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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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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03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6.26 10:32
조회
3,994
추천
49
글자
8쪽

피사-만남 (1)

DUMMY

피사는 자기 이름이 싫었다. 별다른 의미도 없이 ‘피월’에 태어난 ‘넷째’라서 피사라고 지어진 것이 싫었고, 피사가 고대어로 ‘삐딱한 자’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싫었다. 하지만 이름을 싫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름이 피사인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때문이다. 지금도 피사와 이름이 같은 또 하나의 피사가 피사의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피월에 태어난 넷째라고 자식 이름을 피사라고 지어댄 부모들은 다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야 해!!’


하도 자주 말해서 혀에 배어있는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피사는 뒤를 돌아 피사를 바라보았다. ···어리다. 이제 15살쯤 되었을까? 저렇게 어린아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고대 유적지 발굴단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힘들지는 않냐?”


“네? 에···. 네네! 괜찮습니다. 헉헉”


일부러 헉헉 거리는 건가? 그렇게 약은 놈이면 걱정도 안 하겠는데 저놈은 진짜 지쳐서 헉헉 거리는 거다. 이마에 땀 좀 봐. 발굴단에 오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피사는 피사를 챙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저 나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기에···. 지금이야 베테랑 소리를 듣고 있지만, 피사 역시 저럴 때가 있었고 여기저기서 먹어줄 만한 아수라장을 거쳐서야 비로소 여기까지 왔다. 그렇기에 이름이 똑같은 저 어린 친구가 너무 안쓰러웠다. 잘 돼봐야 목숨 하나 건질 뿐, 자기처럼 갖은 고생을 다 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 다 떨어졌지? 이거 마셔라.”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왜 굳이 이 일을 선택했냐?”


“네?”


“척 보면 딱이다. 너 이게 네 인생의 첫 일이지? 그런데 하필 왜 발굴단에 들어온 거야? 세상엔 이보다 편하고 안전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소개 좀 해줄까?”


작은 피사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다 고개를 숙이고 개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좋은 유물만 건지면 팔자 고칠 수 있다고 들어서···.”


이거다. 새파랗게 어린 이놈이, 이제 오십 줄이 되어가는 저 이세 아저씨가, 십 년 동안 목숨줄 여러 번 놓칠 뻔한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가···. 한방.


단순히 뜬 소문은 아니다. 피사 주변에도 여러 동료가 그렇게 크게 한몫 잡고 이 업계를 떠나갔다. 주변에 이렇게 되는 사람이 있는 게 더 미치는 거다. 고대 어로 이런 뉘앙스의 말이 있었는데···. 그래. ‘사시’, 사시라는 단어가 이런 뜻이었다.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고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녀석에게서 물통을 빼앗은 후 다시 일행을 좇았다. 어느덧 꽤 멀어져 있었다.


후배 녀석과 이야기했던 시간이 꽤 길었는지 일행은 벌써 유적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는 입구 따기 전문가들이 문 여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고, 그 바로 뒤에는 이번 원정의 물주와 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듣기론 물주 또한 고대유적 발굴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 대장은 이십 년 경력 베테랑이니 이것저것 조언해주고 있는 것이겠지. 문의 크기나 모양을 보니 이 정도 규모는 될 거 같다 등등의 이야기.


피사가 보기엔 특별날 것 없는 문이다. 여느 유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심이 없어진 피사는 후배 피사에게 이것저것 -누나 있냐? 친척 누나 있냐? 아는 누나 있냐? 이쁘냐?-을 묻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푸쉬이-


“됐습니다. 열렸습니다. 자 모두! 바로 들어간다! 시오, 도시오. 너희 둘이 앞장서라. 피사! 넌 맨 뒤에서 일행을 지켜.”


아···. 맨 뒤는 등골이 서늘해 싫은데···. 투덜거리며 피사는 입구로 향했다.



***



터널은 짧았다. 하지만 터널 끝에 펼쳐진 공동은 터널의 길이에 비해 아주 넓었다. 몬스터들도··· 아주 많았다.


“거기로 간다! 막아! 데릴!”


“이야웁차!! 야악!”


꽈앙


“컥-”


“데릴!”


“놔둬! 자릴 지켜! 발을 걸어!”


꽝. 꽝. 꽝.


