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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e 님의 서재입니다.

탈출은 던전에게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탱e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6.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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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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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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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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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층 (2)

DUMMY

***



신우가 지금까지 주로 활동한 곳은 던전의 3층이었다.


그의 던전 3층은 다른 사람이 내려오면 운이 나쁠 때 한두 개 나오는 오크 부락이 무더기로 나오고, 운이 나쁘면 어설픈 오크 성채까지 등장하는 곳이다.


능력 부족으로 3층에서 활동한 게 아니다.

빠르게 내려가려 한다면 혼자서도 3층과 4층을 넘어, 그 아래까지 도달할 힘과 능력이 있었다.


문제는 그 뒤다.


몬스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3층과 4층을 넘어 5층까지 도달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5층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고 4층으로 올라와야 했다면?

그리고 4층에서 정리되지 않은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덮쳐온다면?


결과는 뻔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몬스터를 학살하며 전진한 이유고, 던전 탐험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며, 저층만 반복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동료가 생겼다.


그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뱀파이어 에드린.

진혈의 뱀파이어인 그녀는 일반적인 뱀파이어가 갖는 약점을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보다 상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외의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 스킬, 변이술(Lv 12)이 발동됩니다. ]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새빨간 머리카락 끝이 액체처럼 바닥으로 늘어진다. 바닥에 작고 빨간 웅덩이를 만들었다.

아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짙고 점성 높은 액체였다.

이어 그녀의 손짓에 따라 액체 속에서 뭔가 기어나왔다.

S자를 그리며 나온 건 붉은 뱀이었다.


액체로 이루어진 붉은 뱀은 마치 껍데기를 벗은 나비가 몸을 말리듯, 액체에서 나오며 그 형태를 완전하게 갖췄다.


진짜 뱀처럼 윤기나는 비늘, 슈르릅 거리는 혀, 삼각형의 머리통과 아몬드형 붉은색 눈동자까지.


“가라.”


뱀은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꽈리를 틀었다. 그리고 한순간에 몸을 튕기며 도약, 맞은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던지라 네리는 본능적으로 홍채를 좁혔다.


“저건 뭐냐?”

“내 머리카락으로 만든 뱀.”

“그걸 말한 게 아닐텐데?”


에드린은 그냥 해본 말이라며 어깨를 으쓱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변이술로 만든 뱀이야. 피를 쓰긴 아까우니까 머리카락을 쓴 거고.”

“그게 가능한 거냐? 아니, 피 대신 머리카락을 쓰는 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 만든 게 위력은 괜찮은 거냐?”

“누가 피를 안 쓴데?”

“네가 방금 그랬잖냐. 피 쓰기 아깝다고.”

“당연히 내 피야 쓰기 아깝지. 그럼 다른 놈 피를 쓰면 되잖아?”

“그게 무슨?”


에드린은 검지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고, 그곳엔 마치 미라처럼 몸의 수분기가 전부 빨려 죽은 몬스터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 팔뚝만한 굵기에서 허벅지만한 굵기로 커지고 더 사납게 변한 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뱀은 에드린의 손짓에 그녀 앞으로 다가갔고, 그녀가 손을 내밀자 입에서 빨간색 조그만 구슬 하나를 뱉었다.


“이런 식으로 피도 수급할 수 있고.”


네리는 외형은 그대로지만 뭔가 힘이 약해진 것 같은 뱀과 구슬을 주머니에 넣는 에드린을 번갈아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구두쇠.”

“다 들려.”

“들으라고 한 말이다.”


에드린은 다시 손짓했고, 뱀은 빨빨빨 기어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사라지려는 순간이었다.


철컥.


“멈춰!”


네리는 소리부터 냅다 질렀다.

마법적인 무언가 발동했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위치는 시야 끝, 뱀이 지나고 있는 부분.

누군가 어떤 위치를 밟으면 발동되는, 매우 간단한 압착식 함정.

마법회로가 반으로 나뉘어있다가 압착식 함정으로 회로가 붙는 순간 함정이 발동.


고오오오오오-!


함정으로부터 마력이 들끓어오른다.

마력은 순식간에 기화하듯 세를 불려 회로에 따라 현상화한다.

