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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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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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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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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소통

DUMMY

수많은 팬의 다양한 글이 쉴새없이 화면에 쏟아지니 읽기도 바쁜데, 적절한 답글을 쓰기는 더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단비는 빠르게 댓글을 입력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질문과 요구사항이 익숙한지 계속 대화가 끊이지 않게 신속하게 글을 남겼다.


[점심 샌드위치 먹었어요.]

[내일은 오전에 운동하고 요즘 1위하는 그 영화 보러 갈 거예요.]

[오늘 착장의 포인트는 노란 스냅백.]


날씨, 점심 메뉴, 지금 마시고 있는 음료수, 지금 입고 있는 옷 스타일링, 요즘 듣는 음악, 최근에 본 영화 등 TMI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며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단비 점심 샌드위치 먹었구나.]

[오늘같은 날씨에는 뜨끈한 설렁탕 먹어야지.]

[나도 그 영화 봤는데. 재밌었어.]

[노란 스냅백 썼다고? 셀카 올려줘.]


헌서는 대답을 신중하게 생각하다보면 주제가 바뀌어서 답글을 달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데, 단비는 기계적으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헌서 뭐해? 왜 아무 말도 없어?]

[단비는 계속 말하는데 헌서는 말이 없네.]

[친한 팬하고만 톡하는거 아니지? 자나?]

[단비만 답장해주네. 단비한테 시크릿톡 보내봐야지.]


비교하고 보채는 댓글에 헌서는 자기도 모르게 불끈했다.


‘아니,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게다가 이제는 화면 한쪽에 헌서가 받은 우표와 단비가 받은 우표의 숫자까지 표시되니, 은근히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벌써 5배나 차이가 나네?’


헌서는 시크릿톡을 한 지 얼마 안되어서 구독자가 단비보다 적었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큰 격차였다. 이대로는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이다. 받은 우표 숫자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너무 차이가 나니 신경이 쓰였다.


‘어떡하지? 무슨 말을 해야 우표를 많이 받을까.’


헌서는 팬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슈를 떠올렸다.


‘뭐 획기적인 거 없나?’


그러나, 특별한 걸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노리고 뭔가를 의도하려니 더 어려웠다.


‘에이. 뭘, 어차피 이벤트인데. 팬서비스 하는 거지, 우표값 벌려고 시크릿톡 하는 거 아닌데, 팬하고 즐겁게 톡 하면 되지.’


헌서는 우표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무리수를 던지기보다 평소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평소에 팬카페에서 일상 대화하듯이 편하게 말을 던졌다.


[에이리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떡볶이와 김밥 먹었습니다.]


헌서가 글을 올리자, 그에게도 답글을 쓰는 팬들이 생겼다.


[떡볶이는 못참지.]

[무슨 김밥 먹었어? 요즘 00김밥 맛있던데.]

[나도 먹고싶다.]


몇 번 TMI를 이야기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화제가 떨어진 헌서는 팬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뭐 드셨나요?]


그러자 놀랍게도 헌서에게 우표가 우수수 날아들었다.


[난 설렁탕.]

[치킨 먹었지.]

[빵하고 커피]

[다이어트 중이라 계란하고 요거트로 때웠어]


쉬운 질문을 던지자 팬들이 너도나도 자기가 먹은 점심을 이야기했다. 헌서의 우표 수가 순간적으로 쭉 올라갔다.


‘오호, 이거 괜찮은데?’


헌서는 팬들이 아이돌의 TMI를 알고 싶어하는 만큼, 자신의 TMI도 알아주기를 바라는구나,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는구나 하고 느꼈다. 질문을 던지니 앞다퉈 답장 해주었다.

헌서는 팬이 먹었다는 메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이야기했다.


[오, 부대찌개 드셨군요. 맛있겠다. 나도 저녁에 부대찌개 먹어야지.]


그러자, 팬들이 그것에 대해서 어느 부대찌개가 맛있다는 둥, 부대찌개에는 뭘 넣어서 먹어야한다는 둥, 떡볶이 먹고 부대찌개 먹고 매운 거 잘 먹는 거 보니 마라탕 좋아하게 생겼다는 둥, 여러 댓글을 보냈다.


