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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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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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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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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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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트 분배

DUMMY

“일단 파트부터 나누죠.”


온제는 크루를 이끈 경험이 많아서 퍼포먼스를 조율하고 감독하는 일이 능숙했다.


“원곡을 보면서 각자 자기가 어디를 하면 좋을지 말해주세요.”


온제가 원곡의 무대 영상을 재생해서 보여주었다.

검은 색 가죽 자켓 의상을 입고 짙은 아이라인을 그린 아이돌 그룹이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하고 쉴 새 없이 빠르게 춤추며 노래했다.


‘내가 이걸 해야 한다고?’


헌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급하게 들어간 X엔터테인먼트에서 일주일간 속성으로 밤새 십여 명의 선생님을 교체하며 춤과 노래와 랩 기초를 배우고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그래도 티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해내야지.’


성공적으로 몬스터가 있는 아이돌 서바이벌에 잠입했는데, 부족한 실력 때문에 눈에 띄어 이상하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어떻게든 중간 이상을 해내야 한다.


‘아,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헌서는 높은 음정의 노래와 복잡한 비트의 랩에 머리가 띵해졌다.

춤은 어떻게든 따라 하겠는데, 노래는 음정이 올라가지도 않고, 랩도 쉽지 않아 보였다.


온제는 파트를 나눠서, 지원을 받았다.


“메인보컬 할 사람?”

“벌스 할 사람?”

“사비 할 사람?”

“첫 번째 랩파트 할 사람?”


헌서는 그나마 할 수 있을 것같은 2절 랩 파트에 손을 들었다.


“저, 저 두 번째 랩 할게요.”


몇 번의 경합과 조정 끝에 파트를 나눴다.

그런데 병진은 아무런 파트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형은 무슨 파트 할 거예요?”


온제가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곡의 하이라이트인 솔로 댄스 파트를 맡겠다고 했다.


“나는 벌스 앞에 솔로 파트 하려고. 내가 전에 이 곡 연습했어서 안무 다 알아.”


“댄스 브레이크요?”


온제가 고개를 갸웃하자, 병진은 온제에게 시비를 걸듯이 되물었다.


“그래. 왜? 안 돼? 문제 있어?”


“음, 거기는...”


온제는 말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솔로 댄스는 가장 감정이 피크로 고조되는 부분이고, 고난도 안무인 부분이라서 당연히 가장 춤을 잘 추는 자신이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병진이 퍼포먼스의 핵심인 댄브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병진은 팔짱을 끼고 눈을 내리깔아 온제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댄스브레이크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2라운드는 회전목마잖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파트를 분배해야 하는 라운드야. 다들 주요 파트에서 센터를 맡는데, 나는 센터인 부분이 없잖아. 그러니 그거라도 해야지.”


병진이 가만히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좋은 파트를 가져가게 내버려 두었던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곡의 핵심 파트의 센터를 가져가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병진이 형이 센터인 부분이 없구나. 그러면 형이 내가 하는 첫 번째 랩 파트를 하면 어때요?”


온제는 자신이 댄브를 하기 위해서, 자기가 하기로 되어있던 랩 파트를 병진에게 양보하려 했다.


하지만, 병진은 막무가내로 댄브를 자신이 해야 한다고 우겼다.


“난 랩 보다는 댄스가 자신 있어.”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하고 싶겠지만,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온제는 물러서지 않는 병진을 말로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헌서는 병진이 설득한다고 들어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거라면 애초에 누구나 온제의 파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부분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터.

기어이 손에 넣을 생각으로 계획한 것이었다.


병진은 다른 멤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네 파트를 나를 줘. 네가 온제 파트를 하고. 온제가 댄브를 하던가.”


그러나, 이미 각자 자기가 원한 파트를 지원해서 나눴는데, 이제 와서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모두 병진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냥 내가 댄브를 하는 게 제일 간단해.”


병진은 자신의 설계대로 되어간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온제만 댄브를 포기하면 되는 상황이 되도록 몰고 갔다.


“꼭 너만 댄브를 해야 해? 조장이라고 자기만 좋은 걸 하면 안 되지.”


병진은 낮은 목소리로 온제를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너만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는 거 아냐? 그러면 다 정리돼.”


