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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e 님의 서재입니다.

탈출은 던전에게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탱e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6.05 18:19
최근연재일 :
2020.07.14 18:5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8,558
추천수 :
1,147
글자수 :
184,933

작성
20.07.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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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층 (3)

DUMMY

***



게임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진행되는 작업은 기획이다.

기획 파트에서 기획서를 작성하면 개발과 아트가 각 파트에 맞는 업무를 전달받아 게임을 제작하게 된다.


그런 기획 과정에서 가장 선행되는 작업을 컨셉 기획이라고 부른다.


컨셉 기획이란, 해당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어떤 느낌을 주고, 어떤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그래픽은 어떻고, 타겟층은 어떤지, 그런 기준점을 정하는 작업이다.


신우도 게임을 만들 때 컨셉을 작성했다.


그 컨셉 기획에는 플랫폼, 게임의 방식, 조작법, 목표 등에 대한 것이 있었고, 플레이어가 접하게 될 던전의 각 층에 대한 컨셉도 있었다.


1층은 초보자를 배려하는 공간이었다.

가장 낮은 난이도의 몬스터가 등장했고, 수도 적었으며, 높은 확률로 아이템이 등장했다.

물론 테스트 후 대대적인 수정(랜덤 무기 코드 삽입)을 거치면서 난이도가 수직상승해버렸지만, 어쨌든 컨셉은 그러했다.


2층은 본격적인 던전이었다.

낮은 확률로 랜덤 인카운터가 등장하고, 몬스터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수준은 낮지만 함정도 생성되었고, 숨겨진 공간도 있었다.

이 게임을 이루는 요소요소를 매우 작게 축소해서 보여주는 곳이었다.


3층은 무리를 짓는 몬스터들이었다.

처음부터 무리를 지은 채로 생성되는 몬스터(자칼 등)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성되는 몬스터들이 한곳에 뭉쳐서 플레이어를 보면 개떼같이 달려드는 게 컨셉이었다.

작게는 2마리부터 많게는 10마리까지.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무작위로 몬스터를 뿌리고, 범위를 설정하고, 해당 범위만큼 가까이 생성된 몬스터를 한 지점으로 소환하며, 카운트를 10까지 제한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4층의 컨셉은 간단했다.


언데드.


압도적인 물량.



***



일행이 4층에 내려오자마자 느낀 건 한기였다.


“좀 춥네.”


피부를 넘어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를 좀 춥다고 일축하자 네리가 핀잔을 줬다.


“이건 추운 게 아니다. 사기邪氣가 흐르는 거다.”

“나도 알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원래 4층보다 더 춥다는 거야.”

“확실히 4층에서 이렇게 짙은 사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네리는 주변을 살폈다.

던전 바닥으로 흰 안개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것이 옅게 퍼져 있었다.

던전의 사기가 유형화된 모습이었다.


네리는 위를 올려다봤다.

신우와 에드린은 인간이라서 머리가 바닥에서 최소 1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그에 비해 본인은 체고가 고작 30센티미터라 이 짙고 불쾌한 사기가 자꾸만 턱을 핥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더러웠다.

바닥을 박차고 신우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뭐 하는 거야?”

“잠깐 머리 좀 빌리겠다.”

“떨어질 것 같은데.”


네리가 발톱을 세웠다.


“네 두피가 떨어지기 전까지 떨어지지 않을 거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잖아.”


신우는 머리를 휘휘 돌려봤다.

머리에 고양이 하나를 얹고 있는데 이물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뒷통수가 뜨끈뜨끈한 건 둘째치고 뭔가 거슬렸다.


“불편해.”

“안 떨어진다니까?”

“떨어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휴.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네리가 뭔가 주술을 부렸는지 머리 위의 무게감이 사라졌다.


“이제 됐냐?”


