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640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10 15:08
조회
509
추천
12
글자
13쪽

8. 새로운 만남

DUMMY

밤이 되자 원일의 곁에 있던 소년이 깨어났다. 소년은 사방을 살피면서 원일이 앞에 있는 것을 보곤 말을 걸었다.

"절 구해주신 건가요?"

"아니. 나는 너를 구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마차가 주변엔 피가, 안에는 갇혀 있었다 네가. 그래서 구했다."

소년은 약간 의아해했다. 분명 말은 통했지만, 남자의 말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카펜터 가문의 월터라고 합니다."

"나는 킴 가문의 워닐이라고 한다."

원일은 멀린과 카트리나에게서 인간들의 생활 수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다양한 나라가 존재하며 영주와 왕이 있는, 중세 시대 수준의 나라가 대부분이고 지방 영주들의 힘이 강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반 평민들이나 농노들은 성을 쓰지 못하며 성은 귀족을 나타내는 상징성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상대방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지구에서 쓰던 이름을 가져왔다. 김해 김씨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월터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생김새는 강인한 기사로 보이는데 성이 있다니 아마도 원일이 대귀족에게 성을 하사받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생존자는 저밖에 없었나요?"

"그래, 널 구했을 땐 혼자만. 주변엔 피투성이였다. 온통"

월터는 원일의 말을 듣고는 땅바닥을 치며 울었다.

"왜 그런 것인가?"

"제가 가문에 고집을 부렸습니다. 기사들이 오크 토벌을 한다고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그들이 절 보호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기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응당. 너무 자책하지 마라."

원일은 월터를 위로했다. 젊은 혈기에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해서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무. 주변을 보니 발자국이 나 있었다. 어지럽게."

"예? 그 말은?"

"그들이 살았을 수도 있다. 조금의 가능성이지만, 오크들은 산 채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일단 자라. 회복해야 한다 몸을."


그 이후로 원일은 월터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다. 인원의 구성 수 라던가 기사들의 수준 같은 것이며 월터가 온 곳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월터는 원일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주는 한편, 원일이 부자연스러운 말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원일은 그제야 자신의 말이 월터와 다른 것을 인지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멀린과 카트리나가 인간 세상에 나갔을 때 배웠던 말을 자신이 배운 터라 수백 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당연히 어휘와 문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월터에게 자신은 산속에서 오랜 수련을 해서 말을 까먹었다고 말했다.


월터에게 말을 교정받는 한편 땅바닥에는 문자까지 써보이자 월터는 자세히 교정해주었다. 보통 기사들은 까막눈이 많고 글을 쓸 줄 몰라 답답했다는 월터는, 말이 통하는 상대가 나타나자 자신이 더 신이 나며 말을 가르쳐 주었다. 아무래도 이 월터란 소년은 아직 철부지 같아 보여 원일은 살짝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밤에는 자신이 불침번을 서고 월터에게는 휴식하라고 말했다. 자신은 포스를 수련해서 며칠은 자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원일은 이 소년에게 불침번을 맡기기가 불안했다. 월터의 포스는 원일이 보기엔 아직 오크 한 마리를 상대하기도 버거워 보였다. 더군다나 근골도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오크의 육탄 공격에도 피해를 받길 충분했다.


다음날 월터와 원일은 마차 주변으로 이동했다. 원일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발자국을 토대로 추적을 개시했다. 인위적으로 눌린 나무며 끌고 간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을 발견해 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바람처럼 움직이는 원일을 쳐다보면서 월터는 죽을 맛이었지만, 온 힘을 다해 쫓아갔다.


원일이 추적을 개시하고 반나절이 지나자 포스의 덩어리들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몇백 미터 너머에서 족히 수십은 돼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이 근방에 자신의 추측대로 오크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안력을 돋아 살펴보니 나무 사이의 공터에는 움막이 있었고 사이로는 상체를 들어낸 오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워닐. 어떻게 하죠? 저 안에 기사들이 있을까요?"

"저 안을 헤집어 보는 수밖에 없다. 없다면 기사들은 죽은 것이지."

"기사들을 구출하기 위해선 영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적어도 여기서 열흘은 걸릴 텐데 갔다 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이미 다 죽어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라. 나를 믿어라."

"예?"

