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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e 님의 서재입니다.

탈출은 던전에게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탱e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6.05 18:19
최근연재일 :
2020.07.14 18:5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8,539
추천수 :
1,147
글자수 :
184,933

작성
20.06.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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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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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동료모집 (1)

DUMMY

< 동료모집 >




“저거 바울 아니야?”

“장비 때깔 뭐야? 미쳤는데?”

“저 정도로 짙은 황금색이면, 적어도 7강 장비 같은데?!”

“최소 7강? 이런 미친...!”


바울은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어깨를 당당히 폈다.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를 매달았다. 선명한 금발 아래 깔끔한 외모와 탄탄한 몸매를 뽐내듯 거리를 거닐었다.

마치, 한 마리의 공작새처럼.


“저번에 네임드 파티의 엑스트라 멤버로 한탕 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

“네임드 파티?!”

“그래, 어딘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레드크라운인가 레드비였던 것 같은데.”

“둘 다 유명한 파티잖아!”

“출세했네.”


바울은 주변의 시선을 느꼈다.

겉으로는 들리지 않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그래, 더 찬양해라!

더 떠들고, 더 부러워하라고!

나는 너희들과는 다른 세계를 살고 있으니까!


던전으로 내려갈 일정이 없었음에도 장비를 챙겨입고 나온 이유는 그러했다.


“출세는 지랄.”

“저딴 놈 정도는 널렸어.”

“어쩌면 오늘 당장 던전밥이 될 지도 모르지.”

“그래, 그냥 운 좋게 네임드 파티의 땜빵으로 들어간 것뿐이잖아?”


선망과 부러움만 받는 건 아니었다. 그의 배 이상으로 질투와 시샘, 비하, 멸시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았다.

그러나 바울은 모든 감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저런 비난조차 없었다는 것을.


“운 좋게? 아무리 엑스트라 멤버라지만 고정 파티도 아니고 네임드 파티에서 멤버를 랜덤으로 뽑을 것 같냐? 저건 차후에 영입할만한 애들을 시험해보는 거야. 쓸 만한 놈인지, 아닌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그 평가에서 통과하면 영입리스트에 올려놓는 거지. 아, 하긴 너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르는구나?”

“뭐야, 이 새끼. 무슨 후장을 그렇게 맛깔나게 빨아? 한 번 대주기라도 했냐?”

“뭐 이 새끼야?”


그는 다툼을 시작한 이들을 비웃으며 지나쳤다.


바울은 꽤 이름있는 모험가다.

최소 주에 한 번씩 인스턴트 파티를 맺어 던전을 탐험했고, 파티의 전위를 책임지는 전사로서 언제나 일 인분을 다해왔다.


전사의 일 인분은 간단했다.


적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공격을 막고, 칼침을 놓는다.

짐을 들고, 도망치지 않고,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2년동안 총 99번의 던전 탐험을 시도했고, 모두 성공했다.


이젠 인스턴트 파티가 아니라 고정 파티에서도 영입제안이 올 정도였고, 며칠 전에는 네임드 파티의 엑스트라 멤버로 초청되어 던전을 탐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났고, 실력만큼 영리했으며, 그 두 가지를 더한 것보다 더 허영심이 넘쳤다.


바울이 참가한 네임드 파티는 버닝레드라는 신생파티였다.

그러나 술집에서 네임드 파티 참가를 자랑하며 떠들 때, 술에 취한 척 레드라는 단어만 내뱉었다. 사람들이 레드로 시작되는 유명한 파티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해당 탐험에서 수익은커녕 본전도 못찾았다.

그러나 모아놓은 금화를 털고 대출도 받아 장비를 바꿨다.

마치, 대박을 터트린 것처럼.

운이 좋은 것처럼.


그 모든 게 자기 홍보를 위한 일이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그만큼 유명해지게 되고, 유명해지면 더 좋은 파티나 클랜에서 연락이 올 것이며, 좋은 집단에 소속되면 그만큼 선망하는 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그 경외 어린 시선을 받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항상 자신을 치장하고, 과장했으며, 투자했다.


쉬는 날 불편한 장비를 챙겨입고 거리를 거니는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흐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곳은 도시 중심부, 성벽을 중심으로 펼쳐진 모험가의 거리였다.

