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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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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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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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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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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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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숲의 재앙

DUMMY

카트리나에게 듣기론 처음 협곡에 정찰간 인원은 6명이라고 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보이는 엘프는 2명이었다. 그녀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여기저기 상처 입은 상태로 돌아와 엘프 마을을 충격에 빠뜨렸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는 그녀들의 몸이 협곡에서 어떠한 존재를 만난 것이 틀림없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공포에 떠는 엘프들을 카트리나가 만나자 그녀들은 횡설수설하며 알 수 없는 얘기만 하였다. 도대체 어떠한 존재를 만났기에 저러는지 원일은 궁금하기만 했다.

협곡에서 돌아온 엘프들의 말을 듣는 카트리나의 표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항상 온화하던 표정도 풀어져 굳어 있었고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불안해 보였다.

원일은 그녀가 안쓰러워 이유를 보았다.

[카트리나. 돌아온 엘프들이 무얼 봤답니까?]

[워닐.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고대의 존재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예? 고대의 존재라니요?]

[워닐은 처음 듣나 보군요. 숲의 포식자들입니다. 이 광활한 숲에서 포식자로 군림하며 살아온 존재입니다.]

[제가 있던 곳에선 그러한 존재는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몸집이 큰 표범이 다였거든요. 이 존재들이 엘프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나요?]

[네. 수십 년 전에 상처를 입고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협곡의 동굴에서 동면하고 있었어요. 그것을 순찰자들이 발견한 것이고요. 당시에 놈은 오크 무리와 싸우고 도주 중에 저희와 마주쳐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놈이 힘을 회복했다는 말입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겠어요. 순찰자들도 급히 몸을 뺀 터라 상황을 살필 겨를이 없었대요. 아! 어쩌면 좋나요 워닐.]


카트리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대체 어떠한 존재이기에 엘프들의 지도자가 떠는 것일까? 자신이 엘프 마을에 와서 살펴본 엘프들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크들보다 포스가 더 크고 강한 엘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카트리나는 자신이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포스를 지녔다. 자신보다 약하거나 심법의 운용이 떨어지는 자들은 경지를 판단하기가 쉬웠지만, 카트리나는 원일이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포스 갈무리가 뛰어났다. 그러한 강자가 떨고 있는 것이다.

원일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큰 숲의 전사인 제 목숨을 걸고 놈을 죽이겠습니다. 그러니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고마워요. 워닐.]

[놈을 추적하겠습니다. 협곡의 위치와 놈의 생김새, 모든 것을 알려주세요.]

[예. 하지만 워닐만 보내지 않겠어요. 엘프들도 워닐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해서도 알려 드릴게요.]

카트리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 존재의 정체는 뱀입니다. 숲의 각 종족으로부터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며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포식자입니다. 저와 멀린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고 활동할 때면 재앙으로 불릴 정도의 존재입니다. 엘프들에게는 뱀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금기로 되어왔습니다.]

카트리나는 마른 침을 삼키곤 말했다.

[숲의 재앙 '만다' 가 깨어났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듯했다. 오크도 그렇고 엘프조차 그 존재에게 큰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재앙으로 불리며 이름조차 부르기 꺼리는 존재. 숲의 재앙 만다가 깨어난 것이다.


그날 밤 원일은 30명의 엘프 파수꾼들과 협곡으로 떠났다. 한시라도 놈의 이상 여부와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급히 출발했다.

놈은 오랜 세월 살아온 영물답게 머릿속으로 말도 걸 줄 알았으며 강력한 독과 거대한 덩치로 공격하는 것이 특기임과 동시에 단단한 비늘 탓에 해를 입히기 힘들다는 설명을 들었다. 얼마나 대단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이기에 이름조차 부르길 꺼리는 것일까? 놈의 약점은 어디일까?


