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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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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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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9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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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 영지전

DUMMY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이젠 내가 너의 빚을 갚아줄 차례군."

푸른 산림 영지에서 가장 가까운 영지라면 클라우드 남작 가문이 다스리는 클라우드 영지가 있었다. 이곳의 유래는 먼 옛날 남작의 시조가 왕에게 봉토를 하사받으면서 가문의 이름을 따 지어진 이름이었다. 당시, 전 국토는 수많은 전쟁 통에 영지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많았는데 클라우드 영지 또한 왕의 곁에서 무훈을 세운 병사가 재수 좋게 얻었을 만큼 이름 없는 영지였다. 당시 클라우드 가문의 시조는 가진 세력이나 재력은 별 볼 일 없었지만, 그에겐 남들보다 자식을 잘 키우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전쟁 통에 많은 귀족 가문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항상 반면교사로 삼으며 자식들을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은 후대로 이어져 현재의 클라우드 가문에 와서는 그 치세가 대단했다. 남작 가문의 영지답지 않게 재정이 탄탄했고 그를 바탕으로 무력 또한 자작령에 비할 만큼 대단했다. 지금의 영주인 벤 클라우드 남작은 대단한 야심가였고 난세에 가문을 확장시킬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이웃 영지인 푸른 산림 영지의 정복이었다.


돌산 너머에서 매복하고 있던 벤 클라우드 남작은 호리병 마을에서 빠져나온 무리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는 다음날 일찍 병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병력의 구성은 기사 팔십 명에 병사 오백 명이었으니 조그만 영지 하나는 눈 깜짝 할 새 박살 낼 만큼의 병력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리병 마을에서는 이들을 보고 혼비백산하며 불안해했다. 담당 기사인 론돈은 연신 비상종을 치며 병사들을 소집했고 마을의 장정들은 무기를 들고 목책 위로 올라섰다. 론돈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들을 보고 있었다.

벤 클라우드 남작은 말을 몰고 앞으로 다가왔다.

"이 마을의 책임자가 누군가?"

갈색의 치렁한 머리카락과 입꼬리 옆에 상처가 있는 얼굴을 한 남작은 척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전신 갑옷 또한 입고 있었으니 이 마을에서 그의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담당 기사인 론돈입니다."

목책 위에서 론돈이 말했다.

"내 수하가 말하기론 이곳에서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고 하는데?"

클라우드 남작의 옆으로 무리가 다가와 거들었다.

"나를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론돈이 다급히 말했다.

"어제 일은 순전히 사고였습니다. 저들의 행색은 기사라고 보기엔 멀었습니다."

"사고라고 하기엔 내 부하들이 받은 모욕이 적지 않아서 말이야."

"궤변이십니다!"

"변명을 하려면 해보게. 분명 내 영지에서 왔다고 이들이 밝혔다고 했다는데?"

"그것이..."

"이들은 이번에 카펜터 영주에게 갈 상인이었다. 도적떼도 많으니 내가 호위로 붙여준 것인데 확인도 안 해봤단 말이냐?"

"그 점에 대해선 죄송합니다. 저들이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밝히지 않았던 것이지. 그건 너의 임무가 아니더냐! 네가 임무를 소홀히 했던 탓이지."

"아닙니다. 저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멍청하구나. 변명도 그럴듯하게 하라. 그건 그렇다고 해도 내 휘하의 기사들이 신분을 밝히고 결투를 요청했다고 했는데 그걸 방해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네놈은 기사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를 했다."

어느새 클라우드 남작은 론돈에게 호통치고 있었다. 신분이 높더라도 상대 진영의 기사에겐 말을 놓지 않는 게 일종의 관례였는데 클라우드 남작은 론돈을 아랫사람 취급했다.

"절대 아닙니다. 오해 십니다."

"내 절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당장 카펜터 남작에게 서신을 보내라."

클라우드 남작은 말고삐를 돌려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돌산 너머에서 군영을 만들어 대기하는 한편 로버트를 기다렸다.


론돈은 급할 때를 대비해 사용하는 전서응을 영주성으로 보냈고 소식을 받은 로버트는 휘하의 병력을 이끌고 호리병 마을로 갔다. 아울러 지역의 귀족들에게 전령을 보내 병력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사안이 심각했다.

이미 오크와 고블린 토벌 때 기사들을 많이 잃어 그의 병력은 클라우드 남작의 병력에 비해 초라했다. 기사의 숫자는 서른이 채 되지 않았고 병사 또한 백오십 명밖에 되지 않아 전면전을 한다면 패배는 당연했다. 그나마 매튜와 원일이 있었으나 매튜는 아직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고 원일은 집단전의 경험이 없었다.

