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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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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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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360

작성
24.05.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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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단비의 시크릿

DUMMY


“그래도 잘 하시던데요?”


단비의 말에 헌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랑 묘하게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이 계속 말 시키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하더라고요. 계속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스트레스예요.”


헌서의 말에 단비는 생각에 잠기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죠. 진짜... 그럴 땐... 어디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갈 수도 없고...”


“차단할까 싶다가도 차단했다가 또 무슨 후폭풍이 올까 걱정되서 그러지도 못하고...”


헌서의 말에 단비는 금방이라도 울 듯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트라우마가 건드려진 모양이었다.


“그날 불쾌한 댓글이라도 있었어요? 아니면 불편한 사람이라도?”


헌서의 질문에 단비는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는 사생 홈마가 있거든요.”


헌서는 그가 아이디 ‘단비의 시크릿’을 사용하는 팬일 거라고 추측했다.


“집 앞에서도 기다리고 있고, 가는 데마다 따라오니까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에요. 몇 번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소용 없어요. 몰래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까지 하고, 팬들도 그 사생이 푸는 사진을 좋아하고, 그 사생이 나에 대해 과장하는 거짓말을 다 사실로 믿더라고요.”


‘단비의 시크릿’은 단비를 쫒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예전 헤어스타일이 더 낫다는 둥, 요즘 시크릿톡도 자주 안 오면서 쇼핑하러 다닌다는 둥, 이번 타이틀 곡에서 단비의 존재감이 적어서 아쉽다는 둥, 은근히 자기 주장을 강요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진짜로 나 그렇게 쇼핑하러 많이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어쩌다 한 번 간 거 사진 찍어 올리면서, 나더라 쇼핑광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반박해요?”


단비는 ‘단비의 시크릿’을 차단하고 싶어도, 그가 앙심을 품고 그동안 찍은 사생 사진을 모두 풀어버리고 루머를 퍼뜨리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차마 차단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팬사인회때마다 오는데 볼 때마다 무섭고 소름 끼쳐요.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죽도록 싫은 사람에게 웃으며 잘해줘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가 가까운 사람이나 다른 팬에게조차 단비의 시크릿에게 자신이 당한 피해를 호소할 수 없는 상황이니 더욱 곤혹스러울 터.


“그랬군요. 많이 힘들었겠네요.”


헌서는 진심으로 단비를 가엾게 여겼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친구도 없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감정 착취를 당하며 사생에게 끌려다니는 단비를 보니, 몬스터만이 아니라 ‘단비의 시크릿’도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하고는 상의해봤어요?”


“전에 매니저한테 얘기했죠. 그런데 매니저가 장이사님한테 사생에 대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건의했다가, 저때문에 매니저만 짤렸어요. 저는 장이사님한테 혼났고요.”


“아니, 왜요?”


헌서는 도대체 뭣 때문에 단비가 야단을 맞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생이 잘못한 건데, 어째서 단비를 혼낸 걸까?


“네 인기에 도움을 주는 열성팬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고요. 내 맘에 드는 팬, 맘에 안드는 팬 가려서 받으면 남는 팬 하나도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 식으로 일할 거면 집에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단비는 말하다 말고 걱정되는지 병실에 그들 밖에 없는데도 방을 두리번거리며 헌서에게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저 또 혼나요. 아시죠?”


헌서는 같은 아이돌 입장이라서 자기 처지를 이해하고 비밀을 지켜줄 거라 믿고 이야기한 것 같았다.


“알았어요. 말 안 할게요.”


헌서의 단호한 대답에 단비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표정이 풀렸다.


“이런 얘기는 부모님한테도 못해요. 제가 힘들지 않을까 늘 걱정하시는데 이런 얘기까지 하면...”


단비는 모처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지, 헌서가 묻지 않은 이야기까지도 털어놓았다.


“다른 멤버하고도 이런 얘기는 잘 못해요. 전에 얘기했다가 걔까지 장이사님한테 혼난 적이 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피해주기 싫어서 안 해요.”


헌서에게 마음을 연 단비는 헌서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술술 이야기해주었다.


