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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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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7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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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새로운 만남

DUMMY

원일과 기사들이 맹수의 숲을 빠져나와 5일째 되는 날. 바람골이라고 불리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은 그 이름답게 바람이 많이 부는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었고 숲 방향으로 목책과 감시탑이 마을 외부를 감싸고 있었다.


호너가 감시탑 입구로 다가가 소리치자 문이 열리며 일행을 반겨주었다. 그러면서 마을 관리자가 나와 일행을 인도했다. 꽤 큰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인도했는데 호너는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은 없었으나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원일은 월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놀랄만한 얘기를 들었다.

알고보니 이 마을 자체가 호너의 장원(莊園)이었다. 가족들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영주 직할지에 거주하며 이 집을 별장처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원일은 이 사회가 편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가 낙후 됐으니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갈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살펴보니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월터의 설명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호너와 같은 영주의 가신들은 장원에서 나는 세금을 일정 부분 내면 나머지는 자신의 것이었고, 나머지는 보너스 형태로 영주가 기분 내키면 주는 형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원이 없는 기사들은 영주성 바깥에서 거주하거나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기사들은 따로 장원을 가지며 영주가 소집하면 달려와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빠른 시간에 기사들을 소집하여 병력을 운용할 수 있는 동시에 반란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있으니 함부로 거동하지도 못하면서도 수입을 얻게 하니 불만을 잠재울 수도 있고 내가 그동안 이 세상을 너무 쉽게 판단했다.'

원일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세계를 더 돌아다녀 보아야 알겠지만, 이 구석에 있는 영지만 해도 자신의 예상과는 달랐다. 월터에게 말한대로 자신의 생각처럼 판단하면 안 됐다. 그러한 생각은 식사하면서 확신에 들게 했다. 관리자가 데려온 5명의 하인들이 눈앞에서 요리를 만드는 것이 독살의 위협에서도 안전을 보장했다.

'예전 중세 시대에서도 손님을 초대하고는 신뢰의 증표로 그 자리에서 요리를 대접했다고 들었지. 하지만 요리사가 매수당했다면 모른다.'

매수당한 요리사가 작정하고 손님 음식에만 독을 넣는다면 꼼짝없이 당해야 했다. 시선이 팔린 사이 독을 넣는다면 어떻게 알 것인가? 당장 이들은 호의로 자신을 대하지만 영주성에 가서도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호너가 물었다.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어서요."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이제 영주님을 만나는데 어떤 분이신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호너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과 저희를 구해주셨는데 은인이 아니십니까? 영주님은 다른 영주들보다 호탕하고 남성미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수련하며 혼자 다닌 탓에 사람을 잘 못 믿어서 그렇습니다. 호의에도 냉대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요."

호너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월터가 말을 이었다.

"워닐. 믿으셔도 됩니다. 저희 카펜터 가문은 은인을 냉대할 만큼 후안무치한 가문이 아닙니다. 어떤 가문에게 피해를 받으셨는지 몰라도 저희 영지에서 워닐은 은인으로 대접받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워닐. 혼자 다니면 의심이 많이 생기는 법이지요. 일단 식사부터 합시다. 식겠습니다."

"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 대화는 없었다. 모두 식사만 하며 배를 채웠다. 식사 후 호너의 배려로 목욕할 수 있었다. 하인들이 길어온 물을 끓여 몇 년 만에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호사를 누렸다. 호너는 내일 중으로 영주성에 가야 하니 깨끗한 상태로 원일을 데려가야 했다.

원일은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목욕도 하고 묵은 때도 벗겨 낸 후 간단한 차림으로 나왔다.


깨끗한 상태의 원일을 보고 좌중은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때가 벗겨지니 남성미가 넘치는 모습의 미남이 서 있었다.

"워닐 정말 잘 생기셨네요."

월터가 감탄했다.

원일은 쑥스러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잘 생겼다는 말은 처음 듣는군."

"아닙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잘 생기셨습니다. 숲에서도 잘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씻고 나오시니 확실히 달라 보이시네요."

"고맙다."

확실히 칭찬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원일도 월터에게 이런저런 농담을 하자 경직되었던 분위기도 점차 풀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하인들이 말을 끌고 왔다. 다섯 마리에 월터를 제외하곤 두 명씩 나눠 탔다. 원일은 드워프 마을에서 산양 타는 법을 배워서 따로 탔으면 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말을 타고 반나절을 달린 끝에 영주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주성은 돌로 지은 자그마한 성 밑에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의 구성이었다. 그리고 마을을 감싸는 형태의 목책이 둘러쳐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의 인도하에 원일은 영주성으로 들어갔다. 영주성에 들어가자 후덕한 인상의 중년인이 원일을 맞이했다.

"먼저 저희 월터를 구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카펜터 가문의 가주이자 푸른 산림의 영주인 로버트 카펜터입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킴 가문의 워닐이라고 합니다."

"귀족이셨군요."

"방계일 뿐입니다."

로버트는 대귀족의 자제 중에서 직계를 제외하곤 서자들은 떠돌아다닌다고 들었다. 한 손이 아쉬운 자신 같은 하위 귀족들이야 형제들이 친하게 지냈지만, 대귀족들은 아니라고 들었다. 로버트는 원일이 대귀족의 자제 중 한 명이라고 어림잡아 생각했다. 풍기는 분위기와 말투에서 귀족의 기품이 보였다.


