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654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26 08:46
조회
343
추천
3
글자
10쪽

12. 영지전

DUMMY

푸른 산림 영지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인 호리병 마을은 그 이름답게 양옆 돌산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통의 요지이자 수비하기 좋은 이 마을은 푸른 산림 영지에서 나는 질 좋은 목재와 약초, 가죽 같은 것들을 구매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팔백여 명 가량이 사는 마을은 가장 많은 세금을 거두었기에 충성도 높은 병사만이 갈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 또한 상인을 상대하는 만큼 꽤 부유했다. 마을은 외지인이라도 돈만 있으면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고 가난한 자에겐 잔인할 정도로 매정한 점도 특징이었다. 그런 마을에 마차 세 대에 각종 무기를 찬 낯선 이들이 들어 왔으나 이들에겐 매년 있는 일 정도로 치부됐기에 아무도 수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호리병 마을에 들어온 이들은 세 무리로 나뉘어 숙소를 잡고 계획했던 일에 대해 점검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 준비했던 대로 일을 시작한다."

"전 그럼 목표물에 대해 동선을 파악하겠습니다."

"알겠다.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호리병 마을에서 가장 부자는 기사도 상인도 아닌 이 지역의 유지인 패트릭 루얀이었다. 올해로 환갑이 되는 노인으로 수전노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돈에 대해선 집착이 대단했다. 몰락 귀족 가문의 후예로 작위는 없지만, 선대가 귀족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또한, 마을에서 가장 큰 여관을 소유하고 있었고 정육점과 약초상, 포목점 같은 돈이 되는 상점도 소유하고 있었기에 이 마을에서 쓰는 돈은 모두 그의 주머니로 갈 만큼 수입 또한 대단했다. 따로 개인 사병을 고용하며 이 지역에선 그야말로 영주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로버트에게 바치는 세금과 기사들에게 건네는 뇌물 또한 상당해서 그의 부탁이라면 로버트도 들어줄 정도였다. 그런 패트릭에게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서른이 다 넘어선 난 아들이었다. 젊은 나이에 고생하여 재산을 불렸고 결혼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일에 매달리다 보니 혼기가 늦었다. 뒤늦게 결혼 후 자식을 얻었기에 오냐오냐하며 키운 게 독이 됐다. 응당 졸부들이 그렇듯 그의 아들 또한 부모 재산을 갖고 흥청망청 쓰기 바빴고 어렸을 때부터 혼내는 사람 하나 없이 커서 그런지 안하무인으로 자라났다. 패트릭은 점점 나이가 들고 약해지고 있었고 그의 아들은 재산만 축내고 있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떻게 일구어낸 가문인데 자기 아들이 다 말아 먹게 생겼다. 아들이 뒤늦게라도 정신 차리고 자기를 도와 재산을 불린다면 예전 귀족 가문의 명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고심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들어와."

"가주. 큰일 났습니다."

패트릭은 항상 부하들에게 자신이 귀족 가문의 후예인 점을 강조하며 이름보다는 가주로 부르라고 명했다. 그의 아들 또한 소가주로 불리고 있었다.

"왜? 그놈이 누굴 또 때렸는가? 맞은 놈에게 적당히 쥐여주고 끝내."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이번엔 꽤 세력이 있는 자들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어휴, 내 상대를 봐가며 하라 했거늘. 애들한테 준비하라고 말해."

"예. 같이 가십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나? 이번 경계 담당자가 론돈 기사지?"

"맞습니다."

"그놈에게 사람 보내서 와달라고 말해."

"알겠습니다."

패트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세력이 있는 자들과 시비가 붙을 땐 외형이 중요했다. 고급스러운 가죽 바지와 밤색 코트를 입고 손목엔 금으로 만든 팔찌를 찼다.

"사고뭉치 하나 때문에 늙은 나이에 고생이 많군."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언제 철이 들까 생각하며 그가 나섰다.


"이놈. 죽고 싶은 게냐?"

"흥! 너희 실수하고 있는 거 라고 이렇게 몰려오면 두려워할 줄 아느냐?"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패트릭 어르신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다!"

패트릭이 열 명의 사병을 이끌고 다가왔을 때는 자식들 무리와 흉흉한 기세를 내보이고 있는 자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끼리끼리도 모였군."

그의 눈에 어렸을 때부터 아들과 어울려 다니며 패악질을 일 삶았던 무리가 보였다.

"아버지!"

"멍청한 놈.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저 외지인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저보고 멍청이라고 욕했다고요!"

그 말에 패트릭이 앞으로 나서 시비 붙은 상대에게 말했다.

"이놈의 아비 되는 패트릭 루얀이오. 아들의 말이 사실이오?"

"아닙니다. 저희가 길을 가고 있을 때 저들이 저희에게 오히려 겉멋만 든 멍청이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닥치거라."

패트릭이 일갈했다. 아무리 봐도 저쪽에서 먼저 시비의 흔적이 없었다. 상대 무리는 구석에 몰려 구타당했는지 온몸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저희는 오히려 참고 싸움을 말렸습니다. 그러나 아들분 일행께서 말리는 인원까지 폭행하시더군요. 다행히 저희 일행이 소식을 듣고 말리지 않았다면 폭행당했던 이들은 골병이 들었을 겁니다."

"미안하게 생각하오. 아들놈이 한 일에 대해선 본인이 배상하겠소."

