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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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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62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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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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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3. 사자왕의 영지

DUMMY

호리병 마을을 떠나 사자왕의 영지로 가던 첫날밤. 원일과 사제들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얘기를 했다.

"신경 쓰이십니까?"

"그렇소. 내 마음이 편치 않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습니다. 로버트 영주가 애초에 워닐님을 잡지 않았다면 이런 곤란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로버트가 그동안 날 이용했던 건 사실이오. 나는 알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소. 인간관계에서 처음으로 사귄 사람들이었기에 그리했던 것 같소."

"저는 클라우드 영지에 있는 신관입니다. 외부에서 푸른 산림 영지의 소식을 듣는 만큼 워닐님 보다 카펜터 남작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 영지에 푸른 산림 영지에 있으신 지 얼마 정도 되셨습니까?"

"흠, 두 달가량 머무른 것 같구려."

"확실히 판단하기엔 짧은 시간이군요. 카펜터 남작은 겉으론 공명정대하고 인정이 많아 보이는 인물이지만, 세간의 평가는 정반대입니다. 신의가 없고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금전에 대한 집착도 있어서 금전 관계로 묶인다면 척을 지더라도 이득을 보는 게 카펜터 남작입니다."

"내게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고 영주의 일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소. 그다지 나쁜 성격은 아니었는데?"

"그건 워닐님께서 수준 높은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두리 영지에는 실력 있는 기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포섭할 목적으로 잘 해주는 것입니다. 자유 기사라면 적당히 대우하며 부려먹었겠지만, 워닐님께선 무시 못할 실력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던 것입니다."

"모든 영지가 기사를 이렇게 대우하오?"

"절대 아닙니다. 카펜터 남작이 특이한 것입니다. 그는 자기 휘하의 기사들뿐만 아니라 자유 기사를 야박하게 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두 얼굴의 카펜터라는 말은 이쪽 지방에서 유명합니다. 그렇기에 자유 기사들이 그쪽 영지로는 가지 않는 것이지요. 가더라도 다른 영지에서 주군을 찾지 못해 마지막에 들리는 영지로 유명합니다. 그 때문에 푸른 산림 영지는 기사들의 수준이 다른 영지보다 전체적으로 낮습니다."

"그럼 클라우드 남작은 아니란 말이오?"

원일은 자신이 클라우드 남작에게 받은 인상을 설명하는 한편 사제의 정보력에 의문을 품었다. 너희가 어떻게 영주들에 대해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예, 저희는 각 지역의 신전뿐만 아니라 영주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의 정보는 믿으셔도 됩니다. 클라우드 남작은 대단한 야심가이면서도 배포가 대단한 자입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 휘하의 부하들을 챙기고 자신이 항상 앞장서 귀찮은 일도 마다치 않는 인물입니다. 성격은 다소 차분하고 냉정하지만, 아랫사람에게 관대하고 후하게 대접하는 걸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만약 워닐님이 클라우드 영지에 계셨다면 달라지셨을 겁니다."

"어떻게 말이오?"

"워닐님께선 푸른 산림 영지의 초빙 기사로 오셔서 기사들과 소영주를 지도해 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셨죠. 또한, 오크 토벌에서 기사들과 소영주를 구해주었음에도 대가를 받지 못하셨습니다. 만약 클라우드 남작이었다면 계약서를 쓰고 워닐님께 대가를 지급하고 정당하게 행동했을 겁니다. 카펜터 남작은 말로 어영부영 넘어갔을 것이고 워닐님께선 돈에 관한 얘기를 못하셨을 겁니다."

"맞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군. 어떻게 아시는 것이오?"

"신전의 눈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동안 워닐님의 행보를 지켜보고 주변인들에게서 들은 얘기를 토대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영주라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초빙 기사를 모십니다. 이유는 자신들도 당당하게 행동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카펜터 남작은 어땠습니까? 대가를 주지 않고 말로 재능을 사는 행위는 사기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원일은 로버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안 좋다는 것을 직접 느꼈다. 한 명만 얘기하고 있다면 반신반의했지만, 세 명이 동시에 얘기하니 그동안 알고 있던 로버트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노골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었는데 지구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한 일이었다.

"클라우드 남작은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인물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려주고 불편한 말을 자신이 먼저 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얼굴을 붉히지 않게 만드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이는 남작 가문의 영주답지 않는 행동입니다. 백작 이상의 인물들이나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사자왕을 만나 보신다면 제 얘기가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본인에게 이러한 점을 말하는 것은 뭐요?"

"저희 신전은 클라우드 남작에 대한 평가를 끝마쳤습니다. 신전은 신의 말씀을 전파할 의무가 있는 동시에 크게 성장할 인물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성장하면 신전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반대로 망하면 신전의 영향력도 줄어듭니다. 워닐님께서 이번 전쟁에 참여하셨다면 전쟁은 카펜터 남작이 이겼을 겁니다. 저희는 이러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무능한 자가 어부지리로 세력을 확장한다면 모든 이들이 고통받습니다. 저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워닐님은 장차 크게 되실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 너무 금칠하는군. 쉽게 말해주시오."

