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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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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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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750

작성
16.09.23 23:00
조회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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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저주받은 왕의 강림

DUMMY

분명 저주받은 왕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이 어둠 속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이 어둠은 저주받은 왕이 만들어낸 것일까?

“무중력.”

어둠 속에서 나는 허공에 떠 있었다. 상하좌우가 없는 무중력의 공간. 둥실둥실 어둠의 공간 안에 떠 있는 나는 마치 우주에 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우주는 완전히 검지만은 않다. 많은 빛을 낸다. 그러니까 지금 있는 곳은 우주가 아니다. 그저 우주와 같은 무중력의 어둠 속 어떤 공간일 뿐이다.

몸을 더듬어본 나는 알몸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조금도 춥지 않았다. 몸은 따스했고, 어떤 이질적인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안에는 바람조차도 없다.

하지만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기는 있는 듯하다. 아니,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기는 한 것일까?

기묘한 감각, 그리고 이질적인 기분.

그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사도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추었구나.》

그것은 무심하면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저주받은 왕.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저주받은 왕이십니까?”

내가 묻는 게 먼저인지, 그가 말한 게 먼저인지 알 수조차 없다.

《너의 안이다.》

“그렇군요. 저주받은 왕이시군요. 여기는 어디입니까?”

《너의 두뇌 속 심상의 공간이지.》

“저의 안? 저의 내면? 저의 감정? 저의 마음? 아니면 그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과 나의 말이 같이 교차한다. 기묘한 감각이다.

《그래. 나는 네 생각을 읽고 있지. 신이 되어서 필멸자의 생각조차 읽지 못할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나에게 대답한다.

《억지로 공손한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음이다. 나를 인정치 않는 너의 마음을 안다고 해서 분노하지 않으며, 신경 쓰지 않으니까.》

무덤덤하면서도 소름이 끼치는 그 목소리가 나를 뒤흔들었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다. 하는 말과 심상 속의 생각은 다르며, 예의와 규범,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옭아매야만 다른 존재와 교류를 가질 수 있다. 허식, 허례, 가식, 위선은 사회라는 이름의 인간이 이룩한 공동체를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지. 그렇기에 너의 심상에 대해 나는 개의치 않는다. 너는 인간이고, 인간은 본시 그러한 존재이니까.》

그의 말이 내 안에 울린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나를 화나게 하고 있었다. 인간 전체를 폄하하는 말이었기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수긍하기도 했다. 그래. 그의 말이 옳다. 지금 내 마음 속의 변화도 그의 말과 같다.

마음과 말, 마음과 행동이 다른 것은 사회를 이루기 위한 방편이다. 그걸 위선이나 가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직장 상사 앞에서는 공손하지만, 뒤에서는 욕을 하는 것처럼. 면전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뒤돌아서서 멀어지면 흉을 보기도 하고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거의 없다. 있다면 아마 성인 정도겠지.

《그러하다. 인간은 그러한 존재이지. 수련과 자신에 대한 성찰로 그것을 극복하는 자만이 인간이라는 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저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네가 해야 할 일이다.》

일? 왜 그 일을 저에게?

《나의 힘을 빌려 쓰지 않았느냐. 그것이 주인이 없는 힘이라고 생각했다면 무지의 결과일 따름이다. 나의 힘을 빌려 쓴 자들 중에서 너만이 오로지 나에게 도달할 만한 자격을 갖추었기에 너는 나의 사도가 되었다.》

자격은 무엇입니까?

《정신과 의지, 그리고 행운. 그것이 네가 가진 자격이다.》

정신과 의지는 알겠지만, 행운이라니?

《너의 정신과 의지는 인간 사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이지.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나의 사도가 될 수 없다. 이 허상 세계에 복제된 나의 육신기를 모은 너는 정신과 의지,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렇기에 너는 나의 사도이다.》

이것은 내 노력으로······.

《노력한다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기에 너는 아직 인간일 뿐이다.》

내 반박에 대답하는 저주받은 왕의 목소리에 몸이 떨렸다. 그래···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발전을 거듭해 불평등이 해소된 이 통일 대한민국 세계 안에서도 1등과 꼴찌로 나뉘어 있다. 수재들끼리 각고의 노력으로 겨루어도, 승패는 나뉘고 상하로 갈리게 된다.

저주받은 왕의 말에 그 점을 깨달았다. 사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영혼 속에 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대답을 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주받은 왕일 뿐이다.》

당신은 양자 컴퓨터로 만들어진 거대한 프로그램입니까?

《나는 내 스스로 창조되어 스스로 저주받은 왕이 되었지. 사도여, 한 가지 가르쳐 주마. 너희가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그것들은 매우 기초적인 의지를 만들어내는 조각에 불과하다.》

그건 무슨······.

《인간의 인격이란 것은 결국 복잡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그것은 고기와 피로 이루어진 유기적인 육체의 통제에 영향을 받으며 수정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뇌 안의 전기 신호가 만들어낸 프로그램. 육체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반대로 프로그램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육체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너희 인간이 말하는 인격이며, 자아의 정체이다.》

망치가 머리를 때린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을 넘어선 사고를 할 수 있는 나는 어떤 존재일 것 같으냐? 나는 스스로 저주를 받은 자이다. 나는 나 혼자이며, 나 혼자이기에 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하여 나는 저주받은 왕으로서 존재한다. 네가 말하는 양자 컴퓨터에서 태어난, 강대한 연산이 가능한 인공지능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냐?》

그의 말이 머릿속에 박혀 든다. 하지만 그런 혼란을 잠재우고 나는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라이프 크라이가 창조될 적에 같이 창조된 자라는 것입니까?”

내 육성이 이상하다. 마치 정신이 공명하는 듯한 느낌에 나는 몸을 흠칫 떨었다. 내가 이렇게 물은 것이 맞나?

《라이프 크라이라는 이 허상 세계의 창조에 나는 관여되지 않았다. 창조된 다른 세계에서 스스로 왕이 되었고, 이 세계에는 다른 자들에 의해 오게 된 것뿐이지.》

그가 말을 끊었다.

나는 그의 말에 의문이 더해져 갔다. 결론은 무엇인가? 저주받은 왕은 결국 양자 기술을 이용한 하이퍼 컴퓨터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자기가 신이라는 말인가? 아라한과 동업자라고 말했던 펜톤의 말은 무엇일까? 수수께끼가 쌓여 간다.

그리고 왜 저주받은 왕은 여기를 허상 세계라고 부르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빗댄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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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5 1,997 46 7쪽
324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4 2,164 45 7쪽
»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3 1,981 40 7쪽
322 저주받은 왕의 강림 16.09.22 2,002 39 7쪽
321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16.09.21 1,852 35 7쪽
320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 +2 16.09.20 2,069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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