남의 머리를 제집처럼 사용하는 주제에 너무 당당한 태도였지만, 신우는 고양이가 원래 그렇지 하며 집사의 마음으로 화를 삼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네리는 신우의 머리통을 두들겼다.


“전투도 보조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래?”


덜그럭 덜그럭.


“그럼 그 보조, 잘 부탁하지.”


어둠 속에서 뭔가 기어오기 시작했다.


하얗거나, 때때로 싯누런 그것들은 움직이는 뼈다귀였고, 생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언데드로 변해 산 자를 증오하기를 강요받은 해골들이었다.


스켈레톤의 힘은 생전의 본인이 가진 힘이나 강령술을 펼친 술자의 힘에 비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곳의 스켈레톤들은 던전의 사기에 의해 자연발생한 몬스터들.

게다가 스켈레톤의 모습 또한 윗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쥐, 박쥐, 고블린, 코볼트 등이었고, 강한 개체라 해봐야 오크나 켄타우로스가 전부였다.

즉, 그렇게 위험한 녀석들은 아니라는 거다.


“어, 얼마나 오는 거냐?”


문제는 머릿수였다.


시야 끝, 어둠 속에서 그것들은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댐에서 방류된 물처럼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했고, 밀림 속 흰개미처럼 일사분란하지 않았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

마치, 뼈무더기로 이루어진 흰색의 파도나 해일을 보는 느낌이었다.


압도적인 수의 스켈레톤이 끊임없이 다가오자 에드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리, 이미 포위당한 거 같은데?”


일행이 서 있는 위치는 던전의 천장과 연결된 계단 아래.


사방이 뻥 뚫린 공간이었다.


지금까지의 던전이 통로로만 이루어졌거나 통로와 방이 연속해서 나온 것에 비해, 4층은 거대한 방과 짧은 통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때문에 상층을 오가는 계단도 벽이나 통로 주변이 아니라 방에서 생성될 확률도 높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4층에 도착한 후 잠깐 노닥거리는 사이 생자의 기운을 감지한 스켈레톤들이 주변에 몰려든 것이다.


“위로 올라가는 게 어떠냐?”


네리가 고개를 숙여 신우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지만, 신우는 검지로 네리의 이마를 밀어버렸다.


“전투 준비.”


신우는 창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허리춤에서 망치를 꺼냈다.

이 망치는 뮌에게서 창을 받기 전까지 사용하던 무기였다.


용도는 간단했다.


이미 한 번 죽은 것들의 골통을 빠개는 것!


“길은 내가 뚫는다. 날 따라와!”


신우는 스켈레톤 무리를 향해 뛰어들며 망치를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빠바바박!


스킬을 활성화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스켈레톤들은 뻥튀기처럼 박살 나 흩어졌다.


“흡!”


이어 창을 휘두르자 해당 범위만큼 스켈레톤이 쓸려나갔고, 해당 공간만큼 공간이 비었다.

신우는 빈 공간으로 움직이고, 다시 창과 망치를 휘두르고, 다시 공간으로 발을 내딛으며 길을 뚫기 시작했다.


에드린은 신우의 뒤를 따르며 후미를 방어했다.


생명체가 아닌 언데드를 상대로 뱀파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녀는 일반 뱀파이어가 아니라 진혈의 뱀파이어였다.


진혈의 힘으로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길이도, 강도도, 모양도.


바닥에 꽈리를 틀 정도로 머리카락을 길게 늘리고 강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곧이어 와이어같은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엮여 거대한 망치를 만들어냈다.

에드린은 망치로 스켈레톤을 후려쳤다.


“저리 꺼져!”


망치로 후려칠 때마다 들쥐, 박쥐, 고블린, 오크 가릴 것 없이 뼈마디들이 박살나며 쓸려나갔다.


한 번에 쓸어버리는 범위만 따지면 신우보다 그녀가 월등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조절하여 한 번에 수 미터내의 스켈레톤을 쓸어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즉, 그녀가 길을 연다면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드린은 후방을 정리했다.

