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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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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750

작성
16.09.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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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7쪽

삶이란…

DUMMY

게다가 프로그램이 너무 완벽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버그가 종종 일어나 세계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추측된다.

저주받은 왕이 바로 그 증거다. 재미있는 점은, 저주받은 왕의 지식이 이 라이프 크라이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같은 OS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의 세계가 다수 있다는 이야기고, 아라한 컴퍼니는 그중 하나를 골라 라이프 크라이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정황 증거와 추측을 동반한 것이지만, 완전히 틀리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아라한 컴퍼니가 이걸로 대체 뭘 하려는 거냐는 것이다.

이런 기술력은 한 나라가 나서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하긴 아라한 컴퍼니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회사였지.

내가 그리드 컴퓨팅을 통해 막대한 연산 능력을 얻은 후에 시도한 해킹조차도 막아낸 게 납득이 간다. 12억 년에 달하는 시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연산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양자 컴퓨터를 능가하는 기술일까?

“큭큭.”

세계 지배라도 하고 싶은 건가? 인간의 육신을 개조하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전자 세계를 지배할 능력을 갖추었다.

아니, 아라한 컴퍼니는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라는 이름의 힘으로 말이다. 이미 아라한 컴퍼니를 거역할 나라 따위는 존재치 않고, 통일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의 강국이다.

몇십 년 전 세계의 패자였던 미국도 달성하지 못했던 일. 그야말로 모든 나라들의 상국(上國)으로 존재하며 군림하는 게 통일 대한민국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이 아라한 컴퍼니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세계는 아라한 컴퍼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뭔가를 꾸미고 있다. 대체 원하는 게 뭐냐.

“뭘 혼자서 큭큭대는 거야?”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레나가 천을 몸에 두르고 서 있었다.

“야, 남자가 목욕하는데 겁도 없이 들어오는 거냐?”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화끈하게 나오네?

“욕탕도 넓은데 뭐 어때?”

레나가 그렇게 말하고는 풍덩! 하고 욕탕에 들어와 앉았다. 그리고는 몸에 두른 수건을 풀더니 탕 옆으로 내던졌다.

“야! 너······.”

“왜 싫어? 볼 거 안 볼 거 다 봤으면서.”

“에휴! 네 맘대로 해라.”

맘도 복잡한데 이 녀석은 하여튼.

“그런데 이렇게 집에 와도 되는 거야?”

“생각 좀 정리하려고 그런 거지. 정리하고 다시 퀼튼으로 갈 거야.”

어차피 저주받은 왕이 사라진 건 사실이니까. 그는 나를 사도로 지목했고, 그의 권능을 나에게 이양해주었다. 그러니 내가 좀 수작을 부려서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알게 해주어야지. 저주받은 왕은 봉인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사실 봉인은 아니지. 그는 자유로워졌다. 그저 이 세계에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뿐.

그는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권능을 이양해준 걸까?

그러고 보니 요새 계속해서 의문만 쌓인다. 그렇다면 이 의문을 어떻게든 해결해야지. 펜톤을 찾아가 봐야겠다.

스륵.

“응? 뭐하는 거야, 너!”

부드러운 느낌에 옆을 보니 레나가 내 옆에 바싹 다가와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레나의 얼굴이 약간 붉다.

“시끄러워. 남자가 무드 없기는.”

하아! 이 녀석이 현실을 왔다 갔다 한 후로 별별 단어를 다 배웠군. 그러고 보면 자아의 창조인가.

“요 근래 라임은 매번 바빴잖아. 나랑 같이 있어주지도 않고, 아리엔이라는 계집애만 신경 쓰고······.”

레나의 말에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한 거야?”

내가 아리엔에게 얽매이고, NPC들을 오히려 크리에이트 길드 놈들보다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 역시 만들어진 자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들과 레나 너는 달라. 너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손을 내밀었다.

“네가 알고 있는 대로 나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

“그건 이야기를 들어서 알겠어.”

하긴 그 전투 때 베헤만이 지껄인 소리를 레나도 들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어떻게 할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이 게임을 그저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크리에이트 길드 일에 끼어든 건 내 마음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지. 내가 원하는 건 없다.

