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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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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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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단비

DUMMY

“이벤트의 취지는 시크릿톡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여 활성화시키고 우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겁니다.”


승권은 다시 한번 이벤트를 하는 목적을 설명했다.


“안무를 챌린지해서 홍보를 품앗이하는 것처럼, 다른 그룹의 멤버가 시크릿톡을 공유하는 이벤트로 상부상조 하는 겁니다.”


단비는 승권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반응이 없었다.


시크릿톡 개발 담당자가 변경된 화면 인터페이스를 설명했다.


“그냥 평소 시크릿톡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특별하게 다를 게 없어요. 채팅방에 몇 명 더 들어왔다 생각하면 됩니다.”


그들은 직접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행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시크릿톡에 헌서와 단비가 각자 아이디로 접속하고, 전에 팬이 올린 질문과 댓글을 샘플링해서 만든 택스트를 채팅창에 흘러가도록 하면서, 두 사람이 팬들에게 시크릿톡을 하도록 했다.


헌서는 자신의 노트북을 펼치고 시크릿톡에 로그인했다.

단비와 헌서가 입장하자, 채팅창에 단비의 팬과 헌서의 팬의 댓글이 한꺼번에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와, 헌서다. 반가워요.]

[단비, 안녕?]

[사랑해, 단비야.]

[오늘 뭐 했어?]


실시간으로 팬이 접속해서 쓴 글은 아니지만, 실제로 입력되었던 시크릿톡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헌서는 조금씩 분위기를 파악하며 댓글을 달았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 여러분과 시크릿톡 이벤트를 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단비도 댓글을 달고 있었다. 아무래도 헌서보다는 시크릿톡을 사용한지 오래되어서인지 능숙했다.


[안녕, 잘 지냈어요?]

[나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요.]

[컴백 언제 하냐고요? 올해 안에는 하겠죠? 저도 얼른 컴백하고 싶네요.]


단비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편하게, 그러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시크릿톡을 보냈다. 그러나, 부드러운 멘트와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글을 썼다.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헌서는 단비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이상한 점이 없는지 파악했다.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하고서, 시스템 엔터의 시크릿톡 담당자가 헌서에게 의견을 구했다.


“혹시 사용하면서 불편하신 점은 없었나요?”


“잘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헌서는 문제 없으니 이대로 실행하면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며칠 후에 단비와 헌서의 합동 시크릿톡 이벤트를 하기로 약속하고 공지하기로 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승권과 헌서는 회의를 마치고 시스템 엔터를 나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루어 엔터로 향했다.


“어때? 뭐 알아낸 거 있어?”


운전하며 승권이 헌서에게 물었다.


“단비가 좀 이상해보이지 않아요?”


“음. 좀 아파보이더라. 몬스터한테 당해서 그런가?”


“그것만이 아니고... 표정도 그렇고, 멘탈이 불안해보여요.”


헌서는 단비의 옆에서 채팅창의 댓글을 읽는 그의 표정을 눈여겨보았다.


“얼굴은 감정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타이핑할 때 손을 떨더라고요.”


헌서는 중간에 단비가 멈칫 하며 심하게 손을 덜덜 떨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 왜 그랬을까?”


“그때 채팅창에 올라온 댓글을 보고 그런 것 같았어요.”


“어떤 댓글이었는데? 기억 나?”


“캡쳐해놨어요.”


헌서는 단비가 불안증세를 보일 때마다 화면을 캡처해놓았다고 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면 캡처할 생각을 하다니. 뛰어난 관찰력과 순간판단력이 있어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잘했다. 역시 우리 헌서는 타고난 헌터야.”


승권은 싱글벙글하다가 헌서의 눈치를 살피며 덧붙였다.


“타고난 아이돌이기도 하고.”


그들은 승권의 사무실로 가서 캡처한 화면들을 살펴보았다.


“이 댓글 때문에 그런 걸까?”


승권이 화면에 한 댓글을 가리켰다.


[셀카 안주면 회사에 트럭 보낸다.]


“에이. 설마 이런 말에 기분나빠할까요? 그냥 드립인데요.”


“그럼 이건?”


[너무 영혼없는 답변인데?]


“이건 사람에 따라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농담처럼 한 말일 텐데, 그렇게까지 과민반응 할까요? 차라리 이런 게 더 타격이 클 것 같아요.”


