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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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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8,738
추천수 :
59,962
글자수 :
1,084,750

작성
16.10.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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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8
추천
38
글자
8쪽

창세

DUMMY

화악!

“음?”

공간이 바뀌며 새로운 무언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어떤 영상이었다. 최신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입체 영상이 재생되며 어떤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 주었다.

두 노부부가 아라한 컴퍼니 소속의 의사와 상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노멀로서는 최초의 디자인 휴먼이 태어났다.

아이는 태어나 잘 자라났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는 점차 자라나 소년이 되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아이는 너무 예뻐서, 교복을 입은 모습이 마치 여자아이처럼 보였다. 학교의 교복은 남자와 여자 모두 동일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생이 그 아이에 대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아이의 친구들은 그 아이를 여자아이로, 혹은 남자아이로 오해하며 분명하게 아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성장을 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 가 만나게 된 사람은···

“나로군.”

나였다.

그리고 아이는 점차 자라나며 가치관에 관해, 그리고 스스로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결국 내 앞에서 청년, 아니 미녀의 모습이 된 아리엔이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본다.

“남자였군.”

몰랐다. 아리엔이 남자였다니.

“게임에서 봤을 때에도 가슴이 조금 납작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충격인데?”

내 농담에 아리엔이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그래요, 라임. 저는 남자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당신을 마음에 담은 그 순간부터 고민하고, 고민했죠.”

“나 그렇게 꽉 막힌 남자 아니야. 요새 유전자 치료도 있고 하잖아?”

양성으로 몸을 개조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그게 뭐 대수야?

“제가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나요, 라임?”

“그건······.”

내가 멈칫하자 그녀의 미소가 좀 더 진해졌다. 처연해 보이는 슬픈 미소다.

“그래요. 외형은 바꿀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가짜일 뿐이잖아요. 아이도 낳을 수 없는······. 그래서 고민했죠. 나는 여자일까, 남자일까. 라임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렇게나 큰데, 라임의 반려가 되려면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후훗. 우습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주어야 하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사이에 선 저는 그래서 알 수 있었어요. 아라한 역시 실상도, 그렇다고 완전한 허상도 아닌 경계에 머물러 있으니까. 그녀와 저는 어쩌면 이 세계가 낳은 쌍둥이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아라한과 하나가 되려는 건가? 그건 너를 포기하는 거다.”

“아하하하. 죽을까도 생각했던 거 알아요, 라임? 삶은 고해이다, 누가 그런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렇다는 걸 아나요? 이제는··· 더는··· 더는 버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나는······.”

아리엔이 처연한 미소를 지은 채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안녕, 라임. 사랑했어요.”

모든 것이 다시 뒤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세상에 돌아왔을 때, 내 몸이 뒤로 밀려나고 아라한이 아리엔에게 녹아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환상 같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선 나는 마음속 저 아래에서부터 분노가 차올라왔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

내버려 둘까 보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보냐! 결국 그건 운명에 휘둘리는 게 되는 거다!

“눈을 떠라, 아리엔! 겨우 그 정도로 포기하는 거냐! 네가 원하는 게 겨우 그 정도냐! 나를 사랑한다 말할 거라면 그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단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레나를 돌아보았다. 난 레나를 사랑한다. 그래, 레나야말로 내 가족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레나로 가득 찬 마음에 너를 위한 빈자리를 만들겠다. 나 역시 너에게 얽매여 있으니까.

그게 내 마음의 답이다.

“그러니 대답해라!”

내 정신이 완전하게 가동하며, 모든 것을 밝혀 내고 탐색하여 구조를 조사하고 침범해갔다.

아라한이 만든 모든 것의 구조를 파악하고 침식해 뒤틀기 위해 총력을 쏟자, 그만한 힘을 쓰는 대가로 데미지가 육신에 부과되었다.

지독한 고통, 영혼이 깎여 나가는 그 아픔 속에서 나는 다시금 아리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 으직으직으직.

한 걸음에 수천 개의 법칙이 파괴되어 바뀌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섯 걸음까지 접근했을 때, 강력한 어떤 힘이 나를 밀어붙였다.

으득! 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척.

으음?

“라임은 저 사람을 구하고 싶은 거지?”

등에서 무언가가 나를 지지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 라임의 의지가 어떤 건지.”

“레나··· 너··· 어서 돌아가지 못해! 여긴 너에게 너무 위험해!”

