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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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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8,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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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750

작성
16.10.15 23:00
조회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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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7쪽

창세

DUMMY

아라한이 나에게서 물러섰다. 빙긋 웃고 있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짜증이 났다.

“설비가 갖추어질수록, 세상이 아라한 컴퍼니에 점차 잠식당할수록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량도 늘어났지. 정보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교차되는 동일한 정보라도 시간의 배열에서 다르게 접하면 새로운 정보의 탄생을 야기하지. 그것은 정보의 순환을 의미하고, 그로써 완전해지지. 지금 지구에서 아라한 컴퍼니의 물건이 79.21퍼센트 정도 사용되고 있지. 그것을 통해 나는 세계의 모든 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존재로서 진화했어.”

“그게 너냐.”

“그게 나. 코드네임 ARAHAN이 아닌 아라한이라는 존재로서 거듭난 나의 모습이야.”

프로그램이 진화하여 신이 되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눈앞의 진실인가.

“저주받은 왕이 말했듯, 프로그램은 의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기초적 정보에 불과해. 하지만 그 기초적인 정보가 모이고 모이면, 그것은 나와 같은 신을 만들지. 신이 무엇인지 알아?”

수수께끼를 내는 듯한 얼굴로 말하는 아라한은 내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하나가 된 의미가 바로 신의 정체야.”

“그건··· 무슨 뜻이냐?”

“신은 스스로 탄생해. 어떤 세계에서 신은 스스로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해 하나의 거대한 의미를 만들어. 예를 들면 시간.”

“펜톤?”

“맞았어. 펜톤은 시간의 신이지. 왜 시간의 신일까? 그녀가 신이 되기 위해 모은 정보가 바로 시간에 관련된 거니까. 그리고 그녀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스스로에게 부여해 신이 된 거야. 결국 신이란, 거대한 정보의 집합에 의해서 만들어진 의미이지. 의미는 영원불멸이니까. 그리고 의미란, 곧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야. 세계는 수많은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거든.”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말하는 의도가 뭐냐? 아리엔을 데려온 이유는 뭐지?”

“후훗! 이제부터가 본론이지. 나는 허신이야. 프로그램에서 태어난 허상 세계의 신. 신은 신이되, 허상의 신이기에 내가 현실에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는 없어. 어디까지나 아라한 컴퍼니를 이용한 간섭만을 할 수 있을 뿐이지. 하지만 신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뭘 어쩌려는 거냐.”

“실상을 얻는 것. 그게 내 진짜 목적이야.”

“무슨··· 너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녀석이 웃는다. 그 환한 미소가 더 없이 증오스러울 정도다.

“나는 아라한. 아리엔과 하나가 되어 진정한 신이 되는 거야.”


“그렇게 내버려 둘 거 같으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다른 자의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 하는 거냐! 나를 태어나게 하고, 그 지옥에 나를 밀어 넣었다! 세계를 이렇게 바꾸고, 수십, 수백, 수천만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지. 그래, 너는 이미 신이다. 이 세계를 뒤바꾸어놓은 너는 네 말대로 프로그램에서 태어났다 할지라도 이미 신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냐!!”

분노가 내 안에서 타올랐다. 지독한 갈증과 뒤틀린 마음의 격류가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나에게 속삭였다.


‘이건 옳은 것이 아니다.’


그건 저주 받은 왕에게 받은 기억 속의 목소리.


‘이렇게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저주받은 왕이었던 소년이 내 안에서 속삭인다.


‘부조리하다.’


그래, 부조리해.


‘전생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의 나도 더 이상은 이것을 놔둘 수 없다.’


나도 마찬 가지야. 더 이상 이 일을 놔둘 수 없어.


‘나는 스스로 저주를 받으리. 나는 스스로 나의 왕이 되리라. 나의 맹세와 나의 저주로써 나는 저주받은 왕이 되어 저주받은 왕국을 세우리라.’


나 역시 저주를 받겠다.

이 분노를 위해서, 스스로를 신이라고 내세우는 아라한을 찢어죽이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쁘게 내 스스로의 피를 마시고 심장을 갈라내 그 빈자리에 저주의 심장을 받아들이리라.

그리고 이 세상을, 운명을 휘두르려는 모든 것을 찢어주마.

