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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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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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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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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후속곡 활동

DUMMY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에이리프는 나인티나인의 다음 순서였다.

나인티나인이 먼저 무대에 올라갔다. 그들의 팬이 환호하며 구호를 외쳤다.


“나인티나인 사랑해.”


하지만, 팬들의 표정에는 어딘가 날카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경기에 출전하러 온 스포츠 선수들처럼 긴장감이 돌았고, 심지어 몇몇 팬의 눈빛에서는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처럼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야?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같아.’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들의 표정 같아서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좋아하는 그룹을 눈으로 봐서 기쁘다기보다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초조한 얼굴이었다.


더스틴이 노래하며 센터로 나왔다.


“꺄아악!”

“더스틴!”

“사랑해!”


더스틴의 팬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다른 팬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못해 냉랭했다.


이번에는 대형이 바뀌면서 진후가 센터로 나왔다.


“아악!”

“진후야!”

“멋져!”


진후의 팬들이 소리쳤다. 이번에도 다른 팬들은 차가운 얼굴로 조용했다. 오히려 더스틴의 팬들은 그를 얄미운 듯이 흘겨보기까지 했다. 진후는 그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걸 아는지 일부러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짜증나.”

“쟤는 좀 탈퇴했으면.”


최애의 옆에서 노래하는 다른 멤버를 증오하는 악개들을 보며 헌서는 어이가 없었다.


‘저러면서까지 나인티나인의 팬을 하고 싶을까?’


더스틴이 아무리 좋아도 진후를 싫어하는 증오의 감정 때문에 나인티나인의 팬으로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데, 화나고 괴로워하면서도 탈덕하지 않는 악개의 심리가 신기했다.


나인티나인의 팬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적대감이 느껴졌다. 서로 누가 누구의 팬인지 알고 있었고, 보는 사람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울 것만 같았다.


‘기괴하다.’


저런 팬의 사랑을 받는 건 기쁘기보다 끔찍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팬을 멀리할 수도 없고, 자신을 싫어하는 악개 앞에서 춤추고 노래해야 한다니 자괴감 느껴질 터. 게다가 팬미팅에서 얼굴 마주치고 웃으며 대화해야 한다니, 사이코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었다.


‘뒤에서 나를 죽도록 욕하는 팬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사인해주고 고맙다고 말해야 하다니.’


악개들이 휩쓰는 팬덤의 아이돌은 정말로 극한직업일 것 같았다.


‘왜 아이돌이 우울증에 많이 걸리는지 알겠네.’


단순히 인기가 떨어지는 걸 우려해서 우울한 게 아닐 것이다. 자신을 욕하고 미워하는 타멤버의 악개들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하고 굽히고 들어가야만 하는 자기자신의 처지에 굴욕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상처를 입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았다.


헌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이리프는 그런 분위기의 팬덤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멤버와 팬 모두가 함께 행복한 그룹을 만들어야지.’


이번에는 에이리프가 무대에 올라갈 순서가 되었다.

후속곡 활동이라서 크게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팬들이 합심해서 홍보하고 입소문을 내 준 덕에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들어보고 MV를 봐주었다.


“이번 활동 노래 좋더라.”

“앨범 전체가 노래가 다 괜찮아.”


에이리프의 팬도 각자 좋아하는 최애의 플래카드를 만들어와서 응원했다. 하지만, 나인티나인의 팬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모두 같이 응원문구를 외치고, 센터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같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먼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나인티나인 멤버들은 이런 에이리프의 팬덤 분위기가 부러운 모양이었다.


“쟤네도 서바이벌 출신 멤버들이라면서? 그런데 그룹을 다같이 응원하네.”


에이리프 팬들도 서바이벌 출신이라 각자 다른 최애를 응원하는 개인팬이 많았다. 하지만, 개인 팬도 그룹 전체를 응원하는 문화였다.


그 이유는 나인티나인은 순전히 팬들의 인기투표에 의해 줄세우기로 결성된 그룹이었지만, 에이리프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돌 놀이공원에 출연한 멤버들이지만, 놀이공원 데뷔조에 뽑혀서 결성된 그룹이 아니었다.


나인티나인은 서바이벌로 타의에 의해 멤버가 뽑힌 그룹이지만, 에이리프는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그룹이었다. 기획사인 루어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그룹이 아니라, 멤버들이 합심해서 에이리프를 만드는 것을 루어 엔터테인먼트가 지원해준 거나 다름 없었다.


