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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e 님의 서재입니다.

탈출은 던전에게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탱e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6.05 18:19
최근연재일 :
2020.07.14 18:5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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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4
추천수 :
1,147
글자수 :
184,933

작성
20.06.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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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동료모집 (4)

DUMMY

하루는 파티원을 모으고, 하루는 던전에 내려가길 반복하여 이제 7회차.


신우가 모험가 길드 앞에서 팻말을 들기 시작한 것도 벌써 2주가 다 됐다.


그러나 처음 사람들이 우글거리던 게 무색하게도 더 이상 파티를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파티 신청을 떠나 주변에 다가오는 이들조차 없었다.


신우는 괜스레 킁킁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봤다.

냄새가 나는 건 아니었다.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분명 저번 주만 해도 파티원 영입은 순조로웠다.

파티의 메리트가 분명했으니까.

우선 네리와 같은 파티에 소속되어 친분을 다질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파티가 크게 유명해졌기에 이름을 알릴 수도 있었다.

1차 파티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알려진 후에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겠다며 달려들었다.

팻말을 들 필요도 없었다.

저택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니까.


그렇게 2차, 3차, 4차.


지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다.

파티원의 수도 늘렸다.

10명이었다가, 15명, 20명까지.

파티원의 수에 비례하여 던전의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게 정설이지만, 목적지는 기껏해야 3층이었다. 지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타진했고, 신우와 네리는 받아들였다.

그렇게 헬 모드는 홀리퍼킹쉣 왓더헬 모드가 되었다.

당연히 통과자는 없었다.


그리고 5차.

15명이 내려간 해당 파티에서 2명의 통과자가 생겼다.

당장의 실력보다는 재능에서 가능성을 본 이들이었다.

신우는 그들에게 파티 제안을 했다.

그러자 한 명은 사색이 되어 도망쳤고, 다른 한 명은 귀머거리 행세를 했다. 네리가 허공에 글씨를 써주자 눈도 멀어버렸다.


마지막 6차.

10명이 내려갔고, 통과자도 4명이나 됐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태양에 대해 찬미하여 태양신의 신전으로 향했고, 누군가는 은퇴를 선언했으며, 누군가는 펑펑 울었고, 누군가는 우는 자를 달래며 사라졌다.

도저히 파티를 권유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오늘, 7차.


“.......”


누구도 오지 않는다.


현재 그가 있는 장소는 모험가 길드로 가는 길목 바로 옆.

모험가 길드로 가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길목을 벗어나 빙 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무형의 벽이 쳐진 것처럼.


범도시적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동쪽에 걸려있던 해가 어느새 머리 위로 올라왔다.

슬슬 배도 고팠다.


“오늘은 공친 건가.”


네리가 돌아오면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저 멀리 모험가 길드로 향하는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울?”


거리가 꽤 떨어져있어서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자신을 알아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바울이 한걸음에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는 던전에 내려갔다온 뒤로 신우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신우는 자신을 뭐라고 부르든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응, 안녕.”


바울은 조심스럽게 신우를 올려다봤다.

졸린 듯 내려앉은 눈매. 흐릿한 눈동자. 조금은 부르퉁하게 튀어나온 입술.

전체적으로 멍한 인상이다.

던전에서 봤던, 흐르는 분위기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말을 붙이기에는 이쪽이 더 편했다.

바울은 쭈뼛쭈뼛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 형님?”

“왜?”

“아직도 이러고 계셨습니까?”

“응.”

“소문이 퍼졌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인지라 신우는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문?”

“형님 진짜 헬모드라고. 난이도가 미쳤다고. 같이 던전에 내려가면 한순간에 훅 간다고. 그런 소문이 났습니다. 실제로 훅 간 놈들도 있구요.”

“아.”

“이미 뭣 모르는 놈, 객기 넘치는 놈, 어깨 좀 피는 놈들은 가릴 것 없이 크게 데였습니다. 놈들이 그렇게 소문을 낸 거죠. 그래야 자신들의 실패가 조금이나마 정당화되니까요. 혹시 페베우스라는 놈 아십니까? 형님처럼 검은 머리에 눈이 이렇게 찢어지고 막 재수 없게 웃는 녀석인데.”


생각을 더듬을 것도 없었다.


“응. 6차에 참가했어.”


그는 6차에 통과했던 4인 중 한 명이었다.

정확히는 우는 녀석 달래며 사라진 게 페베우스다.


바울이 탄식했다.


“그 녀석 실력 좀 있다고 유난 떠는 녀석인데, 그놈이 주범입니다. 제가 어제 술집에서 놈을 봤는데 형님이 저주받았다고, 같이 다니면 저주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형님을 무슨 몬스터 몰고 다니는 역귀로 묘사하는데.......”


바울은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말끝을 흐린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신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가?”


신우는 주변을 지나가며 자신을 힐끔거리기만할 뿐 다가오지 않는 것을 이해했다.


“뭘 그렇게 봐. 너라도 오게?”

“아, 형님. 전 자격 미달 아닙니까, 하하하.”

“실력이야 키우면 되지.”


부족한 실력정도야 키워줄 수 있는 능력이 신우에게는 있었다.

바울은 과장되게 손사레를 쳤다.


“아하하.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형님.”


바울은 농담인 줄 알면서도 식겁했다.

그러다 곧 신우가 진심임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형님. 우리 모험가는 저 아래에 보물을 얻기 위해 내려가는 거지, 죽기 위해 내려가는 게 아닙니다. 전 죽고싶지 않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고.”


신우는 크게 미련이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바울은 기분이 상했지만, 딱히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런데 형님은 왜 저 아래로 내려가시려는 겁니까?”

“그냥.”

“그렇습니까...?”