파티를 구하는 모험가들, 초보 모험가를 등쳐먹으려는 호객꾼, 새로운 거래처를 뚫으려는 상단, 잡다한 물건을 파는 보따리상, 잡일을 대신해줄 잡부, 이동마차 따위가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즉, 조용할 수가 없는 거리였다.


그런 거리가 평소와 다르게 좀 한적했다.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이렇게 사람이 없을 게 뭐냐.”


바울이 그렇게 투덜거렸을 때였다.


“어?”


저 멀리 모험가 길드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마치 거리에 있어야 할 모험가들이 모두 그곳에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대규모 인파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뭐가 있는 건가 하고 기웃거리는 중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서 누군가 용의 뼈가 80그램이나 함유되어 같은 무게의 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이 드래고닉 소드를 알아본다면?

+9강으로 3단계의 황금빛을 뿜는, 트롤의 가죽으로 만들어 방어력은 물론 자동 수복 기능과 보온, 보냉 기능으로 던전과 지상 모두 활용도 만점인 이 망토를 보여준다면?

로브 바깥으로 슬쩍슬쩍 빼놓은, +4강으로 황금빛은 2단계지만 황동으로 염색하여 더 짙은 황금색을 뿌리는 체인 메일을 윗단계의 무언가로 착각한다면?

상상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류가 흘렀다.

기분이 짜릿했다.


상상의 나래에 젖은 바울이 어깨로 인파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 저는 던전의 사랑을 받는 자입니다. ]

[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

[ 나이트 모드! 지옥 유황불 난이도!!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만!!! ]

[ 현재 2/7, 선착순 5명. ]

[ 3층까지 갔다옵니다. ]


그곳에서 본 것은 장난스럽다 못해 한심한 문구가 적힌 팻말을 쥔 남자였다.


“뭐지 저 병신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던전은 위험하다.

파티원은 내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지만, 죽게 할 수도 있다. 파티, 혹은 파티원을 구하는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코 이렇게 시장바닥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보통은 믿을만한 지인의 소개나 경험, 소문, 능력 검증 등을 필요로 한다.

이는 이미 능력이 검증된 이들에 한한 방법이다.


실력, 경험, 경력이 없거나 미천한 이들은 돈을 주고 모험가 길드에 가입한다.

길드는 속한 모험가에게 등급을 부여한다. 덕분에 길드 소속 모험가들은 등급을 기준으로 파티나 파티원을 고를 수 있다. 안정적인 던전 탐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필요한 정보 제공, 저렴한 가격에 필수품 판매, 필요한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 길드 소속의 파티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도 있다.


바울 본인의 경우에는 길드 소속으로 신뢰를 쌓고, 길드를 탈퇴한 뒤 경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파티를 구했으며, 이제는 네임드 파티의 문을 두드릴 정도로 성장했다.

조금만 더하면 네임드 파티, 혹은 클랜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저런 멍청한 행동을 경멸했다.


노력 없이 결실을 얻으려는 자들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시선을 끌어 뭐라도 해보려는 기회주의자들을 보면 눈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모험가 길드 사유지 아냐? 길드에서 왜 저 미친놈을 냅두는 거야?”


바로 그거였다.

바울은 자신이 궁금했던 바를 말해주는 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었다.


“너, 저기 저 펠리드 안 보이냐?”

“보이긴 하는데, 그게 왜?”

“저거 네르미아잖아.”

“뭐?!”


대화를 엿든던 바울도 깜짝 놀랐다.

팻말을 끌어안고 앉은 남자의 머리 위, 흰 펠리드 하나가 보였다.


불길한 고양이, 펠리드.

죽음에서 되돌아오는 사신의 애완동물.

그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짙은 피를 이어 흰색의 털에 황금색 요요로운 눈동자를 가진 네르미아였다.


모험가들의 말이 이어졌다.


“네르미아가 여길 빌렸다더군.”

“뭐하러?”

“저 파티 홍보한다고. 저기 정원 일곱 중 둘은 저기 둘이야.”

“그걸 허락했다고? 길드장이?”

“어쩌겠냐. 거절했다가 앙심을 품고 일을 저지르면 어쩔껀데.”

“도시 법이....”