"세력을 형성하고 싶다면 굳이 무능한 자에게 배울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신전은 각지에 있는 뛰어난 인물을 소개해 줄 만큼 정보망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연계해 인맥을 만드시고 세력을 형성하신다면 긴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대한 세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신전은 워닐님을 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장차 크게 될 인물이라 보고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는 겁니다."

"본인에게 투자해서 어디가 될지 모르는 곳에 영향을 행사하고 싶다는 소리로 들리오만?"

"맞습니다. 아직 왕국은 미개척지가 많습니다. 아난케 여신의 신전과 신도 또한 많지 않은 상황이지요. 아난케 여신의 총본산이 있는 제국이라면 제가 이러한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국은 상황이 다르오?"

"예. 귀족과 평민을 가리지 않고 신전에 연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포교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신도가 늘기 때문에 신전이 노력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만 들어 봤을 때 아난케 여신의 신전은 굉장히 세속적으로 들리오."

"신전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물욕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난케 여신의 가르침 중에는 물욕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거부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원일은 지구와는 다른 종교관에 놀랐다. 이 종교는 금욕을 원칙으로 수양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오욕칠정을 억눌러 둔다면 언젠가 터져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을 타락의 길로 이끕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인간의 욕구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신관과 주교는 이를 조절하며 역할을 하며 신도들의 무절제함을 통제합니다."

"아난케 여신의 교리는 매우 놀랍소. 내가 생각하는 거와는 많이 다르군. 성기사가 준 성서를 읽고 교리에 대해 자세히 물어봐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신관이 미소 지었다.


원일은 불침번을 자처하며 성서를 꺼내 들었다. 성서라고 해서 성스러운 기운이 담긴 성물이 아니었다. 아난케 여신의 가르침이 쓰인 책을 높게 부르는 말로 경전과 같았다.

[태초의 우주인 혼돈에서 아난케 여신이 태어나 세상을 창조했다. 여신은 세상을 창조하며 자신 스스로 열 명의 자손을 낳아 이름을 붙였으니 이들은 태초의 신이 되었다.

태초의 신들은 여신에게 부여받은 권능을 바탕으로 세상을 가꾸었다. 세상엔 빛과 어둠 바다와 땅, 나무, 하늘, 강이 만들어졌다.]

말머리는 여느 신화와 비슷했다. 신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었고 각 신들이 한 얘기가 방대히 적혀 있었다. 지구에서 보던 그리스 신화의 얘기와 흡사 했기에 재미가 있었다.

[세상이 충만해지자 신들은 자신의 형태를 본떠 인간을 만들었으니 이들이 바로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이다. 아담과 이브는 자손을 낳아 각 대륙으로 보냈고 이 자손의 후손이 바로 지금의 인간이다.]

'아담과 이브? 이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인데.'

원일은 암을 치료하며 교회도 다녔기에 아담과 이브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태초의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 고통이 심해져 도중에 교회에 자주 가지 않아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너무도 유명한 이름이라서 이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의문을 갖고 성서를 계속 읽은 원일은 곳곳에서 나타나는 익숙한 말들에 대해 의심이 피어났다. 누군가 만들었을 이 내용이 지구인인 자신에겐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성서는 마치 지구의 각종 신화를 짜깁기하여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신들의 이름 중에서 익숙한 이름도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었지만, 익숙한 이름이 더 많았다.

[노토스의 12신은 우주를 관장하는 티탄들의 자손으로 인간 세상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며 아난케 여신의 은총을 받은 존재들이다.]

원일은 성서를 덮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도저히 다 읽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복잡했다. 이것을 다 읽어 봤다간 거대한 사건에 휘말릴 것 같았다.

'내가 이 세상에 우연히 오지 않은 것인가?'

이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고 마법과 포스가 있는 상상의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성서를 마주하자 그의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무언가 거대한 진실이 이 세상에 잠들어 있다.'

원일의 표정은 어느새 굳어 있었다. 그는 잠들어 있는 신관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다. 그저 세력을 확장하고 교리를 널리 퍼뜨릴 생각만 하고 있겠지. 이들이 지구에 있는 신화와 성경을 마주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 가치관에 큰 혼란이 올 것이고 이 세상은 혼돈에 휩싸일 것이다. 진실을 거부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고 세상을 붕괴하게 할 것이다.

'아,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내려 주셨습니까.'

원일이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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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3. 사자왕의 영지 +2 19.02.01 240 4 10쪽
34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1 271 4 10쪽
»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0 308 5 11쪽
32 12. 영지전 +4 19.01.29 282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12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4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7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1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6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7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70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9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9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7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4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11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3 12 9쪽
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3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8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4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1 11 9쪽
8 4. 열광(熱狂) +1 18.12.29 488 9 9쪽
7 4. 열광(熱狂) +1 18.12.28 539 7 9쪽
6 3. 터를 잡다. +1 18.12.27 569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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