[너무 오랜만에 오는데? 돈 아까워. 내일 출금되는 날이라서 오늘 온 거야?]


이런 글에는 그저 죄송하다는 대답 밖에 할 게 없다.

아이돌이 자주 오더라도 아쉬워하는 고객은 있다. 정 바빠서 못 오는 상황이라면 그냥 적당히 넘기는 게 최선이었다.


‘이런 글 보면 자주 오다가도 오기 싫어지겠다.’


헌서는 쓰읍 입맛을 다시며 턱을 쓸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세 번의 캡처 순간에 모두 손을 떨었다는 거잖아. 그럼 각 화면마다 모두 이슈가 있었다는 건데.”


승권의 말에 헌서는 손가락을 딱 하고 울렸다.


“아, 그럼 이거네.”


헌서는 화면에 한 아이디를 가리켰다.

가리킨 손끝에는 ‘단비의 시크릿’라는 아이디가 남긴 글이 있었다.


“세 화면에 모두 ‘단비의 시크릿’이 남긴 댓글이 있어요.”


“그럼 이 사람을 보고 불안증세를 느낀 건가? 그런 것 치고는 한 말은 별 게 없는데?”


단비의 시크릿의 댓글은 그냥 평범했다. 보고싶다거나 오늘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거나 TMI를 알려달라거나 하는 무난한 댓글이었다.


하지만, 헌서는 세 화면에 모두 단비의 시크릿이라는 아이디가 있는 게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헌서도 시크릿톡 서비스를 팬과 하면서 자주 댓글을 남기는 아이디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투와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정이 가게 예쁘게 말하는 팬도 있고, 당황스러운 말을 하는 하는 팬도 있었다. 아이디를 보면 반가운 느낌이 드는 팬도 있고 긴장되는 팬도 있었다. 그러니 단비도 그런 팬이 있을 테고 ‘단비의 시크릿’이 그에게 불안증세를 일으킨 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싫으면 차단을 하지 왜?”


“유명한 열성팬이라서 차단하지 못할 수도 있죠.”


승권은 사장의 입장이었지만, 헌서는 아이돌의 입장이라 단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팬클럽 내에서 발언권이 센 유명 팬을 별다른 이유 없이 차단했다가 무슨 안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요.”


‘단비의 시크릿’이 남긴 댓글을 보면 딱히 문제가 있어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단비가 그렇게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걸 보면,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커뮤니티와 SNS를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단비의 시크릿’은 팬클럽 내에서 팔로워가 가장 많은 유명한 네임드 홈마였다. 팬사인회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걸 보면, 팬사인회에 돈을 많이 쓰는 큰손인 모양이었다.


“이런 팬이면 차단하기가 쉽지 않죠.”


헌서는 단비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고객이 저 사람 하난가? 너도 불편한 팬 있으면 그냥 차단해.”


승권은 헌서가 마음고생을 하면서까지 시크릿톡 서비스로 돈을 벌게 하고 싶지 않았다.


“헌터 하랴 아이돌 하랴 고생하는데, 진상팬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헌서는 든든하게 자기 편을 들어주는 승권을 보며 빙긋 웃었다.


“괜찮아요. 아직 내 시크릿톡에는 별로 불편한 사람 없어요.”


성격차이로 이해가 안 가는 말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악의적으로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은이사가 들어왔다.


“저기요, 사장님.”


은이사는 매일 팬 반응을 모니터링해서 보고받는데, 어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제 미강이가 시크릿톡에 한 말이 퍼져서 디영이 팬들이 화가 많이 났어요.”


“무슨 말인데요?”


이유인 즉슨, 누군가가 미강이의 시크릿톡에 디영이가 늦게 시크릿톡을 시작했는데도 멤버 중에 가장 많은 우표를 받았다고 자랑했다며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미강은 디영이가 우표를 많이 받는 건 시크릿톡에 아무 쓸모없는 뻘소리를 많이 해서 그런 거라고 대답했고, 디영이의 팬이 그의 말에 화가 난 것이었다.


디영이 팬이 디영이가 쓸데없는 뻘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며 뻘소리는 미강이 네가 더 많이 한다고 하자, 미강이가 그 팬을 차단해버린 게 기폭제가 되었다. 디영이의 팬들이 미강이가 오만하다며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SNS에 남겼다.