멤버들이 스스로 구성원을 영입하고 자신의 팀원을 선택한 것이니, 개인 팬이라고 해도 다른 멤버를 싫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최애가 선택한 멤버를 미워하는 것은 최애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곡의 안무에서는 일유, 온제, 헌서 셋이 하는 유닛 댄스가 있었다. 손으로 복잡한 텃팅 동작을 교차하며 함께 모양을 만드는 안무여서, 서로 어긋나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일유와 온제와 헌서가 셋이 유닛 안무를 하자, 팬들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와, 팀웍이 쩔어.”

“저렇게 호흡이 맞기가 쉽지 않은데.”

“일유가 그러는데, 온제가 이 파트 텃팅 디테일을 살리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하던데?”

“헌서도 이 파트에서 셋이 동시에 텃팅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져서 모양이 만들어질 때 쾌감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후속곡에는 지솔이와 미강이의 이중창 파트도 있었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화음에 관객의 감탄이 터져나왔다.


“둘 다 라이브 천재야.”

“둘이 음색도 창법도 다른데 은근히 잘 맞네.”

“얘네들이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야.”


개인이 센터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에도 응원했지만, 유닛으로 퍼포먼스를 할 때에도 큰 함성이 나왔다.


멤버들의 관계성은 그룹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었다. 멤버들이 관계가 좋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그룹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서로 친하고 계속 같이 그룹을 하고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야, 팬들도 이 그룹의 팬으로 계속 남아도 좋겠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마음 편하게 지갑을 열어서 앨범을 하고 팬클럽에 가입한다.

팬들은 앞으로 더 좋은 활동을 하라는 의미로 그룹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셈이기에, 얼마 안 가서 해산할 그룹에 깊은 애정을 줄 팬은 많지 않았다.


데뷔곡이 멤버 개인의 역량을 보여주었다면, 후속곡 활동은 다양한 유닛 조합과 페어 안무로 관계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방송 활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은 다음날 방송을 위해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후속곡 활동이라서 그리 바쁜 편은 아니었다.


“아함, 졸려.”


디영이가 하품을 하며 반쯤 감은 눈으로 칫솔질을 했다. 그러다가 옷을 벗어서 바닥에 던져둔 미강이를 보고 잔소리했다.


“아, 형! 옷 좀 옷걸이에 걸어. 밟고 넘어지면 어떡하려고.”


미강이는 잠옷에 머리를 집어넣으며 대꾸했다.


“옷 마저 갈아입고 걸 거거든? 너 치약 뚜껑이나 잘 닫아놔. 매번 치약 뚜껑 열어두는 거 너지?”


그러더니 옷을 집어서 하나씩 옷걸이에 걸었다.


여느 때처럼 틱틱거리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을 보면서 헌서는 쩝 입맛을 다셨다. 그들끼리는 친해서 말을 편하게 막 던지는 거지만, 미강이와 디영이의 팬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분명히 또 말이 나왔을 것이다.


헌서는 그들이 잠들기 전에 오늘 나인티나인을 보고 자신이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미강이 형, 디영아. 우리끼리는 친해서 편하게 말하는 거지만, 팬들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할 것 같아. 나인티나인을 보니까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어.”


헌서의 말에 디영이가 고개를 돌렸다.


“나인티나인이 왜? 어떤데?”


“아까 봤어? 더스틴 선배 팬들이 진후 선배가 노래하니까 다른 데 쳐다보고 무시했잖아.”


“못 봤는데.”


다른 사람의 일에 무심한 미강이는 나인티나인의 무대가 어땠는지 별로 기억하지 못했다.


“아, 그랬어? 전에 더스틴 선배 팬들이 진후 선배한테 협박 편지도 보냈다면서?”


디영이는 나인티나인의 무대는 보지 않았지만, 더스틴의 팬과 진후의 팬이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 워낙 아이돌 판에서 극성인 팬들이라서 소문이 자자했다.


헌서는 미강이와 디영이의 악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평소보다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어쨌든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은데?”