월터의 반문에 원일은 각궁에 애기살을 제고 날렸다. 가뜩이나 빠르고 날카롭던 애기살이 포스를 싣자 순식간에 날아가 오크의 미간에 박혔다. 오크가 털썩 쓰러지는 보고는 등에 있던 방천화극을 꺼내 폭풍처럼 달려들었다.

월터는 원일에게서 엄청난 포스를 느꼈다. 그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포스가 느껴졌다. 원래 원일의 포스는 푸른색에 가까웠지만, 환골탈태한 이후로는 만다의 영향을 받았는지 붉은색을 띠었다. 핏빛과도 같은 색이라 그런지 더 사나워 보였다.


원일은 부락에 뛰어들어 날뛰었다. 보이는 오크는 족족 베고 찔러 넘겼다. 갑자기 습격받은 오크 무리에서 비명이 들리자. 곧이어 무장을 갖춘 전사들이 나왔다. 오크 전사들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오크들의 무기에서도 포스가 느껴지는 것이 이놈들도 포스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수림의 오크 보다는 키와 몸체가 작아서 원일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원일은 만다의 기술을 응용해 단전 내부에서 포스를 끌어 올려 포효했다. 강력한 포스가 담긴 포효에 오크들의 몸이 굳으며 벌벌 떨었다. 만다의 포스와 정령의 기운이 섞인 포스엔 많은 힘이 담겨 있었다. 원일은 싸움에 그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오크들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사이 수십 마리를 도륙했다. 창날이 번쩍이면 머리 두 개가 날아갔다. 월터는 그 모습을 보고 전율했다. 자신이 아는 어떤 기사도 오크를 이런 식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지역의 대영주라고 불리는 사자왕인 백작보다도 훨씬 강해 보였다.

월터가 원일의 곁으로 도착했을 땐 이미 오크들은 다 죽고 없었다. 군데군데 여성으로 보이는 오크와 어린아이로 보이는 오크들도 죽어 있었다. 피비린내와 오물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월터는 그 자리에서 구토했다. 그가 느끼기엔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이었다.

원일은 월터를 챙길 겨를도 없이 포스의 흔적을 쫓아다니며 살아남은 오크들을 마저 죽였다. 자비심 따윈 없었다. 오크들이 커서 성인이 된다면 수많은 인간들이 죽을 것이라 여겼다. 더군다나 타고난 사냥꾼인 오크가 자신들을 추적할 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이는 게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편했다.

"월터. 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포스의 기운은 없다. 흩어져서 천막을 수색해야 한다."

"예. 워닐은 이런 광경을 자주 보았나요?"

월터가 토를 하며 말했다.

"나는 군인이고 전사다.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무기를 뽑고 주저해서는 내가 다친다."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익숙지 않군요.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그런 것이지. 그것을 이겨내야 강해질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잡혀먹힌다. 그건 약자의 숙명이지."

원일은 자신이 이 세계에 와서 느낀 바를 말했다. 월터도 전사의 길을 걷는 자라면 이 말이 교훈이 될 것이다.


흩어져서 한창을 수색하던 도중 월터가 소리치며 원일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워닐, 워닐! 여기로 오세요. 여기에 기사들이 있습니다."

입구의 천막을 들춰 보자 상처 입은 기사들이 묶여 있었다. 옷은 다 벗겨져 알몸이었고 구타당했는지 온몸에 멍이 가득했다. 다행히도 팔이나 다리 쪽의 힘줄은 끊기지 않았다.

월터는 자신이 아는 얼굴을 보자 눈물을 흘리며 결박을 풀었다.

"흐흑. 호너 죽은 줄 알았습니다."

"도련님이 살아 계신 걸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구해주실 줄이야. 주군께서 오신 겁니까?"

호너라고 불리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며칠째 포로가 되며 물 한 모금 먹지 못해서 몸이 약해졌다. 그것은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일은 이들의 해후를 방해할 생각이 없어 배낭에서 육포를 몇 개 꺼내 주었다. 일단 이거라도 요기하며 몸을 회복해야 했다.

"아닙니다. 아버지께서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여기 워닐이 저도 구해줬고 오크 무리도 상대했습니다."

"주군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니오.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오."

"겸손하신 분이군요. 영지에 가신다면 주군께서 사례하실 겁니다."