난전이었다. 오십에 가까운 녹색 오크들과 오크보다 키가 다섯 배는 큰 오거 한 마리, 그리고 저 멀리서 적의 발을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주술 '속박식물'을 소환하는 오크 드루이드까지. 우리 원정단이라고 해봐야 30명 수준이니 전력이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나마 후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우리 물주 덕분이었다. 그는 싸움에 꽤 능숙한 마법사였다.


3써클 마법인 '파이어볼(Fireball)' 한방이면 대여섯 마리의 오크들이 불에 탄 낙엽처럼 쓰러졌다. 우리 쪽 용병에게 막 도끼를 내려치려는 오크에게는 2써클 '장님만들기(Blindness)'나 1써클 '수면(Sleep)'을 걸어 용병들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아주 익숙한 솜씨. 분명 참전경험이 있는 자다.


쿵. 쿵. 쿵.


마법사에게 집중했던 피사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상처를 입어 분노한 오거가 전속력으로 뛰고 있었다. 그 끝에는··· 어린 피사가 덜덜 떨며 서 있었다.


“야 이 멍청이야! 피해!”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재차 소리치는 대신 오거의 길목을 막아선 피사는 몸을 숙여 오거의 다리를 베었고, 그 순간 달리는 오거의 발에 치어 의도치 않게 하늘을 날게 되었다. 오 미터 정도의 높이로 튀어 오른 피사의 운동에너지가 제로가 되는 순간,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활성화되며 피사는 땅으로 수직 낙하했다. 위치에너지는 성인남성인 피사의 가볍지만은 않은 몸무게와 결합하여 꽤 큰 파괴에너지를 생성했고, 이는 얕게 쌓인 흙 속에 숨어있던 나무상자를 부수기엔 충분했다.



***



두런두런···.

웅성웅성···.


아 누가 사람 자는 데 와서 이렇게 떠드나. 피사는 예의 없는 사람들을 향해 역정을 내며 돌아누웠다.


“음? 정신이 드나 보군.”


“뭐, 외상이 심하진 않으니까. 나무상자에 떨어진 게 천운이었어.”


“아무튼, 이 친구도 이 바닥에서 오래 묵은 만큼 운은 충분한가 봅니다. 흐흐”


“운이 충분했으면 여기 안 있지. 벌써 한몫 잡았어야지.”


···아픈 부분을 찌르는구먼 이라고 생각하며 피사는 눈을 떴다. 눈을 뜸과 동시에 온몸에 찌르르한 전기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아후- 아아가르-”


피사 앞에 서 있던 발굴단장 카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거 버서커의 앞을 막은 대가가 그 정도면 싼 거지.”


“아우- 아? 버···. 버서커였습니까?”


“그래. 미친 오거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네 덕분에 한결 수월했다. 수고했다, 피사”


오거 버서커는 일반 오거 두 마리보다 강하다. 그런 몬스터에게 돌진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으니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지. 피사는 자기를 미친 오거에게 뛰어들게 만든 피사를 쳐다보았다.


“서···. 선배님. 감사합···”


“감사는 됐고. 너, 이번 일 끝나면 발굴단 일 접어라.”


새끼 피사는 울상지으며 대답했다.


“네? 네?”


“오거가 저 멀리서 뛰어오는데 피할 생각은 안 하고 버티는 놈은 죽을 확률 백 퍼센트야.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고 넌 다음에 99프로 죽어. 목숨 아껴.”


“캬하핫! 신입이 돌진하는 오거 앞에서 발이 굳는 게 당연하지 뭘 그래? 크크크”


이세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카롤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친구가 너보단 오래 살 거다. 오거한테 뛰어들진 않으니까.”


···할 말 없다. 피사는 괜히 억울해서 대답했다.


“뭐··· 뭐 안 줍니까? 오거 버서커도 잡게 해드렸는데 목숨값 좀 쳐주세요, 대장”


“안 그래도 의뢰주께 말씀드렸다. 저거 너 가지란다.”


대장은 내 몸에 의해 뚜껑 부위가 박살이 난 나무상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작가의말

마법의 명칭이나 내용은 D&D의 일부를 무료로 쓸 수 있는 System Reference Document에서 차용했습니다. 위력 등은 제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요.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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