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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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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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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메기 출연자

DUMMY

“들어가세요. 촬영 시작합니다!”


스텝이 헌서에게 무대로 걸어가라고 지시했다.


“정면에 카메라 있으니까 잘 보고 들어가요.”


“아니, 잠깐. 저 카메라에 안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당황한 헌서는 스텝에게 물었다.


“그냥 조용히 들어가서 뒤에 앉아있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스텝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중간에 참가하면서 어떻게 카메라에 안 나와요? 참가하게 된 과정이 나와야 사람들이 납득하죠.”


“아...”


헌서는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제가 전국에 TV로 나가는 거네요.”


“그렇죠.”


스텝은 당연하다는 듯이 짧게 대답하고 뒤돌아섰다.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니만큼, 얼굴이 TV에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헌터사령부와 제작진이 협의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지 20년이 지났다. 헌터사령부가 게이트를 잘 방어하고 있어서 이제는 안전했다.


그런데, 게이트에서 몰래 빠져나온 몇몇 몬스터가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숨어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아이돌 업계에 잠입한 몬스터를 찾아낼 헌터가 필요했다.


헌서는 헌터로 각성했지만, 아직 미성년자라서 무기를 소지할 수 없고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아이돌 업계에 숨어있는 몬스터를 찾아내기에는 적임자였다.

일반적으로 헌터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각성하는데, 헌서는 유일하게 고2의 이른 나이에 각성했기 때문이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놀이공원’에 참가해서 숨은 몬스터를 찾아내고, 참가자들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라.]


헌서가 받은 미션이었다.


헌터 사령부는 아이돌 연습생이 데뷔하기 위해 모인 ‘아이돌 놀이공원’ 프로그램에 헌서를 투입하도록 제작진과 비밀스럽게 협의했다.

이미 프로그램 촬영이 시작되었기에, 헌서는 중간 참가자로 끼어들어야 했다.


촬영 도중에 무대에서 MC가 헌서의 존재를 참가자들에게 알렸다. 긴장감을 줄 메기 참가자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여러분과 함께 꿈을 향해 도전할 새로운 참가자가 합류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참가자들은 놀라서 웅성거렸다.


“새로운 참가자?”

“이미 지난주에 1차 탈락자가 있었는데.”

“서바이벌에 중간 참가자가 있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석연치 않은 미지의 인물의 등장에 모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MC는 중간 참가자에 대해 부연 설명을 했다.


“1차 탈락자가 발생했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여러분을 긴장시킬 강력한 메기가 투입됩니다.”


MC의 말에도 참가자들은 납득이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서바이벌에 메기라니!”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지?”

“놀랍네.”


참가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서로 귓속말을 했다.


“왜 안 나와? 빨리 내보내.”


무대 카메라를 보고 있는 PD가 스텝에게 무선통신으로 다그쳤다. 무대 앞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헌서의 등장만을 기다렸다.


“빨리 나오래요.”


“자, 잠시만요.”


헌서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심호흡했다.

백 명에 가까운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이고, 방송에서 분량이 거의 없는 참가자도 많아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뒤늦게 참가하면서 주목받지 않기는 어려웠다.


“후, 후, 후.”


헌서는 호흡을 고르고 자신이 헌터로서 이 임무를 맡게 된 동기를 떠올렸다.


‘몬스터를 잡아서 부모님의 복수를 하고 말겠어.’


헌터였던 그의 부모님은 몬스터와 싸우다가 돌아가셨다.

당장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다면, 이곳에 숨어있는 몬스터라도 잡고 말겠다고 결심하고 미션을 받아들였다.


‘여기서 멈출 순 없어.’


헌터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몬스터가 있는 곳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것이다.


‘가자.’


주먹을 불끈 쥔 헌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무대를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무대가 마치 망망대해처럼 넓게 느껴졌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그의 앞길을 비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헌서는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새로 투입된 메기 참가자입니다.”


MC의 소개와 함께 헌서의 그림자가 무대에 거대하게 드리웠다.

참가자들은 고개를 빼고 실루엣으로 누구인지 추측했다.


“메기로 투입될 정도면 엄청난 실력자인가 봐.”

“데뷔 경험이 있는 대선배님이신가?”

“외국인일지도 몰라.”

“기대된다.”


팟-


문이 열리고 헌서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췄다. 태양보다 강렬한 뜨거운 빛에 눈이 부셨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발끝의 감각만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무대 가운데에 헌서의 얼굴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앳된 얼굴에 평범한 학생인 헌서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에?”

“쟤 누구야?”

“처음 보는데?”

“아는 사람 있어?”

“한국인은 맞아?”

“나도 몰라.”


첫 탈락을 건너뛰고 중간에 투입된 메기 참가자라면 데뷔 경험이 있는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 멤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나타난 것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일반인 티가 채 벗겨지지 않은 쌩 신인이었으니.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주시죠.”


낯선 환경과 따가운 참가자들의 시선에 멍하니 얼어붙었던 헌서는 MC의 말에 눈을 깜박였다.


‘정신 차려. 몬스터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잖아.’


이런 정신력으로 몬스터를 잡으려는 거냐고 자신을 다그쳤다.

헌서는 용기를 내서 가슴을 펴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X엔터테인먼트의 이헌서 연습생입니다.”


헌서가 큰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자, 참가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X엔터테인먼트 연습생?”

“거기 연습생 중에 저런 애는 없었는데? 새로 들어왔나?”

