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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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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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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1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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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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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1. 조사단

DUMMY

일주일간의 조사 끝에 조사단은 신전으로 돌아간다고 말을 전했다. 로버트가 앞에서 나와 겸양의 말을 하며 아리안 주교를 배웅하고 있었고 옆에는 매튜와 원일이 서서 마중을 나왔다.

매튜는 쓰러지고 사흘 만에 깨어나 목발을 짚고 서 있었는데 정신적인 타격을 많이 받아서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누워만 있어서 이대로 식물인간이 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사제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신성력이란 힘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원일은 성기사들이 수련하는 장면을 몰래 지켜보며 신성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포스, 마법, 정령의 기운, 신성력 모두 외부로 기운을 발현하는 점에서 같았지만, 속성이 전부 다 달랐다. 포스가 바람과 쇠의 기운을 담고 있다면 마법은 불과 물의 기운을 담고 있었고 신성력은 빛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다른 기운에 궁금증이 생긴 원일이 영지 내부를 돌아다니며 다른 직업을 찾았지만, 이 조그마한 영지에는 영주성에 있는 마법사 한 명이 다였다. 그것도 마법 물품을 만드는 비전투 계열의 마법사였다. 아리안 주교의 말대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선 더 넓은 영지로 가야 했다. 사자왕의 영지에 가면 연금술사를 비롯해 정령사와 같은 희귀한 직업을 갖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원일은 다음 목적지로 사자왕의 영지를 가기로 했다.


"헤어지게 돼서 아쉽습니다."

로버트가 말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지요. 독실한 신자인 로버트 영주에게 아난케 여신의 가호가 있기를."

아리안 주교의 성호에 로버트를 비롯해 아난케 여신을 믿는 신자들이 기도했다. 원일은 아직 무교였기에 고개만 숙였다.

"워닐. 사자왕의 영지에 오신다면 신전을 방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도착 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원일은 악마를 온전히 본 인간으로 신전에서 증인으로 초대하려고 하고 있었다. 본단에서도 조사단이 파견되었다고 하니 신전은 직접 본 인물을 선택했는데 그 사람이 원일이었다. 로버트가 불만을 내비쳤지만, 강대한 신전의 세력 앞에 어쩔 수 없었다.

로버트가 반대한다면 신의 종을 핍박한다는 명분으로 본단의 성기사들이 대거 쳐들어와 이교도 정화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킬 게 뻔하니 영주로서는 죽 쒀서 남 준 꼴이 됐다. 오죽하면 매튜와 호너가 신전과 대립을 해서라도 원일을 포섭해야 한다고 했으니 로버트가 고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마스터가 될 줄이야. 그를 진작 포섭했어야 했는데.'

만약 원일이 마스터의 가능성이 보였다면 진작 딸자식이라도 보내 혈연을 맺었을 것이다. 딸은 아직 어리지만, 결혼한 점이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작에 그의 실력을 파악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게 다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워닐 최대한 빨리 와주시길."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조사단이 떠났다. 신전에서 영지로 올 때는 급히 오느라 빈손으로 왔지만 갈 때는 헌금이란 명목하에 로버트에게 선물을 받았다. 말안장엔 보따리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그래도 고블린의 부산물을 많이 얻어서 다행이다.'

그가 신전에 많은 헌금을 한 이유는 혹여나 꼬투리를 잡혀 고블린의 부산물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리안 주교가 눈치 주지 않고 적당히 받아 갔기에 온전히 부산물을 챙길 수 있었다. 고블린의 피와 머리를 제외하곤 모든 부산물이 돈이 되니 가공을 마치고 큰 영지에 가거나 거대 상단을 불러서 판다면 많은 수익을 볼 수 있었다.

"워닐. 언제 가시렵니까?"

떠날 사람은 떠나야 했으니 미리 마음을 정리해야 했다. 로버트는 아쉬움에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가려고 합니다. 훌쩍 떠나기엔 주변 사람들이 눈에 밟혀서요."

원일은 로버트를 의식해 말을 했다. 연줄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로버트와 호너가 원일을 붙잡는다면 영지에 와서 한 일에 대해 말하고 대가를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로버트가 고블린 토벌의 보수로 은화 50개를 줬지만, 이번 고블린의 부산물을 내다 팔면 적어도 금화 100개는 나온다는 마법사의 말에 그도 욕심이 동했다. 자신이 위협적인 적을 처치했으니 적어도 금화 20개는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섰다.