원일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선 기사라고 할지라도 그가 집단전과 개인전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대장전을 통해서 적의 선봉을 꺾는 전술은 비등한 전력을 지닌 두 집단이 맞붙었을 때나 큰 효과를 거두었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이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도리어 상대 진영에서 맞붙지 않고 곧장 돌격한다면 진영이 와해되 큰 손실을 봤다. 아무래도 먼저 돌격하는 쪽이 집단 전투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로버트는 원일에게 돌격대의 선봉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원일은 로버트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가 목숨을 걸 이유도 없거니와 그동안 로버트의 장기말 역할을 한 것에 심통이 난 것이었다. 원일이 이 전투에 참여한 이유는 순전히 나중을 위한 경험이었다. 자신도 언젠가 세력을 형성하고 이런 상황이 온다면 대비해 둘 필요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남작은 전쟁에 앞서 첩자들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로버트 영지에 진입시켜 정보를 모았다. 고블린과 오크 토벌로 상당수의 기사 전력이 감소했다는 정보와 함께 워닐이라는 뛰어난 실력의 기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신중한 성격의 클라우드 남작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마침 푸른 산림 영지를 방문한 사제단에 몰래 첩자를 보내 막대한 헌금을 내고 워닐이라는 기사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래 로버트의 병력을 끌어내고 일반적인 전투를 계획했던 남작은 전략을 수정하고 뛰어난 마법사를 상위 귀족에게 지원받았다. 포스 마스터는 전쟁 병기이며 전장의 지배자라는 별칭답게 불리한 전장을 뒤엎을 힘이 있었다. 그 힘은 기사를 상대로 일당백을 웃돌았으니 마법사와의 합공이 필수였다. 아울러 그가 신전의 약속에 묶여있다는 점을 파악한 클라우드 남작은 계략을 세웠다.


"이놈을 당장 참수하라!"

"살려 주십시오."

"닥치거라."

"으악."

호리병 마을에 도착 후 론돈 기사에게 전말을 전해 들은 로버트는 곧장 패트릭의 거처로 찾아가 그 아들의 목을 벴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패트릭을 무릎 꿇리곤 말을 했다.

"당신의 멍청한 선택 탓에 이 영지가 위험에 빠졌소."

패트릭은 아들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몇십 년간 아들을 보듬어 왔던 그의 노력이 불과 몇 분 만에 사라지자 회한의 눈물이 나왔다.

"내, 당신의 재산과 목은 저들의 화를 풀어 주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오."

"저는 당신에게 충성을 바쳤습니다."

로버트는 패트릭을 발로 찬 뒤 말을 이었다.

"흥. 뇌물을 바치고 선물을 통해 야심을 감추면 모를 거라 여기고 있었나? 그대가 몰래 사병을 모으고 귀족 가문이 아님에도 기사를 포섭한다는 소문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유지로써 공헌한 것이 많았기에 살려뒀던 것이야. 그딴 말은 통하지 않아."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소! 나는 저들의 정체를 몰랐단 말이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영지는 큰 위기에 빠졌다. 네놈의 말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네놈들이 일을 저질러 놓은 탓에 나에게까지 불똥이 튀었으니 가만두지 않겠다."

"나는 억울하오. 애초에 론돈 기사가 확실히 알아보지도 않고 외지인을 마을에 들였단 말이오. 그에게도 책임이 있소."

론돈이 패트릭의 말에 깜짝 놀라며 대꾸했다.

"이놈! 날 모함하는 것이냐? 주군 간사한 놈입니다. 저는 본분을 다했습니다. 이놈을 베겠습니다."

론돈이 검집에 손을 대자 패트릭이 다급히 외쳤다.

"클라우드 남작이 어제 분명히 말했소. 본인의 본분을 소홀히 하고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이오. 남작의 말은 마을에 있는 모두가 들었소. 론돈 기사 또한 시인했단 말이오."

"론돈 이놈! 네놈을 믿었건만 내게 똥을 뿌리는구나. 너 또한 가만두지 않겠다. 이 두 멍청이를 끌어내라."

"주, 주군."

곧이어 장원 마당에서 비명이 들렸다. 원일은 로버트의 모습에 비정함을 느꼈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위기가 닥쳐오자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나라면 저들을 살려 줬을까?'

무수히 많은 이종족들을 학살한 원일도 살인에 대해선 주저했다. 지구에서 살인은 중대한 범죄이고 인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교육받았기에 자신이라면 두 사람을 살려줬을 것이다. 인간이라도 적이라면 무기를 뽑아 목숨을 거두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으나 이들은 아군이었다. 패트릭이야 이번 사건의 원인이었다고 쳐도 론돈의 목숨까지 거둘 필요는 없어 보였다.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던 원일에게 로버트가 다가와 말을 했다.

"워닐, 내가 너무 했다고 보시오?"

"솔직히 말하자면 패트릭이란 노인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으나 론돈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소. 한 손이 부족한데 죽일 필요까지 있었소?"

"워닐, 영주란 영지민을 보호하고 선정을 베풀어야 하지만, 때론 영지의 위기에 대해선 냉정해야 하는 자리요. 저 둘을 살려 뒀으면 앞으로 큰 골치를 겪었을 것이오."

"골치라니?"

"패트릭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오. 클라우드 영지에서 병력을 물리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그의 재산을 압류 후 보상해야 하오. 그가 가만히 있겠소? 이 마을 유지답게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온갖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뻔하오. 그렇다면 우리 병사들이 동요하겠지. 론돈도 마찬가지요, 그는 이미 클라우드 남작의 술수에 말려들었고 영지에 큰 위기를 가져온 장본인이오. 첩자가 그에게 접근해 자기 진영으로 포섭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소. 분란의 씨앗을 만드느니 죽이는 게 낫소."

로버트는 결코 화가 나서 그들을 죽인 것이 아니었다. 영주는 냉철해야 했고 이성을 유지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렇군. 하나 배웠소."

원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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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2. 영지전 +4 19.01.29 282 4 12쪽
» 12. 영지전 +2 19.01.28 312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3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7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1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7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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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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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3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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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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