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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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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8,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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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750

작성
16.09.25 23:00
조회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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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7쪽

저주받은 왕의 강림

DUMMY

짧은 시간에 많은 자들의 인생이 마치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에 들어찼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내 기억 속에 모두 남아 있었다.

그 하나하나의 인생의 느낌이, 감정이 머릿속에 남아서는 내 안에 녹아들기 위해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뭐냐, 이건! 왜 이런 걸 나에게 부어 넣는 거냐!

그리고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아픔이 가셨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단지 하나의 기억이 내 앞에 나타났다.

한 명의 소년이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엉성한 무기와 갑옷을 걸친 채로 수없이 많은 시체가 뒹구는 전쟁이 끝난 전장에 서서 소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특이한 모습이다. 소년은 울고 있었으나 그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마치 가면이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소년이 말했다.

“이건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거야?

“이건 옳은 것이 아니다.”

옳은 것이 아니다?

그 말에 내가 의문을 가진 순간, 방금까지 강제로 받아들인 기억들이 다시 끓어올랐다.

기억들이 마구 뒤섞였다. 부조리··· 왜 태어나··· 왜 죽는가··· 삶이란 무엇이냐······.

“이렇게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소년이 말했다.

“부조리하다.”

그 말과 함께 소년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사람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주변의 시체에서 손가락을 잘라냈다. 그리고는 묵묵히 살을 발라냈다. 역겨운 장면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귀해 보였다.

소년은 손가락의 뼈를 이어 붙여 어설픈 서클릿 모양으로 만들어 스스로 머리에 썼다.

설마······.

“전생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의 나도 더 이상은 이것을 놔둘 수 없다.”

소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전생? 그 말에 어떤 예감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사실들을 꿰맞추어 토해냈다.

설마 내가 본 그 기억들이 소년의 전생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 소년은······.

“나는 스스로 저주를 받으리. 나는 스스로 나의 왕이 되리라. 나의 맹세와 나의 저주로써 나는 저주받은 왕이 되어 저주받은 왕국을 세우리라.”

소년의 머리에 둘러진 서클릿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육신기 중 두 번째로 얻은 것.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

그의 손이 시체 중 하나의 팔을 잡아 뜯었다. 그 찢겨진 팔이 지팡이로 변했다.

스태프 오브 데드 가이드.

그가 사람의 눈알을 파내고 손가락을 찔러 넣어 손에 걸쳤다. 그러자 그것이 귀곡성을 발하는 반지로 변했다.

언데드 오브 데스티니.

그는 몸을 굽혀 죽은 자들의 가죽을 벗겨 등에 둘렀다. 그러자 그것이 검은 기류와 함께 하나의 로브가 되었다.

로브 오브 더스크폴.

그가 시체의 혀를 잘라 이어서 목에 걸자 그것은 목걸이가 되었다.

네크리스 오브 프로즌 스크림로어.

마지막으로 그가 다른 시체의 발을 통째로 자르고 그 뼈와 가죽을 이어 붙여 신발을 신듯 신었다. 그러자 그것은 부츠가 되었다.

부츠 오브 데드 워킹.

6개의 신기가 만들어졌다. 그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서클릿이 빛을 발하며 무언가가 자꾸 튀어나왔다.

그것은 곧 형상을 이루며 그의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완전히 얼굴을 가리는 투구. 눈구멍만 뚫린 투구에는 눈물을 흘리는 듯한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로브가 그의 전신을 가리자 마치 검은 어둠 그 자체가 된 듯하다. 주변의 그림자와 이어져 있는 그건 비현실적이었다.

지팡이는 음사한 기운을 토해냈고, 부츠는 그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둘러쳐져 그의 다리를 감쌌다.

“일어나 걸으라. 일어나 생각하라. 이루지 못했던 소망을 위해서, 절망과 비참함에서 일어나기 위해서 다시 대지 위를 걸어라. 이것은 나 저주받은 왕의 명이다.”

그가 지팡이를 내리찍자 죽은 자들이 일어섰다. 시체들이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하나 둘 죽었던 자들이 눈을 뜨고,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환호하다가 시체가 되어 되살아남을 깨닫고 울부짖는다.

분노를 토한다. 기쁨을 토한다. 슬픔을 토한다. 죽은 육신을 가졌으나, 그들은 불완전한 모습의 언데드와 다르게 정말로 되살아났다.

생전과 같은 이성. 하지만 죽어버린 육신. 죽음의 왕국이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 모습에 압도되어 몸이 떨려 온다.

그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못하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화악!

다시금 시야가 바뀌고, 눈앞에서 베헤만이 광소를 터트리며 전신에서 피를 뿜어내면서 쓰러지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난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멈춰라.”

모든 것이 멈추었다. 사람을 죽이던 언데드, 사계에서 튀어나온 망령, 그 모든 것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래, 결국 난 이 육신기를 손에 넣었지. 그렇기에 나는 그의 사도다.


***


저주받은 왕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권속인 다섯 군주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들이 내 앞에 내려섰다.

<그분의 사도여, 이제부터 너의 지휘를 받겠다.>

아크 리치가 나서서 말했다. 나는 다섯을 쭉 바라보았다. 그들이 이러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저주받은 왕이 강제로 쑤셔 넣은 지식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사도, 내가 할 일이 뭐지?>

저주받은 왕이 원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그의 바람을 이루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내 힘을 통해 아라한을 징죄하는 것. 하지만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방법까지는 세세하게 알려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난 저주받은 왕의 힘 일부를 사용하고, 그의 권속인 다섯 사자군주를 부리며, 언데드의 제왕으로서 군림하는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된 거다.

내가 원한다면 죽은 자의 왕국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거다. 베헤만 녀석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버린 셈이다.

“개죽음이군.”

베헤만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머릿속에서 찰칵찰칵! 디디디딕! 하는 소리가 울리는 기분이 들며 간단하게 마법이 연산되었다.

펑!

그리고 연산의 결과물은 그대로 마법으로 변해 손에서 쏟아졌다.

난 저주받은 왕이 전해준 지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국 진짜 마법이란 것은 연산. 정신력으로 마나를 움직여 연산을 하면 마법이 된다. 다만, 정신력으로 마나를 컨트롤하는 것에 마법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주받은 왕의 지식을 강제로 얻은 내 마나 제어 능력은 이미 스승이신 데스나크람에 비견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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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4 16.10.10 1,900 41 8쪽
339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1 16.10.09 1,829 38 7쪽
338 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2 16.10.08 2,350 3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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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삶의 전쟁 +1 16.10.05 1,986 4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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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현실로 돌아오다 16.10.03 1,854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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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현실로 돌아오다 16.09.30 1,993 3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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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삶이란… 16.09.28 2,480 43 7쪽
327 삶이란… 16.09.27 1,913 39 7쪽
326 삶이란… +1 16.09.26 2,033 37 8쪽
»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5 1,997 46 7쪽
324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4 2,163 45 7쪽
323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3 1,980 40 7쪽
322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2 2,001 39 7쪽
321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16.09.21 1,852 35 7쪽
320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2 16.09.20 2,068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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