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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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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인상

DUMMY

조명이 켜지자, 각 세계를 표현한 바위산 곳곳에 서 있는 제5세계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세계관에서 맡은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춤을 추었다.


‘후훗, 이게 제5세계다.’


왕자린은 자만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노래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퍼포먼스했다.


“5세계의 차원의 문이 열리면

길고 긴 전쟁이 끝나리”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라이브용으로 숨소리를 넣어서 새로 녹음한 립싱크였다.


퍼포먼스가 진행될수록 객석의 반응은 처음과 달리 점점 가라앉았다.

무대배경이 어느 정도 눈에 익숙해지자, 더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초기에 세트의 신선함에 비해서 퍼포먼스를 끌고 나가는 멤버들의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딸렸다.


‘춤은 그냥 그렇네. 의상밖에 안 보여.’

‘음악이 약하네. 저런 웅장한 배경이면 음악도 장엄한 분위기로 편곡했어야 하지 않나? 음악이 너무 가벼운데.’

‘노래가 립싱크네.’

‘저 자리에 계속 가만히 있을 건가? 대형이 안 바뀌니 심심한데.’


바위산 세트에 고정된 멤버들의 자리 위치 때문에 퍼포먼스에 한계가 있었다.


“세계수에 열매가 열리면

5세계의 눈물도 마르리”


마지막에는 바위산에 서있던 멤버들이 모두 무대로 내려와서 함께 춤을 추었다.

그런데 연습이 부족했는지, 세트에서 복잡한 동선을 고려하지 않아서 멤버들은 불안하게 비틀거리며 급하게 바위산을 내려왔다.

간신히 박자에 맞춰 내려온 멤버도 있고, 늦게 허둥지둥 제위치를 찾아간 멤버도 있었다.


‘아, 뭐야. 위험하게 왜 세트를 저렇게 만들어서.’

‘토모혼 발 미끄러졌을 때 떨어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팬들은 편하게 즐기기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파른 세트를 내려오는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퍼포먼스는 산만하고 루즈한 느낌이 들었다.


실시간 댓글창에도 제5세계의 공연에 실망한 관객의 의견이 올라왔다.


[기억에 남는 건 바위산하고 세계수]

[신인 보이그룹 상이 아니라 신인 기획사 상이 있으면 매니아 엔터 줘야겠네]

[세계수가 씬스틸러]

[다들 잘생겼는데 어떻게 얼굴이 한 명도 기억이 안 나지?]


에이리프 멤버들도 대기실에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저 정도면 우리가 해볼 만한데?”


윌비는 가감없이 팩트폭행을 날렸다.


“우리가 진짜 퍼포먼스가 뭔지 보여주자.”


다음으로 에이리프의 공연 순서가 되었다.

전설같은 선배 아이돌과 그들의 팬이 자리한 가운데 공연하려니 은근히 떨렸다.


“다음은 요즘 핫한 신인이죠. 에이리프의 공연이 있겠습니다.”


산혁이 환호를 유도하며 큰 목소리로 에이리프를 소개하자, 관객이 들썩거리며 박수쳤다.


“오, 정글 파티!”

“얘네 알아. 노래 좋더라.”


큰 박수에 멤버들은 용기를 얻어 무대로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 헝클어진 덩굴과 나무, 다채로운 꽃과 새가 어우러진 무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밀림을 옮겨온 듯한 정글 파티의 아름다운 무대 배경에 관객의 기대치도 올라갔다.


“얘네 무대도 장난 아니네.”

“와, 동물 분장한 무용수도 있어. 백댄서에도 신경 썼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움직여.”

“앵무새 예쁘다.”


제5세계보다 스케일은 작아도 디테일이 살아있고 미적 감각이 있게 꾸며진 무대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들려왔다.

조명이 조금씩 밝아지며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음악소리 대신 정글의 개구리 소리와 풀벌레 소리와 들려왔다.

이번에는 연말무대답게 편곡해서 강렬한 후렴구부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노래이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였다.


풀벌레 소리가 잦아들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미강이가 가운데로 걸어 나와서 혼자 스포트라이트 속에 섰다. 마이크를 들더니 아무런 반주도 없이 힘찬 목소리로 노래했다.


“정글 파티 우워 오오!

오늘은 행복한 파티

누구든 와도 좋아

이 밤을 따듯하게 보내

정글 파티 우워 오오오오오!”


반주도 없이 절대음감으로 노래하는 미강이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날것 그대로 메아리쳐 울렸다.

타잔의 표호처럼 쭉 뻗은 미강이의 짜릿한 고음에 저절로 양손이 올라가며 물개박수가 나왔다.


