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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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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조장 선출

DUMMY

“아이돌 놀이공원 1라운드는 각자 자기 기량을 보여주는 대관람차 무대였죠.”


1라운드는 개인 기량과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솔로 무대 경연이었다.

제한된 선곡 내에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기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30%의 참가자가 탈락했다.

헌서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2라운드부터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돌 놀이공원 2라운드는 회전목마입니다.”


MC가 2라운드의 규칙을 설명했다.


“1라운드가 개인전이었다면, 2라운드는 단체전입니다.”


여러 명이 팀을 짜서 퍼포먼스를 하는 라운드였다.


“그런데, 2라운드를 회전목마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겠죠. 팀원들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며 센터에 서게 됩니다.”


무조건 같은 분량만큼 센터에 서도록 파트를 분배해야 했다.


“다른 팀과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지만, 팀 내의 여러 명 가운데서도 눈에 띄어야 합니다.”


분량은 같아도 어느 부분에서 센터에 서느냐에 따라서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킬링파트에서 센터를 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팀은 1라운드 점수의 순서대로 정합니다.”


1라운드에서 참가자들이 받은 점수 순서대로 곡을 선택할 수 있었다.

대형 모니터에 공연할 곡의 제목이 떠올랐다.


“와, 나 저 곡 하고 싶어.”

“나 저건 자신 있어. 잘 할 수 있어.”

“난 저 곡만 아니면 좋겠다.”


참가자들의 얼굴에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서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유리한 곡을 선점하려고 애썼다.


“그럼 1위부터 곡을 선택해주십시오.”


1라운드에서 1위를 한 일유라는 참가자가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미남의 정석같은 얼굴에 신비로운 매력까지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표를 원하는 곡 아래에 붙였다.

다른 참가자들도 순위대로 자신이 원하는 곡을 선택했다.

그때마다 환호성과 아쉬운 한탄 소리가 함께 터져나왔다.


“아, 안돼. 나 저 곡 하려고 했는데.”

“저걸 선택할 줄 몰랐는데?”

“난 어떤 곡 하지?”


여러 곡 가운데 ‘블랙 울프’라는 곡은 선택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저 곡 하게 되겠네.’


헌서는 메기로 나중에 투입되어 마지막 순서를 배정받아서,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다. 자리가 남는 곡에 무조건 들어가야 했다.


‘도대체 어떤 곡이라서 선택하는 사람이 없지?’


끝으로 선택해야 하는 헌서가 블랙 울프 곡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자, 참가자들이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몇몇은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어휴, 제일 어려운 곡 걸렸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들 텐데.”

“저 곡 하면 실력이 다 들통날걸. 할 수 있을까?”


헌서는 그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급하게 작전에 투입되느라, 아이돌 연습생으로 며칠 연습하지 못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중간은 할 자신 있다.’


물론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경력이 짧은 그가 중간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헌터로서 각성한 헌서는 남다른 신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 조별로 모여서 연습하시면 됩니다.”


스텝이 각자 조별 시간을 갖도록 안내했다.


“블랙 울프 조 이리 모여주세요.”


연습생 한 명이 손을 흔들며 불러모았다. 맨 처음으로 블랙울프를 선택한 온제라는 연습생이었다.


‘온제...’


헌서는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읽었던 참가자들 프로필에서 온제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떠올렸다.


‘저 사람이구나. 참가자 가운데 가장 춤을 잘 춘다는.’


주 종목이 댄스인 온제는 헌서보다 2살 위의 형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마추어 힙합과 코레오 댄스 크루를 결성하고 이끌 정도로 여러 종류의 춤을 잘 추는 실력자였다.


얼굴이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큰 키에 팔다리가 길고 탄탄한 몸매여서 춤선이 시원시원했다. 춤에 감정을 담는 표현력도 좋아서 뭘 해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밝은 표정에 말이 거침없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모두가 좋아할 성격이었다.


헌서는 자신의 조원을 훑어보았다.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니, 다른 조원도 남은 곡이 이것뿐이라서 어쩔 수 없이 온 듯했다.


“형이랑 같은 조네.”


디영이는 기뻐하며 헌서의 팔짱을 꼈다. 디영이도 하위권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 헌서와 같이 블랙 울프 조에 배정되었다.


조원들은 블랙 울프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 노래 살리기 어려운데.”

“유명한 곡이라서 더 부담되네요.”

“춤도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온제는 이 곡에 열의를 보였다.


“난 블랙 울프 하고 싶어서 온 건데요. 이 곡 잘하면 멋질 거예요.”


그는 격렬하면서도 절제된 댄스와 곡이 주는 깊고 다크한 에너지의 느낌이 좋아서 이 곡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려운 만큼 잘 해내면 실력이 돋보일 수 있는 곡이었다.


“일단 조장부터 뽑아요.”


디영이는 온제가 말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조장을 뽑자고 했다. 그를 조장으로 밀어주고 싶은 눈치였다.

일반적으로 조장은 가장 실력이 있는 사람이 맡는 게 좋다. 그래야 전체를 조율하고, 어디가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참가자도 온제가 조장이 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듯했다.


“이 곡 하고 싶어서 선택한 온제가 조장을 해야 잘하지 않을까요?”

“그래. 온제가 해야지.”

“나도 찬성.”


다른 참가자도 온제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온제를 조장으로 뽑는 데 동의했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고 나섰다.


“조장은 내가 하고 싶은데.”


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병진이었다.

그는 이마에 주름을 만들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내가 제일 형이고, 경험이 많으니까. 그리고 나 이 곡 회사에서 연습해서 잘 알아.”