“괜찮아. 돌아보지 마. 그러니 집중해. 나를 돌아봐줘서 기뻤어. 나를 수련시켜 줘서 기뻤어. 나를 신경 써줘서 기뻤어. 고마워. 정말로··· 고마웠어.”

레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 목소리에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될 거야. 이제 나도 강하니까.”

앞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었다. 그렇게 세 걸음을 내딛자 레나가 펑! 하고 뒤로 튕겨져 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라··· 임··· 의지를··· 관철해······.”

나는 이를 갈듯이 악물고 손을 뻗었다. 마음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레나가 뒤로 튕겨져 나가며 한 말에 분노가 더더욱 크게 타올랐다.

레나의 부상이 어떨까? 죽지는 않았겠지? 아니, 죽는다 해도 나는 저주받은 왕의 사도! 상관은 없다!

그런 외침을 속으로 토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몸 여기저기가 이미 부서진 상태다. 피조차도 이 공간에서는 흩어지며 바스라졌다.

그런 상태로 나는 결국 손을 뻗어 아리엔의 얼굴을 잡았다.

“이봐, 아리엔.”

그리고는 의지를 담아 말했다.

“내 뒤로 날아간 레나 있지? 나는 레나를 사랑해.”

아리엔에게 녹아들던 아라한이 나를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게 있잖아, 너도 좋아해. 비록 레나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야.”

나는 모든 힘을 일으켜 아라한의 세계에 간섭해 억지로 비틀면서 말을 했다.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내 가슴이 말하고 있어.

“그러니까 돌아와라. 네가 남자든, 여자든, 양성이든 상관없어. 네가 내 앞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 역시 대답해주마.”

파직파직! 힘과 힘이 부딪치는 와중에 아리엔이 눈을 뜨는 게 보였다. 아라한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함과 동시에 아리엔의 입술이 열렸다.

“대답··· 해주시는 건가요?”

그 크고 동그란 눈망울로 사슴처럼 나를 보는 아리엔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아, 확실하게 대답해주지. 지금처럼 가감 없이.”

“그럼··· 지금······.”

“하지만 지금은 안 돼.”

그러자 압력이 갑자기 거세졌다. 그런가. 이 힘은 아리엔의 마음에서 나오는 건가.

“나는 현실을 등진 사람이다. 현실이란 나에게 가치도, 의미도 없는 것이었지. 그래서 나는 게임 속에서 살았어. 지옥 속에서 태어난 나에게 어울리는 삶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생각이었나 봐. 이렇듯 너라는 현실 속의 사람이 나를 이렇게나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결심했어. 나는 이제 현실에서부터 도피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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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에필로그 +12 16.10.18 3,225 55 7쪽
» 창세 16.10.17 2,299 38 8쪽
346 창세 +1 16.10.16 1,807 35 7쪽
345 창세 16.10.15 1,814 46 7쪽
344 창세 +1 16.10.14 1,931 38 7쪽
343 마지막의 앞 +2 16.10.13 1,834 39 7쪽
342 마지막의 앞 +2 16.10.12 2,653 43 7쪽
341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11 1,962 40 7쪽
340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4 16.10.10 1,900 41 8쪽
339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09 1,829 38 7쪽
338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2 16.10.08 2,351 38 7쪽
337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6.10.07 1,871 40 7쪽
336 삶의 전쟁 16.10.06 1,876 41 7쪽
335 삶의 전쟁 +1 16.10.05 1,986 43 8쪽
334 삶의 전쟁 +1 16.10.04 2,027 44 7쪽
333 현실로 돌아오다 16.10.03 1,854 36 7쪽
332 현실로 돌아오다 +1 16.10.02 2,099 42 7쪽
331 현실로 돌아오다 16.10.01 2,190 43 7쪽
330 현실로 돌아오다 16.09.30 1,993 37 7쪽
329 현실로 돌아오다 16.09.29 2,048 37 7쪽
328 삶이란… 16.09.28 2,480 43 7쪽
327 삶이란… 16.09.27 1,914 39 7쪽
326 삶이란… +1 16.09.26 2,033 37 8쪽
325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5 1,997 46 7쪽
324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4 2,163 45 7쪽
323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3 1,980 40 7쪽
322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2 2,002 39 7쪽
321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16.09.21 1,852 35 7쪽
320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2 16.09.20 2,068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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