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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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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8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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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5. 대지의 자손

DUMMY

[어서 오게. 낯선 이여.]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다음 말이 들렸다.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이렇게 말입니까?]

[허허 맞네.]

[어떻게 한 겁니까?]

[마법일세. 의지를 실현해주지.]


마법이라니 꿈같은 이야기였다. 하기야 괴물에 드워프에, 상상에서나 있을 법한 생명체들도 있으니 마법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여긴 어디입니까?]

[우리 대지의 자손들의 쉼터일세. 그들을 구해준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네.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원일이라고 합니다. 보다시피 인간이지요.]

[인간이 우리의 보금자리에 온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군. 나는 멀린이라고 하네. 자네와 같은 자가 예전에 한 명 더 있었지.]


멀린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 오래전 이곳에 터를 잡는 걸 도와준 한 인간이 생각났다.

[그도 자네와 생김새가 비슷했지. 지금은 워낙 오래되 모두 죽고 기억하는 자들이 없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하지. 자네는 그의 후손인가?]

원일은 이계에서 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과 비슷한 인종이 이 세계에도 있는 것 같아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 큰 숲 전사의 후예입니다.]

[역시. 그 또한 전사였지. 누구보다 강했던!]

원일은 마일스톤을 만났던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들을 만났던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괴물들의 부락에 있더군요.]

[오크 말이군. 그들은 야만스러운 종족이지. 우리 대지의 자손들을 붙잡아 노예로 부리려고 사로잡은 것이지.]

[노예... 말 입니까?]

[발달한 철기술이 없으니. 다른 종족의 손을 빌리는 것일세. 그놈들은 예전부터 그래 왔지. 평화를 모르는 족속들이야!]


멀린은 격분했다. 장인 종족인 드워프는 뛰어난 대장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그들이 만드는 무기는 최상품으로 취급됐다. 날은 예리했으며 단단한 것에 부딪혀도 이가 나가는 법이 없었다.


멀린과 원일은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시도했다. 주로 궁금한 것이 있는 원일이 질문하면 멀린이 받아주는 역할을 했다. 도중에 기운이 떨어진 멀린이 대화를 중단했는데 잠깐이지만 매우 따분한 시간이었다.


혼자 살 때는 몰랐지만, 막상 멀린과 대화하자 원일은 외로움을 느꼈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있는 게 정말 감사하게 느껴져 이들의 말을 배우기로 했다.

멀린은 원일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 일족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원일에게 말을 알려줬다.


머릿속으로 대화하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알려주자 원일은 빠르게 언어를 습득해 나중에는 문자까지 쓸 정도로 발전했다. 멀린이 기운을 쓰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해지는 수준까지 되자 원일은 다른 드워프들과도 교류했다. 그들이 사냥을 나갈 때면 원일도 같이 따라가 그들의 생활에 동참했다. 또한, 여러 지식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웠다.


원일이 대화가 가능해지고 가장 신이 난 것은 마일스톤이었다. 그는 말이 많은 편이었는데 더 말이 많아져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었다.

가령.

"워닐. 이것은 독초야. 짓이긴 다음 화살촉에 바르면 끝내주지."

"이 녀석은 마비초야. 전에 어깨에 뿌린 것이 이 가루지."

"산맥 수리의 깃털은 화살깃으로 최고라네."

같은 말들을 하며 자신이 더 신이 났다.

"마일스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았나요?"

언제가 엄청 짜증이나 그렇게 묻자 마일스톤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응? 내가 말이 많다고? 멀린에 비하면 난 없는 수준인데?"

그러고 보면 이 수다쟁이 본능은 이 종족의 특징인 것 같았다. 잘 때를 제외하곤 쉬는 편이 없었으니.


원일이 드워프 마을에 온 지 네 달가량 지났을 때 언어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또한, 그들에게서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이 세계에 관해서 알 수 있었다.

멀린은 아는 것이 많아 원일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막힘없이 알려주는 한편 그가 온 위치까지도 설명해 주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대륙에 있는 남쪽 산맥이며 그 밑으론 광활하게 숲이 형성되어 있다고 했다. 이 숲은 하도 넓어서 자신도 어디까지 있는지 가늠조차 못 한다는 것이 멀린의 설명이었다.


