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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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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7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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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11. 조사단

DUMMY

꽤 시간이 지난 후 로버트가 밖으로 나와 원일에게 나머지 상황에 대해서 물었고, 원일은 악마가 떠났다는 말을 하며 말을 끝마쳤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신전에 도움을 요청해야겠소."

로버트는 양피지를 갖고 와 모든 상황을 상세히 적은 후 같이 온 기사 세 명에게 양피지를 건네주고는 사자왕의 영지에 있는 신전으로 달려가 전해 주라고 명했다.

기사들은 말을 타고 밤낮없이 달려 4일 만에 신전에 도착해 양피지를 건넸다.


아니나 다를까 로버트의 양피지를 받은 신전에서는 난리가 났다. 내용이 심상치 않았고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곧장 신전의 본단에 같은 내용을 필사하여 전하는 한편 내부 회의를 열었다.

"아리안 주교님. 상황이 심각합니다."

하얀 법복에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의 이름은 이 지역의 주교 아리안이었다. 그는 독실한 신의 종답게 기도를 드리곤 말을 받았다.

"푸른 산림 영지의 소식은 들었소."

"카펜터 영주가 쓴 글에 따르면 동굴 안에 있던 수백 마리의 고블린 무리가 저주받은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말을 건넨 사제가 뜸을 들이자 아리안 주교가 재촉했다.

"기사단장인 매튜 카펜터와 워닐 이라는 초빙 기사가 병력을 이끌고 홉고블린과 주술사마저 토벌 후 피의 제단을 파괴했다고 합니다. 거기까진 별 이상이 없었으나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동굴 안 심연에서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 없었나?"

"무리에 마법사가 없었기에 아무도 마법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답니다. 다만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단장이 검은 연기에 휩싸이자 정신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흑마법으로 봐야겠군. 이종족의 주술 중에 그런 강력한 정신계 공격이 있었나?"

"아무래도 흑마법의 일종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후는 어찌 됐나?"

"사악한 존재는 산양의 뿔과 까마귀의 날개를 갖고 인간 형상을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타나토스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타나토스? 처음 듣는 이름이군. 외관도 인간형이라니 악마는 대부분 야수나 기이하게 생기지 않았나?"

"맞습니다."

"나조차 처음 듣는 이름이라니. 아무래도 사안이 심각한 것 같다. 교단의 본거지로 전령을 보내고 성기사 서른 명과 독실한 사제 열 명을 선별하게. 서둘러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사제가 인사 후 나가자 아리안 주교가 혼잣말하며 중얼거렸다.

"타나토스? 타나토스. 처음 듣는 이름임에도 낯설지가 않아. 알 것도 같단 말이야."


하루도 안 되어 신전에서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양피지를 갖고 온 기사의 인도하에 조사단은 빠르게 이동했다. 그들은 간단한 식량과 식수만 챙겨 따라갔다.

상황이 너무도 심각했던지라 아리안 주교 또한 합류했다. 주교는 '악마대백과사전' 이라는 두꺼운 책을 한 권 챙겼다.


조사단은 푸른 산림 영지에 들어선 후 바로 주둔지로 향했다. 그들은 휴식을 즐길 여유도 없이 곧장 고블린의 동굴로 진입했다. 로버트는 조사단이 오는 동안 전사자들을 수습하는 한편 데려온 병력으로 고블린의 부속품을 챙겨 정리하고 있었다.

아리안 주교는 사제 두 명을 매튜에게 보내고 나머지 인원과 함께 워닐이란 기사의 인도에 따라 사건의 진원으로 이동했다.


아리안 주교가 보기에 동굴 내부는 매우 불결했고 신앙심을 시험하는 장소였다. 거대한 두개골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사람의 해골이나 각종 짐승의 뼈가 빼곡히 있는 구멍 주변은 사악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악마가 나왔다는 구멍은 자신조차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아리안 주교와 사제들은 기도의 성호를 읊으며 흑마법의 기운을 찾았다. 단단한 빛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주변을 정화하는 한편 악마가 나왔다는 구멍으로 빛이 빨려 들어갔다. 곧이어 빛의 기운을 머금은 구멍에서 소리가 나더니 빛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주교가 외쳤다.

"아! 이곳은 봉인의 결계가 있었던 장소였구나."