“하아, 라이브 미친다.”

“미강이 완전 락커야.”

“크, 이런 게 공연이지.”


편곡하면서 미강이의 후렴구를 가장 앞에 인트로로 넣었다.

컨셉 위주의 제5세계의 공연과 달리, 에이리프는 멤버의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라는 걸 명확히 선언하고 시작한 셈이었다.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제5세계의 멤버들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그들도 미강이의 보컬 실력에는 아무런 토를 달 수 없었다.


“어휴, 괴물 보컬이네.”

“목에 확성기가 달렸나?”


환한 조명이 들어오고, 원곡의 퍼포먼스로 넘어갔다.


‘이제 내 차례군.’


헌서는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비장의 무기로 자신의 특기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나는 사냥꾼일까 야수일까

먹잇감일까 포식자일까”


노래하면서 헌서는 무대에 설치된 야자나무를 한 손으로 잡고 원숭이처럼 가볍게 펄쩍 뛰어 올라갔다.


“나왔다! 헌서 아크로바틱!”

“헌서는 몸이 정말 가벼워.”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면서 호흡이 안 흔들리지?”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에 관객은 놀라워하며 헌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무에 올라간 헌서는 그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했다.


“내가 누군지 증명하려고

오늘도 나는 정글을 헤매”


그리고 나비처럼 가볍게 점프해서 덩굴을 붙잡고 타잔이 이동하는 것처럼 반대편 나무로 날아갔다.


“헐, 저런 고난도 퍼포먼스를.”

“깜짝이야. 와이어 단 줄 알았네.”


믿기지 않는 헌서의 동작에 관객은 박수치는 것마저 잊고 빠져들었다.


헌서는 나무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으로 뛰어내려서 신발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어떻게 저렇게 날아다니지? 꿈꾸는 것 같아.”

“너무 환상적이야.”

“아름다워.”


조금 전 바위산 세트에서 엉거주춤하게 내려오는 제5세계 멤버들과 달리 피터팬처럼 세트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헌서의 퍼포먼스에 관객은 넋을 잃었다.

에이리프의 공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동물 분장을 한 무용수들이 나와서 멤버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다.

승권이 거금을 주고 수준높은 분장 전문가에게 맡겨서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느낌이 드는 동물 형상이었다.


“하하, 사자, 호랑이도 같이 춤을 추네.”

“이건 올해 본 공연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야.”

“신난다. 최고야.”


에이리프가 퍼포먼스를 마치고 내려갔는데도, 관객은 에이리프 무대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글 세계관도 좋지만, 에이리프 멤버들이 진짜 잘해.”

“맞아. 무대도 실력도 흠잡을 데가 없어.”

“KPOP의 미래가 밝다.”


행복한 표정으로 공연의 여운을 즐기는 관객을 보니, 멤버들도 기뻤다.


“관객 대부분이 우리 팬이 아닌데도 호응이 엄청 좋아.”


“이번 무대 우리가 완전히 씹어먹었어.”


“신인상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은 은근히 기대하며 공연하느라 땀 흘려 지워진 화장을 무대 뒤에서 정돈했다.


무대 앞쪽에 아이돌 참석자를 위해 마련된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승권이 헌서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들리지 않게 귀에다 몰래 속삭였다.


“스텝하고 관객 2명이 쓰러졌어. 지금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어.”


“쓰러졌다고요?”


헌서는 눈썹을 모으고 승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몬스터가 지금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생각해보면 연말 시상식은 몬스터가 활동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유명 아이돌이 한자리에 모이니 숙주를 갈아타기도 좋고, 아이돌은 상을 받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관객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공연에 흥분해 있으니, 사방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아드레날린이 넘쳐난다. 모두가 들떠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이상한 행동을 해도 눈여겨보지 않을 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호르몬을 빨아먹으려는 몬스터도 연말시상식을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다.


“쓰러진 스텝은 매니아 엔터 직원이야.”


“매니아 엔터라면 제5세계의 기획사요?”


승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쓰러진 팬도 제5세계의 홈마와 팬이야. 아무래도 제5세계나 매니아 엔터사에 몬스터가 있는 모양이야.”


그는 매니아 엔터 매니저와 스텝을 조사해보겠다며, 헌서에게는 제5세계 멤버들을 감시하라고 했다.


“알겠어요.”


헌서는 자리로 돌아왔다.


‘저 사람들 중에 혹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제5세계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살펴보았다. 그동안 그들을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딱히 수상한 멤버는 없었다.