“최근에 또 어지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이상하게 장이사님 방에서 회의하면 자꾸 졸리고 어지러워요. 그 방에 피톤치드 아로마 향을 뿌려놔서 그런가...”


‘피톤치드?’


혹시 그 향이 몬스터가 좋아하는 소나무 향이 아닐까?


“장이사님하고는 여럿이 회의하나요, 둘이서만 회의하나요?”


“회의는 여럿이 하는데, 야단치실 때는 제 체면을 생각해서 따로 혼자 불러서 혼내세요.”


단비는 부끄러운 듯이 미소지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혼나면서도 졸리더라고요. 저도 참 답 없죠?”


단비가 조는 것은 몬스터가 최면침을 쏘거나 최면가스를 배출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단비는 자기자신을 탓했다.


“장이사님이 뭐 때문에 야단을 쳐요?”


“주로 팬미팅하고 나서 팬서비스를 못한다고 혼나요. 팬들한테 너무 무표정하고 성의없이 대한다고요. 그런데 팬미팅에서 단비의 시크릿을 보면 도저히 웃는 얼굴을 하기 힘들어요.”


단비가 멍한 표정으로 사무적으로 시크릿톡을 하고 팬들을 대한 게 이유가 있었다. 그를 괴롭히는 사생을 차단하지 못하고 계속 만나야 하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대한 무감각해지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더군다나, 회사도 팬도 모두 사생 편을 들고, 단비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힘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주에도 팬미팅이 있는데, 단비의 시크릿하고 마주칠 생각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을 못 쉬겠어요. 사실 지금도 매일 시크릿톡으로 마주치고 있긴 하죠. 하루라도 시크릿톡 안 하면, 단비의 시크릿이 또 쇼핑하러 갔냐고 SNS 계정에 올릴 게 뻔하니까요.”


단비가 단비의 시크릿 때문에 이렇게 마음고생하는 줄 모르니, 팬들은 단비의 시크릿을 팔로우하고 사진을 퍼나르고 고마워하고 칭송하는 것이었다.


단비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헌서에게 호소하듯이 물었다.


“장이사님은 나더러 까탈스럽다고 하는데, 내가 이상한 거예요?”


“아뇨. 당연히 아니죠. 단비의 시크릿이 문제인 거죠.”


단비는 단순 명확하게 딱 잘라 대답하는 헌서에게 감동받았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헌서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되었다.


“내가 2살 어린데 우리끼리는 말 놓으세요. 나이도 나보다 많은데 형이라고 부를게요. 그래도 되죠, 헌서 형?”


단비는 밝아진 표정으로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며 헌서에게 말했다.


“그래. 그게 편하면 말 놓을게.”


헌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계획을 이야기했다.


“단비야, 우리 합동 팬미팅 하면 어때?”


“합동 팬미팅요?”


단비는 갑작스러운 헌서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합동 시크릿톡 이벤트를 한 것처럼 이벤트로 너랑 나랑 합동 팬미팅을 하는 거야. 같이 합동 팬미팅을 하면 단비의 시크릿이 오더라도 네가 덜 긴장하지 않을까?”


헌서의 말에 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서 형이 옆에 있으면 단비의 시크릿이 내 앞에서 말을 걸어도 덜 불안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될지...”


팬미팅은 인기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사업이라 합동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너만 좋다면 우리 사장님이 되도록 만들어 주실 거야.”


장이사로 위장하고 있는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라면, 승권이 무슨 수를 써서든 합동 이벤트를 성사시킬 것이다.


헌서의 말에 단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은 장이사가 무서워서 쩔쩔 매는데, 헌서는 사장님과 편하게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루어 엔터는 우리 회사랑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사장님이 직원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작은 회사라서 그렇지 뭐. 돈을 벌려면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야 하니까.”


실은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합동 이벤트를 제안한 거였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얼버무리며 둘러댔다.


“어쨌든 이번 팬미팅은 이벤트로 나랑 같이 해보자. 내가 옆에 있으면 단비의 시크릿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진짜죠? 난 좋아요.”


헌서가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에 단비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이 매달렸다.


“그럼 몸조리 잘하고, 나중에 봐.”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형.”