“어떻게 참가하게 된 거야?”

“무슨 자격으로?”


MC는 술렁거리는 참가자들을 다독이며 여론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참가자 여러분들, 많이 놀라셨죠? 서바이벌 오디션에 중간 참가자가 있다니 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헌서 군은 1라운드를 통과할 만한 개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서 투입되었습니다.”


MC는 헌서가 앞으로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까다로운 심사기준으로 판정을 받을 거라 특혜는 없다고 강조했다.


“1라운드를 심사 없이 통과한 만큼, 헌서 군은 앞으로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기존 참가자들은 무대를 선보이고 이미 팬을 확보했지만, 메기는 이제 처음으로 시청자에게 자신을 알려야 합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감점도 받게 될 겁니다.”


데뷔 조가 결정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감점을 안고 평가받는다는 건 커다란 불이익이었다.


“그러니, 헌서 군이 늦게 합류한 데 대한 혜택과 페널티는 서로 상쇄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 여러분은 메기로 투입된 헌서 군을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계기로 삼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MC의 말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1라운드 상위 순위에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있었기에 참가자들은 메기의 출현에 더 예민했다.

헌서의 존재가 그들의 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잠시 쉬고 다시 촬영합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카메라가 꺼지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카메라로부터 벗어난 헌서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단 무사히 들어왔으니 1단계 성공.’


헌터 사령부와 제작진이 협의해서 투입된 것이긴 하지만, 큰 반발이나 의심 없이 참가자들 사이에 들어갔다.


“메기 프로필 떴네.”


참가자들이 휴대폰으로 분주하게 헌서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헌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했다.


“포트폴리오가 이거야?”

“경력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네.”

“초보같은데? 춤도 랩도.”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혼자만 1라운드를 건너뛰고 참가할 수 있지?”


헌서의 포트폴리오 영상은 아이돌 놀이공원에 투입하기 위해 춤을 처음 배우고 급하게 며칠 연습하며 만든 것이었다.

부분 동작은 정확한 편이었지만, 부드럽게 연결해서 움직이지 못해서, 춤이라기보다는 태권도 품새나 무술 초식처럼 보였다.

참가자들은 헌서의 딱딱하고 뻣뻣한 움직임을 보고 자신의 경쟁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에 안심했다.


“춤 노래 실력으로 들어온 건 아닌가 봐.”

“그럼 다른 매력이나 개인기가 있나?”

“숨겨진 실력이 있을 수도 있지.”

“뭔지 궁금하다.”


각성하고 예민해진 청각에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무시하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급하게 찍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변명해서 뭐하랴 싶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긴 했는데, 앞으로의 생활을 상상하니 막막했다. 참가자들이 이렇게 메기를 경계하는데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들 사이에 숨은 몬스터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때, 누군가가 헌서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안녕, 형아.”


고개를 드니, 앳된 얼굴의 소년이 해맑게 웃으며 헌서에게 인사했다. 장난기 어린 환한 미소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난 디영이에요.”


디영이는 허리를 숙이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앉아있는 헌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 어린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와서 조금 뜻밖이었다.


“아, 안녕. 난 헌서야.”


헌서는 참가자 프로필을 모두 숙지하고 와서 디영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디영이는 헌서보다 1살 어린 고1이었다. 아이돌 놀이공원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다른 참가자는 헌서가 메기로 투입되어서 거리감을 두고 대하는데, 디영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지, 원래 성격이 그런지, 헌서에게 격의없이 친근하게 대했다.


“반가워요. 1라운드 끝나고 친한 형들이 떠나서 섭섭했는데, 이렇게 또 새로운 형이 오니까 좋다. 헤헷.”


디영이는 메기로 새로 들어온 헌서가 궁금한지 옆자리에 바짝 달라붙어 앉아서 입을 헤벌리고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헌서와 1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나이보다 더 아이같아 보이는 디영이였다. 디영이의 순수한 호기심에 헌서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원래 이름이 디영이야?”


“아니, 내가 지었어. the young. 그래서 디영이에요.”


초면부터 반말 비슷하게 하는데도 애교가 많고 아이같은 순수한 느낌 때문인지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사람에게 편견 없이 대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the young 이면, ‘더영’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모음이라도 y 앞에서는 ‘디’ 아니고 ‘더’로 발음하지 않나?”


학교에서 영어시간에 배운 게 생각나서 말하자, 디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생긋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많은데, 디영이 더 부르기 편하고 멋있잖아. 내 이름인데, 내 맘대로 지을래.”


세상의 상식보다는 자기가 좋을 대로 하는 디영이의 말에, 현실적인 헌서는 그의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디영의 말대로 그의 이름인데, 남이 뭐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에 뭘 빠뜨리고 온 게 있어서 두 번이나 다시 집에 갔다가 왔지 뭐야. 형은 짐 잘 챙겨 왔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나도 1라운드에 왔을 때는 챙겨 온다고 챙겨왔는데도 부족한 게 한두 개가 아니어서 다 빌렸어.”


디영이는 처음 보는 헌서에게 자기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고 혼자서 조잘조잘 말을 잘했다. 그가 먼저 말을 걸어준 덕분에 뻘쭘하게 혼자 앉아있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잠시 후, 촬영이 재개되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아이돌 놀이공원 2라운드 지금 시작합니다.”


카메라가 MC를 비추고 그가 다음 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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