"저희는 합의할 생각이 없습니다. 온갖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며 저희를 욕했습니다."

"결투라도 신청할 생각이오?"

"예. 필요하다면."

"하, 작은 다툼에 피를 봐야 하시겠소?"

무리는 무언으로 패트릭을 압박했다. 그 기세가 흉흉해 패트릭조차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실력 있는 사병이 있었지만, 이들은 실상 쭉정이고 론돈이 빨리 와주길 빌어야 했다. 그런 그의 간절한 마음을 들었을까 론돈이 병사들을 이끌고 찾아왔다.

"이 무슨 짓이오!"

"론돈 기사님. 잘 오셨습니다."

"마을에서 병장기를 뽑는 것을 금하거늘.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오."

패트릭은 론돈에게 있던 일을 설명하는 한편 교묘한 화술로 자신들이 잘못이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먼저 배상에 대해 말했으나 무기를 뽑고 협박했다는 말을 곁들였다.

"당신들은 어제 마을에 들어온 자들이 아닌가. 내 처지가 딱하여 들여 보내 주었는데 이 무슨 추태인가?"

"저희는 잘못한 점이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잡니다. 기사님은 모욕을 감내하실 수 있습니까?"

"건방지다. 마치 그대가 기사라도 되는 양 말하는군."

"예. 기삽니다."

"뭐? 지나가는 개가 웃겠군.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기사라는 작자들이 그런 행색을 하고 다닌단 말이냐?"

론돈이 보기에 무리의 복색은 기사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었다. 기사들이라면 검을 목숨처럼 다뤘기에 항상 손질하고 복식도 깨끗이 하고 다녔다. 또한, 각반이나 팔보호대, 흉갑을 착용하며 항시 있을 전투에 대비했고 검집엔 사용한 흔적이 가득했다. 이들은 보호구도 없었고 낡은 옷을 입고 다녔다. 검집도 새것 마냥 깨끗했으니 론돈이 무리가 기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당장 마을 바깥으로 나가라! 영주성으로 갈 수 없다."

"오늘 일을 후회하실 겁니다. 클라우드 남작님의 분노가 있을 겁니다."

론돈은 클라우드라는 말에 흠칫 했으나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목소리를 더 크게 냈다.

"거짓말까지 하는군! 오늘 일을 주군에게 보고해 클라우드 남작님께 너희가 기사를 사칭하고 있다고 서신을 보낼 것이다."

"그건 두고 볼 일이죠."

"대화는 무의미하군. 당장 마을에서 떠나라."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죠."

그 말을 끝으로 무리는 마을에서 떠났다. 론돈은 그들을 보고 기분이 찜찜했지만, 별 탈은 일어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패트릭. 어쩌자고 저들과 시비가 붙은 거요."

"아들놈의 일을 대신 처리하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다행히 론돈 기사님이 도와주셔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저들은 인원만 해도 스무 명이 넘었소. 어제는 병장기에 피도 가득 묻어 있었단 말이오. 오늘 일에 대해 주군께 보고할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예. 난처한 상황을 해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이번 일을 해결해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패트릭은 짤랑 이는 주머니를 꺼내 론돈의 손에 쥐여 줬다. 노인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 모습으로 보였다.

론돈은 주머니를 못 이기는 척 받고는 검문소로 되돌아갔다. 론돈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본 패트릭은 아들의 뺨을 올려붙임과 동시에 아들 무리를 꾸짖고 해산을 명했다. 그러면서 집으로 가는 동안 온갖 잔소리와 함께 당분간 근신할 것을 명했다.


집으로 돌아온 패트릭은 따로 로버트에게 보낼 서신을 적는 한편 이번 일에 대해 생각했다.

' 많은 돈으로도 기사를 고용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만약 그가 사병이 아닌 기사를 고용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론돈에게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상대의 결투에 기꺼이 응했을 것이다. 어차피 대리인을 내세우면 되고 죽는 건 그가 아니었기에 상관없었지만, 개인 사병은 달랐다. 그들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였고 목숨을 거는 상황은 항시 피했기에 진심으로 자신에게 충성하는 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사들이란 무릇 귀족 가문이 아니면 충성을 바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센 존재였다. 돈을 많이 준다 한들 귀족 가문이 아니면 자신을 모욕했다며 칼을 뽑는 자들도 있었다.

'그놈의 명예가 뭐라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귀족이란 허울이었다. 그가 몰락 귀족 가문으로 성이 있더라도 작위와 봉토가 없으니 귀족이란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부족했다. 족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몰락 귀족 가문에 족보 따윈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들 가문의 족보는 이미 팔아먹은 지 오래고 설령 찾을 돈이 있더라도 사간 자들이 다시 팔아줄지도 의문이었다.

패트릭의 고심은 깊어져만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13. 사자왕의 영지 +2 19.02.01 240 4 10쪽
34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1 271 4 10쪽
33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0 307 5 11쪽
32 12. 영지전 +4 19.01.29 282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12 3 11쪽
» 12. 영지전 +2 19.01.26 344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7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11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5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7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40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9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4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40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9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8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7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3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11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7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3 12 9쪽
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3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7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5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7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3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81 11 9쪽
8 4. 열광(熱狂) +1 18.12.29 488 9 9쪽
7 4. 열광(熱狂) +1 18.12.28 539 7 9쪽
6 3. 터를 잡다. +1 18.12.27 569 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