“법? 이봐. 저기 있는 건 신비호수 저택의 주인이야. 그게 뭘 의미하는 줄 알아?”

“......?”

“저기 있는 고양이가 이 도시를 좌지우지하는 의원 중 하나라는 거다.”

“......!”

“저 의원 나리가 모험가 길드의 지분을 들고 있다고. 길드장? 말 한 마디면.......”


모험가가 손날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옆에 있는 모험가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덩달아 침을 삼킨 바울이 여기서 관심을 끌기는 텃다는 판단을 했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여, 바울 아니냐?”


확인하니 익숙한 낯짝이었다.


“......!”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그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남자였다.

민머리 아래 투박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제 몸통만큼 거대한 도끼날이 달린 자루로 어깨를 툭툭 치며 손을 흔드는 그의 이름은 루터.

그의 라이벌을 자청하는 남자였다.


“너도 저거에 관심 있어서 왔구나!”


루터는 승모근이 너무 커지면 뇌를 밀어낼 수 있다는 속설을 완벽히 대변하는 놈이다.

말을 섞으면 자신만 피곤해진다.

때문에 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 역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바울! 도망치는 거냐!”


루터가 그 거대한 상체만큼 큰 울림통으로 외치자 중앙에 쏠려있던 시선 다수가 그들에게 향했다.


“저거 바울이랑 루터잖아?”

“이야 바울 장비 때깔 봐라.”

“참가하려고 장비 입고 온 건가?”


바울은 다수의 시선이 집중된 이 상황에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문제였다.


“도망? 이 바울 님이? 하! 농담이 늘었네.”

“으하하하하! 그래, 그래야 이몸의 라이벌이지!”

“누가 네놈 따위의 라이벌이냐고!”

“하하하하, 그래그래.”


루터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게다가 저기 저 낯짝 좀 보라고.”


루터가 가리킨 것은 팻말을 들고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였다.


“저놈은....”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는데 확실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래, 매일같이 던전에 내려가던 그 좆밥이다.”


그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남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던전에 자주 내려갔기 때문이다.


던전은 당연하지만 위험한 공간이다.

당장 이곳에 있는 모험가 중 던전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껴보지 않은 이는 없었다.

위협을 느끼지 못한 자는 실력의 고하에 관계없이 죽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있는 그들은 언제나 정신적 피로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들이 한 번 내려가면 일정시간이상 휴식을 취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던전에 매일같이 내려가는 놈이 있다?


이 건에 대해서 바울과 루터는 정말 드물게도 같은 견해를 내렸다.


“던전이 얼마나 쉬우면 소풍 가듯이 내려가는 거냐!”


그런데 그놈이 저기에 있었다.


[ 저는 던전의 사랑을 받는 자입니다. ]

[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

[ 나이트 모드! 지옥 유황불 난이도!!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만!!! ]


이따위의 팻말을 들고.


어이가 없는 걸 초월해, 화가 치밀어올랐다.


어딘가 초연한 듯한 멍한 면상이 자신의 노력과 고통을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저런 좆만한 새끼가......!”

“오, 바울! 정말 오랜만에 우리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 같군 그래.”


바울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놈을 족치고 싶지만, 저 펠리드가 있으니 그럴 순 없고.”

“그래서?”

“던전에서 보여주자.”

“...묻자는 건 아닐테고, 실력으로 짓누르자는 건가?”

“역시, 나의 라이벌.”


둘은 가볍게 주먹을 부딪쳤다.



***



고양이는 빙긋 웃었다.

“이제 두 명.”


고양이 아래, 머리를 내준 남자가 눈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나 언제까지 이래야 해?”

“좀만 더 해.”

“아까도 그랬잖아.”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파티원을 모으자고 한 건 너잖냐.”

“이런 방법으로 모을 줄은 몰랐지.”

“어쨌든 좀만 더 해.”

“나 파티장인데.”

“파티장이니까, 어려운 거 하는 거야.”

“......혹시 아직까지 감정 상해있는 거 아니지?”

“...뭔 말이냐.”

“그 왜, 네가 날 신으로 착각해서 막 애교....”


고양이는 조용히 발톱을 빼들었다.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작가의말

선작을 강요할 순 없고

추천 눌러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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