디영이는 폰으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서 헌서에게 보여주었다. 미강이와 디영이의 틱틱거리는 대화 영상을 잘라낸 짤이었다. 미강이도 그들의 예상치 못한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대화를 재미있어하고 밈으로 즐기는 팬이 있다는 걸 알고는 더 오버하곤 했다.


“싫어하는 사람은 우리가 뭘 해도 싫어할걸?”

“우리끼리 친하면 된 거 아냐?”


디영이와 미강이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헌서는 그들이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도취되면 어느 순간 지켜야 할 선을 넘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팬은 당연히 대놓고 좋아한다고 하죠. 하지만, 싫어하는 팬은 공개적으로 말 못 하니 뒤에서 욕하겠지. 그러다가 결국 언젠가는 터지는 거죠.”


헌서는 그들에게 자중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우리끼리는 365일 24시간 언제든 볼 수 있으니, 멱살 잡고 싸우고 화해해도 상관없죠. 하지만, 팬들은 카메라에 비춘 한 달에 한두 시간의 모습만 보니까. 그때 보인 말싸움하는 둘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한다고요.”


그러나, 미강이와 디영이는 헌서의 우려가 은이사처럼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여겼다.


“우리가 카메라 앞에서 치고 박고 싸운 것도 아닌 데,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디영이의 말에 미강이가 놀려댔다.


“야, 너 전에 카메라 앞에서 나 때렸잖아. 네가 잘못했네.”


“아오, 형. 이러니까 팬들이 형을 싫어하는 거야.”


“아닌데? 난 팬 많은데? 너를 싫어하는 거지.”


“내가 더 많거든?”


둘은 또 유치하게 틱틱거리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헌서는 그 자리에서 지적했다.


“이런 거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디영아. 미강이 형 말에 대답하지 마.”


“아니, 미강이형이 먼저 시작했어. 형 나빠.”


디영이는 억울한 듯이 미강이를 가리키며 손바닥으로 미강이의 팔을 찰싹 때렸다.


“이거 봐. 또 때린다.”


미강이는 키득거리며 디영이의 손을 막고 팔을 꺾었다.


“아야, 아프다고!”


디영이는 미강이의 허리를 붙잡고 다리를 걸어 침대에 넘어뜨리려고 하며 장난쳤다.


“아아! 헌서야! 디영이가 나 때려!”


“형은 좀 맞아야 돼.”


둘은 침대에서 킥킥거리고 몸싸움을 하며 뒹굴었다.


‘에휴, 말을 말자.’


헌서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둘의 성격을 바꾸기는 불가능하고, 둘의 관계성을 바꾸기도 어려웠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사고 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도 다른 방송사에서 음악방송이 있었다.

방송국에 도착한 헌서는 리허설을 마치고나서 나인티나인의 대기실 주변을 맴돌며 멤버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감시했다.


나인티나인 멤버들은 매점에서 뭔가 사다 먹거나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심심해진 헌서는 휴대폰으로 SNS와 커뮤니티에서 나인티나인을 서치했다. 나인티나인에 관한 사진을 다량으로 올리는 계정을 발견했다.


‘이 사람이 더스틴의 악개로구나.’


더스틴의 악개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도로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홈페이지 마스터, 일명 홈마라고 불리는 네임드 계정주였다.

홈마는 고화질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을 말한다. 개중에는 사생활 침해 사진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섞여 있어서 불법으로 말이 많지만, 아이돌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어서 회사에서도 굳이 제지하지 않는 존재였다. 홈마가 얼마나 많으냐는 아이돌의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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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팬덤 24.06.02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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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MT 24.05.28 32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29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32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34 4 12쪽
99 대면식 24.05.24 31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34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40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35 3 12쪽
95 사냥 24.05.20 36 4 12쪽
94 사생 24.05.19 38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38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36 3 12쪽
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42 2 12쪽
90 소통 24.05.16 38 4 12쪽
89 단비 24.05.15 40 3 12쪽
88 시크릿톡 24.05.14 46 2 12쪽
87 신년 계획 24.05.13 43 2 12쪽
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50 3 12쪽
85 깜짝 이벤트 24.05.11 47 4 12쪽
84 신인상 24.05.10 50 3 12쪽
83 연말시상식 24.05.09 47 2 12쪽
82 정글 파티 24.05.08 53 4 12쪽
81 세계관 24.05.07 62 3 12쪽
80 제5세계 24.05.06 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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