허공에서 투명한 뭔가 부풀어 오르더니 쩍, 하고 허공이 갈라졌다.


마치 거울이 깨지듯 공간이 깨졌다.

그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려는 발버둥쳤고, 그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충격과 함께 허공의 금이 더 길어지고 커졌다.


척 봐도 심상치 않은 느낌.


에드린은 진심으로 전투를 준비하며 하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그만.”


그러나 네리가 막았다.


“내가 처리할게.”


함정이 발동되는 순간 지정된 대상을 부르는 이 함정의 이름은 흔히 부르미 함정이라고 부른다.

사용된 마법은 게니쉬의 부름.

전이술 중 하나였다.


“오오오오-!”


이미 발동된 게니쉬의 부름을 취소시키기 위해서는 꽤 까다롭고 어려운 방법이 요구되지만, 출력만 충분하다면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 어빌리티, 영구기관(Lv 1)이 발동됩니다. ]


신우에게 능력을 하나 이식받은 뒤로는 가능해진 방법이었다.


“냥.”


가볍게 발을 구르자 깨졌던 허공이 방탄 필름 벗기듯 사라졌다.


사용된 마법은 안정화.

낮은 수준의 전이술로 불안정한 공간을 안정시키는 마법이었다.

네리는 게니쉬의 부름으로 불안정해진 공간에 출력 높은 안정화를 때려박음으로서 마법을 강제로 무효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주술사의 대가이자 전이술의 마스터인 네리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 1의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할 일을 다 해주고 있었다.


“방금 그 소리, 누구지?”

“궁금하냐?”

“딱히.”

“실은 내가 궁금하다.”

“.......”

“한 번 불러볼까?”

“어떻게?”

“3층이라 그런지 암호 패턴이 허술해서, 나도 모르게 마력 패턴과 좌표를 역추적해버렸다. 이걸로 게뉘시의 부름을 그대로 쓰면 아까 그 놈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떠냐? 한 번 해볼까?”


물론 충동이 심해 통제가 안 될 때도 있지만.



***



일행이 에드린의 뱀으로 암살 및 정찰을 진행하고, 전투가 길어질것만 같으면 네리의 전이술로 공간을 뛰어넘어 이동하길 몇 차례.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그런데 몬스터 처리를 너무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 미친...!”


맞은편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어둠에서 오크들이 한 열씩 나타나고 있었다.


오크들은 오와 열을 맞췄고, 제식을 하는 것처럼 동작이 균일했으며, 12마리가 한 횡대를 이뤄 통로가 가득 찼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3열씩 1개 제대로 3개 제대.

즉, 108마리였다.


그들은 비슷한 복장에, 1열은 네모난 방패를 앞세우고, 2열은 검이나 메이스 따위의 둔기를 쥐었으며, 3열은 장창을 쥐었다.

그렇게 마치 한 마리의 고슴도치처럼, 오크들은 이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에드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3층에서 오크가 군대를 이루다니, 이게 말이나 돼?!”


신우와 처음 던전을 내려온 에드린은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오크 부락 한 두 개가 발견되면 많이 나오는 거라고 여겨지는 던전의 3층에서, 이미 여기에 있는 것만 해도 오크 부락 두 개의 수가 넘는다.

게다가 완전무장에 제식까지 갖춘 군대를 이룬 채로!


“뭐, 가끔 그래.”


신우가 여상하게 대답했고, 에드린은 그를 괴물처럼 쳐다봤다.


“같이 다니다보면 적응이 될 거다.”


의연하게 말했지만, 사실 네리도 많이 놀란 상태였다.

지금까지 신우와 여러 차례 던전을 내려왔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몬스터들이 군대를 형성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에드린은 암살자였고, 직업 특성상 정보에 밝았다.

암살이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게 끝이 아니라 누군가 죽음으로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손님과 대상을 가려받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에드린은 신우에 대한 정보도 보유하고 있었다.


애초에 처음 신우가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그의 목숨을 구해준 것도 그녀고, 그 이후 3개월 동안 같이 생활한 것도 그녀다.

때문에 던전에 내려가는 신우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도, 그런 힘을 가졌음에도 3층에 머무르는 것으로 말미암아 난이도가 보통의 사람과 다르다는 것도 알아챘다.