숲에는 오크나 오우거, 트롤 같은 종족들도 살고 영성을 갖은 동물들도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기운에 대해 궁금했던 터라 원일은 이 부분도 물어봤는데, 멀린은 원일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워닐. 그 기운에 대해 자네는 뭐라고 부르나?"

"저희는 기(氣)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는 포스라고 부른다네. 이 기운을 사용해 응용할 수 있지. 몸으로 발현한다면 무술이 되고 정신으로 발현한다면 마법이 되는 것이라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사냥할 때 동물들의 배를 갈라보니 푸른 장기가 있던데 이것이 포스를 담는 그릇인가요?"

"어떻게 보면 그릇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것은 포스의 응축된 기운이지. 포스에 노출된 동물들이 오랜 세월 살아가면서 자연적으로 축적된 대자연의 기운이야."

"오크들은 이 기운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뱃속엔 포스가 없더군요. 반대로 동물들은 이 기운을 사용함에도 포스가 있었고요."

원일은 예전부터 이 점이 궁금했다. 짐승은 포스의 그릇이 있지만 오크나 다른 지성 종족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오크들이 포스를 다룰 줄 알기 때문이지. 이 포스를 인위적으로 다루는 순간 전신에 퍼져 힘을 준다네. 자연적으로 형성된 포스는 심장을 기점으로 응축되지만, 이 기운들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전신에 고루 퍼져 흐르지. 포스를 다룰 줄 아는 종족들은 모두가 그렇다네. 그건 인간이나 드워프, 엘프, 오크 또한 마찬가지일세."

"그럼 자연적으로 생성된 포스를 섭취하면 어떻게 됩니까?"

"응? 혹시 그걸 먹었나?"

"예.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먹고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군."

멀린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연적으로 포스가 쌓일 정도면 그 짐승은 수 십 년은 살아왔을 것이네. 응축된 포스는 강인한 힘을 내포하고 있어 함부로 섭취한다면 그 몸이 버티지 못하지. 생각해보게 자연적으로 쌓인 포스가 얼마나 응축되어 있을지."

"그럼. 포스를 배우기 위해서 보통 어떻게 합니까?"

"좋은 질문일세. 포스를 배우기 위해선 특별한 마나 연공법이 필요하네. 마법적 가공을 거친 포스를 곁에 두고 심법을 운용하면 서서히 포스가 몸속으로 유입되지. 그 상태에서 몇 달 동안 포스를 갈무리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전신으로 포스를 발현할 수 있네. 이 심법은 엄청난 힘이 되기에 비밀리에 전해지는 게 대부분일세. 이건 우리 드워프들도 마찬가지라네."

멀린은 포스 연공법에 대해서도 말했다.

"포스 연공법은 그 가치가 황금 수만 톤에 이를 정도의 값어치를 갖고 있다네. 상급의 포스 연공법을 배운 자들은 강자로 군림했지.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비밀리에 전수하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가 들어나지 않는 연공법들도 있다네."

"연공법이라면 그 기운을 갈무리해 제어한다는 말입니까?"

"아니, 제어보다는 모든 것이라고 해야겠지. 포스의 발현 뿐만 아니라 전신에 보내는 방법. 포스를 실어 형상화 하는법. 적은 기운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방법. 포스는 무한하네. 그렇기에 연공법이라고 하는 것일세."


원일은 멀린의 얘기를 듣고 자신이 알고 있는 포스에 대해 다시 정리했다. 지금까지 포스를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었고 정석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배웠으니 자신만의 정체성이 필요했다.

"멀린. 아까 심장에 기운이 응축된다고 했는데. 그럼 심장을 기점으로 이 기운들이 발현되는 겁니까?"

"심장은 생명체의 상징이자 약동하는 생명의 기관이지. 그렇기에 보통 포스를 배울 때 심장으로 기운을 인도하여 퍼뜨리지. 그건 마법사도 마찬가지라네."

"심법이란 무엇입니까?"