병진의 말을 들은 헌서는 속으로 쓰읍 입맛을 다셨다. 온제가 욕심부린다는 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아니지.’


온제와 고작 반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지만, 그가 조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파트를 정하는 모습으로 보건대, 다른 사람의 몫이나 파트를 독점하려고 욕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 댄스 크루를 이끌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온제가 댄스브레이크를 하려는 건 그가 가장 잘 할 사람이기 때문이고, 팀을 위한 것이었다.


병진의 생떼에 다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괜히 솔로 파트를 온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병진이 그럼 네 파트를 내놓으라고 할까 봐 말을 삼켰다.


“솔로 파트를 온제 형만 해야 하는 건 아니죠.”


헌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헌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조원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팀의 솔로 파트를 하고 싶으면, 온제 형은 몰라도 최소한 나보다는 잘 춰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야?”


병진은 기가 차서 헌서를 쳐다보았다.


“내가 너보다 잘 춰야 한다고?”


헌서는 참여하기 전에 병진의 프로필도 보아서 알고 있었다.

참가자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나이가 많아서 데뷔하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긴 연습생 기간에 비해서 실력은 좋지 못했다.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설렁설렁하며 디테일을 넘겨버리고, 기교의 겉모습만 흉내내는 느낌이었다.


“병진이 형이랑 나랑 댄브를 누가 더 잘하는지 팀원이 평가해서, 형이 이기면 형이 하고, 내가 이기면 온제 형이 하는 걸로 해요.”


“내가 왜 그런 제안을 받아야 하지?”


병진은 이미 헌서가 한번 다수결로 그를 물 먹인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헌서의 설계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헌서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했다.


“그런데, 나는 이 곡 안무를 몰라서 이제 따야 하니까 1시간 후에 해요.”


“1시간 후에?”


헌서의 말에 병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전에 헌서의 프로필에 달려 있던 춤 영상을 보았던 것이 기억났다.


‘저 녀석 춤 별로던데. 그 정도는 내가 이기고도 남지. 게다가 안무도 이제부터 1시간 안에 따서 한다고? 그게 말이 돼?’


병진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연습생 경력만 8년인 자신의 짬이면 헌서의 춤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여겼다.

헌서를 이기기만 한다면, 댄스 브레이크를 반대 없이 가져갈 좋은 기회였다.


‘연습생 경력도 얼마 녀석이 나한테 까불어? 내 실력을 보여주마.’


그는 조원들에게 공정하게 심사만 한다면 헌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좋아. 1시간 후에 헌서와 내가 솔로 댄브를 해서 누가 더 잘하는지 판단해서 결정하자. 내가 이기면 내가 하는 거다.”


병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댄브를 연습하러 갔다. 자신이 한 달 가까이 연습해서 익힌 블랙 울프의 솔로 파트를 초보인 헌서가 1시간 만에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헌서야. 나서준 건 고마운데, 너 괜찮겠어?”


조원들은 헌서의 프로필 영상에 나온 춤을 보아서 그가 초보 댄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봐야죠.”


헌서는 어깨를 으쓱하고 연습하러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영상을 보며 안무를 땄다.


‘왼쪽 발로 무게를 실었다가, 오른쪽 스텝 밟고, 다시 왼발 뻗고.’


댄스 레슨을 받은 건 고작 일주일이지만, 각성하고 비상해진 기억력으로 선생님이 알려준 대부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오른손 뻗고, 어깨 털고, 다리 한번 감아서 돌고, 허리 튕기면서 머리 돌리고, 웨이브하면서 손 위로.’


각성한 이후로는 동체시력도 좋아져서 미세한 움직임의 변화까지 캐치할 수 있었다. 그것도 양손, 발, 허리, 어깨, 무릎, 머리 등 여러 포인트의 움직임을 동시에 머릿속에 입력할 수 있었다.


‘이 동작은 앞에 한 거에서 팔을 변형한 거네.’


머리에 입력된 동작을 몸으로 재현하는 것도 생각보다는 잘 되었다. 각성한 이후에 모든 신체능력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신체를 제어하는 능력도 향상되었다.