“디영이의 팬이 다 들고 일어난 겁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넘어가는 팬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게 있어서 예민한 팬이 있죠.”


그동안 미강이와 디영이가 장난치며 서로 지나치게 조롱했던 것에 양쪽 팬 모두 앙금이 남은 모양이었다.


디영이 팬이 미강이에게 화를 내자, 미강이의 팬은 그들대로 디영이 팬이 뭔데 미강이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냐 차단될 만하다고 맞서서 싸움이 번진 모양이었다.


승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며칠 내버려두면 잠잠해지겠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팬들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똑같은 팬인데 어느 편을 들 수도 없었다. 괜히 나서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헌서는 미강이 최근에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인다는 걸 느꼈다. 말수가 원래 적었지만, 더 말이 없어졌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멤버들과 장난치는 건 좋아했는데, 요즘은 장난을 걸어도 반응이 썰렁했다.


“요즘 미강이 형이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아무 일 없다고 대답하는데,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헌서가 말하자, 은이사가 미강이와 대화해보겠다고 했다.


“그래? 왜 그럴까? 내가 얘기해 볼게.”


하지만, 헌서는 은이사가 물어봐도 미강이 별 말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친한 멤버들이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데, 은이사가 물어보면 더욱 입을 다물 것이다.


‘미강이 형이 왜 그럴까?’


헌서도 미강이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도 엉뚱한 면이 있는데다, 자기 얘기를 잘 안 해서 그의 머릿속에 어떤 감정이 오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벤트 날이 되어서 헌서와 승권은 시스템 엔터로 찾아갔다.


“단비 선배님, 안녕하세요.”


헌서가 깍듯이 인사하자, 단비는 파리한 얼굴로 흐늘거리며 고개를 까딱했다.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했지만, 헌서에게 말하는지 누구에게 말하는지 알 수 없게 공허하게 들렸다.


“...안녕하세요.”


고등학생 남자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고 힘이 없어보였다.


‘저러니 라이브 공연을 못하지.’


아바타의 곡은 대부분 안무도 쉬웠고, 거의 모든 공연을 립싱크로 진행했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체력이 부족하니 지구력이 딸려서 여러 곡을 연달아 공연하는 것만도 힘에 부칠 터.

대신 아바타는 동화 속 왕자님같은 고급스러운 의상, 백댄서의 군무와 환상의 나라와 같은 세트장으로 어린이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 시작합니다. 입장하세요.”


헌서와 단비는 시크릿톡에 로그인해서 이벤트 방에 입장했다. 특별 이벤트인데다 양쪽 팬이 모여서 이벤트 방에 댓글창이 북적거렸다.


[와, 이런 이벤트 너무 좋아요.]

[단비와 헌서의 합동 시크릿톡이라니.]

[너무 재미있겠다. 기대된다.]

[오늘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두 사람이 시크릿톡을 하다니.]


관심과 사랑을 담은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예민한 질문이나 굳이 이런 글을 왜 올리지 싶은 톡도 보였다.


[단비가 더 어린데 선배네. 존대말하기 짜증나겠다.]

[헌서 얼굴에는 파스텔톤 옷은 안 어울리는데. 아쉽네.]

[단비 오늘 표정이 왜 저래? 하기 싫은가?]

[헌서 어색해보인다. 긴장했나봐.]


‘어쩌라고?’


헌서는 그런 댓글은 무시하고 넘겼다. 굳이 세세하게 설명하기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게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처세술의 기본이었다.


[안녕하세요, 헌서입니다. 에이리프의 리더입니다.]


헌서는 댓글을 입력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빠르게 댓글창이 올라가면서 읽기도 바빴지만 침착하게 집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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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키네아트 24.06.14 15 1 12쪽
119 개성 24.06.13 19 1 12쪽
118 서사 24.06.12 19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17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18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19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19 2 12쪽
113 치유 24.06.07 21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1 1 12쪽
111 갈등 24.06.05 21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1 1 12쪽
109 연습 24.06.03 26 1 12쪽
108 팬덤 24.06.02 23 1 12쪽
107 경연 24.06.01 28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2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35 2 12쪽
104 팀웍 24.05.29 33 3 12쪽
103 MT 24.05.28 36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32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37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1 4 12쪽
99 대면식 24.05.24 38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41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47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42 3 12쪽
95 사냥 24.05.20 43 4 12쪽
94 사생 24.05.19 44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46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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