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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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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5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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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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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 새로운 만남

DUMMY

원일은 모닥불에 앉고는 고기를 꿰어 구웠다. 아홉 명이나 되는 인원이 있으니 사슴 한 마리론 부족해 보일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굶주려 있었다.

기사들은 연신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며칠이나 먹지 못했기에 이들의 뺨은 움푹 들어가고 두 눈은 퀭해 있었다.

호너는 기사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속으로 빌고 있었다. 허기짐에 눈이 돌아서 고기에 탐욕을 부린다면 눈앞의 원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눈짓으로 기사들을 진정시켰다.

원일은 이 나이 먹은 기사가 눈치를 잘 살필 줄 안다고 생각했다. 상대의 기분을 맞춰 주면서 자신들에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가져오는 방법은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 호너라는 남자를 경계 1순위로 설정했다.


고기가 적당히 익어가자 원일은 엘프들의 마을에서 쓰는 향신료를 꺼내 고기에 골고루 발랐다. 그리곤 칼날로 적당히 고기를 발라내어 나뭇잎에 하나씩 담았다. 모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뼈에 붙은 고기까지 긁어 나누자 배부를 정도의 양이 나왔다.

자신이 먼저 갖는 한편 월터와 호너를 시작으로 나머지 기사들에게 순서대로 배분했다. 그들은 자신 앞에 고기가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고기를 게눈 감추듯 흡입했다. 그러면서 맛에 놀랐다.

"소금을 치지 않았음에도 이리 맛있다니. 처음 먹어보는 맛입니다."

"내가 살던 곳에서 쓰는 양념입니다. 고기에 뿌리면 맛이 좋아지지요."

"빵과 같이 먹는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월터는 영주성에 돌아간다면 빵과 같이 먹으리라 생각했다. 흰 빵과 같이 먹는다면 더욱 맛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하고는 목이 마른 자들을 위해 물주머니를 주었다. 호의를 베풀면 확실히 하는 게 이들의 호의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기에서야 자신이 갑인 위치에 있지만, 막상 영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불침번은 자신이 먼저 서기로 하고 나머지 기사들이 교대로 서기로 했다. 이들이 오크 부락에서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하는 게 원일과 기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다음날이 되자 호너가 앞장서며 길을 인도했다. 호너는 이 근방의 지리를 잘 안다며 자신이 선두에 서야 한다고 했다. 풀숲을 헤치며 걸어나가길 얼마 되지 않아 호너가 찾던 흔적이 보였다. 풀이 눌리고 마차가 온 자리가 나왔는데 그다음부터는 매우 쉬웠다. 처음에 스무 명의 인원이 오크 토벌에 나서 떠났다고 했으니 그 무리가 이동하면서 남긴 자취가 곳곳에서 보였다. 눌린 풀이며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그들이 온 방향을 알려줬다.

호너는 원일에게 이제 이대로 계속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틀 정도만 더 간다면 거기에서 부터는 오크들의 영역이 아니라 맹수들이나 사는 숲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숲을 지나 열흘 정도만 간다면 영지가 나온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원일이 보기에 매우 넓고 이동의 제약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지구에 있을 때 전술교범에서 보기론 조선시대만 해도 도로의 발달이 되지 않아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간다면 보름이 넘게 걸린다고 알고 있었다. 그것도 마을에 들리고 다져진 길로만 간다는 가정하에 그런 것이고 실상 산을 타고 가고 험지로 간다면 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들이 기사라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체력이 더 뛰어나겠지만, 탈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일반인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먹고 자고 이동한 지 이틀 정도 되자 호너의 말대로 다른 숲이 나왔다. 거기서부터는 지루한 이동이 되었다. 목숨의 위협에서 벗어나자 기사들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고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는지 원일을 도와 같이 사냥에 나섰다. 월터는 원일에게 붙어 다니면서 강해지는 법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마침 원일도 따분했던 터라 월터의 수련을 지도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월터 너는 칼을 쓰는 목적이 뭐냐?"

"저는 자신을 수련하고 강해지려는 목적으로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강해지려 하는 거지?"

월터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영지엔 뛰어난 검술 스승이 없는 터라 주로 호너에게 지도를 받았다. 호너도 막연하게 어떻게 하라고만 알려줄 뿐 목적이나 의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강해지는 것은 상대적인 거고 상대를 이기거나 죽인다면 그건 자신이 더 강하다는 증거지."

"제가 강해져야 이기는 것이 아닌가요?"

"그건 단순한 생각이지. 이기는 놈이 강한 것이다. 패자의 말은 변명밖에 되지 않아."

"저는 가문의 첫째 입니다. 함부로 나서기엔 제가 짊어져야 할 목숨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죠?"