"포스를 배우는 방법. 또는 기운을 효과적으로 늘리거나 쓰는 방법을 말하네. 정제된 포스는 그 존재 자체로는 미약하지만, 인간의 몸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거대해지고 육체를 강인하게 만들어 주지. 종국엔 한계를 넘어 불가능을 실현하기도 한다네. 심법은 이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일세."


원일은 포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설명을 들었지만, 막연할 뿐 직접 몸으로 부딪혀 봐야 알 것 같았다.

멀린과 헤어진 후 포스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한 원일은 포스를 익힌 드워프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드워프들이 어떻게 포스를 운용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요량으로 그들에게 대련을 신청하고는 싸워보았다. 몇 명의 수준 높은 드워프들과 싸워보자 자신의 포스와 차이가 명확했다.

원일의 포스는 단전에서 퍼져 전신을 순환하며 뿜어져 나왔지만, 드워프들은 심장에서부터 포스가 퍼져 나갔다.

한창 싸우던 와중 드워프들의 발 쪽에서 아무런 포스도 느끼지 못했던 원일은 왜 그런지 질문했는데, 상대 드워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힘의 집중이라네. 전신에 퍼뜨려 사용하는 것보다 한쪽에 기운을 모아 쓰는 것이 훨씬 파괴력이 뛰어나지. 자고로 남자는 힘이야!"

물론 상대가 가만히 있어만 준다면. 힘대 힘으로 맞붙는다면 드워프의 말이 옳았겠지만, 난전이나 상대가 맞붙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포스의 소모로 봐야 했다.


심법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정색을 하며 원일을 피했다. 영문을 몰랐던 원일이 마일스톤에게 물어보자, 마일스톤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심법은 포스를 익힐 때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라 다들 민감해져서 그런 것이지. 대부분은 혼자서 연공 하거나 믿을 수 있는 자에게 호위를 맡긴다네. 대신 내가 보여주겠네."

그러더니 마일스톤은 바닥에 눕고 손을 깍지 끼고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의 심장 부근에서 기운이 돌면서 몸 전체로 기운이 순환하는 게 보였다. 손끝부터 정수리, 항문, 낭심까지 기운이 돌아다니지 않는 부위가 없었다. 모든 부위를 고루 돌아서야 그 기운은 다시 심장으로 돌아왔다.

원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광경을 기억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마일스톤이 일어났다. 개운하게 기지개까지 한 게 푹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마일스톤이 심법을 운용하는 동안 원일은 비로소 드워프들의 반응을 이해했다. 무방비 상황에서 공격받는다면 제아무리 대단한 자라고 해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마일스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곤 다시 멀린을 찾아가 심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자세부터 하며 움직이는 경로라든가 궁금증을 담아 물었는데 멀린은 그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다 다르다고만 하였다. 인체에 수많은 통로가 있으니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정립한 것이 이름 붙은 심법이라고 했다. 이 방법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게 대부분이고 드워프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그 날 이후 원일은 심법에 매달렸다. 누워서도 해보고 앉아서도 심법을 운용해 보았다. 특이하게도 심법은 좌식으로 가부좌를 틀어 앉아서 했을 때 효율이 좋았다. 또한, 머리 쪽으로 기운을 인도하니 뒷목에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용을 쓰고 해도 뚫리지 않아 포기 후 기운을 다시 단전으로 인도했다. 이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멀린에게 질문하니 노폐물들이 쌓여서 그런 거니 꾸준히 정진해서 그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테니 모든 통로가 뚫릴 때까지 꾸준히 심법을 운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생사현관을 타동하거나, 전신의 세맥을 뚫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드워프 마을에 온 지 일곱 달이 되었을 때 원일은 인간 세상으로 떠나기로 했다. 드워프들의 걸음으로 산양을 타고 두 달 정도 가면 인간들의 마을이 나온다고 하였다. 드워프들이 사는 곳이 워낙 험지라서 여기까지 인간들이 오진 않지만, 가는 도중 오크나 이 종족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멀린은 충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젊었을 때 배웠다는 인간들의 말을 알려주었다.