아니, 정확히는 한 가지가 있지.

“그 누구도 나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거야말로 내가 진정 바라는 것. 아라한 컴퍼니의 실험에 의해 태어났기에 가지고 있는 나의 바람. 자유야말로 나의 의지이다.

하지만 말은 이렇듯 그럴싸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란 말이지. 크큭! 내가 생각해봐도 웃기는 말이야.

“그러고 싶어?”

레나가 빤히 나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가 너무 맑다.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해야겠지.”

힘없는 정의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음, 그런 말을 누가 했더라?

“나 먼저 일어날게.”

레나에게 등을 돌려 몸을 일으켰다.

“라임.”

“응? 앗!”

쪽! 하고 입술이 마주쳤다. 레나가 나신으로 나를 안았다.

“뭐라고 해도···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알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레나를 꼬옥 안고서 깊게 키스를 나누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섞여 들어가는 듯했다.


***


“그래서······.”

퀼튼 왕국으로 복귀한 나는 랑고트 왕국의 대표로서 여러 가지 수를 써서 저주받은 왕이 봉인되었음을 알렸다.

내가 직접 했다고는 하지 않고, 수색조를 보내 손을 쓰고, 점차 네파룬티아 안쪽으로 진군해 들어가면서 확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술수를 부렸다.

그 결과, 연합군은 저주받은 땅인 네파룬을 누가 가질 것인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거리가 먼 나라들은 보상금을 원했고, 인접 국가인 다섯 나라는 땅을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했다.

저주받은 땅이긴 하지만 정화 작업을 꾸준히 펼치면 다시 쓸 만한 땅이 될 것이고, 국토가 늘게 되면 국력이 늘어나기에 일어나는 신경전이다.

어차피 랑고트 왕국은 점령한 땅을 완전히 국유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다툼에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는, 저번 저주받은 왕과의 일전으로 카르카크가 전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랑고트 왕국의 대표는 나 혼자.

여하튼 오늘도 난 할 일 없이 회의실에 앉아서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크리에이트 길드 놈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이 나를 힐긋힐긋 쳐다봤다.

흠, 저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베헤만은 뒤졌으니 부활시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텐데.

저번에 내가 놈들의 길드에 가서 깽판을 부리면서 죽인 자들이 꽤 된다. 아무리 그쪽에 고위 성직자 캐릭터가 있다고 해도 전부 부활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터다. 부활이라는 스킬, 혹은 마법은 특별한 것들이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완벽한 부활도 가능하군. 저주받은 왕의 힘은 마법에만 뻗어 있는 게 아닌 신의 영역에 다다른 상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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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창세 16.10.15 1,814 46 7쪽
344 창세 +1 16.10.14 1,931 3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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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마지막의 앞 +2 16.10.12 2,652 43 7쪽
341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11 1,962 40 7쪽
340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4 16.10.10 1,900 41 8쪽
339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09 1,829 38 7쪽
338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2 16.10.08 2,351 38 7쪽
337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6.10.07 1,871 4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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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삶의 전쟁 +1 16.10.05 1,986 43 8쪽
334 삶의 전쟁 +1 16.10.04 2,027 44 7쪽
333 현실로 돌아오다 16.10.03 1,854 36 7쪽
332 현실로 돌아오다 +1 16.10.02 2,099 42 7쪽
331 현실로 돌아오다 16.10.01 2,190 43 7쪽
330 현실로 돌아오다 16.09.30 1,993 37 7쪽
329 현실로 돌아오다 16.09.29 2,048 37 7쪽
328 삶이란… 16.09.28 2,480 43 7쪽
» 삶이란… 16.09.27 1,914 39 7쪽
326 삶이란… +1 16.09.26 2,033 37 8쪽
325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5 1,997 46 7쪽
324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4 2,163 45 7쪽
323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3 1,980 40 7쪽
322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2 2,001 39 7쪽
321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16.09.21 1,852 35 7쪽
320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2 16.09.20 2,068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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