'기사들과 월터의 수련을 봐줬으나 대가는 없고 고블린 토벌의 부산물에 대한 대가가 고작 금화 5개라니'

은화 10개는 금화 1개였으니 그가 분통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로버트는 닳고 닳은 영주였고 원일은 이제 막 인간 세상에 진출한 얼뜨기였다. 로버트가 아무리 친하다 한들 자신의 이익까지 포기할 인물은 아니었다. 원일이 충분히 시장조사를 하고 자신의 몫을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이 좀 더 금화를 내줬겠지만, 로버트가 먼저 나서서 선수를 쳤기에 보수는 이걸로 끝이었다.

'이쪽 세상은 지구보다 튓통수를 많이 치는구나.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결국 자기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어리숙해 보이면 이용당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 지구에서는 법의 보호를 받았지만, 이 세상의 법은 힘 있는 자의 것이었다. 자신은 힘은 있었지만, 세상 경험이 부족했고 세력 또한 없었으며 연줄 또한 없었다.

'내 주장을 내세우고 손해 보지 말자. 이 세상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강해지기만 해서는 이용당하기 쉬운 바보가 되기 충분했다. 그렇기에 원일은 냉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정지. 어디서 오는 게요?"

푸른 산림 영지의 외곽인 호리병 마을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기사 론돈은 낯선 이방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방인 무리는 세 대의 마차에 수행원 또한 범상치 않아 보여 함부로 영지에 들여 보내기엔 위험스러웠다.

"우리는 상인이오!"

"어디서 오셨소?'

"이웃 영지인 클라우드 영지에서 왔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검문 후 통과하도록 하겠소."

론돈은 병사들을 이끌고 마차를 수색하는 한편 수행원의 신분을 확인했다. 이 세상엔 지구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하게 인상착의와 고향, 특징 등이 쓰여있는 신분증이 있었다. 일반적인 상인이나 용병이라면 신분증이 필수였고 없다면 범죄자나 도망친 농노였기에 잡아서 문책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인은 품 안에 있는 신분증을 론돈에게 주는 한편 주머니를 슬쩍 건넸다.

"고생하시는군요. 약소하지만, 고생하는 병사들과 술이라도 한 잔 걸치시지요."

"큼. 고맙소."

지구에선 뇌물법에 걸렸지만, 이 세상에선 상인이 기사에게 뇌물을 건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지식한 기사들도 이를 관습으로 여겼다. 장원이 없는 기사들은 월급만으로 생활하기엔 부족하니 영주도 이를 눈감아 주었다.

"론돈 기사님. 저들의 무장이 심상치 않은뎁쇼?"

병사의 보고에 상인이 말했다.

"요즘 도적떼들이 출몰해서 간단한 경무장만 하고 다니기엔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창이나 도끼도 있고 활도 있었습니다요. 피도 묻어 있는 게 전투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냥의 흔적입니다."

"확인해봐야겠소."

상인이 주머니를 하나 더 꺼내 론돈에게 건넸다.

"오다가 보니 사냥을 많이 해서 그렇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들여 보내 주시지요."

"흠. 사정이 딱하니 어쩔 수 없군. 들여 보내줘라."

론돈의 말에 목책 문이 열렸다. 상인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 마차와 일행을 끌고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거들어 주는 실력 하난 여전하구나."

"헤헤, 그러믄입쇼."

"옛다, 받아라. 퇴근 후에 술이라도 한잔하거라."

론돈은 주머니 안에 있는 동전 몇 개를 병사에게 건네고 목책 안으로 사라졌다. 병사는 동전을 세더니 중얼거렸다.

"짠돌이 같은 놈. 얼추 동화 80개는 넘어 보였는데 고작 4개 주다니."

병사는 동화 2개는 자신이 갖고 2개는 나머지 인원에게 쓰기로 했다. 4개를 다 사용하기엔 그도 딸린 입이 많았다. 4개를 다 같기엔 같이 수색한 병사들의 눈이 신경 쓰였다. 혼자서 다 받아먹다간 주변의 눈초리를 받으니 그도 적당히 써야 했다. 인간관계에서 받기만 하다간 외톨이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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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1 270 4 10쪽
33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0 307 5 11쪽
32 12. 영지전 +4 19.01.29 282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11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3 3 10쪽
» 11. 조사단 +2 19.01.25 357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0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6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9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8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8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6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3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10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2 12 9쪽
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3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3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8 4. 열광(熱狂) +1 18.12.29 488 9 9쪽
7 4. 열광(熱狂) +1 18.12.28 538 7 9쪽
6 3. 터를 잡다. +1 18.12.27 568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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