원일은 영주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기사에게 무기를 넘겨 주고는 로버트를 따라갔다. 영주관엔 박제된 사슴 머리와 곰 가죽 같은 장식품들과 벽난로가 있었다. 내부는 훈훈했고 적당히 넓어 손님을 맞이하기에도 충분했다.


원일은 로버트에게서 부인과 가족들을 소개받았다. 한 명의 부인 밑으로 딸과 아들을 포함해서 8명이나 되는 인원이 있으니 이들의 부부관계는 좋아 보였다.

길쭉한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 가족들이 둘러앉고 로버트의 맞은편엔 원일이 앉았다. 요리사가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로버트는 원일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월터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습니다. 숲을 이동하던 도중 마차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월터를 발견했습니다."

"월터는 성인이 되자. 토벌에 나선다고 호너를 따라갔습니다. 호너에게 듣기론 대단한 실력의 기사라고 하시던데 실례지만, 킴 가문은 어디에 있습니까?"

원일은 로버트가 의심하지 못하게 적당히 말을 지어냈다.

"북쪽의 오지에 있는 가문입니다. 여기에서 1년은 넘게 가야 있는 곳이지요. 현재는 가문의 율법에 따라서 수련 중에 있습니다."


이 넓은 대륙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고 자신이 모르는 귀족과 가문이 있었다. 자신이 듣기론 킴 가문이란 곳이 없었지만, 다른 나라에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호너에게 듣기론 처음에 말이 어눌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원일이 다른 나라에서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륙 공용어를 쓰지만, 사투리와 어휘가 각각 다른 점도 의심을 거두기에 한몫했다. 더군다나 뛰어난 수준의 포스를 다루는 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기에.


원일은 요리하는 장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요리사는 완성된 요리를 조그마한 그릇에 담아서 하나씩 맛보곤 식탁으로 음식을 옮겨 놓았다. 그 점이 원일을 안심하게 하였다. 기미 하는 것을 보니 다른 지역에서 이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면 의심할 만했다.


마음이 놓이자 로버트를 대하는 감정도 편안해졌다. 이들의 호의를 누리는 한편 농담도 곁들이며 분위기를 풀었다. 가족이 많은 탓에 식사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전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일은 월터에게 부탁받은 점에 대해 로버트에게 말하자 로버트는 원일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식사나 잠자리 같은 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월터를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지의 검술 사범으로 초대하는 한편 기사들도 봐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원일은 식사 후 따로 로버트와 자리를 옮겨 독대했다. 그러면서 로버트와 술을 기울였다.

"저에게 월터는 강해져야 할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더군요. 강해져야지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영지를 지켜야 한다고요. 주변의 정세가 심상치 않나 봅니다?"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군요. 맞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영지는 구석에 있던 탓에 평화로웠지만, 벌써 몇 개의 영지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모르겠습니다."

"전 몇 년 동안 산속에서 수련한 탓에 세상의 소식에 무지합니다. 자세히 알려 주실 수 있는지요?"

"확실히 모를 만도 하시군요. 각국의 대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뒤엎었습니다. 벌써 몇 개의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국경은 유명무실해 진지 오래고 귀족들은 세력을 형성하기에 바쁩니다. 변방인 저희 영지까지 세력에 합류하라고 압박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난세(亂世)군요."

"예. 어제도 이웃 영지에서 사자(使者)가 와서 참전을 종용했습니다. 주군이신 사자왕 레온 하트 각하께서 아직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시지만, 그 밑의 귀족들의 단결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대귀족께서 나서신다면 모든 상황을 종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답답합니다. 주군께서 아무런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계시거든요. 그런 까닭에 많은 귀족들이 상대 세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봉신의 맹세가 많이 약해졌군요."

원일은 로버트를 떠보았다. 지어낸 말이었지만 원일의 말은 로버트에게 크게 다가왔다.

"주군의 전성기 때는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난세니까요. 가문과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귀족들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로버트의 충성심은 대단하시군요."

"칭찬의 말은 감사하나 저의 조부께서 영지를 하사받지 않으셨다면 저도 선택했을 겁니다. 워닐도 귀족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예. 이해합니다. 그나저나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시는군요."

"사실. 제가 이러한 점을 알려 주는 것은 워닐과 같은 실력자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월터와 기사들을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빚을 졌으나 이 변방 영지에는 실력 있는 기사가 부족합니다.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로버트는 솔직하게 원일을 대했다. 원일과 같은 실력자들은 거짓보다 진실로 대할 때 인맥으로 삼을 수 있었다.

"어떠한 도움을 바라시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수련 중에 있습니다. 봉신의 맹세를 바라신다면 저에겐 주군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실력이 필요하신 거라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원일은 아직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세계를 더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소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봉신의 맹세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후로도 워닐과 로버트는 술잔을 주고받았다. 둘은 다가오는 난세에 관해 얘기하는 한편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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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2. 영지전 +2 19.01.26 34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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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7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9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9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8 5 13쪽
»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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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2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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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3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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