새로운 춤동작도 잘 익힐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멋지게 추지는 못해도, 틀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그루브한 느낌을 살리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보이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느낌을 살리는 건 부족해도 정박자에 동작을 딱딱 맞추는 건 병진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춤 동작이 근육의 힘이 많이 필요하고 남성적인 크럼프 장르라서 헌서가 비교적 잘 소화할 수 있었다.

빠른 풋워크가 있는 하우스나 복잡한 텃팅,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려야 하는 왁킹이었다면 어려웠겠지만, 힘을 쓰는 크럼프라면 해볼 만했다.


‘잘 추지는 못해도 병진이 형은 이긴다.’


헌서는 1시간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연습했다.


“자, 이제 비교해 보자고.”


병진이 헌서에게 깐죽거렸다.


“다 외우기는 했냐? 아니, 다 따기는 했냐?”


조원들도 과연 헌서가 1시간 동안 얼마만큼이나 솔로 파트를 소화했을지 궁금했다. 춤 실력으로 보면 초보가 분명한데, 무슨 배짱으로 병진에게 도전장을 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병진이 먼저 자켓을 벗고 앞으로 나섰다.


“한 수 가르쳐주지.”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프로필 영상에서 보았던 대로 병진의 춤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병진의 춤은 블랙 울프의 댄스 브레이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블랙 울프 영상의 댄서는 파워 있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춤을 추었지만, 병진은 힘이 딸려서 흐느적거리며 산만하게 팔을 휘저으며 멋있는 척만 할 뿐이었다.


‘역시 그저 그런 실력이군.’


헌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표현력은 오랜 기간 쌓인 병진의 짬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석대로 정확한 동작을 만드는 것은 힘과 스피드가 좋은 헌서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병진의 춤을 본 조원들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온제가 해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댄스 브레이크인데, 병진이 해봐야 혹평만 받을 게 분명했다.


‘하, 우리 곡의 하이라이트인데 저렇게 말아 먹으면...’

‘자기는 돋보이겠지만, 우리 퍼포먼스는 망하는데...’

‘온제가 해야 하는데...’


마지막 나이키 동작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양쪽 다리를 공중에 들어올리는 고난도 동작이었다.


“프리즈!”


온제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병진은 나이키를 해내긴 했다.

그러나, 잠시 공중에 떴다가 비틀거리며 얼른 다리를 내려버렸다. 정지 동작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휙 지나갔다.


‘아, 아쉽네.’

‘저길 살려야 하는데 저렇게 넘어가면...’


조원들은 말은 못하고 속으로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런데도 병진은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있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자켓을 다시 입고 거들먹거리며 다가와서 물었다.


“어때? 나 잘하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어? 음...”


조원들은 병진을 두려워해서 주저하며 에둘러서 코멘트를 했다.


“좋은데요... 시선을 확 끌려면 좀 더 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만 더 절도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병진은 조원들의 조언에 뺀질거리며 입술을 비죽였다. 주변의 평가를 받아들여서 고치려고 해야 발전할 텐데, 변명만 늘어놓았다.


“우린 댄서가 아니라 아이돌이야. 백댄서가 있는데 춤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어. 아이돌은 표정이 중요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해.”


헌서는 그의 태도를 보고 혼자 고개를 저었다.


‘저러니 데뷔를 못 했지.’


현재 자신에게 안주하면서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 않으니, 시간이 흘러도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온제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듯이 옅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네가 해봐.”


병진은 자신감에 우쭐대며 헌서에게 손가락질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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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컨셉 소화 미션 NEW 12시간 전 10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14 1 12쪽
119 개성 24.06.13 18 1 12쪽
118 서사 24.06.12 18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17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18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19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19 2 12쪽
113 치유 24.06.07 21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1 1 12쪽
111 갈등 24.06.05 21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1 1 12쪽
109 연습 24.06.03 26 1 12쪽
108 팬덤 24.06.02 23 1 12쪽
107 경연 24.06.01 28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2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35 2 12쪽
104 팀웍 24.05.29 33 3 12쪽
103 MT 24.05.28 36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32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36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0 4 12쪽
99 대면식 24.05.24 37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40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46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40 3 12쪽
95 사냥 24.05.20 41 4 12쪽
94 사생 24.05.19 43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44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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