‘토모혼이 제일 인기가 많다고는 하는데.’


제5세계 멤버들은 인기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룹의 인지도도 높지 않고 멤버 개인도 인기가 없어서 딱히 인기멤버라고 누구를 꼽기가 애매했다.


‘누가 몬스터인거지?’


헌서가 그들을 유심히 쳐다보는 사이에, 차례대로 상이 발표되었다. 신인상의 발표 순서가 되었다.


“올해의 신인상을 발표하겠습니다.”


산혁이 후보를 발표했다. 제5세계와 에이리프도 들어있었다.


“제발! 우리 이름 불러주세요.”


디영이와 온제에게 매달려서 중얼거렸다.

지솔이도 덜덜 떨며 차가운 양손을 가슴 앞에서 맞잡았다.


성적은 에이리프가 압승이라 투표가 관건인데, 퍼포먼스의 호응도로 보면 투표도 앞섰을 것이다. 그 차이가 심사위원 점수를 넘어설 정도인지가 관건이었다.


“신인상은 에이리프입니다.”


산혁의 발표에 객석에서 비명과 같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까아악!”


에이리프 멤버들은 잠시 현실을 자각하며 눈을 끔벅였다.


“우리야?”

“우리 부른 거 맞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하며 얼떨떨해했다.

그들은 상을 받기 위해서 다 함께 무대로 걸어나갔고 관객은 박수로 맞이했다.


“당연히 에이리프가 받아야지. 애들이 남달라.”

“정글 파티 노래가 좋아서 받을 만했어.”

“다른 그룹보다 앨범이랑 음원 성적이 훨씬 좋잖아. 못 받으면 이상하지.”


헌서는 침착하게 상을 받고 인사말을 했다.


“팬분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5세계를 흘깃 보니, 그들은 실망해서 맥이 빠진 얼굴이었다. 왕자린과 토모혼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에이리프를 노려보았다.


제5세계가 아니라, 에이리프가 새롭게 혜성처럼 떠오르는 장래 유망한 신인그룹이라는 게 만천하에 증명된 셈이었다.


‘우리가 상받아서 몬스터가 약이 많이 오르겠지?’


헌서는 제5세계에 숨어있는 몬스터가 발톱을 드러낼 거라고 예상했다.

대기업이 밀어주는 제5세계가 성공할 거라고 믿고 몸을 숨겼는데, 제5세계는 뜰 기미가 보이지 않고, 뜬금없이 나타난 에이리프가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니, 몬스터의 입장에서는 제5세계를 버리고 새로운 숙주로 갈아타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숙주를 갈아탄다면 유명 아이돌이 잔뜩 모인 오늘이 절호의 기회였다.


‘시상식이 끝나기 전에 행동에 옮길지도.’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은 헌서와 멤버들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나 좀 꼬집어 봐. 이거 꿈 아니지?”


온제는 벅차오르는 얼굴로 일유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나도 꿈같아.”


감격해서 목소리가 떨리는 일유에게 디영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우리 신인상 받을 거라고 했잖아요.”


지솔이는 눈물을 글썽였고, 윌비는 태연한 척 표정관리했지만, 어디에 놓을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손을 보면 속으로 좋아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강이 받은 트로피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승권은 연말 무대에만 서도 좋겠다 싶었는데, 에이리프가 신인상까지 받아오자, 상기된 얼굴로 흥분해서 말을 더듬을 정도로 기뻐했다.


“지, 진짜로 시, 신인상 받았구나. 정말 잘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해냈어.”


“사장님이 이번 앨범하고 무대에 아낌없이 투자해 주신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디영이가 헤헷 웃으며 승권에게 고압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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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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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시크릿톡 24.05.14 34 1 12쪽
87 신년 계획 24.05.13 34 1 12쪽
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40 1 12쪽
85 깜짝 이벤트 24.05.11 39 2 12쪽
» 신인상 24.05.10 42 2 12쪽
83 연말시상식 24.05.09 37 1 12쪽
82 정글 파티 24.05.08 45 4 12쪽
81 세계관 24.05.07 50 2 12쪽
80 제5세계 24.05.06 55 1 12쪽
79 교감능력 24.05.05 52 2 12쪽
78 팬미팅 24.05.04 64 2 12쪽
77 악개와 몬스터 24.05.03 59 2 12쪽
76 관계성 24.05.02 55 2 12쪽
75 아드레날린 24.05.01 59 3 12쪽
74 후속곡 활동 24.04.30 61 2 12쪽
73 나인티나인 24.04.29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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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라이브 방송 24.04.27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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