그런데 그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번엔 난이도가 좀 높네.”


남 일처럼 말하는 그가 왠지 낯설어 보였다.


“여기까지 편하게 왔으니까 이젠 내 차롄가?”


신우는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도합 25KG짜리 창이 허공을 찢으며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어, 야!”


에드린은 신우가 저 오크 군대를 향해 혼자 돌진하려고 하자 기겁했다.

저 정도로 군기가 잘 잡힌 군대는 13층에서나 볼 수 있었다.

물론 13층의 오크와 3층의 오크가 질적으로 같지 않겠지만, 흐르는 군기만큼은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보였다.


“내버려 둬.”


네리는 에드린을 만류했다.


“이 기회에 신우의 능력을 알아두는 것도 좋지 않겠냐?”


오크 군대가 전진을 시작했다.

첫 번째 열이 첫 발을 떼고, 두 번째 열이, 그리고 세 번째 열이 움직이는데 부자연스러움이 없었다.

얼마나 오랜 훈련을 거쳤는지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군대를 향해 창 한 자루로 돌진하는 신우.


그는 마치 수레 앞을 막는 사마귀처럼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신우는 자신이 있었다.


겨우 이 정도 병력으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자신감이.


[ 어빌리티, 금강불괴(Lv 3)가 활성화됩니다. ]


거인의 힘을 일깨웠다.

눈앞의 모든 걸 분쇄해 버릴만큼 압도적인 힘이 치솟는다.


[ 스킬, 완력(Lv 7)이 활성화됩니다. ]


전완근이 강철처럼 단단해지면서 손아귀에 힘이 넘친다.

손가락 사이에 창대를 끼고 펜돌리기 하듯 돌렸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창이 회전한다.

넘치는 힘 때문에 몸이 터질 것 같았다.


[ 스킬, 강체(Lv 4)가 활성화됩니다. ]


몸이 강철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조금 전까지 발산하지 못해 근질근질거리던 힘이 몸 안에 오롯이 담기기 시작했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힘이 안으로 응축된다.


이제 오크와 거리는 스무 걸음.


신우는 흉한 웃음을 매달았다.


“하앗!”


그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창을 반대쪽 옆구리에 넣고 어깨를 닫았다. 휘두르기 위한 자세였다. 발을 크게 내딛으며 힘을 뿜어내듯 창을 휘둘렀다.

무게만 25kg에 달하는 장창이 등 뒤에서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오크 군대의 첫 번재 열을 강타했다.


꽈-앙!


우레가 치는 소리와 함게 오크가 든 방패가 과자처럼 아작나며 부대가 그대로 쓸려나갔다.


놀랍게도 몇몇 오크는 전열이 쓸려나간 와중에서도 제 무기로 신우를 찔렀다.


“흥!”


창을 크게 휘둘렀기에 몸이 열린 상태.

신우는 당황하지 않고 역으로 검날을 쥐고 빼앗아 휘둘렀다.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큼지막하게 제작된 손잡이 뒤 폼멜이 오크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순식간에 오크 머리통 세 개를 깨부수고, 다시 창을 휘둘렀다.

남은 방패병이나 개박살 난 메이스 잔해 따위가 허공을 날았다.


그는 마치 양 속에 떨어진 늑대처럼 오크들을 찢어발겼다.


오크 제대 하나가 박살나는데 걸린 시간이라고 해봐야 창 몇 번 휘두르는 시간이 전부였다.


뒤에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드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동료가 필요한 거지?”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대답을 하는 네리는 미묘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3층도 이런데 4층은? 5층은? 이것보다 더하지 않을까?”


에드린은 생각했다.

보통 많아봐야 오크 부락 한 개, 혹은 두 개에서 약 쉰 마리의 오크가 발견되는 게 일반적인 난이도의 3층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오크만 그 두 배쯤 된다.

지금까지 사냥했던 몬스터를 모두 더하면 네 배가 넘고.


그런데 아직 이동하지 않은 지역의 몬스터들을 모두 더하면?


3층부터 이런데 4층은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등장할 것인가?


게다가 4층은...!


“......!”


겁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에드린이지만,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신우는 빠르게 오크를 정리했고.


일행은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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