원일과 엘프들이 협곡으로 향하던 그때 괴물뱀 만다 또한 잠에서 깨어났다. 협곡의 동굴에서 동면하던 뱀은 서서히 움직였다. 큰 굴 안에서 똬리를 틀고 몇십 년간 잠만 잤기에 먹잇감이 필요했다. 큰 몸뚱이가 스르르 움직이며 굴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만다의 몸에서 허물이 벗겨졌다. 탈피를 하고 동면을 한 탓에 몸 여기저기 허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만다는 서서히 몸을 예열시켰다. 사방이 막힌 큰 굴에서 뱀은 자신의 몸을 점검하듯 움직였다. 몸 전체가 나선형으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멈추더니 삼각형의 대가리 안에 있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붉은색의 두 눈이 사기(邪氣)를 띠며 빛났다.

만다는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를 깨부수곤 바깥으로 나왔다. 몇십 년 간의 침식으로 동굴이 막혔지만, 그것은 만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바깥으로 나온 만다의 위용은 대단했다. 30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길이에 웬만한 나무보다 더 굵은 몸뚱이, 꼬리 끝에 달린 독침과 달빛에 희미하게 반사되는 검은색의 단단한 강철 비늘이 달려 있었다. 삼각형의 머리 또한 어찌나 큰지 몇 명은 그대로 입으로 삼킬 것 같았다.

만다는 혓바닥을 내밀어 주변의 먹잇감을 찾았다. 곧이어 먹잇감의 존재를 확인하자 그 큰 몸뚱이가 슬며시 움직였다.


원일은 이동하면서 카트리나가 붙여준 엘프 마법사로부터 만다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만다는 엘프들이 터를 잡기 전부터 숲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살아온 세월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존재라고 하였다.

원래 만다는 이곳보다 훨씬 먼 곳에서 활동하였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대수림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했다. 활동기와 휴식기를 갖고 행동하는 만다는 몇 년을 활동하면 수십년은 동면에 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탈피하며 몸뚱이가 더 커지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했다. 포스 또한 사용할 줄 알고 사기를 이용해서 몸을 구속하니 가히 재앙으로 불리기 충분하다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오크들과 싸우는 도중 상처를 입고 도망쳤었고 그걸 엘프들이 추적하여 죽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나 탈출하여 행방이 묘연했었는데 협곡에서 힘을 회복 중이었을 줄이야. 누구도 모른 사실이었다.


엘프 마을을 떠나 삼일 째가 되던 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이 숲 전체에 걸쳐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원일은 직감적으로 놈이 협곡을 떠나 자신들의 근처로 오고 있음을 느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포스가 느껴졌다. 놈의 가공할 정도의 포스에 원일은 경악했다. 정제되지 않은 그 포스에서 사나운 기운이 느껴졌다. 자신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미증유의 거력이 원일의 전신을 압박했다. 원일과 엘프들의 숨은 턱턱 막혔다. 호흡곤란이 와 엘프들과 원일은 무릎을 꿇고 숨을 골랐다. 그때 포스가 실린 포효가 들려왔다.

끼이약

초저주파가 담긴 만다의 포효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날아다니던 새들은 떨어졌고 자그마한 동물들은 그대로 기절했다.

원일은 쓰러질 듯 위태위태했지만 전신에 포스를 끌어 올렸다. 소리만 들어도 이 정도인데 놈이 힘을 사용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오랜 동면 끝에서 깬 만다는 매우 허기졌다.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며칠 동안 사냥감을 찾아다녔다.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굶주림을 채우던 도중 예전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종족의 냄새를 맡았다. 원한이 골수까지 스며들었기에 만다는 놈들에게 다가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아직 몸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타오르는 복수심이 육체를 지배했다.


나무며 바위며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박살 내며 접근하는 놈을 보며 원일이 포스를 담아 포효했다. 이대로 가다간 모조리 몰살당할 것 같았다. 엘프들이 정신을 차려야 놈에게 조금이라도 대항할 수 있었다.

[정신 차려! 엘프들에게 산개하라고 외쳐!]

같이 온 엘프 마법사는 원일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엘프들에게 명령했다. 원일의 말대로 이대로 있다간 몰살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곧 놈이 들이닥치리라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린 엘프들이 주변의 나무 위로 빠르게 올라갔다. 곧이어 엄청난 크기의 뱀이 그들을 덮쳤다.