무표정하고 말라 죽어가던 단비는 헌서에게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듯이 생기가 돌았다.


헌서는 병원을 나와서 걸어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장이사, 이 나쁜 자식. 자기 그룹 멤버가 아니라, 사생인 단비의 시크릿 편을 들어?’


그러다가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장이사가 몬스터라면 왜 단비의 편을 안 들고, 단비의 시크릿 편을 든 걸까?’


몬스터는 자신이 숙주로 삼거나, 자신이 호르몬을 흡입하는 아이돌이 성공하기를 바랄 터. 그래야 더 많은 호르몬을 섭취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이사가 단비가 아닌 단비의 시크릿 편을 든다면, 단비의 시크릿도 장이사에게서 흡혈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바타 팬미팅 후에 몇몇 팬들이 단체 실신한 적이 있다고 하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합동 이벤트를 하면서 장이사와 단비에게 더 가까이 접근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루어 엔터로 돌아온 헌서는 승권에게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 찾아갔다.


그런데, 승권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어딘가 어수선했다. 심각한 분위기로 은이사와 승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헌서 왔구나. 앉아.”


승권이 헌서에게 자리를 권했다.


“나중에 올까요?”


“아냐. 너도 어차피 알아야 하니까.”


“왜요? 무슨 일인데요?”


헌서는 어두운 그들의 표정에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승권이 쓰읍 입맛을 다시며 소식을 알려주었다.


“미강이가 시크릿톡을 하다가 과호흡 증상이 와서 병원에 갔어.”


헌서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과호흡이요? 왜요?”


과호흡이라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오는 경우가 많다.


“미강이형한테 무슨 힘든 일 있었어요?”


은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내가 며칠 전에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도 괜찮다고 했거든.”


미강이 성격상 다른 사람이 물어봐도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은이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헌서도 최근 미강이가 표정이 안 좋고 딴 생각에 자주 빠져있는 것 같아서 물어봤지만, 그는 늘 그렇듯이 실없는 농담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이사는 승권과 대화를 마치고 다른 일을 하러 방을 나갔다.


헌서는 승권에게 미강이의 시크릿톡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루어 엔터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면 에이리프 멤버들의 시크릿톡을 볼 수 있었다.


“미강이의 시크릿톡을?”


“쓰러질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승권은 긴가 민가 하면서도 헌서의 말대로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해서 미강이의 시크릿톡을 살펴보았다.

미강이가 팬과 주고받은 시크릿톡의 리스트가 시간의 역순으로 제시되었다.


“이게 미강이가 마지막으로 쓴 시크릿톡이야.”


미강이가 쓴 시크릿톡은 ‘영럽’이라는 아이디의 팬에게 쓴 글이었다.


“영럽? 이 사람 디영이 팬인데요?”


헌서도 시크릿톡을 하기에 에이리프에 자주 우표를 보내는 팬의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럽은 디영이가 최애인 팬인데, 다른 멤버의 시크릿톡도 구매하고 우표를 보냈다. 헌서도 영럽과 몇 번 시크릿톡을 주고받아서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나한테는 별말 안 하던데요.”


헌서의 기억에 크게 남지 않은 걸 보니, 특이한 점은 없었던 사람이었다.


“미강이가 영럽하고 싸웠네.”


승권이 미강이와 영럽이 주고받은 시크릿톡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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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컨셉 소화 미션 NEW 15시간 전 11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15 1 12쪽
119 개성 24.06.13 19 1 12쪽
118 서사 24.06.12 19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17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18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19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19 2 12쪽
113 치유 24.06.07 21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1 1 12쪽
111 갈등 24.06.05 21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1 1 12쪽
109 연습 24.06.03 26 1 12쪽
108 팬덤 24.06.02 23 1 12쪽
107 경연 24.06.01 28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2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35 2 12쪽
104 팀웍 24.05.29 33 3 12쪽
103 MT 24.05.28 36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32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36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0 4 12쪽
99 대면식 24.05.24 37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40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46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40 3 12쪽
95 사냥 24.05.20 41 4 12쪽
94 사생 24.05.19 43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44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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