그는 나이와 경험이 많은 자신이 조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장을 하면 아무래도 심사위원에게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파트 분배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짤 수도 있다.


가장 연장자인 병진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조장을 하겠다고 하자, 아무도 차마 토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고개를 숙이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걸 보니, 병진이 조장이 되는 걸 싫어하는 눈치였다.

1라운드를 겪으면서 병진의 실력이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결과로 보였다.


헌서는 이제 막 참여해서 분위기를 파악하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렇게 조원이 어려워하고 말하기를 꺼리는 병진이 조장이 되면, 결과가 어떨지는 불보듯 뻔했다.


“그래도... 온제 형이 우리 안무를 봐줘야 하는데...”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는데, 가장 나이가 어린 디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온제 형이 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그러자, 병진이 디영이에게 위압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조장은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거고, 안무 봐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지. 조장이 그런 잡다한 일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기어이 조장을 하겠다는 병진의 주장에 디영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병진은 한술 더 떠서 1라운드에서 디영이가 했던 실수를 지적하며 빈정거렸다.


“넌 조장이 누가 되는지 관심 두지 말고, 네 파트나 잘 해. 또 노래하다 삑사리 내고 실수하지 말라고.”


병진의 면박에 디영이는 부끄러워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실력이 형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병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디영이를 몰아붙였다.


“네가 조장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할 실력이 돼? 그 시간에 네 파트 연습이나 더 해. 우리 무대 망치지 말고.”


디영이를 본보기로 밟아서 다른 조원이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 같았다.

누구든 병진이 조장하는 걸 반대하면 험한 말을 듣게 될 터.

조원들은 병진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눈빛을 보면 다들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왜 저래? 저러다 팀 퍼포먼스가 망하면 자기도 손해일 텐데.’

‘조장 가산점만 받으면 팀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


하지만, 나서서 병진과 맞서려는 사람은 없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분란을 만드는 주체가 되고 싶지는 않은지 서로 눈치만 보았다.


처음에 헌서는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몬스터를 잡으러 왔으니, 조용히 지내며 다른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병진이 가장 어린 디영이를 핀잔주며 찍어누르는 걸 보니, 그냥 있기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냉담한 분위기에서 헌서에게 유일하게 웃는 얼굴로 먼저 말을 걸어준 디영이였다.

그렇기에 그가 무시당하는 걸 보고 있기 힘들었다.


‘말을 해? 말아?’


헌서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고 지내야 하는 자신의 비밀 임무와 디영이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다.


‘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디영이를 볼 낯이 없어.’


무안해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디영이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임무도 임무지만, 굳이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


‘내 임무는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거니까.’


몬스터로부터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게 미션이지만, 디영이를 위해서 그 ‘보호’의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헌서는 병진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조장은 다수결로 정해야죠. 그렇지 않나요?”


블랙울프의 조원은 7명이었다. 4명이 온제에게 찬성하거나 병진에게 반대하면 병진이 조장이 되지 못한다.


헌서가 입을 열자, 일제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헌서의 말에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다수결?”


병진은 기분이 상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다수결로 조장을 정하는 게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헌서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조장하는 거에 반대하는 사람? 없지?”


병진은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조원에게 사나운 눈빛을 날렸다.


“없는 걸로 알고...”


“그냥 하지 말고, 복수 후보를 정해 놓고 투표해야죠. 온제 형하고 병진이 형 중에 누가 되면 좋겠는지 정하죠.”


헌서는 다시 한번 병진의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헌서가 굽히지 않고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자, 쭈그러져있던 디영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입을 꾹 다물고 양쪽 뺨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조장 후보로 추천받은 온제도 얼굴이 상기되었다.

조원들은 헌서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서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좋아요.”

“다수결로 해요.”


헌서의 의견에 따라 조장을 선출하는 분위기를 타자, 이제는 아무도 병진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병진이 형이 조장이 됐으면 하는 사람 손.”


헌서가 주도해서 의견을 물었다. 병진 본인 말고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왜 손 안 들어?”


병진은 사람들을 째려보며 손을 들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다들 먼 곳을 쳐다보며 딴청을 피웠다.


“그럼 온제 형이 조장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


헌서가 먼저 손을 들자, 디영이도 살그머니 손을 들었다. 2명이 손을 들자, 나머지도 한 명 한 명 따라서 들었다. 병진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손을 들자, 헌서는 병진이 입을 열 시간을 주지 않고 선언했다.


“온제 형이 조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자 디영이가 바람을 잡으며 손뼉을 쳤다.


“우와아, 온제형 축하해요! 추카추카!”


병진을 제외한 모두의 환호 속에서 온제가 조장이 되었다.


병진은 ‘끙’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헌서를 무섭게 노려보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 어린놈의 자식이...’


이제 막 메기로 들어온 헌서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으니 찍어 누르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헌서가 한 번에 분위기를 타서 밀어붙이니, 병진이 견제할 타이밍이 지나가 버렸다.


“저를 믿고 조장으로 뽑아주셨으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온제는 자기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헌서와 디영이에게 그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따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윙크하며 미소를 보냈다.

그를 조장으로 밀어서 병진이 팀을 말아먹지 않도록 막아준 데 대한 감사의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괜찮은 친구들인 것 같네. 헌서랑 디영이.’


온제는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크루 활동을 한 경험이 많은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크루를 구성하는 것이 팀의 성공에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장이 된 온제가 회의를 주관하자, 수월하게 진도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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