱더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아직···.”


윤성은 새롭게 얻은 교훈을 되새기면서 결심하듯이 중얼거렸다.


“아직 더 힘을 키워야만 해···.”


주먹을 불끈 쥐면서 새로운 다짐을 다진 윤성은 레이첼들이 기다리는 그린 루프의 입구에 도달하기 위해서 아직도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윤성은 입구까지 도달하는 짧은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만이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 같은 그 상황에서 윤성은 여전히 녹색의 왕을 노려보던 중에 새로운 의문이 들었고, 그 새로운 의문은 윤성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저 녀석의 속도라면 충분히 날 방해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직도 녹색의 왕은 분노가 담긴 포효만 내지를 뿐. 윤성을 뒤쫓아오지는 않았다.


‘왜지? 왜 녀석은 움직이지 않고, 포효만 내지르고 있는 거지?’


그린 루프에 도착하여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레이첼들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면서도 윤성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녹색의 왕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녹색의 왕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능력이 탑재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포효만 내질러 대고 있었다.


그리고 윤성은 그린 루프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마지막까지 녹색의 왕을 주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가진 불길함을 속삭였다.


“불안한데···.”


자신을 두고 사라지는 윤성을 향해서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던 녹색의 왕은 윤성이 그린 루프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바로 포효를 멈추고 거대한 붉은 눈을 꼼지락거리며 그린 루프를 바라보았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존재이기에 그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이 녹색의 괴물은 결코 윤성과 생존자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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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 17.05.03 382 4 12쪽
15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9) 17.04.29 357 6 15쪽
14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8) 17.04.27 396 6 11쪽
14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7) 17.04.25 331 4 12쪽
14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6) 17.04.22 351 6 13쪽
14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5) 17.04.21 332 6 12쪽
145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4) 17.04.19 287 5 12쪽
14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3) 17.04.15 327 5 12쪽
14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2) 17.04.13 301 5 12쪽
14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1) 17.04.11 330 5 12쪽
14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9 351 6 12쪽
140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0) 17.04.06 346 5 14쪽
139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9) 17.04.04 305 5 12쪽
138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8) 17.04.01 301 5 12쪽
137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7) 17.03.31 338 5 12쪽
136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6) 17.03.28 294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5) 17.03.25 310 4 11쪽
134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4) 17.03.24 440 5 12쪽
133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3) 17.03.22 343 5 13쪽
132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2) 17.03.18 514 6 11쪽
131 2부 감옥 도시 - 녹색의 왕 (1) 17.03.16 403 6 12쪽
13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4) 17.03.14 337 5 12쪽
12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3) 17.03.11 368 5 12쪽
12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2) +1 17.03.09 42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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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0) 17.03.04 40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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