원일은 조용히 천막을 나가 오크들이 입던 하의를 벗겨 천막으로 던저 주었다. 바깥으로 나온 호너와 기사들은 옷을 입으며 말을 했다. 열 명이 잡혀 왔지만, 그 중 3명이 오크에게 잡혀먹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힌 기사들을 위로한다고 죽은 오크의 신체에 난도질했다. 기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자신들의 무기를 가져왔다. 오크는 대부분 인간이나 이종족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기사들은 오크들이 신던 신발을 신은 지라 앞 굽이 툭 튀어나와 우스워 보였다. 어울리지 않는 광경에 모두 머쓱한 듯 뒷머리만 긁적였다. 이들은 항상 구원해주는 입장이었지 막상 구원받자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랐다. 원일은 군에서 있으면서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보았다. 군인들의 특성상 자존심이 강해 큰 도움을 받더라도 바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럴 땐 오히려 도움을 준 사람이 나서야 했다.

"다들 신경 쓰지 마시오. 나는 인간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오. 그대들이 주군을 위해 싸우듯이."

기사들은 그제야 감사의 인사를 했다. 원일이 먼저 다가서니 그들도 다가와 저마다 고맙다며 손을 잡았다.

"일단, 그대들의 몸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은신처가 있소. 거기에서 몸을 회복한 후에 이동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호너가 대표로 말했다. 그가 보기에도 바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면서 원일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기사들을 다루는데 능숙하시군요. 전 호너라고 합니다."

"예전에 군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퇴역했지요. 전 워닐 킴이라고 합니다."

"귀족이셨군요. 생김새가 저희와는 많이 다르십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나는 아주 멀리서 왔습니다. 알려줘도 모를 것입니다. 수련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왔었다가 우연히 마차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일과 월터의 인도에 따라 호너와 기사들은 은신처로 이동했다. 원일이 선두에 서서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했다. 호너와 기사들은 움직이며 오크들의 시체를 보며 놀랐다. 깔끔하게 잘린 몸뚱이와 수많은 시체들이 믿기지 않았다. 이걸 혼자서 다 했다니. 자신들은 스무 명이나 있었는데도 오크 무리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 새삼 원일의 강함이 느껴졌다.


은신처에 도착해서도 원일은 쉬지 않았다. 기사들이 모아온 나무를 모아 불을 지피고 자신은 사냥을 나섰다. 자신을 포함해 9명이나 되니 사슴이라도 한 마리 잡아야 했다. 원일이 사냥을 나선 사이 호너와 기사들은 월터에게 원일에 대해 물었다.

"도련님. 저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입니까?"

"저도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단한 자입니다. 헬버드와 비슷한 병기를 쓰면서 활을 엘프같이 잘 쏩니다."

"그의 포스를 확인해 보았지만, 경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도련님은 그가 포스를 쓰는 모습을 보셨습니까?"

"예. 멀리에서 봤지만, 똑똑히 보았습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붉은색 포스를 내뿜고 매우 거칠었습니다. 그가 움직이면 오크 두 세 마리가 쓰러졌습니다."

"수상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 말이 많이 어색했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달까? 하지만 글도 쓸 줄 아는 게 확실한 귀족으로 보였습니다."

"어디에서 왔답니까?"

"그건 저에게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수련을 위해 숲에 왔을 뿐 멀리서 왔다고만 했습니다."

"그렇군요. 저 정도 강자는 반드시 포섭해야 합니다. 영지에 도착하면 주군께 모든 것을 소상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동하면서 저희도 그의 경지를 파악해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둘이 대화하는 사이 원일은 사냥한 사슴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멀리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저들에게 쉽게 보이면 안 되겠군.'

자신도 이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그건 저들도 똑같았다. 어리숙해 보인다면 이용당하는 건 이쪽 세상이나 지구나 비슷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13. 사자왕의 영지 +2 19.02.01 239 4 10쪽
34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1 270 4 10쪽
33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0 307 5 11쪽
32 12. 영지전 +4 19.01.29 282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11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3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6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0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6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9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8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8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6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3 7 11쪽
»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10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2 12 9쪽
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3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3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8 4. 열광(熱狂) +1 18.12.29 488 9 9쪽
7 4. 열광(熱狂) +1 18.12.28 538 7 9쪽
6 3. 터를 잡다. +1 18.12.27 568 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