더 물어봐도 대답해줄 것 같지 않자 말을 돌렸다.


“그럼 신의 신자들과 같이 내려가는 건 어떻습니까? 걔들도 저 던전에서 뭐 찾는다고.......”

“안 돼.”

“예?”

“신자는 안 돼.”


그의 대답이 어찌나 단호했던지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바울은 억지로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뭐, 저도 인맥이 좀 있으니 나름대로 알아보긴 하겠습니다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십쇼.”

“그래.”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으셔도 좀 그렇습니다만.”

“그럼 기대해?”

“아, 아뇨.......”


바울이 시무룩해졌지만 신우는 신경쓰지 않았다.


“먼저 갈게.”

“예, 들어가십쇼.”


신우는 저 멀리서 오는 네리에게 다가가 뭔가 말했고, 둘은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신우의 뒷모습을 보며 바울은 뜻 모를 한숨을 쉬었다.


“에휴.”



***



“에휴.”


신우는 크게 한숨을 쉬며 탁자에 널브러졌다.


“뭐야. 왜 또 왔어.”


심드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건 에드린이었다.

이전처럼 의자에 앉아서 고개만 뒤로 젖힌 상태였다.


이곳은 신우가 네리의 저택에서 식객으로 머물기 전까지 머물렀던 여관 겸 주점 겸 식당.

신우는 식사를 위해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다.


그는 고개만 들어 에드린과 시선을 마주쳤다.


“나 안 보고 싶었어?”

“너 없으니까 할 일 없어서 편하던데.”


신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관은 그가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즉, 손님이 없었다.


“그러다 여기 망한다.”

“내 가게 아냐.”


에드린은 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쿨했다.


“그런 소리는 내가 없는 장소에서 해줬으면 좋겠네만.”


언제나처럼 주석잔을 닦던 여관주인이 존재감을 어필했으나, 신우도 에드린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아저씨는 왜 쓰지도 않는 주석잔을 맨날 닦는데?”

“내 알바 아냐.”

“......그래도 고용주잖아. 그 정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별로.”

“너 오늘따라 되게 틱틱거린다. 혹시 생....”

“죽여버린다!”


에드린이 신우의 목을 잡고 짤짤짤 흔들었다.


그가 여관에 있었을 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참이나 목을 졸라 흔든 에드린은 경쾌한 동작으로 일어났다.


“밥 먹으러 온 거지?”

“어? 어어....”

“좀 기다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갑자기 기분이 풀린 듯한 모습이었다.

신우는 어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대?”


여관주인은 말이 없었고, 네리는 재미없다는 듯 하품을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중, 네리가 의자에서 탁자 위로 올라왔다.


“이제 어떻게 할 꺼냐?”


네리가 묻는 건 분명했다.

앞으로 파티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글쎄....”


처음 신우가 던전에 타인과 같이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최고의 실력자들을 뽑아서 드림팀을 만들자!

네리가 도와준다면 드림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러면 던전 지하까지 직행할 수 있을 거고, 나는 인피니티 오브를 얻을 수 있겠지!


물론 상상일 뿐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지상에는 신전의 탐험대, 클랜, 길드, 파티 등 다수의 집단이 존재했고, 실력이 검증된 이들은 대부분 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한 조직에 소속된 이를 빼 오면 기존 집단과 다툼이 벌어질 판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사람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나오겠냐는 문제가 선행되지만, 신우는 그 부분에서는 자신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조직에서도 줄 수 없는 메리트를, 나는 줄 수 있다고.


그러나 그건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차선을 선택했다.

모험가 길드에 있거나 소속된 곳이 없는 모험가를 모아 파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소속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실력이 미달이거나, 기개가 없거나, 목적이 달랐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실시한 게 대규모 공개 오디션(인간 팻말)이었다.

2주만에 망했지만.


네리가 말했다.


“난 분명히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 방법이 없는 걸.”

“가까이에서 찾아보는 건 어떠냐?”

“가까이?”


네리가 어딘가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쫓아가자, 그 끝에 여관주인이 있었다.

둘의 시선이 여관주인에게 집중되었다.


“.......”


여관주인은 모르는 척 잔을 닦았다.


“아, 네리.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부족한 포지션이 뭐지?”


신우가 방금 떠올랐다는 듯, 연기하는 톤으로 말했다.

네리가 그것도 연기냐는 듯 책망하는 눈길로 그를 흘겼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었다.


“어디긴 어디냐. 척후지.”

“아, 맞아. 내가 전사 겸 딜러를 맡고, 네가 원거리 겸 마법사를 맡는다고 봤을 때, 우리한테 부족한 게 척후네. 미리 몬스터를 확인하고, 함정을 해제하고, 여차하면 전투에도 참가할 수 있는 도적. 그렇지?”


네리는 이 발연기에 동참한 게 참담하다는 듯 앞발로 눈을 가렸다.

대답이 없자 신우는 혼잣말로 이어갔다.


“아, 어디서 도적 한 명 없을까나.”

“.......”

“한 명. 딱 한 명만 있으면 좋을텐데.”

“.......”

“아, 그러고보니 아저씨가....”


그때였다.


“음식 다 됐어. 밥이나 먹어.”


에드린이 양손에 커다란 접시 두 개씩 든 채 주방문을 발로 차고 나왔다.

이제까지 아무 말도 없던 여관주인이 입을 뗐다.


“젊은 애 두고 왜 늙은 놈 데려가려 그러나?”


셋의 시선이 한 명에게 몰렸다.


에드린이 눈을 찌푸렸다.


“왜, 뭐.”


작가의말

 이제 14만자를 넘어 15만자로 달려가는데 유입이 많지 않네요...


 쓰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오늘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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