"그래서 지킬 것이 많은 자들은 몸을 사리는 것이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수련 하며 나이가 들어서 실전에 나서는 것이야. 너는 너무 이른 나이에 실전을 치렀지."

원일은 지구 기준으로 기업의 총수들이 자식을 키우는 방법에 빗대 말했다.

"저는 16살로 성인입니다. 일가를 구성해도 될 나이라고요."

"내 기준으로 너는 한참 어린 나이다. 아직 근골도 성장하지 않았지. 앞으로 5년은 더 있어야지 뼈가 다 자라고 몸이 완성된다. 그때까지 끝없는 수련을 통해서 자신을 단련하고 적당한 실전을 경험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지."

"너무 늦습니다. 이미 대륙엔 수많은 강자들이 난립하며 정세가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어요. 제 몸과 영지를 지키기 위해선 빠르게 강해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월터는 원일에게 자신이 강해질 이유에 대해 말했다. 현재 돌아가는 국가의 정세가 말이 아니라는 소리를 했다. 이 촌구석까지 소식이 전해질 정도이니 내륙에선 도적떼가 들끓고 힘 있는 영주들이 주변 영지를 통합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그래. 젊은 혈기란 좋은 것이지. 다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다. 나도 너와 같은 시기가 있었고 이해한다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때론 웅크리며 힘을 기르기도 해야 한단다. 모난 돌은 결국 튀기 마련이고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하지."

멀리서 원일의 말을 듣던 호너가 다가와 거들었다.

"워닐님의 말이 맞습니다. 도련님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워닐.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도 워닐처럼 강해지고 싶습니다."

월터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원일을 응시했다.

원일은 눈앞의 월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이 소년의 요청을 거절하기엔 자신의 처지가 난감했다. 이들에게 빚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각오하렴, 내 수련 방식은 쉽지 않단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월터가 웃으며 말했다.


원일은 이동하면서 월터에게 맨몸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육체를 섞어서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강의했다.

"무기를 들고 싸운다고 해서 손에 든 무기만 쓸 거란 생각은 버려라."

원일이 시범을 보였다.

"무기와 육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만큼 위협적인 것은 없다. 이런 식으로 정강이로 무릎 뒤를 공격하면 상대방의 하체가 무너져 쉽게 공격할 수 있다."

그러면서 원일은 월터의 자세를 교정해주면서 대련을 명했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나와 대련을 해보자."

원일은 나무 막대기를 손에 들고 월터와 대련했다. 그는 방어만 하며 월터를 상대했다. 월터는 자신이 공격만 하자 신이 났는지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방식대로 공격하였다. 그것을 원일은 받아 주는 한편 격투술을 이용해 월터의 의표를 찔렀다.

"크윽. 너무 하십니다."

"내가 말한 것을 까먹지 마라. 난 무기와 육체를 섞어서 사용하라 했지. 칼만 휘두르라고 하지 않았다."

"다시 가겠습니다."

그 다음부터 월터는 무기를 쓰며 발차기를 했다. 하지만 원일은 월터의 발차기를 맞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주먹으로 복부를 공격했다.

주먹에 맞은 월터가 쓰러졌다.

"너무 하십니다."

월터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상대가 내 생각대로 움직일 거란 생각을 하지 마라. 난 너에게 발차기를 알려 주었지만, 손을 안 쓴다고는 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움직인다면 늦는다. 상대보다 먼저 움직여야 틈을 만들 수 있다."


그 이후로도 원일은 월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일이 되면 잊어버리겠지만, 자신의 말 중에서 하나라도 월터에게 기억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대련은 기사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평소에 호너나 기사들은 원일이 어떻게 싸우는지 보지 못했기에 막연하게 강하다고만 알고 있을 뿐 수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월터에게 지도를 해주면서 실력을 드러내자 그들을 감탄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호승심 강한 몇몇 기사들이 원일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그들도 천생 무인이니 강자와의 승부에 목말라했다.

원일은 이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상대했다.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방어만 하지 않았다. 틈이 보이면 상대방을 쓰러뜨렸고 일으켜 세워 주면서 겸양의 말도 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닙니다.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호너가 보기에 원일은 확실히 기사들을 다룰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기사들의 상급자로 인식되는 한편 무례하지도 않으니 호감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본래 강자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세력 또한 뒷받침되니 안하무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호너가 보기에 원일은 강자로서 넓은 아량도 갖고 있었고 무례하지도 않았다. 또한, 얼굴에서 위엄이 흘러나와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도 풍겼다. 그렇기에 월터와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원일을 따랐다.

호너는 원일이 이런 시기에 영지에 합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흉흉한 분위기의 영지이기에 단단한 결속력이 필요했다. 귀족에게 봉신의 맹세를 하진 않겠지만, 초빙기사로 대우하며 영지에 오래 붙들어 놓고 있으면 마음이 바뀔 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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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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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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