신우가 목표가 있는 듯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딜 가는 거야!”

“방 중앙!”

“거긴 왜!”

“중앙에 가면 이 방의 주인이 있어! 그 주인을 쓰러트리면 스켈레톤도 힘을 잃고 사라져!”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네리가 깜짝 놀랐다.


“방의 주인? 뭐냐? 여긴 4층부터 네임드라도 있는 거냐?”


일반적인 4층도 신우의 4층과 같이 다수의 스켈레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반모드의 4층이 헬모드의 4층과 다른 점은, 일반모드는 던전의 사기에 의해 자연발생한 스켈레톤이 의지 없이 뭉쳐다니는 것에 비해, 헬모드는 그 스켈레톤을 조종하는 몬스터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신우는 몇 번이고 겪었던 일이기에 가볍게 긍정했고, 네리와 에드린은 기겁했다.


4층부터 네임드 몬스터가 확정적으로 등장한다니.


이 무슨 되먹지도 않은 난이도란 말인가!


“그래서 언제 도착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에드린은 끝없이 나오는 몬스터의 수에 질렸다.


처음에는 신우가 빠르게 길을 뚫으며 경보 이상의 속도를 냈지만, 이젠 그 속도가 줄어 걷는 것보다 못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 본인도 머리망치로 후려칠 때 느껴지는 반탄력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몬스터의 밀집도가 높아진 것이다.


처음 스켈레톤이 몰려들었을 때는 듬성듬성 빈 공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빽빽해졌다. 얼마나 밀집됐는지, 스켈레톤들도 서로가 방해되어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몬스터의 무리를 뚫고 가는 게 아니라, 몬스터의 벽을 뚫고 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얼마 안 남았어!”


신우도 스켈레톤의 수가 많아졌다는 건 진작 느끼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스켈레톤을 부리는 네임드 몬스터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비축하여 조금 더 작은 동작, 더 효율적인 동작으로 길을 뚫었다.


“흐음.”


둘이 길을 뚫으랴 뒤를 막느랴 고생하는 동안 네리는 신우의 머리통 위에서 상황을 관찰했다.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스켈레톤들이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방향에서 같은 양의 스켈레톤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방향에 따라 스켈레톤의 밀집도가 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미의 스켈레톤은 좀 듬성듬성하게 보충되는 반면, 신우가 길을 뚫고 지나가는 정면에서는 그야말로 빽빽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마 저곳이 스켈레톤의 근원지이리라.


때문에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대로 이동하는 건 좋지 못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튀어나오는 스켈레톤을 처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유지다. 신우는 이런 경험이 많았고, 때문에 익숙하게 체력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에드린은 달랐다.


“.......”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스켈레톤 무리를 깨부수고 있었지만, 네리의 눈에는 보였다.

에드린은 지쳤다.

무엇보다 망치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몬스터의 수가 늘어서 반탄력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단순히 힘이 떨어진 게 확연히 보였다.


처음 압도적인 물량의 스켈레톤 무리를 보고 과한 힘을 쓴 게 독으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조금이라도 쉴 시간이 있다면 금방 호흡을 정리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몰려드는 스켈레톤에 의해 잠깐의 틈조차 낼 수 없었다.


네리는 그 모습을 보다가 결정을 내렸다.


“어쩔 수 없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쓰려는 주술은 약간의 패널티 때문에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주술이다.


무엇보다 큰 약점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대하는 몬스터는 스켈레톤.


뼈다귀뿐인 놈들이 그 약점을 찌를 방법은 없었다.


네리가 주술을 발동했다.


[ 주술, 투명화 ]


작가의말

wiseinvest 님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가늘비 님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카페인으로 바꿔먹고 다음편을 연성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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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일상, 그리고 고양이 (8) +3 20.06.24 378 30 11쪽
20 일상, 그리고 고양이 (7) +4 20.06.23 422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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