‘이거 재미있네. 주거니 받거니 하면 되는구나.’


헌서도 은근히 내성적인 성격이라 팬과의 개인적인 소통을 어렵게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그리 어렵지 않고, 조금씩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퍼포먼스를 하듯이 일방적으로 뭔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소통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고 주고받는 면이 있어서, 오히려 혼자 이끌어가야한다는 부담감이 덜했다.


[평소에 연습은 어떻게 해?]

[춤 연습은 안무보다 기초 훈련을 많이 하고요, 노래 연습도 부르는 연습도 하지만, 평소에 귀에 이어폰 꽂고 그냥 노래를 계속 틀어놔요. 좋은 노래 추천해주세요.]


[다음 컴백 컨셉은 뭐야?]

[컴백 컨셉이요? 지난번 컨셉이 정글에서 살아남기였으니까, 이번에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어때요? 혹시 추천해주고 싶은 거 있어요?]


헌서는 개인적인 생활과 앞으로의 활동 등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주제를 던지며 대화를 이끌었다.

디영이가 시크릿톡을 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은연중에 노하우를 습득한 것 같기도 했다.


흘깃 보니, 단비의 우표수를 거의 따라잡았다. 단비도 계속 글을 올리고 있었지만, 헌서가 던지는 질문이 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저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헌서는 평소에 자기 팬들이 왜 자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아이돌스럽지 않은 털털한 면도 있고,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 끌려서 그의 팬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헌서 하면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지. 대체불가잖아.]

[난 헌서 노래하고 목소리에 반했는데.]

[랩 가사가 맘에 와닿아서 팬이 됐어.]

[난 그냥 성격? 놀이공원에 메기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꽂혔어. 다들 어처구니없어하며 쳐다보는데 냅다 자기 자리에 가서 털썩 앉는데, 완전 상남자더라.]

[역시 올라운더. 뭐 하나 고를 수가 없다.]


헌서는 다양한 팬들의 답변에 감동했다.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모두 사랑해주는 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더 멋진 음악과 퍼포먼스로 보답하겠습니다.]


키보드에 입력하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러분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몬스터도 많이 잡을게요.’


댓글창이 스크롤될 때, 눈에 익은 아이디가 보였다.


[단비의 시크릿 : 단비야, 오늘도 화이팅!]


‘단비의 시크릿? 그 사람이잖아?’


단비가 채팅창에서 아이디를 보고 손을 떨며 경기를 일으켰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단비가 놀라려나?’


헌서는 곁눈질로 단비를 흘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단비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음 순간, 단비는 물이 흐르는 것처럼 스르륵 흘러내렸다. 우당탕 하고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단비 매니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엇! 단비야!”


단비가 쓰러져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어떡해! 도와주세요!”


당황한 단비의 매니저는 안절부절하며 단비의 상태를 살폈다.


“무슨 일입니까?”


승권이 달려와서 물었다.


“갑자기 쓰러졌어요.”


매니저가 전화로 구급차를 부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이벤트는 이만 종료해야겠어요. 루어 엔터테인먼트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사람이 쓰러졌는데, 당연하죠. 괜찮습니다.”


승권은 헌서에게 마무리하라고 눈짓했다.


헌서는 이만 가봐야겠다고 시크릿톡에 작별인사를 올렸다.

운영자는 오늘의 이벤트를 종료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채팅창을 닫았다.


[엥? 진짜?]

[벌써? 20분 밖에 안 지났는데.]

[아쉽다. 너무 짧아.]


팬들은 투덜거렸지만, 채팅방은 그대로 닫혔다.


“단비가 쓰러졌다고요?”

“괜찮아, 단비야?”


소식을 들은 몇몇 멤버와 스텝들이 방으로 들어와서 상황을 물어보았다.


잠시 후, 응급대원이 와서 단비를 실어갔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며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그러나, 단비 매니저의 표정은 어두웠다.


“단비가 요즘 뭘 먹지도 않고 잠도 못 자더라고요. 큰일이에요.”


회복되어서 나와도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요? 잠시 활동을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 더 큰일이라도 나면 안 되잖아요.”