원일은 마른침을 삼켰다. 가까이에서 본 만다의 위용은 재앙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세로로 찢어진 붉은 눈동자와 Y자 모양으로 갈라진 혓바닥이 연신 날름거렸고 삼각형의 머리 양옆엔 뿔도 나 있었다. 검은빛이 도는 비늘은 단단해 보였다.

'이무기.'

놈을 표현하기에 이 단어보다 적절한 것은 없었다. 지구에서는 전설에나 등장하는 이무기였지만 이 세계에서는 실존했었다. 이런 전설적인 생명체를 마주한 원일은 어떻게 놈을 죽여야 할지 암담했다.

만다는 자신 아래를 굽어보았다. 공포심에 떠는 사냥감을 죽이는 것만큼 재밌는 일도 없었다.

[만다는 알고 있어. 너희들이 죽는 다는 걸.]

원일과 엘프들의 머릿속으로 사이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만다는 느낄 수 있어. 사냥감이 공포에 떠는 걸.]

[만다는 배가 고파. 모조리 먹어 치울 거야.]

[만다는 아팠어. 너무 아팠어! 그렇기에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마지막 말과 동시에 거대한 뱀이 움직였다.


원일과 엘프들은 포스를 끌어 올려 만다에 대항했다. 근접전을 벌이기엔 너무나도 무모했기에 사방으로 산개한 뒤 포스를 담은 화살을 날렸다. 날카로운 기운을 담긴 화살이 수십 발도 넘게 쏟아졌지만, 단단한 비늘에 모조리 튕겨 나왔다. 만다는 나무 위에 있는 엘프들에게 꼬리를 휘둘렀다. 꼬리에 맞은 나무가 부러지며 엘프들이 급히 땅바닥으로 착지했지만 곧이어 만다가 입을 벌렸다

끄아악

독을 뒤집어쓴 엘프가 그 자리에서 녹아내렸다. 엘프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 속에 죽어 갔다. 그 모습을 본 만다가 남은 살덩이를 꿀꺽 삼켰다. 그 소름 끼치는 광경이 나머지 인원들로 하여금 숨소리도 내지 못할 만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원일은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다. 원거리에서 피해를 주지 못하니 다른 방법으로 놈을 상대해야 했다. 저 뱀의 독이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끝장이었다. 독이 닫지 않는 방향에서 놈을 공격해야 했다.

'일단 놈의 몸통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몸뚱이를 난도질하고 놈의 정신이 몸뚱이에 쏠린 사이 머리 위로 접근해 피해를 주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만다는 원일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연신 꼬리를 휘둘렀다. 원일은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방천화극을 제외한 나머지 물품을 급히 땅바닥에 버리곤 접근했다. 독액을 뿌리면 나무 뒤에 숨기도 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만다는 원일에게만 정신을 쏟지 않았다. 엘프들이 날리는 나무에서 화살을 쏘면 독액을 분사했고 숲 속을 헤집어 다니며 엘프들의 위치를 습격했다.


원일은 기회를 노렸다. 놈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엘프들과 함께 근접전을 펼치면 놈도 틈을 보일 것이다. 단 한 순간이지만 그때를 이용해서 몰아붙여야만 했다.

[엘프들에게 말해서 근접하라고 말하시오. 화살은 놈에게 피해를 줄 수 없소.]


엘프 마법사에게 말하는 한편 자신 또한 만다에게 접근해서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놈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몸을 계속 움직이다 보면 분명 지칠 것이다.

포스를 있는 대로 끌어 올려 방천화극에 둘러 휘두르는 꼬리에 휘둘러 쳤다. 그러자 쇠붙딪치는 소리가 나며 원일이 멀리 날아갔다. 날아간 원일이 땅바닥을 몇 번 구르다가 몸을 일으켰다. 맞붙어본 만다는 괴물 그 자체였다. 전신에 포스를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피떡이 됐을 것이다.

원일은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 강대한 적 앞에 자신은 보잘것없는 존재였지만 이상하게도 전의가 불타올랐다. 기필코 놈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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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4. 열광(熱狂) +1 18.12.28 53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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