멀린에게 말을 배우면서 마일스톤에게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만들어 줄 수 있냐고 하자 처음에는 굉장히 흔쾌히 승낙하였는데 나중에는 고개만 절레 흔들 정도로 질린 표정이 역했다.

원일은 손에 익은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검보다는 묵직한 맛이 있는 창이 좀 더 좋았다. 삼국지에서 제일 좋아했던 여포를 떠올리고 그의 전용병기인 방천화극을 생각해 만들어 달라고 했다. 처음엔 헬버드를 만드는 줄 알았던 마일스톤은 원일이 자기가 살던 곳의 병기라고 말하니 흥미가 동한 듯 만들면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활 만드는 것에 정통한 드워프도 찾아 각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물소뿔로 만든다는 것만 알아서 대략적인 재료만 말해주니 그 드워프는 걱정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옆에서 만드는 걸 배울 요량으로 붙어서 지켜보았다. 줄톱으로 산양 뿔을 가르고 얇게 핀 다음 힘줄과 탄성 높은 나무와 재료들을 같이 붙여서 복합궁을 만드는 것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끝이 곡선으로 보여 역으로 휘는 것이라고 말하자 여기서는 이렇게 한다고 하였다. 원일은 이렇게 하면 사정거리와 살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온 곳에서는 반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드워프는 투덜거리면서도 원일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솜씨가 꽤 좋은지 원일이 생각한 그대로 각궁이 나왔다. 그리곤 애기살과 통아(桶兒)도 얘기해 만들었다.

크기는 1m도 되지 않아 활이라고 하기엔 매우 작았으나 그 파괴력과 사거리는 매우 뛰어났다. 사거리를 가늠하기 위해 거리를 늘려보니 500보 밖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맞혀 오히려 드워프들이 놀랐다. 그들의 활보다 배는 사정거리가 기니 오히려 자기들 것도 이렇게 바꾸자며 아우성이었다.


활도 튼튼하고 이 정도면 오래 쓸 것 같아서 글자를 새겨 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드워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드워프들의 말로 '드워프들의 친구 워닐.' 이라고 음각했다. 각궁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하던 도중 마일스톤이 방천화극을 갖고 왔다. 원일의 키 높이만 한 방천화극은 여포가 사용했던 것처럼 대단해보였다. 양 옆으로 창날이 번쩍이는 게 인상적이었고 내구성 또한 검과 맞붙어 보아도 이가 상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마일스톤에게 어떻게 만들었나 물어보니 드워프 비전의 방법으로 특수한 철을 제련한다고 하였다.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자 최고의 전사에게 어울리는 무기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원일이 떠나기 마지막 날 원일을 배웅하는 축제가 드워프들의 마을에서 열렸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한편 원일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날은 원일도 풀어졌다. 드워프들과 술내기도 하고 팔씨름을 하며 즐겼다.

그리고 떠나는 날 그동안 기른 머리카락과 수염을 정리했다. 덥수룩한 수염도 깨끗이 면도하고 머리도 지구 스타일로 깎았다. 상륙돌격형으로 머리를 깨끗이 정리하자 강인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위엄에 드워프들은 숨을 죽였다. 원일이 처음 소개한 대로 숲의 전사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던 것이다.

마을 바깥으로 나온 원일은 멀린이 준 지도와 양피지 한 장을 들고는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 그가 한 당부가 생각났다.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엘프들의 숲이 나올 걸세. 엘프들은 침입자들에게 적대적이니 그들에게 내 소개장을 전해주게. 그렇다면 자신들의 숲을 통과시켜 줄 것이야. 그곳을 지나야 인간들의 마을로 갈 수가 있네."


드워프들의 마을을 거쳐 엘프마을까지 가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도가 워낙 오래된 탓에 보기가 힘들었고 산이나 강 같은 그림을 그려 놓고는 '여기쯤' 이라고 부연 설명한 것이 다여서 방향을 설정하기가 까다로웠다.

산봉우리 몇 개와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자 마침내 멀린이 말한 숲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숲에서 느껴지는 청명한 기운과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가 원일의 눈에 들어왔다. 바야흐로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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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3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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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4. 열광(熱狂) +1 18.12.28 53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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