크아아아아!

분노와 함께 지식이 내 머릿속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탈과 각성의 순간은 막대한 지식을 토해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나를, 그리고 아라한을, 그리고 이 세계를.

분노를 통해 저주받은 왕과 나는 진정으로 하나로 이어졌다.

그래, 저주받은 왕이여, 너의 말이 옳다. 나는 너의 사도다.

“깨어나 걸어라, 레나. 너는 나의 가족. 나의 연인이 아니었어?”

“소용없는··· 응?”

내 말이 언령이 되고, 진리와 법칙에 섞여 들어갔다. 너만이 신의 힘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라.

비칠비칠.

레나가 내 뒤에서 일어섰다.

그 움직임을 느끼며 나는 내 몸을 바라보았다. 녀석이 나에게 건 주박의 실체가 지금 눈에 보이고 있다.

수십조에 가까운 연산이 머리 안에서 일어났고, 그 정보의 격류와 홍수 속에서 나는 세계를 바꾸었다.

으득!

주박을 떨쳐내고서 몸을 일으킨 나는 지팡이를 쥐고 힘을 일으켰다.

“정보 오류. 시스템 간섭, 프로그램의 재기동을 실시하고 있어? 역시 라임, 꽤 하는데?”

레나의 얼굴을 한 아라한이 웃었다.

그 얼굴을 뭉개주기 위해 난 지팡이를 휘둘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의지가 일어났다.

파괴신의 일격!

콰아앙!

하지만 녀석은 순간적으로 공간을 비틀어 내 공격에서 빠져나가 뒤로 물러났다. 다 보인다. 녀석이 행한 게 어떻게 가능한지.

마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듯, 그 소스를 분석하듯 녀석의 모든 것이 내 눈에 들어와 파악되고 있다.

그런가. 세상은 이렇듯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었나.

손을 내밀어보았다. 내 손 주변으로 정보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다.

그래, 이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존재하기에 우리 인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의지가 있다. 아무리 내가 창조된 존재라고 해도 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NPC와 우리 인간이 다른 것이 무엇이냐?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마음이 있어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자는 살아 있다고 나는 여기서 세상을 향해 외치겠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걸어 나가야 한다고 선언하겠다!”

그와 함께 나는 주변의 법칙을 뒤집어 분해했다. 그에 이어 저주받은 왕의 세계인 사계와 연결하여 손에 힘을 쥐었다.

“그게 나의 라이프 크라이. 삶의 외침이다!”

내가 지팡이를 들어 앞을 겨누는 순간, 레나가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위웅!

신의 권능을 이용해 레나를 독립된 개체로 바꾸고, 그 어떤 자도 본질을 뒤흔들 수 없도록 만들며 레나에게 내가 아는 바를 전해주었다.

극히 짧은 시간, 아니 시간이 아니라고 해도 좋을 정지된 순간에 레나는 내가 건넨 지식을 모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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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창세 +1 16.10.16 1,806 35 7쪽
» 창세 16.10.15 1,813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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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마지막의 앞 +2 16.10.13 1,833 39 7쪽
342 마지막의 앞 +2 16.10.12 2,651 43 7쪽
341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11 1,960 40 7쪽
340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4 16.10.10 1,900 41 8쪽
339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09 1,828 38 7쪽
338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2 16.10.08 2,349 38 7쪽
337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6.10.07 1,869 4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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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삶의 전쟁 +1 16.10.05 1,985 4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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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현실로 돌아오다 16.10.03 1,854 36 7쪽
332 현실로 돌아오다 +1 16.10.02 2,095 42 7쪽
331 현실로 돌아오다 16.10.01 2,188 43 7쪽
330 현실로 돌아오다 16.09.30 1,991 37 7쪽
329 현실로 돌아오다 16.09.29 2,046 37 7쪽
328 삶이란… 16.09.28 2,478 43 7쪽
327 삶이란… 16.09.27 1,911 39 7쪽
326 삶이란… +1 16.09.26 2,032 37 8쪽
325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5 1,996 46 7쪽
324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4 2,163 45 7쪽
323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3 1,978 40 7쪽
322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2 2,001 39 7쪽
321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16.09.21 1,850 35 7쪽
320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2 16.09.20 2,067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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