헌서는 상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단비가 리더라서 책임감 때문에 쉬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매니저는 회사에도 단비의 상태를 알렸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승권은 헌서와 함께 시스템 엔터를 나왔다. 차를 타고 루어 엔터로 돌아가면서 승권이 헌서에게 물었다.


“너도 봤냐?”


“봤어요. 단비 목에.”


구급대원이 쓰러진 단비에게 산소호흡기를 착용시키고 숨을 편히 쉬도록 하기 위해 셔츠 윗단추를 푸는데, 목에 몬스터에 물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승권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분명히 시스템 엔터 내부에 몬스터가 있어.”


“누굴까요? 아바타 멤버일까요?”


“모르겠어. 네가 보기엔 어때? 의심가는 사람 있어?”


“아직 모르겠어요.”


헌서는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단비의 멘탈이 불안해보이는 게 걱정되었다.


단비가 육체적으로 힘든 건 몬스터 때문이겠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건 ‘단비의 시크릿’이라는 팬 때문인 것 같았다.

가뜩이나 몬스터에게 물려서 상태가 안 좋은데, 단비의 시크릿이 댓글을 올리자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단비를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겠어요.”


다음날, 헌서는 단비가 입원한 병원에 문병을 갔다. 추가적인 정보를 더 얻어보려고 찾아간 것이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단비가 팔에 링겔을 꽂고 누워있었다. 단비는 헌서가 찾아오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혈색이 좋아보였다. 수혈을 받고 영양제를 맞으니 몸이 많이 회복된 듯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헌서가 활기 넘치게 인사하자, 단비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여기까지 웬일로...”


“어제 같이 이벤트 하다가 쓰러져서 걱정되어서 왔죠. 혹시 내가 뭐 잘못 한 게 있나 해서요.”


“아, 아니에요. 전혀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단비는 손을 내저으며 헌서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왜 갑자기 실신한 거예요? 어디 아픈 데가 있었어요?”


헌서의 물음에 단비는 말끝을 흐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냥 갑자기 어지러워서요.”


헌서는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나봐요?”


“네. 전날부터 어지럽고 힘들더라고요.”


“전날 스케줄이 바빴나보다.”


“그냥 평소대로 밥먹고 매니저님하고 다음 주 스케줄 조정하고 시크릿톡 담당자들하고 회의하고... 그 외에는 별 일 없었어요.”


“회의를 길게 했나봐요?”


“장이사님하고 이벤트 회의를 오래 하긴 했죠. 3시간이나 했으니까요.”


“3시간이나요?”


헌서는 전날 단비가 만난 사람들을 기억해두었다.


‘매니저, 시크릿톡 담당자들, 장이사...’


“피곤한데 시크릿톡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써서 그랬나 보네요. 시크릿톡 하는 게 은근 피곤하더라고요. 집중해야 하니까.”


헌서가 말하자, 단비는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크릿톡이 생각보다 힘들어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하고 나면 진이 빠져요. 혼자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거잖아요.”


“맞아요. 이렇게 편하게 둘이 대화하는 거랑 다르죠. 잠시도 집중 안 하면 안 되고... 기빨리는 것 같죠.”


헌서는 단비의 기분을 안다는 듯이 눈을 맞추고 친근하게 동조했다.


“글만 보고 팬의 기분까지 예측해서 오해받지 않게 대답해야하니까 너무 신경쓸 게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헌서를 경계하던 단비는 점점 표정이 밝아졌다.

모처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같은 아이돌인 헌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는지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던 속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숨통이 트이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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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컨셉 소화 미션 NEW 18시간 전 11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15 1 12쪽
119 개성 24.06.13 19 1 12쪽
118 서사 24.06.12 19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17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18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19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19 2 12쪽
113 치유 24.06.07 21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1 1 12쪽
111 갈등 24.06.05 21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1 1 12쪽
109 연습 24.06.03 26 1 12쪽
108 팬덤 24.06.02 23 1 12쪽
107 경연 24.06.01 28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2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35 2 12쪽
104 팀웍 24.05.29 34 3 12쪽
103 MT 24.05.28 37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33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37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1 4 12쪽
99 대면식 24.05.24 38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41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47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42 3 12쪽
95 사냥 24.05.20 43 4 12쪽
94 사생 24.05.19 44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46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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