"아리안 주교. 자세히 설명해 주시오."

따라온 로버트가 질문했다.

"봉인의 결계는 신성력으로 유지 되는 기관입니다. 사제나 신관이 빛의 기운이라고 불리는 신성력을 주입해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신성력을 주입받지 못한 탓에 결계가 깨진 것이군요?"

원일이 말했다.

"예. 제때 신성력을 주입받아야 결계가 유지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흐른 탓에 결계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당시에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에 상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심연의 악마는 한창 싸우고 있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고블린 무리가 죽어나갈 때도요. 근데 고블린 주술사가 뭐라고 외치더니 주변에 있던 피가 급속도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곧이어 구멍에서 심연의 지배자라는 타나토스가 구멍에서 나왔습니다."

"결계가 깨졌어도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악마의 봉인을 풀기엔 힘들었을 겁니다. 봉인을 풀기 위해선 매개체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그 매개체가 피 같습니다. 수백 마리 고블린의 피를 제물로 깨어난 것이죠. 또 특이점은 없었습니까?"

"대치하고 있던 도중 매튜에게 음산한 기운을 쏘아 보냈습니다. 그 기운에 영향을 받은 매튜가 머리를 잡고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전신 갑옷 또한 해체되더군요."

"정신을 공격하는 흑마법입니다. 흑마법은 사악한 마법으로 인간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고통을 줍니다. 반대로 저희가 사용하는 신성력은 이 흑마법과는 상극으로 정화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어 인간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매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군요."

"예. 이미 여기 올 때 따로 사제 두 명에게 매튜 신도의 정화를 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제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마스터시라고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나 기사들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마스터가 뭡니까?"

"마스터는 경지를 나타내는 말로 포스 마스터라고도 합니다. 포스나 기운을 형상화해서 칼날로 만들 정도의 수준이 되면 마스터라고 할 수 있지요."

"저와 같은 경지의 기사가 또 있습니까?"

"교단의 봄멜 성기사가 마스터입니다. 세상에 알려진 마스터의 숫자가 열 명이었는데 마스터가 맞다면 열한 명이 되겠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포스의 칼날을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그러지요."

원일은 등에 메어 놨던 방천화극을 들고 포스의 기운을 집중했다. 곧이어 1m 남짓한 붉은색 포스의 칼날이 완성되었다. 그 모습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원일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기운을 갈무리한 후 방천화극을 다시 등에 멨다.

"정말 마스터가 맞군요."

"저도 이 기술을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홉고블린과 싸우면서 기술이 나왔거든요."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예? 깨달음이라뇨?"

"어떤 마음가짐으로 홉고블린과 싸움에 임하셨습니까?"

"원래 매튜가 홉고블린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멀리서 고블린 주술사를 상대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홉고블린이 강해져 매튜를 죽음의 위기까지 몰아붙였습니다.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매튜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일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매튜를 지키기 위해 기사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결의와 함께 투지가 생겼습니다."

"친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사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결의를 이끌게 하였군요. 투지가 생긴 건 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 감정이 강한 소망이 되었고 소망을 이루고자 포스 블레이드를 만든 것입니다.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선 강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기에 포스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던 것입니다."

원일은 아리안 주교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눈을 감자 당시 상황이 생생히 재생되었다. 자신이 정말 아리안 주교의 말대로 매튜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홉고블린과 싸웠는지 생각해 보았다. 처음 이들에게 측은지심과 함께 보호심리가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싸운 것은 약한 이를 보호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전장의 승기를 쉽게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매튜와 기사들이 다 죽는다면 전멸할 것이 뻔했기에 매튜의 위기를 볼 수 없었다. 매튜와 우정은 있었지만 그를 위해 대신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결단코 지키기 위해서 결의가 생긴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포스 블레이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까?

'강한 상대와 싸우는 것의 즐거움. 상대에 대한 분노. 이것들에 대한 원동력은 투지.'

원일은 그제야 아리안 주교가 말한 깨달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단계 성숙해진 느낌이구나.'

깨달음은 말 그대로 깨달음이었다. 원인에 따른 결과를 도출하고 자기 생각을 정립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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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2. 영지전 +2 19.01.28 311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3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6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0 3 11쪽
»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6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8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8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8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6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3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09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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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2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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